'탐정의 왕', '범죄의 왕'으로 모바일 비주얼 노벨 장르에 꾸준히 도전한 '디앤씨게임즈'가 신작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비주얼 노벨. 다만, 전작들이 어둡고 습한 느낌이었다면 신작은 '연애'를 주제로 한 상큼한 느낌을 추구한다.

'연애'를 주제로 하지만, 마냥 '꼼냥꼼냥'하고 '핑쿠핑쿠'한 게임은 아니다. 세계 종말, 인류 멸망이 기다리고 있는 세계에서 연애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는 형식이다. 현실에서도 못한 연애. 게임에서나 해보자. 세계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덤이다.

'별에 노래를'을 개발한 '디앤씨게임즈'의 이윤환 부장을 만나고 왔다.

▲ 자신의 사진보다는 타이틀을 걸어달라고 한 디앤씨게임즈의 이윤환 부장


연애에 인류 멸망이 걸려있다고?

"'별에 노래를'은 연애 비주얼 노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애에 인류 멸망, 세계 종말이 걸려있다. 그 제한된 시간 동안 주인공이 어떻게 대처할지 플레이어는 선택지를 통해 개입하게 된다. 단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들보다는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한다. 종말의 키를 들고 있는 연애다.

국내 연애 시뮬레이션이랑 좀 많이 다를 거다. 단순히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간에 반전도 있고.

기본적으로 연애 시뮬은 선택지를 따라가면서 호감도를 관리하고 엔딩부분에서 고백을 해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정석이다. '별에 노래를'도 기본적은 플롯은 같다. 그러나 호감도라는 파라미터는 있지만, 연애를 통해 세계가 종말하는지 하지 않는지 그 뒤에 더 큰 목표가 존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연히 멀티엔딩을 제공한다.

'코스믹 판타지'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여성의 감성으로 시작하니까 조그마한 영역인데 나중엔 우주 범위까지 확장된다. '스페이스오페라'라고 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고 다른 SF나 게임, 소설처럼 지구에 악의가 있는 무리가 있기에 '코스믹 호러'에 가깝다. 하지만 연애가 주제인데 호러라고 하기엔 너무 안 맞아 '코스믹 판타지'라고 한다. 게임 초창기에는 매우 평온하고 조용한, 실제 연애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은.

1월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본래 작년 12월 말을 생각했는데 iOS 검수가 길어져서 한 달 연기하고 그동안 콘텐츠 부분을 추가했다. 내용을 좀 더 다듬고 데이트 부분을 추가했다."


왕시리즈는 트릴로지 아니었나

다시 생각하기도 싫겠지만, '디앤씨게임즈'는 아이러니하게도 불법 해킹을 겪은 왕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3부작으로 기획됐던 왕시리즈는 현재 '탐정의 왕', '범죄의 왕' 두 작품이 출시된 상태며 IGC2015에서 후속작을 언급하기도 했다.

"'별에 노래를'은 전작들과 전혀 별개의 작품이다. '연애'라는 게 제일 말초적인 욕구에 가깝다고 생각해 이러한 테마를 잡게 됐다. '탐정의 왕', '범죄의 왕' 때도 연애 요소가 들어가긴 했지만, 부가적인 요소에 불구했다. 어둡고, 어렵고 습한 분위기였기에 이번엔 좀 밝게 가보고 싶었다. 초반부만큼은 '핑쿠핑쿠'한 연애가 주제다."

▲ 왕시리즈 전작.


여주인공은 예쁩니까?!

그래픽 노벨이라는 장르 그리고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의 특성상 그래픽 요소는 다른 게임의 그것보다 더 많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특히,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용자층이 많은 장르 특성상 그래픽 요소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이름있는 작가들과 함께했으면 이름값을 빌릴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 동반성장을 목표로 했다. 실력은 있으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작가들과 함께했다. 이벤트 CG, 스탠드 CG, 원화 등 만족스럽게 잘 뽑혔다. 최대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했다. 누가 보더라도 매력이 있게, '괜찮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성인요소도 아주 약간은 들어있긴 하다. 심의가 있다 보니 노골적으로 묘사는 안 돼 있고 아주 약간 들어가 있다. 전작 왕시리즈를 할 때 '이게 안 걸리네' 싶은 부분이 있어서 좀 순화시켰다."



계속 비주얼 노벨입니까?

비주얼 노벨을 게임의 장르로 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갑론을박하는 장면은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덕후 문화'에 대한 근거 없는 거부감도 게이머들이 거리를 두는 데 한몫한다. 특정 층과 대중이 좋아하는, 선호하는 장르가 너무나 달라 생기는 간극이다.

"취향 존중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반드시 어떠한 요소를 가져야 한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기준점이 있지 않다. 활발한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잔잔하게 자기 전에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비주얼 노벨도 게임의 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가 있고 선택지에 따라 엔딩, 플레이 타임이 바뀌니까 말이다. 다른 게임들과 상이한 방법으로 이야기에 접근한다. 그런 의미로 비주얼 노벨은 하나의 장르로써 게임에 한 몫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진 게임을 좋아한다. 굳이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이야기가 아닌, 거창하지 않아도 책 읽는 느낌의 조용조용한 느낌도 좋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연애를 주제로 한 비주얼 노벨은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 고전 게임 '동급생'처럼 여러 여성이 있고 그중 내 취향인 여성을 공략하는 재미를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당연하게도 불가능한 것을 경험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층은 보편적인 게이머와 성향이 다르다. 타겟이 다르다 보니 마케팅 방법 등이 정립된 게 없다. 기성 게임들과는 다른 마케팅 방식을 찾고,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성향의 사용자들에게 어필해야하는데 방법 찾기가 녹록지 않다.

지금으로써는 성우 녹음 현장 메이킹 영상을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공개해야 효과적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카페, 블로그, 유튜브 등지에 링크를 퍼트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고민이 많다."

▲ 대사와 일러스트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비주얼 노벨


참여 성우가 대단하다는데?

"'별에 노래를'에는 서유리, 김현지, 여윤미 성우 등이 참여했다. 사활을 걸고 시도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장르시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행했다.

성우들이 연기를 매우 잘했다. 성우 목소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니. 시나리오를 쓴 신소음작가와 함께 녹음할 때마다 찾아가서 '여기는 이런 장면이니까 이런 느낌 어떨까요?'라고 건의하면 정말 대단할 정도로 적합한 내용을 연기했다. 확실히 프로들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 여윤미 성우 인터뷰]


굿즈 생산 계획은?

"조금 부정적이다. 캐릭터는 상품을 만들어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 타이틀 같은 경우는 더욱. '탐정의 왕'도 OST가 나오면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클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성공했는데, 딱 크라우드 펀딩용만큼 소화했다. 나머지는 위탁판매로 전환했는데 아직도 안 팔리고 있다.

사용자들이 "굿즈를 내주세요!"라고 요구를 하지만 쉽게 낼 수가 없다. 생산 단가와 여러 가지 요인을 고민하면 무조건 적자기 때문이다. '러브라이브'나 '아이돌마스터'같은 캐릭터 상품이 완판되는 것을 보면 캐릭터 상품 시장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국내 상품에 대한 수요는 매우 미비하다고 본다."

▲ '탐정의 왕' OST 텀블벅 펀딩 자체는 성공했다.


가격은 얼마인가?

"이번에는 인앱 결제가 없는 통짜 패키지 형식이다. '화이트데이'가 8,800원으로 성공하는 것을 보고 고무됐다. 사실 '화이트데이'가 정말 싼 가격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덕분에 패키지 개발사들은 좀 힘들어졌다. (웃음)

모든 취향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타겟으로 한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만족한다면 우리는 대만족이다. '별에 노래를'은 소설 분량으로 두 권에서 두권반 정도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레이어가 어떤 경로로 가느냐에 따라 엔딩마다 분량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는데, 두 권 정도라고 보면 된다.

출판 경험도 있고 이미 두 개의 전작을 함께한 시나리오 작가의 시나리오 위에 성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곁들여졌다. 성우 목소리만으로 돈 값어치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훌륭한 연기가 담겨있다. 여성 주인공들도 각자의 매력이 있어 어떠한 캐릭터를 선택해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한 번쯤은 꿈꿨보았을 이야기. 대단한 히어로는 아니지만, 어깨에 세계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기대해도 좋다. 가격은 5,000원쯤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