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투핸즈게임즈 대표

1993년, 그라비티의 전신인 윈디얼에 입사하면서 그의 게임 인생이 시작된다. 2000년에 손노리 부사장을 거치고, 엔트리브소프트 대표 자리에 올라 '팡야', '트릭스터' 등을 성공시키며 캐주얼게임 붐을 일으킨 일등공신이 되었다. 엔트리브가 중견기업으로 우뚝 선 것도 이쯤이다.

2013년 12월 건강 상의 이유로 퇴임하기는 했지만 쉬는 기간에도 업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집 근처 오피스텔을 빌려 출근하기도 했다. 약 2년 만에 투핸즈게임즈 대표이사로 다시 업계로 복귀한 김준영 대표의 얼굴에 낯선 모습은 없었다. 간판이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게임인이었고 모바일로 새로 재편된 게임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었다.



■ 김준영 대표, 10년 머문 엔트리브를 떠나다



10년 동안 이끌던 엔트리브를 떠나게 되었는데 당시 심경이 어땠나?

공식적으로는 2014년 초에 사임했고 발표는 2013년 12월이었다. 엔트리브 근무한 지 딱 10년 되던 때였다. 그때 마침 눈이 오더라. 공식적으로 외부 알려지게 됐는데 눈까지 오니깐 마음이...(하하)

그렇게 1년 반에서 2년 정도 쉬다가 2015년 10월 말에 투핸즈게임즈 법인을 만들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쉴 때 여행도 간다고 하는데 우리 큰애가 고2라 나만 쉴 수도 없고(웃음). 꼭 여행 안 가더라도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가족들과 못 보냈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다.

사실 집에만 있으면 해이해질 수 있어서 2014년 초에 오피스텔 작은 거 하나 계약해서 출퇴근 패턴을 유지했다. 그곳에서 아이디어도 생각하고 미팅도 하고 그랬는데 회사는 떠났지만, 업계 지인이나 회사 동료들은 꾸준히 만났으니까. 그만둘 때도 업계를 떠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때 수백 명을 이끌던 조직의 수장이었는데 스타트업 대표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글쎄. 흰 도화지에 펜 하나 들고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웃음). 매출이 있는 회사를 이끄는 것과 아예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 대신 장점도 있다. 조직이 크다 보면 움직임이 아무래도 느릴 수밖에 없는데 스타트업은 가진 건 사람 밖에 없지만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만 잘되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은 어렵지만, 하얀 도화지 위에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공감하는 것을 하나씩 채워간다는 측면에선 설렘이 있다.


투핸즈게임즈라는 회사명을 듣자마자 게임 회사명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함을 내밀며) 로고도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악수하는 의미보다는 협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우리의 어떤 결속들, 만남, 팀워크를 표현하는 게 바로 손을 잡는 거다. 다른 상징적인 아이덴티티보다는 이렇게 직관적인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투핸즈게임즈로 정했다. 우리 디자이너랑 멤버들이 함께 만들었는데 썩 잘 나온 것 같다.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또 사라졌다. 경쟁은 계속 심해지고 있는데 투핸즈게임즈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니 시장에 잘 안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 일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을 런칭하고 회사가 수익을 내더라도 50명 정도 규모로 회사를 유지하고 싶다. 만약 회사가 커지더라도 부서를 늘려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법인을 분리해서 별도의 법인체로 활동할 수 있게 키우는 것이 목표다. 여러 법인이 모이면 하나의 얼라이언스(동맹)를 구축해보고 싶다.

경쟁이 심하다고 했는데, 메이저 업체들이 하는 마케팅이나 사업 방식을 따라하면 힘들 것 같다. 애초에 그런 방법으로 붙으면 상대가 안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사이즈가 커도 안 되고 무거워서도 안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많이 할 것이다. 그런 노하우나 좋은 경험들이 쌓여서 점점 개선되고 하다보면 회사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시작은 미미하지만 입소문으로 성적을 낼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 서비스할 예정인가?

아직 공개 시기까지 꽤 걸리겠지만, 게임이 나오더라도 자체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우리가 서비스하는 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매출 1~20위를 노리고 개발하기보다는 좀 길게 승부할 수 있게. 목표는 중위권으로 바라보고 길게 갈 수 있는 게임 서비스를 지향하고자 한다.


퍼블리셔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인데 어떠한 이유로 자체 서비스를 결정한 것인가?

많은 스타트업들이 게임 출시가 다가오면 퍼블리셔를 찾아서 유통 방법을 결정하는데 만약 퍼블리셔가 원하는 장르나 콘셉트의 게임이 아니면 런칭이 매우 어려워진다. 게임이 출시되면 유저분들에게 게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만, 한 번에 몰아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걸 주도성이라고 하는데, 개발까지는 주도적으로 만들지만 서비스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작지만 개발이나 서비스에서 주도성을 가지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림은 좋지만 굉장히 어려운 길이다.

그래도 실제로 1~100위권 사이 게임을 살펴보니 가능성이 보이더라. 이중 메이저 퍼블리셔나 해외 회사가 아닌 게임을 솎아내 보면 한국 업체 중에서 자체 서비스를 하는 곳이 소수지만 존재한다. 요즘 업체 사람 만나면 이 게임 칭찬 많이 하는데 '레○○'은 한국에서 구글 마켓만 서비스하고 있는데 출시 초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런칭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표가 굉장히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 그러면서도 게임 초기 내세웠던 콘셉트를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더라. 그런 게임들은 시장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자기들만의 게임 개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저들과 호흡하면서 게임을 서비스한다. 앞서 동맹에 대해 언급했지만 서로 싸우기 위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동맹이 된다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게 실행이 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시는 곳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 투핸즈게임즈 첫 게임, "RPG가 아닌 장르를 도전하고 싶다"

▲매출 TOP10에 포진된 RPG

그렇다면 투핸즈게임즈는 어떤 게임을 개발하고 있나?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다만, RPG가 아닌 영역에서 시도해 보고 싶다. 아직은 초기고 프로토타이핑하는 과정이라 딱 이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쪽에서 모바일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다.

팡야를 2004년도에 출시했을 때도 캐주얼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잘 출시를 했었다. 또한, 당시 PC온라인 플랫폼에서는 골프가 새로운 장르였지만 대중들에게 먹혔고 잠시였지만 '국민게임' 반열에도 들어섰다(웃음).

그런 사례처럼 우리도 앞으로 모바일 플랫폼에서 없었던 재미나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싶다. 처음부터 잘 될 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는데 현시점의 플랫폼에서 새로움이 없는 것은 지양하고 싶다.


요즘 출시되는 게임 성향을 보면 조작 관여도에 고민이 많이 느껴진다. 관여도가 높으면 피로감이 심하고 그렇지 않으면 게임의 흥미가 쉽게 떨어진다.

게임의 특성에 따라 판단할 부분이라고 본다. 건강한 재미 측면에서 컨트롤이 적정하게 들어가는 건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좋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게임의 특성에 따라 개발하면 되고 유저들에게 게임의 특징을 잘 이해시키는 것이 개발사의 역할일 것 같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 딱히 어떻다고 설명드릴 순 없지만 게임이 주는 본연의 '재미'라는 큰 틀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동, 수동 조작에 고민을 담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은 조직 관리가 핵심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인가?

스타트업은 게임 개발을 지속 가능한 게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 직원도 소중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보통 창업하면 인테리어 등 일종의 하드웨어를 갖추는데 투자를 많이 한다. 왜냐면 초기 회사고 좋은 사람들 영입하려면 회사의 외향적인 부분이나 복지도 분명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핸즈게임즈는 그런 부분에서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인테리어도 사무실을 쓰던 이전 회사가 게임회사여서 가구 배치만 다시 했을 뿐 새롭게 하진 않았다. 다만,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가령 우리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다. 점심시간이 중간에 1시간 정도 있는데 최근에 1시간 30분으로 늘렸다. 이를 활용해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자기 계발하는 시간을 늘리도록 했다. 또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닉네임을 부르고 있다. 투핸즈게임즈 멤버들이 2~40대 나이를 어우르고 있는데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격이 없는 소통을 하길 원했다. 이렇게 팀원들이 공감한다면 빠르게 실행해보고, 문제가 된다면 빨리 바꾸고, 그런 기민한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스타트업의 장점일 것이다.


투핸즈게임즈의 첫 작품을 기대하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되도록 많은 정보를 드려야 하는데 아직 프로토타이핑 단계라 게임을 못 보여 드려서 아쉽다. 첫 작품이 어떤 장르일까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장르, 그리고 식상하지 않고 팬들에게 재미로 다가갈 수 있는 장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자체 서비스를 결정한 만큼 개발 단계에서 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바닥에서부터 하나씩 쌓아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것이 투핸즈게임즈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