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과연 모바일 e스포츠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마이크로 컨트롤에 열광하는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 터치 기반의 조작체계로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사실 회의감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제아무리 애플 아이폰6 공개 행사장에서 레퍼런스로 소개되고 미디어를 통해 대회를 송출한다고 해도, 모바일 e스포츠에 도전했다가 사라진 게임을 숱하게 봐왔던 터라 더욱 그랬다.

2015년 상금 총액 4억 2,500만 원. 평균 플레이 시간 80분. 직접 즐기는 것 이외에도 스트리밍을 통해 게임을 '관람'하는 인원의 비율 20% 돌파. 놀랍게도 '베인글로리'는 e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시청 편의를 위해 별도 개발한 3D 시점의 방송용 옵저버 모드를 비롯해 방송을 위해 4K까지 표현이 가능한 모드도 추가했다. 챔피언쉽 시청자 수는 최대 3천 2백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베인글로리'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슈퍼이블메가코프의 크리스티안 세거스트라일은 게임 출시 이후 게임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e스포츠화를 위해 어떤 점을 고려했는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그간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공개했다.

▲ 슈퍼이블메가코프 크리스티안 세거스트라일 (Kristian segerstrale) 상임이사


터치 기반 e스포츠의 성장



슈퍼메가이블코프는 '락스타게임즈', '라이엇게임즈', 슈퍼셀', '플레이피쉬', '루카스아츠', '블리자드', '인섬니악' 출신의 인력이 모여 만든 회사다. 그들은 코어 게이머를 위한 터치 스크린 기반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콘솔 퀄리티의 엔진 'E.V.I.L'엔진을 개발했다. 4,100만 달러 (한화 약 489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받아 50명의 전임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베인글로리'다.

'베인글로리'는 3명이 한 팀을 이뤄 미니언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레인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정글 내 갖가지 오브젝트를 활용하여 상대방의 베인 크리스탈(Vain Crystal)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세거스트라일은 '베인글로리'를 '모바일 게임'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터치스크린 기반의 게임'이라 표현했다. 완전히 다른 개념이 아니라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트위치에서 모바일 게임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2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15년 하반기 상금으로만 35만 달러(한화 약 4억2천만 원)가 집행됐으며 북미, 유럽,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2,000개 이상의 팀이 활동하고 있다. TSM처럼 e스포츠에서 명성 있는 팀들이 '베인글로리' 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터치 e스포츠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는 네이버와 온게임넷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e스포츠의 현주소를 설명한 데 이어 "PC에서 e스포츠가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터치스크린 e스포츠의 성장은 매우 폭발적이다"라며 "사용자 중 20% 이상이 직접 즐기는 것 외에도 온라인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말해 터치 기반 e스포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지금까지 얻은 다섯 가지 교훈



그렇다면 세거스트라일은 '베인글로리'의 e스포츠를 추진 하면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나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제품 관리 측면이다. 터치 기반 디바이스와 스크린 사이즈 그리고 사용자 경험 등을 고려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이다. '베인글로리'는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대신 커뮤니티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마케팅 측면에서의 깨달음이다. 플레이어의 성향과 마케팅 기법에 대해 알게 됐다. 마지막 네 번째는 e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1. 제품관리 측면

- 컨트롤 정확도, 화면 크기

"모바일 기기에서의 조작체계는 통상적으로 제스쳐, 스와이프 등이 디바이스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고 알려졌었다. 하지만 우리는 코어 게이머를 타겟으로 설정했고 사용자 경험에 따라 싱글 터치 방식의 지연이 없는 조작 체계를 만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도 의심이 있었으나 플레이어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확신이 생겼다. 실제로도 '베인글로리'는 꽤 정확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화면 크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처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조작을 작은 화면에서 구현해야만 했다. 공격 범위, 피아 식별, 인지 등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도록 했고 조작도 단순화했다. 물론 다양한 컨트롤은 개인의 스킬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아이폰 6+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확한 조작 체계 덕에 게임을 즐기기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 소요시간

"'베인글로리'의 한 판당 소요시간은 평균 20분 정도다. 통상적인 모바일 게임의 호흡과 비교했을 때 조금 긴 편이다. 지도 상에 오브젝트를 컨트롤하고 상황에 맞춰 전략적 행동을 취하기에 알맞은 시간이다. 처음 입문해 배우기는 쉬운 게임이다. 그러나 잘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빌드업하고 한타를 하는 커다란 흐름에서 합류하고 스킬을 적재적소에 이동을 알맞은 타이밍에 하기는 어렵다. '베인글로리'가 코어 게이머를 타겟으로 기획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PC의 사용자 경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소요 시간이 조금 길다."


- 네트워크 문제

"네트워크 단절 및 최적화 기술은 꽤 어려운 문제다. 안정적인 지연 시간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도 힘든데 고품질의 그래픽을 통신하면서도 PC와 같은 경험을 제공해야만 했다. PC처럼 유선을 사용하면 누워서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생각했던 '언제 어디서나' 경험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2. 커뮤니티 측면

- 진실성

"우리는 전 세계 많은 채널에 커뮤니티 매니저를 두고 최대한 진실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게임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 시선을 끌다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걸 이렇게 너는 어떻게 했어?' 등의 글이 쌓이면서 커뮤니티의 생명력이 생긴다."


- 2차 창작

"플레이어들은 화려하고 멋진 장면, 혹은 재미있는 장면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거나 스트리밍을 하면서 다른 플레이어와 공유한다. 이를 통해 마케팅 파급력이 생긴다. 또한, 2차 창작이 연달아 파생되는데 나는 이 과정이 매우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 개별 베타 프로그램

"고수 등 상위 티어 플레이어들을 초대해 새롭게 선보일 버전을 테스트 하게 한다. 통상 배포 2주 전에 새로 업데이트 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 버그, 밸런스 등을 체크한다. 밸런스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 2주간의 시간 여유가 있기에 그동안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다. 이런 소통을 통해 플레이어가 커뮤니티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게 한다."

▲ 프로팀 TSM


3. 마케팅 측면

- 플레이어는 냉소적이다.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것 그리고 전통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에 굉장히 냉소적인 반응을 처음에 보인다. 멋진 그래픽과 효과로 가득 찬 스크린샷을 보고도 '모바일 게임이니까 돈 장난일 거야'라는 등으로 비꼬기도 한다. 마케팅할 때는 이러한 사항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입소문, 소셜미디어 공유

"'베인글로리'는 거대한 규모의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는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공고히 결속되고 이는 입소문으로 서서히 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인글로리'는 이러한 방법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4. 비즈니스 측면

- e스포츠로의 발전이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 e스포츠의 성공은 마케팅으로 직접 연관되어 있지 않다.

- e스포츠는 제품이 뛰어나고 지지를 받을 때 비로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e스포츠를 위한 팁과 전망




크리스티안 세거스트라일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팁도 함께 전했다.

"TV 프로덕션의 제작, 방송 기법은 공부할 만하다. 보여주는 것, 연출 등을 참고하는 데 이보다 좋은 교보제는 없다. 또한, 와이파이 기술에 대해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와이파이는 흑마법 같은 거다. 엄청나게 유용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요소지만, 단절 등의 문제가 생기면 단 한 순간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안 좋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선으로 연결하면 e스포츠를 보여주기에 문제가 없지만, 그건 터치 기반 e스포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별로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토너먼트 구축 사례도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단순히 경기를 진행하는 것에서 벗어나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한 다른 종목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더욱 박진감 넘치는 대회를 준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포츠를 펼치는 선수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서사가 있고 감동이 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스토리 텔링의 도구로 사용해 좀 더 농밀하고 밀접한 친밀감을 관중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선사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e스포츠의 주류가 터치스크린 기반의 디바이스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근거로 8억 대가 보급되어있는 PC보다 훨씬 더 수요가 많은 터치스크린 디바이스의 보급률을 들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태블릿 PC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고 게이밍 PC보다 더 많은 사람이 소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나는 믿고 있습니다. e스포츠가 PC를 넘어서 모바일이나 태블릿 PC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