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와 드래그만으로 e스포츠를 즐긴다?

'e스포츠'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다수 사람이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2' 등의 PC 게임을 떠올린다. 뛰어난 전략과 더불어 컨트롤이 중요하기에, 모바일 게임 기반의 e스포츠는 주류로 인정받기 어려워 보인다. '하스스톤'과 같이 캐릭터 조작이 아닌 전술을 펼쳐 승리하는 종목은 지금도 있지만, MOBA 장르의 모바일 게임은 e스포츠 시장에서 여전히 크게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와 모바일 게임, 얼핏 보면 상반된 느낌의 두 시장을 하나로 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베인글로리' 대회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장르는 다르지만 '클래시 오브 클랜'도 해외에서는 작게나마 대회를 열고 있다.

▲ SSA 권순범 대표

그리고 SSA의 권순범 대표 역시 모바일 게임 기반의 e스포츠 시장을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 MGF 서울에서도 강연을 펼친 그는 이번 MGF 아시아 2016에서도 'e스포츠 경험(An eSports Experience)'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SSA는 국산 모바일 게임들을 동남아 시장에 현지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온라인, 오프라인 e스포츠 리그들을 대행하는 업무를 이행하고 있는 소규모 기업이다. 2012년 9월에 설립되어 지금은 미국과 동남아에 파트너를 두고 있다.

"이건 작년 LoL 챔피언십 때 사진인데요. 얼핏 보면 락 밴드가 공연하고 있는 콘서트 현장 같기도 하죠. ESPN에서는 작년에 '도타2' 대회를 중계해주기도 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e스포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어요."

▲ 2015년 LoL 챔피언십

▲ ESPN을 통해 '도타2' 대회가 중계됐다.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 관객은 2억 5백만 명을 돌파했으며,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WCS2015 파이널과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관전한 사람은 약 2,700만 명에 달하며, 이는 NBA나 MLB을 본 사람들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치이다. 현재 '2017년까지 e스포츠는 NFL(미국 미식축구 리그)만큼 대중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안정적으로 기반이 마련된 PC 게임 종목의 e스포츠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 우선 게임의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스타크래프트1'이다. 1998년에 출시돼 약 19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게임을 하는 유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특정 게임이 대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많은 인기를 얻게 되면, 그 게임이 하나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다. 전 세계에 MOBA 장르 게임은 아주 많지만, LoL이나 도타2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일종의 '브랜드화(化)'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스폰서십이나 상품 판매 등 또 다른 비즈니스로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PC 게임 종목의 e스포츠 시장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e스포츠 대회를 위한 게임은 어떤 성격을 띠어야 할까?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e스포츠 대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

또한, 게임의 시각적인 부분이 게임의 상태를 잘 나타내주어야 한다. 그래픽 퀄리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경기를 관전할 때, 어떤 스킬이 발동했고 누가 이기고/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 내 인터페이스나 이펙트 등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너무 많은 이펙트가 도입되면 사람들이 경기를 관전하기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전략과 컨트롤 수준에 따라 플레이어 간의 실력 차가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프로 선수가 뛰어난 전략을 펼치면서 최고의 컨트롤을 선보였다. 그런데 게임의 다른 요소 때문에 승리가 아닌 패배를 거둔다면?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들이 축적되면 대중적인 e스포츠 종목이 될 수 없다.

권순범 대표는 모바일 게임을 토대로 e스포츠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4가지 부분(적은 터치 컨트롤, 전략성 강화, 빠른 게임, 네트워크 환경)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은 유저의 컨트롤 실력이에요. PC게임에서는 많은 사람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차별화된 캐릭터 조작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바일은 터치가 전부에요. 그래서 모바일 게임은 e스포츠화하기 어렵다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는 사실이 아니에요. 모바일 게임으로도 충분히 큰 e스포츠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터치 컨트롤 요소가 적어야 해요. 그리고 '하스스톤'과 같이 전략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종목이 효과적입니다. 게임 한 판이 너무 질질 끌지 않도록 플레이 타임도 조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 도중 연결이 끊겨 게임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해야 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필리핀에서 열린 '클래시 오브 클랜'의 대회를 사례로 들었다. 대회 구조는 단순했다. 전 세계 유저를 대상으로 예선을 진행하고, 오프라인으로 본선 및 결승을 진행했다. 플레이어 등록 절차가 간단하며, 모바일 게임 대회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작아 아마추어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모바일 게임 e스포츠 대회의 강점이다.

강연을 마치며 권순범 대표는 PC와 모바일 게임 e스포츠 경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이를 염두에 두고 e스포츠 시장을 형성해가야 함을 강조했다.


"PC 게임은 경쟁을 통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많은 이들이 대회에 나가기보다는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데요. 다른 게이머의 플레이를 시청하는 것에서도 직접 플레이하는 것 못지않은 재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게임사들은 자사의 타이틀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전시키죠."

"모바일 게임은 PC와는 반대로 혼자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남의 게임을 시청하기보다는 많은 게이머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경기에 직접 참여하는 즐거움이 더욱 크고요. 게임사는 그들의 이러한 경기를 일종의 '판매 프로모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