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임이란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게임'을 말할 때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그래픽이나 꼼꼼한 디테일, 정교한 밸런스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재벌 3세'가 실제론 보기 힘든 것처럼, 이러한 요소를 전부 충족하는 '완벽한 게임'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바일 인디게임 '거지 키우기'를 개발한 마나바바의 이동수 디렉터는 강연을 통해 이러한 '좋은 게임'의 조건을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디 개발자와 인디게임 개발을 꿈꾸는 유저들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그로부터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그들의 실전 노하우를 들어봤다.

▲ 마나바바 이동수 프로젝트 디렉터

출근길 지하철에서 '거지 키우기'에 열중하는 여성을 보고 강연을 계획했다는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거지 키우기'가 처음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맨 처음 마나바바의 문정훈 대표로부터 '미스터 마인'과 '탭 타이탄'등의 클리커 게임에 대해 듣게 됐고, 총 쏘고 싸우고 부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단순한 게임'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그는 '거지가 쉽게 돈을 벌어가는 게임이 있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러한 발상을 그저 묵혀두는 것이 아닌, 실제 작업으로 연결한 결과물이 바로 '거지 키우기'라고 말했다.

▲ 식사 중에 떠오른 단순한 발상은 100만 다운로드는 물론,
각종 앱 스토어 상위권 등록의 쾌거를 이루었다.

사람들은 '거지 키우기'의 이러한 성공을 보고, 대체 어떠한 방식의 마케팅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마케팅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비용이 투자됐는지 궁금해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간결하다.

"'거지 키우기'는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거지 키우기'의 성공 배경에 거금을 투자한 특별한 마케팅이 아닌, '유저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있었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리뷰가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유저들이 원하는 업데이트를 계속해서 추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직접 게임을 만든다'라는 느낌을 얻은 유저들은 스스로 SNS나 블로그를 통해 '거지 키우기'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지 키우기'의 성공에는 사회적 배경에 따른 운도 한몫했다. 지금 한창 주목되는 이슈인 '흙수저', '88만 원 세대', '헬조선' 등의 키워드와 '거지 키우기'는 접점이 있었고, 주요 언론들은 기사를 통해 '거지 키우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 거지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것. 게임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는 '거지 키우기'의 성공 요인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폭넓은 유저층이 즐길 수 있는 '착한 게임'이라는 점, 둘째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합한 '간편한 조작', 셋째는 튜토리얼이 없어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라는 특성, 마지막으로 넷째는 엉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내용이 담긴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게임의 특징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었고, 완벽을 추구하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유저들과 함께 만드는 게임'을 기획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저들이 불만을 제기했을 때, 해명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반박하지 않고, 설명하려 하기보단 '성의있게 대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이 갖지 못한 퀄리티를 성의 있는 댓글로나마 만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거지 키우기의 서비스 초반에는 '저장' 기능이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게임이란 무엇일까? 그래픽, 리소스, 밸런스, 시나리오가 완벽한 '완전 무결'의 게임을 만들면 좋겠지만, 실제 인디게임 개발자로서 이러한 조건을 전부 충족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거지 키우기'는 남들이 생각하는 '좋다는 기준'들을 전부 반대로 진행했다.

그는 거지 키우기의 '거지 같은' 그림들은 전부 대표님이 마우스로 직접 그렸고, 함수부터 로직, 밸런스는 전부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하며, 시나리오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계속 추가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좋은 게임'은, 완벽한 조건들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닌,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스스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게임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즐기는 것이니 만드는 이가 즐거워야 유저도 즐겁게 즐길 수 있다."라며, "현재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는 물론, 앞으로 인디게임에 도전하는 개발자들도 새롭게 내리는 함박눈을 펑펑 맞을 수 있는, 함께 걸어가는 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