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게이머들 사이에서 말 주제로 쓰이는 단어 중 '4대 명검'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기 점검, 임시 점검, 긴급 점검, 연장 점검의 네 가지 점검을 통틀어 이르는 말. 게이머들에겐 썩 좋지 못한 사실이지만 이를 묶어 희화하다 보니 '4대 명검'이라는 요상한 이름이 붙어 버렸다.

하지만 게임사에는 이 '4대 명검'이 어떤 검보다 치명적이다. 정기 점검이야 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 그렇다 쳐도, 임시 점검이나 긴급 점검이 필요한 때가 오면 개발자들의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전체 비상이 떨어진다. 임시 점검이나 긴급 점검이 필요할 정도면 사달이 나도 보통 사달이 난 게 아니니 말이다.

게임사들이 이러한 비정기 점검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점검 시간 동안 라이브 서버를 닫아야 한다는 것. 동시 접속자 수가 곧 흥망의 가름쇠요, 꾸준한 서비스야말로 온라인 게임의 기본 소양인 마당에, 서버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4대 명검'이라는 관용어구가 단순한 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진짜 심장으로 날아와 꽂히는 치명적인 검이다.

하지만 이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점검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서버를 닫아야 한다는 최악의 단점을 상쇄하는 방법. 바로 '온라인 점검'이다.

'던전앤파이터'의 권준택 PM이 강단에 오른 이유도 이 '온라인 점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NDC2016의 마지막 날 아침. 정점을 찍었던 행사의 열기가 점차 식어갈 때인지라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강연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앉아 있었다.

▲ 던전앤파이터 팀 권준택 PM


'점검'이란?

권준택 PM은 먼저 '점검'과 기존의 '4대 명검'이라 불리는 점검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상기시키며 강연을 시작했다. '점검'이란 개발사에서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를 내리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정기 점검은 서버에 쌓인 데이터를 보존하고, 과부하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점검을 뜻한다. 이 정기 점검은 어떻게 해서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며, 어떤 게임이라도 라이브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정기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동접자 수 감소 등을 피하고자 최소 접속자가 유지되는 평일 새벽 즈음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임시 점검은 서버에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점검으로, 긴급 점검과 비교하면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 이뤄진다. 미리 점검 전 공지를 하고, 예상 시간에 맞춰 점검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문제는 긴급 점검이다.

긴급 점검은 임시 점검이 더 매우 급해진 형태라 할 수 있다. 공지를 내보낼 시간조차도 아까울 정도로 급한 상황. 권준택 PM은 아이템 복사 파동이 터지거나, 서버가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 등 정말 빠르게 점검이 필요한 상황에 긴급 점검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긴급 점검은 1년에 2-3차례 정도만 시행될 뿐,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연장 점검은 앞선 세 종류의 점검이 예상 시간보다 초과할 경우 이어지는 점검이다. 별도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온라인 점검'

앞서 말한 네 가지 점검은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서두에서 말했고, 점검의 정의에서 말했듯, 서버를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점검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즐길 수 없다. 주요 시간대를 피하는 정기 점검은 큰 타격이 없지만, 게임 자체를 못하게 된다는 점은 특정 시간대에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이머 계층에게 매우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게임을 시작하려는 직장인에게 임시 점검이 온다면? 답은 뻔하다.

온라인 점검은 이렇듯 점검의 가장 큰 단점인 '서버 다운'을 방지할 수 있는 점검 방식이다. 하지만 온라인 점검의 강점이 단지 서버 다운을 막을 수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권준택 PM은 온라인 점검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말하기 시작했다.


- '데이터'가 아닌 서버의 문제일 시, 이용자를 임시 서버로 이동시켜 지속적인 플레이가 가능

- 서버 동기화가 필요없는 경우 임시 점검을 대체할 수 있다.

- 임시 점검 대비 이탈률 감소, 잔존율 증가

- 임시 점검 후 필요한 후처리 비용 감소

-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여론 보완 가능

- 온라인 점검 시스템을 기반으로 더욱 개선된 점검 시스템 구축 가능


프로세스


이어 권준택 PM은 본격적인 온라인 점검의 프로세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점검의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서버 점검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여분의 임시 서버를 개설해 기존의 서버와 같은 버전으로 구축해둔다. 이후, 점검이 시작되면 유저를 임시 서버에서 플레이하게 한 후, 점검이 종료된 후 다시 메인 서버로 유저들을 옮기는 식이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생각처럼 쉽지도 않다. 패치가 끝난 서버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재기동이 필요 없어야 하며, 모든 작업이 게이머가 게임을 끄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점검이 끝난 후 클라이언트를 다시 켜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 번 손에서 놓은 게임을 다시 켜는 과정 자체가 귀찮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사라짐으로써 동시 접속자 수는 유지되었고, 잔존율은 높아졌으며, 동시에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또한, 최초 기대했던 효과대로 더욱 개선된 점검 시스템에 대한 R&D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점검'은 확실히 '점검'이라는 행위에 새로운 개념을 부여했다. 게임 중 굳이 게임을 끄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점검의 메타가 시작되었다 볼 수 있다.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불편 사항이 하나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프로세스대로 따라간다면, '온라인 점검'은 필수적으로 여분의 서버(필요한 경우 모든 인원을 수용할 정도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이 충분치 못하는 회사 차원에서는 이 여분의 서버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 점검'이 앞으로 '점검'이라는 필수 요소를 더욱 편리하며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종적으로, 온라인 게임 라이브의 이상적인 모습은 점검 없는 서비스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