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피크네코 ⊙장르: 횡스크롤 RPG ⊙플랫폼: 모바일 ⊙출시: 2016년 4월 28일



시작부터 강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킹덤스토리’에는 새로운 요소가 거의 없다. 소재도 삼국지를 그대로 사용했고 장르 역시 말하자면 입 아픈 모바일 RPG 장르이다. 좋게 말하면 익숙한 매력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양산형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다른 게임에서 많이 사용된 방식이라는 것은 ‘재미’와 ‘매출’ 양면에서 그만큼 검증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킹덤스토리’의 주 무기는 바로 그 익숙함이다.

시스템은 굉장히 친숙하다. 최대 여섯 명의 장수가 한 팀을 이루고, 일반 공격은 자동으로 이뤄지며 게이지가 가득차면 초상화를 눌러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장수를 획득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스테이지 공략 보상, 특정 스테이지를 공략할 때마다 주는 ‘호패’를 모아 장수로 교환, 마지막으로 금화 혹은 캐시 재화를 사용한 뽑기이다.

장수는 최대 7성(맞다. ‘별’이다) 까지 육성 가능하고, 전투에서 얻는 경험치나 다른 장수를 합성해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게임의 방식 자체는 요즘 분위기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삼국지를 다룬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싶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게임을 시작할 때 특별히 복잡할 것도, 새로 익혀야 할 것도 없다. 검색하고, 설치하고, 익숙한 틀 그대로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모바일게임은 하늘의 별 보다도 많다. 당장 어플 마켓에 ‘삼국지’라는 검색어만 쳐도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스크롤을 내려야 할 정도이다. 이렇듯 수없이 많은 경쟁작들 사이에서, 역설적이게도 킹덤스토리는 ‘삼국지’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차별화를 두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성만 살리고 새로운 스토리를 이어간다거나 원작의 이야기 안에 새로운 캐릭터를 넣지 않았다. 게임의 특색에 맞게 세계관을 바꾸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삼국지를 게임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방식은 유효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삼국지 본연의 재미, 난세를 호령한 영웅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획득한 장수로 팀을 꾸려야만 하는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과 이야기 사이의 괴리감은 있지만, ‘적벽대전’과 같이 중요한 이야기는 위나라와 오-촉나라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배려까지 담겨있다.

▲ 영지를 관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홍보팀!


▲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볼 수 있다.


▲ 깨알같은 개그


레고를 모티브로 제작했다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삼국지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는 생각 이상이다.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은 킹덤스토리의 매력 중 하나이다. 캐릭터들이 ‘삼국지’의 그것이기 때문에 모으는 맛도 있다. 실제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애정으로 키우는 장수가 있는 반면 성능은 좋아도 마음이 가지 않아 버려두는 장수 역시 있다.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은 ‘드림팀’을 만드는 재미 역시 출중하다. 이 모든 것이 원작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개발진이 밝힌 게임의 주요 콘텐츠인 ‘천하통일’은 실제로 중국 지도를 놓고 지역을 하나씩 점령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지역을 점령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태수를 임명하고 매 시간마다 조공의 형태로 자원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벌의 이유가 확실하다. 또한 각 지역을 공략할 때마다 나오는 짤막한 이야기들도 입가에 미소를 자아낸다. 정벌을 할 때마다 조금씩 넓어지는 영토를 보는 것은 물질적인 보상과는 다른 뿌듯함을 안겨준다.

자칫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 정복이라는 콘텐츠의 생명을 늘리기 위한 요소도 들어있다. 각 영지는 영원히 정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침략군이 나의 영지를 공격하고, 침략군을 몰아내지 않으면 조공을 얻을 수 없다. 침략군은 나와 동일한 레벨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수동전투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몰아내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여기에서도 플레이어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몇 가지 장치가 돋보인다. 침략군을 몰아내는 전투에는 에너지 개념의 ‘식량’이 불필요하며, 자신의 팀으로 도저히 몰아낼 수 없을 때는 골드를 지불해 돌려보낼 수 있다. 식량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고, 그게 아니면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어 영지 점령에 대한 부담감을 줄였다.

▲ 점령한 지역과 점령해야할 지역


▲ 짤막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팀 구성과 게임 플레이는 전략적인 면이 강조되어있다. 각 장수마다 최대 4개의 각기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이들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맞춰서 조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느냐가 주가 된다. 최전선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맹장’, 후열 혹은 전열에서 자유롭게 딜링과 탱킹을 할 수 있는 ‘용장’, 후방에서 각종 스킬로 아군을 지원하는 ‘책사’와 ‘명궁’, 마지막으로 강력한 버프 스킬을 가진 ‘군주’로 나뉘는 클래스는 조합 구성 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요소이다. 또한, 원작을 살린 만큼 한, 위, 촉, 오나라의 장수들로 팀을 이룰 때 받을 수 있는 보너스 능력치 역시 상당한 수준이고 이밖에도 원작에서 깊은 인연을 가진 캐릭터들 간의 상관관계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캐릭터 별로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패시브, 혹은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스킬이다. 바로 이 자동 발동 스킬이 조합을 짤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부 스킬은 특정 상황에서만 발동되기 때문에 일부러 그 상황을 만들어 전투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팀 보너스와 캐릭터 간 시너지를 모두 고려하다보면 머리가 아프지만, 실제 전투에서 계산이 딱 들어맞았을 때의 쾌감은 그것을 능가한다.

자동전투가 굉장히 잘 구성되어있지만 상대가 사용하는 스킬을 나의 스킬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상황에서는 수동 전투가 좋다. 또한 각 장수별로 스킬 효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전략적인 팀 구성과 스킬 사용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 총 다섯 개의 클래스가 있다.


▲ 팀 보너스도 수준급. 깨알 드립은 덤.


▲ 같은 나라의 장수들로 팀을 꾸리면 추가 능력치를 받는다.


▲ 스킬 사용은 전략적으로!


다만, 이 이상으로 매력적일 수 있었던 전략적인 부분은 동 장르의 모바일게임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문제인 ‘캐릭터 습득’의 벽에 부딪혀 다소 힘을 잃는다. 머릿속으로는 다양한 캐릭터 조합과 스킬 연계가 그려지지만 막상 내 보관함에 있는 장수로는 그 중 어떤 것도 사용할 수 없다. 그마저도 고등급 캐릭터의 성능이 월등하게 좋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등급이 가장 높은 캐릭터를 기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시작부터 모든 캐릭터를 다 가진다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뽑기 외에는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계산적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운을 시험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모순되게 느껴진다. 차라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한 플레이로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삼국지를 강조한 게임임에도 관우나 제갈량 등 주요 장수들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은 원작의 팬들에게 큰 감점요인이다. “3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추가하겠다.”는 말을 들어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콘텐츠 소비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꼭 장수로 제한을 걸었어야 했나 하는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는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중요한 모바일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제한적이라는 것은 굉장한 불안요소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는 분명 많지만, 그 중 주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수는 의외로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개발진에서는 “삼국지의 장수들을 모두 소개한 이후에는 한국의 유명 무장이나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삼국지의 매력을 잘 살린 것이 특징인 킹덤스토리에서 타국의 무장이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이 부분은 킹덤스토리 뿐 아니라 모든 역사 기반 게임이 가져가야할 숙제이다.

▲ 아직 잠긴 캐릭터가 많다.


▲ 누워서 발로 받치고 쏜다. 나름 고증(?)이 된 자세


출시된지 이제 열흘 정도 된 게임을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킹덤스토리는 확실히 매력적인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삼국지의 요소를 잘 살리면서도 게임의 특색을 살리는 캐릭터 디자인과 대사,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 고증을 거친 각종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까지는 난이도가 조금 있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에 대해서는 개발진에서도 꾸준히 조절해나갈 것을 밝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출시되는 신작의 숫자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개중에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독창적인 방식의 게임도 있었고, 이미 검증된 장르를 다듬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게임도 있었다. 최근 들어 그 숫자가 너무 많아졌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상만 놓고 보자면 유저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가리지 않고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킹덤스토리는 전적으로 후자의 게임이다. 이미 다수의 작품을 통해 검증된 모바일RPG라는 장르에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혔다. 새롭기 때문에 언제나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익숙한 게임이라 해서 언제나 재미없는 게임은 아니다. 새로운 것은 생소하고 익숙한 것은 지루하다. 그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익숙함’이라는 무기로 무장한 킹덤스토리가 더욱 돋보인다. “어차피 모바일RPG는 별과 뽑기가 난무하는 사행성 게임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삼국지를 좋아하고, 귀여운 그래픽을 좋아한다면 ‘별과 뽑기가 난무하는 모바일RPG’인 것을 감안하고도 한 번쯤은 플레이해볼만한 게임이다.

▲ 삼국지의 매력에 적절한 개그코드. 쉽게 즐기기 좋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