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취향이란 참으로 다양하지만, 그만큼 대세에 따라 대중적인 인기가 갈리기 마련이다. 소재와 콘텐츠들도 그렇다. 일본 만화풍의 학원 배틀물들은 언제나 인기가 넘치고, 모든 종류의 서브 컬처가 모에화를 거쳐 미소녀물로 바뀌어 버린다.

그런 면에서 기자는 조금 슬프다. 기자는 하트 넘치고 2D 미소녀들이 나오는 기만 넘치는 콘텐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기자가 좋아하는 건 그런 것들이다. 거대한 총과 전기톱으로 무장한 땀내나는 마커스 피닉스나, 인정 사정없이 총과 대포로 밀어붙이는 터프한 전차장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영화 '퓨리' 같이, 화끈하고 터프한 멋쟁이들.

그런 밀리터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네이비필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밀리터리 게임은 전세계를 섭렵한 전차전 게임 '월드 오브 탱크'에게 모티브를 줬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임펙트를 준 게임이다. 그리고 그 '네이비필드'를 만들었던 이들은 또다른 회사 엔토스 게임즈를 설립, 이번에는 모바일로 옮겨 새로운 밀리터리 게임인 '월드 오브 커맨더'를 개발, 출시했다.

해전보다 더욱 커진 스케일을 지향하는 2차 세계대전 기반의 전략 게임, 밀리터리 팬이라면 혹하는 이야기다. 때문에 안양에 위치한 개발사 엔토스 게임즈를 방문, 올 여름 출시를 앞둔 '월드 오브 커맨더'에 대해 문답을 나누어 봤다.

▲ 엔토스 게임즈 정승호 대표





Q. 먼저 개발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엔토스 게임즈는 어떤 개발사인가요?

A. '네이비필드, '진주만', '네이비필드2' 등 밀리터리 게임을 개발 해왔던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결성한 개발사 엔토스 게임즈 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주축 개발자들이 모두 10년 이상 밀리터리 게임을 만들어 왔고, 저는 에스디엔터넷에서 '네이비필드' 시리즈의 개발 총괄을 맡았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시 기획팀장, 리드프로그래머 등의 직책을 맡고 있던 분들입니다. 다같이 밀리터리 외길을 걸어온 분들이죠.




Q. 개발에 투입한 인원과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A. 현재 개발팀에 13명, 서비스 인력이 1명 있고, 2년 조금 넘게 개발해 왔습니다.


Q. 사실 그 긴 시간 동안 밀리터리 게임만 3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것들이 생각날 법도 한데, 계속해서 밀리터리 게임을 만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A. 양면이 있는 이야기지만, 전쟁이란 인간 내면에 있는 전투적인 면을 끝까지 발현하게 하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평상시에는 경계해야 하고 전쟁이란 비극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게임이나 문화 콘텐츠의 소재로서 그런 면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도 많은 이들이 프라모델이나 서바이벌 같은걸 하면서 계속해서 밀리터리에 관심과 어떤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인류사에 다시 있어서는 안되는 비극이지만, 2차 세계대전은 그만큼 지금까지 있었던 것 중 가장 거대한 무력과 무력이 부딪혔던 전쟁이었고, 가장 거대하고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는 재래전으로서, 소재로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게임으로서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고, 계속해서 이를 소재로 삼아 게임을 만들어도 질리지 않아요. 전쟁이란 결국 압도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고, 그런 힘이 나쁘게 쓰인다면 매우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만, 반대로 누군가가 침략해올 때 이를 격퇴할 수도 있는 힘이기도 하죠. 매력적이지 않나요?




Q. '월드 오브 커맨더'의 구상과 이 게임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2차 세계대전은 현대의 재래전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각자 막대한 국력을 가진 국가들이 어떻게든 서로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효율적으로 전쟁을 치르기 위해 온갖 종류의 신병기와 새로운 전략들을 개발해내고 총력전으로 그야말로 처절하게 싸우던 시기입니다. 그만큼 인류사에서 가장 비극적이었고, 또 가장 스케일이 컸던 '가위바위보' 같은 느낌이랄까요?

전쟁의 기본은 보병인데, 그런 보병들을 상대하고자 기관총이 만들어졌고, 기관총을 방어하며 진군하고자 전차가, 그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보다 본격적인 대전차 수단을 가진 전차가 나왔죠. 그리고 그런 전차를 상대하고자 각종 대전차 무기들, 공격기 등이 개발됐습니다. 이처럼 각종 병기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쏟아져 나온 시기였습니다. 비행기가 전쟁에 데뷔한 1차 세계대전에 이어 공군이라는 개념이 확립된 전쟁이기도 하고. 그만큼 굉장히 복합적이고 광대한, 여러가지가 얽혀있는 전쟁인데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이를 풀어낸 게임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쟁에서는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으며, 각자 가진 자원 내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투를 벌여 이기고자 하는 모습들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있던 병종들이 모두 나와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상성과 조합을 이루고, 밸런스가 맞아들어가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죠. 그래서 총 500종의 병기와 20종의 세부 병종이 등장하는 겁니다.

더불어서 한가지 더, 이번 게임에서는 특별 팩션으로 대한 광복군이 등장하는데, 과거 '네이비필드' 등의 게임도 2차 세계대전 해전의 매력에 빠져서 만들었던 게임이지만, 당시 아쉬웠던게 그 안에 우리, 당시의 조선의 역할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약소국들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었던 해전이 아니라, 광복군이나 다른 소규모 국가의 군대들도 활약한 것을 보이고자 전체적인 스케일을 키우고, 더 다양한 전투와 전쟁의 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월드 오브 커맨더'는 기본적으로 어떤 식으로 게임이 이루어지나요?

A. 우선 게임 상에 세계 60개국 이상의 군대와 그 안에 500종 이상의 유닛이 등장하고, 또 그 유닛들은 20여종의 세부 병과로 나뉘게 됩니다. 각 유닛마다 상성과 조합을 가지고 있고, 주둔지를 차려서 보급품을 받고, 유닛을 생산해서 자신의 부대를 꾸리고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죠.

실제 2차 세계대전에서 벌어진 유명 전투들이 주요 시나리오로 등장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독일의 폴란드 침공부터 독일 3제국이 멸망하게 된 베를린 전투까지 모든 시나리오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또 각 시나리오마다 추국군과 연합군의 양 진영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병종을 가지고 전투를 펼치게 되는데, 사실 게임이라는 특성상 자신이 좋아하는 병기들을 모두 모아서 함께 써보고 싶기 마련이죠. 그래서 딱히 각 병기들마다 엄격한 사용 제한이 걸려있지는 않습니다. 모든 원하는 무기와 병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다만 같은 국가의 병기들로 조합을 짜면 별도의 시너지를 부여하는 등의 보너스를 두었습니다.

PVP는 상대의 주둔지를 습격하고, 자원을 빼앗고 지도상에 놓여있는 서로의 점령지를 차지하고 지켜내는 땅따먹기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대단위 동맹전으로 확대되면 아예 유저들 간에 동맹을 맺어서 실제 세계지도를 두고 더욱 큰 스케일의 점령전을 벌이게 됩니다.




Q. 사실 이런 밀리터리 게임에서 숙명적으로 겪는 갈등이 바로 고증을 지키는 선, 그로 인한 밸런스 등의 문제인데, 어떻게 조율해 나가셨는지요?

A. 사실 저희는 고증을 선택한 쪽입니다. 현실의 고증 만큼 적절한 밸런스는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 전쟁에서도 서로 간에 병기들이 경쟁하고, 우위를 갖고자 계속해서 상성 싸움을 벌이면서도 더 발전한 병기, 새로운 병기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해왔었죠. 그것들이 다 합쳐지면 하나의 훌륭한 밸런스가 완성 됩니다. 독일의 경우도 전차나 기계화 부대 등 육군의 질은 우수했고 강력했지만, 해군과 공군은 굉장히 취약했었죠. 이런식으로 각 국가별로 장단점이 있고, 이것들이 각각의 밸런스를 맞추는 키가 됩니다.

밸런스는 필수적인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티거 전차와 셔먼 전차를 동일 선상에 놓고 싸우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단순히 각 병기 간의 1대1 밸런스가 아니라, 이런식으로 전체 군대의 구성과 조합을 놓고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각각의 유닛이 담당하는 상성과 조합의 영역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죠. 실제 전쟁에서 보여줬던 전과와 영향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Q. 출시 이후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앞서 말씀드린 시나리오 중에서 오픈 때 들어가는 건 '블리츠크리그' 캠페인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여는 장으로,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베네룩스 3국을 통해 프랑스를 침공하는 내용까지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캠페인이 덩게르크 철수부터 배틀 오브 브리튼 까지, 그 다음 캠페인은 바르바로사 작전이 될 것이구요. 이런식으로 캠페인 단위로 2차 세계대전의 전환국면들이 공개될 겁니다. 총 10~12개의 캠페인이 준비되어 있어요. 각 캠페인은 30개 가량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스테이지마다 3개의 난이도로 나뉘고, 또 추축군과 연합군을 선택해 플레이 하게 됩니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아무래도 실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보니 결말이 정해져있는 만큼 이 콘텐츠 만으로는 결국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각종 이벤트 시나리오들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좀더 자유롭게, 실제 역사에서 여러가지를 비틀어보는 방식이 될 겁니다. '만약 광복군이 국내에 진주했다면 어땠을까?' 같은 If 시나리오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보다 재미있고 자유롭게 구상하는 콘텐츠가 될 겁니다/

요일 전투도 도입하는데, 매일매일 각각 주력 병종과 전투가 바뀝니다. 전차전, 보병전, 공중전 등의 중요도가 달라지고, 그에 맞춰서 전투를 해야 됩니다. 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업데이트 콘텐츠는 동맹전의 확장인데요. 글로벌 규모로 각각 국가의 서버 간 벌이는 동맹 전투를 생각하고 있어요. 각 국가를 대표로 하는 동맹들이 점령전을 펼치는거죠. 정말 치열하고 큰 스케일의 콘텐츠가 될 겁니다.

신병기들도 같이 업데이트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500종의 유닛이 처음부터 모두 등장하지는 않아요. 2차 세계대전의 시작부터 모든 병기가 있지 않았듯이, 월 단위로 업데이트 해 나가면서 병기를 추가할 겁니다.




Q. 밀리터리 팬들 중에서 간혹 극우 같은 빠져서는 안될 길에 빠져드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게임 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을텐데요.

A. 우선 글로벌 유저 간에 채팅은 불가능하게 할 예정입니다(웃음). 철저히 실력만으로 겨뤄야 해요. 게임 플레이 외에 다른 부분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접점은 최소화 했죠. 그 외에 공식 커뮤니티 등에서 이루어지는 소통도 상식적인 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유지하도록 할 겁니다. 게임 상에서는 악용의 소지를 많이 막아두고 있어서 어떤 플레이도 허용 됩니다. 철저히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거죠.




Q. 글로벌 서비스는 주로 어느나라에, 언제쯤 서비스할 계획인가요?

A. 사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 게임은 결코 한국만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에요. 비록 일제의 탄압을 받아왔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는 비교적 변방의 위치에 있었죠. 우리가 일본에 대항해 어려운 투쟁을 하던 그 시기에 다른 나라들 중에는 이 전쟁을 직접 겪었고 치열한 전쟁을 벌인 곳이 많습니다. 때문에 그런 전쟁의 주역이었던, 전쟁을 기억하는 나라들을 주시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소감 부탁드립니다.

A. 마치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밀리터리라는 콘텐츠에 큰 방점 하나를 찍는 느낌이에요. 어렸을 때 시험 끝나면 모형가게 가서 프라모델 사고, 각종 병기들의 제원들을 달달 외우고 그랬던 기억들이 있죠. 어른들은 너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하는 소리도 하시고요(웃음).

저처럼 어렸을 때부터 프라모델도 만들고, 밀리터리에 조금이라도 흥미와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재미있을 만한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매니아 분들이 찾아내서 즐길만한 소소한 것들도 많이 있어요. 작은 개발사에서 자체 서비스를 통해 내놓는 게임이다보니 걱정도 많고 긴장도 많이 되지만, 그만큼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빠르게 달리는 게임이 되고자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