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바보 같다고 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도전한 건 아니었습니다. 유료에다가 끝이 있는 싱글 게임이지만 즐겨주는 누군가는 있을 거란 믿음이었습니다.

그 믿음에 유저들이 화답했습니다. 전혀 예상외의 성과로 말이죠. 키위웍스의 장수영 대표가 개발한 '마녀의 샘'은 구글 스토어, iOS 앱 스토어, 원 스토어 합계 7만5천 다운로드 돌파하며, 안 될 거란 편견을 정면에서 부쉈습니다.

장수영 대표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대성공. 그 성공을 발판으로 그는 빠르게 후속작을 준비했습니다. '마녀의 샘'이 성공에 대한 가능성을 증명한 만큼, 이번에는 전보다 더욱 발전한 게임을 목표로 했는데요. 그렇게 1년간의 기다림 끝에 지난 28일, 후속작인 '마녀의 샘2'가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마녀의 샘2'는 출시 5일 만에 구글 유료 매출 순위 2위, 일주일 만에 iOS 유료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 번 그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유료에다가 싱글 플레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단 걸 보여준 키위웍스의 장수영 대표. 그가 이런 게임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키위웍스를 직접 방문해서 물어봤습니다.

▲ 키위웍스 장수영 대표



■ 첫 작품 마녀의 샘, "성공하리란 기대도 없었는데, 유저분들 덕분입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녀의 샘' 때부터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에 앞서 키위웍스와 대표님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1인 개발사 키위웍스의 대표 장수영입니다. 20대 초반에는 '룸즈'를 개발하면서 메인 아티스트로 참여했고요. 이후에는 잠시 영상 관련 일을 해오다가 2013년에 다시 게임 개발로 발길을 돌려 키위웍스를 창업했습니다. 회사를 창업한 지는 2년이 됐고, 지금까지 총 3개의 게임을 런칭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마녀의 샘'이 있네요.

사명인 키위웍스(Kiwi Walks)는 키위새가 멸종 위기에 처한 흔치 않은 새라는 것에서 저 역시 국내에서는 멸종 위기인 싱글 RPG 게임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사명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키위새의 어딘지 모르게 귀엽고 신선한 느낌을 게임에서도 표출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Q. 굳이 1인 개발자를 목표로 한 이유가 있었나요?

사실 다른 1인 개발자분들과 비슷할 겁니다. 자본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안 되고, 직원을 고용하기에 앞서 우선은 제가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 1인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힘들진 않던가요? 많은 1인 개발자들이 혼자서 하니 외롭다는 말들도 하던데요.

저라고 안 힘들리 있나요. 혼자라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는 부분에서도 꽤 고생했습니다. 물론 팀 작업도 해본 경험으로 볼 때 일장일단이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제일 힘든 건 노동량이랄까요. 아트랑 프로그램은 맡기고 저는 기획이랑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전부 해야 하니 너무 힘듭니다. 물론, 외롭기도 하고요.


Q. 지금의 키위워스를 있게 한 게임 '마녀의 샘'은 어떤 게임이죠?

싱글 스토리가 있는 RPG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RPG 게임이 모험을 떠나면서 성장하는 데에 반해서 '마녀의 샘'의 주인공은 숨어 사는 마녀인 만큼, 은신처를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마법을 합성하거나 생존을 위해 아이템을 만들고 수련을 하는 등의 육성 요소를 도입해서 다른 RPG 게임과는 차별성을 뒀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마녀의 샘2'도 기본 콘셉트는 같습니다. 대신 1편에 있던 100일 제한 시스템이 사라졌는데요. 게임에서 100일의 제한이 있어서 이 기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요소가 있어서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빡빡하다며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100일 제한을 없는 대신에 여러 이벤트에 따라서 엔딩이 달라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Q. 궁금했던 게 모바일 게임을 싱글에다가 유료로 만든 이유가 있나요?

저도 처음에는 인앱 결제 요소가 있는 카카오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캐치플레이 for Kakao'라는 게임이었는데요. 많은 회사가 도전한 것처럼 저 역시 실패했습니다. 그때 느낀 게 회사로서는 인앱 결제가 있는 게임이 수익 측면에서는 분명 좋을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역시 게임이 재밌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싱글 RPG를 만드는 데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제가 게임 업계에 들어와서 싱글 RPG를 만든 적은 없었지만, 예전부터 'RPG 만들기(일본명 RPG 쯔꾸르)'를 통해 게임을 만든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의 경험을 살려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Q. 게임을 출시한다고 해도 제일 중요한 건 결과죠. '마녀의 샘'의 결과는 어땠나요?

구글, iOS, 원스토어 등 모든 스토어를 합해서 약 7만5천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사실 개발하고 출시하면서도 싱글 RPG 게임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유저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게임이 전략적으로 성공을 목표한 게 아니다보니 지금도 계속 그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성공을 예상치 못했던 만큼, 다음작을 위한 발판이 될 작품으로 낸 게임이었거든요. 세부적으로 보자면 구글 스토어에서 약 60% 정도 되고, 원스토어가 30% 정도의 다운로드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iOS의 경우 금방 유료 매출 1위를 찍었는데 인기가 금방 사그라져서 최종적으로는 한 5천 다운로드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Q. 최신작인 '마녀의 샘2'는 어떤가요?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었을 것 같은데요.

iOS에서 유료 매출 1위, 구글 스토어에서는 최고 2위까지 달성했습니다. 순위 자체는 전작보다는 덜 나오지만, 오히려 전작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어서 그런지 다운로드 기록은 더 좋습니다.

아, 한가지 알려드릴 게 있다면 '마녀의 샘2'는 아직 원스토어에는 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ARM이라고 해서 원스토어 자체 보안 모듈이 있는데, 검수팀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좀 늦게 알려주셔서 그동안 업데이트가 많이 차이가 나게 됐습니다. 원스토어에도 출시를 하려면 최신 버전에 맞춰야 하는데 최근에 바쁘다 보니 아쉽지만 출시 보류 중입니다. 그래도 '마녀의 샘'에서 매출이 꽤 나온 만큼, 언젠가는 업데이트 해야죠.



Q. 바쁘다고 하셨는데 차기작을 준비 중인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최근에 행사들이 좀 있습니다. 7월 말에는 구글 플레이 타운이라고 해서 동대문에 구글 플레이 오락실을 만든다고 해서 출품할 APK와 홍보자료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9월에 개최되는 도쿄 게임쇼에 맞춰서 시연하기 위해 게임의 번역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 같네요.


Q. 해외에도 출시했던데, 결과는 어떻던가요?

'마녀의 샘'의 경우 일본어, 영어 번역으로 출시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냥 관련 게임 커뮤니티에 글 하나씩 올린 게 전부였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은 커뮤니티가 폐쇄성이 짙어서 가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고 번역 의뢰를 하느라고 손해도 봤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녀의 샘2'를 해외 출시하기에 앞서 번역하는 데 필요한 게 뭔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었으니까요.



■ "목표요? 게임 IP를 강화해 마녀의 샘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Q. '마녀의 샘2'의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마녀의 샘2'는 8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중 2개월 정도 전작에서 부족했던 시스템을 보강하고 연구하는 기간을 가졌습니다. 본격적으로는 2016년 1월부터 제작에 들어갔고, 3월부터 원화가를 채용해서 퀄리티를 더 높였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전보다 제작 기간 훨씬 빡빡해졌습니다. 실제로 콘텐츠 역시 더 많아졌고요. 덕분에 빠듯하게 개발했습니다.


Q. '마녀의 샘2'에 대해 찾다 보니 크라우드 펀딩을 했던 걸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100만 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의아했는데요. 이렇게 적은 금액을 목표한 이유가 있나요?

아시겠지만 제가 게임 창조 오디션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의 중간 과정에 크라우드 펀딩을 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정해준 액수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근데 저도 사실 100만 원은 너무 적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100만 원 정도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거 화보집도 만들고 해서 정성을 들이고 싶으니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싶다고 하니까 이미 계약이 그렇게 됐다고 해서 100만 원을 목표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 후원자에게 주어지는 루나 쿠션 3종, 설정집은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총 743만5천 원으로 목표액을 초과해서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전 적자를 봤습니다. 제가 제 게임의 설정집같은 걸 꼭 남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좀 무리하다 보니 모금액을 초과해서 200만 원 정도가 더 들었습니다. 근데 후회는 없습니다. 설정집도 멋지게 나왔고, 광고 효과도 됐으니까요.


Q. '마녀의 샘'의 경우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서 호평이었는데 '마녀의 샘2'도 준비 중인 업데이트가 있나요?

예, 준비 중인 게 있습니다. '마녀의 샘'의 경우 게임을 클리어하고 이어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는데요. 엔딩 이후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고 할 수 있었습니다. '마녀의 샘2'에도 이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물론 다른 추가 콘텐츠들도 함께 말이죠. 8월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Q. 공식 카페를 보니 최근에 불법 APK 유포에 강력히 대응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얘기 좀 부탁합니다.

'마녀의 샘'을 개발할 때 체계적인 계획을 만든 게임이 아니었다 보니 보안이 허술했습니다. 중고등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크랙할 수 있을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유포자를 찾아서 고소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카페에도 올렸지만, 결국 잡긴 했는데 그 과정상 화가 나는 일도 좀 있었습니다.



Q. 화가 나는 일이라고 하시면 유포자에 대한 건가요?

유포자에 대한 것도 있었죠. 불법 유포를 하면서 자신을 마치 자유의 투사마냥 말하는 것도 그랬지만 수사를 하는 경찰 분의 태도도 그랬습니다. 제가 갔던 경찰서의 그 경찰분이 유독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고소하러 가니까 시큰둥하게 반응을 하시더라고요. 소설 불법 유포는 잡았는데, 게임은 그래 본 적이 없다면서 이게 고소가 되는 건가 하면서 멀뚱멀뚱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프로그램 법상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서 설명을 하니까 그제야 알아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면서 하는 말이 증거가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APK와 제 게임의 해시 키가 같다느니, 사업자 등록이 이렇다 하면서 제가 제 게임이란 걸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는 태도를 비치셔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당연한 법적 권리인데 그것마저도 누리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 "내 게임인데, 내 게임이냐는 증거가 어딨냐고 하시더라고요..."


Q. 1편을 출시하고 '마녀의 샘2'의 경우 굉장히 빨리 나왔는데, 언제쯤 구상에 들어가게 된 건가요?

'마녀의 샘'이 1위를 찍었을 때 2편도 개발해야 겠구나, 만들어도 괜찮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막연한 구상이었던 것이 1위를 하니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부업으로 애니메이션 관련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거든요. 그때 애니메이션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 '마녀의 샘'이 1위를 달성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개발이 내 천직이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의외였습니다. 저도 제 게임이 성공할 거로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Q. 그렇다면 '마녀의 샘2'의 목표는 뭔가요. 전작이 7만5천 다운로드를 돌파한 만큼, 더 클 것 같은데요.

수익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이미 제가 목표한 걸 넘어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인디 개발자가 갖기엔 분수에 넘칠 만큼 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익적인 목표보다는 '마녀의 샘'이라는 IP가 더욱 강해졌으면 싶습니다. 현재로써는 '마녀의 샘2'도 성공을 해서 시리즈를 이어서 계속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Q. 시리즈를 잇고 싶다는 건 벌써 '마녀의 샘3'를 준비 중인 건가요?

아이디어 노트에는 되게 많이 적어놨습니다. 3편은 새로운 주인공으로 이렇게 할까, 아니면 2편처럼 같은 시간대의 다른 주인공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아예 새로운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녀의 샘2'의 경우 시스템은 달라졌지만 같은 시간대의 다른 주인공이다 보니 기존 유저들에게 있어선 신선함을 어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3편을 개발하진 않을 겁니다. '마녀의 샘2'를 개발하면서 6개월 동안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매일 2~3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개발을 해왔거든요. 그래서 다음작은 좀 더 가벼운 게임을 개발하고 이후에 '마녀의 샘3'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Q. 너무 무리하면서 개발한 건 아닌가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처럼 계속 즐기는 게임이 아닌 스토리가 위주인 게임이다 보니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저들에게 잊히는 건 당연했으니까요. 공식 카페만 해도 12월까지는 성행했는데 1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습니다. 그래서 좀 강행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Q. 아까 크라우드 펀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시 펀딩을 할 예정은 없나요?

당장에는 계획에 없습니다. 펀딩의 목적이 개발비를 벌기 위한 건데 개발비는 지금 충분하거든요. 그리고 '마녀의 샘2' 펀딩한 것도 개발비가 부족해서 한 게 아니라 유저들에게 홍보를 겸해서 좀 더 게임에 정성을 들이고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더 컸으니까요. 차라리 여유가 된다면 펀딩이 아니라 캐릭터 설정집같은 걸 따로 출시할까 생각 중입니다.


Q. 끝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꾸준히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녀의 샘2'는 1편에서 안주하지 않고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도전한 작품이었습니다. 좋게 봐주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쉬워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건 제가 인디 개발자인 만큼 여러 가지 도전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거니 그 열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셨으면 하고요. 다른 건 몰라도 대형 양산형 게임과는 다른,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게임들을 개발할 테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