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CBT가 마무리된 것이 얼마 전이다. 작년 지스타를 기점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하이퍼유니버스. 이제 오픈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치른 최종 시험이 마무리된 것이다.

파이널 CBT전, 씨웨이브 소프트의 신용 PD, 김범 AD와 만나는 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넘고 싶은 벽이 '편견'이에요. 2D 액션과 AOS의 만남 자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인터뷰] 유일한 벽은 '편견', 하이퍼유니버스를 만드는 '용'과 '범'을 만나다

확실히 걱정할만한 일이기는 했다. 쿼터뷰 방식의 AOS 게임에 익숙한 국내 정서에 다소 마이너하면서도 캐주얼해 보이는 2D 액션을 가미한 AOS를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장르의 벽은 아무리 걸출한 개발자나 아티스트가 붙는다고 해도 쳐낼 수 없는 허들과 같으니 말이다. 어쨌든 CBT는 마무리되었고, 그들은 성적표를 받았다. 단순히 지표가 적힌 성적표가 아닌, 오픈 전까지 그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다시 찾은 씨웨이브소프트. 여전히 밝은 인상의 신용 PD와 함께 하이퍼유니버스의 사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박수용 사업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연습 없이 실전만을 남겨둔 하이퍼유니버스. 지난 CBT 이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

▲ 박수용 사업팀장(좌)과 신용 PD(우)




Q. 파이널 CBT 이후 2주 정도가 지났다. 수치로 드러난 지표는 어떤가? 만족스러웠나?

신용 PD: 알파 테스트와 1차 CBT, 그리고 파이널 CBT로 나아갈수록 점점 지표가 좋아지는 것이 보인다. 특히나 이번 파이널 테스트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고무적인 수치가 나왔다. 이번 테스트에서 우리는 PC방 오픈 테스트를 겸했다. PC방에서는 계정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것인데, 지난 1차 때도 실행했던 방식이다.

그런데 이 PC방 오픈 테스트가 보통 첫날 이후 접속자 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오히려 수가 늘어났다. 입소문이 퍼진 게 아닌가 싶다. 전체 이용자의 수도 1차 때와 비슷한 인원을 선발했음에도 세 배 가까이 늘었으며, 동시 접속자 수도 두 배에 약간 못 미치게 늘어났다.


Q. 1차 CBT 이후 밸런스에 관련된 피드백이 많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테스트 역시 밸런스에 관련된 피드백이 많이 나왔나?

신용 PD: 여전히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유저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인 것이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지난번과 비교하면 어조의 수위는 살짝 낮아지긴 했다. 사실 데이터 상으로는 모든 하이퍼가 승률 50%에 수렴하고 있다. 아마 테스트 기간이 짧아 충분한 양의 표본을 얻지 못한 것 같고,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모든 하이퍼에 대해 사기라는 의견이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한다. 대전형 장르의 특성상, 자신이 당하게 되면 상대 캐릭터가 매우 좋아 보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고, 별도로 진짜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히 검사하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향식 밸런스를 추구하고, 1:1이 아닌 팀 조합별 밸런스를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라도 그 캐릭터에 맞는 아이템과 팀원들을 조합한다면 충분히 사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직군별로 카운터 관계는 명확하므로 1:1밸런스가 무조건 딱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대부분 하이퍼가 승률 50%에 수렴한다


Q.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이다 보니 기본적인 게임모드 외에도 다양한 모드를 소화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파생 모드들에 대해 생각해둔 바가 있는가?

신용 PD: 당연히 기획하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욕심도 있고,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둔 시스템을 가지고 얼마나 큰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의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R&D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팀데스매치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Q. CBT 이후, 현재 개발 상황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신용 PD: 전방위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록 구색은 갖춘 모양새이지만, 아직 완성도 면에서는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밸런스도 계속 잡아나가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새로운 하이퍼를 추가해서라도 맞춰나가려고 한다.

전장도 이번에 공개했던 전장은 아직 프로토타입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CBT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콘텐츠의 순환 구조나 UX, UI 등도 모두 손보고 있는 상태다.

▲ 깔끔하긴 했지만 큰 매력은 없었던 UI


Q. 신규 하이퍼가 없이 파이널 CBT를 준비했었는데, 오픈 시점에는 추가될 수 있는 건가?

신용 PD: 여성 탱커나 여성 브루져를 더 추가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캐릭터를 디자인하면서 여성 캐릭터는 아름답게, 그리고 남성 캐릭터는 개성 있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원안을 만들어나갔다. 근데 그렇게 해놓고 보니 남성 캐릭터는 전부 괴물 아니면 짐승이 되어버렸다. 사실 김범 AD의 취향은 아닌데, 내 취향이 너무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반 게이머들의 보편적인 취향에 대해 면밀히 수집해나가려고 한다.

▲ 사랑받는 남성 하이퍼 찾기가 참 힘들다.


Q. CBT가 진행될수록 아이템이 정형화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가령 특정 캐릭터를 할 때 무조건 특정 아이템을 차고 있지 않으면 타 플레이어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되는 일도 있었다. 아이템의 정형화는 의도한 현상인가?

신용 PD: 아무래도 파이널 CBT의 게임 양상이 정형화된 조합으로 일어나다 보니 아이템도 정형화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훨씬 더 다양한 하이퍼 조합과 아이템 조합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와 아이템 모두 게임을 만들어나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고, 내부적으로 테스트했을 땐 극단적으로 아이템 트리를 변경해도 승률에 큰 변동은 없었다. CBT 기간이 짧은 탓에 일어난 현상이라 생각한다.


Q.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게임 중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게임도 적지 않은데, 하이퍼유니버스는 해외 진출 계획이 따로 없나?

박수용 팀장: 일단 다양한 해외 퍼블리셔와 접촉하고는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텐센트와 네 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회의를 했다. 물론 아직 계약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관심을 두고 있는 정도라 보면 될 것 같다.

신용 PD: 사실 우리로서는 국내 서비스가 더 중요하고, 선행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세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다 보면 오히려 개발 집중력이 흩어질 우려가 있다. 어찌 됐건 해외 서비스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으며, 성사된다 해도 일단은 국내 서비스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Q. 새로 구현된 상점 시스템을 살펴보니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듯했다. 구체적으로 구성된 과금 모델은 아직 없는 건가?

신용 PD: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개발 과정에서 과금 제도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일단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 급하다 보니 게임 개발에 주력한 것도 있고, 개발조차 완료되지 않은 게임에 과금 모델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근래에 들어서야 사업적인 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박수용 팀장: P2W(Pay To Win: 승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과금제)는 넥슨으로서도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게임의 근간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트래픽 중심의 서비스를 운영하게 될 것 같고, 자연스럽게 PC방과 연계된 비즈니스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게임 속 아이템은 매우 많으며, 앞으로 더 많은 아이템이 만들어지겠지만, 인 게임머니로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 역시 게임에 돈을 많이 쓰지만, 똑같은 과금도 재미있는 과금과 재미없는 과금이 있다. 과금해도 충분히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는 과금모델을 구상 중이다.

▲ 과금 요소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Q. 게임패드가 굉장히 어울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정식 지원이 된 적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패드를 지원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패드로 해도 불편함이나 이득이 없는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CBT를 진행했으면 알겠지만, 1차에 비해 버튼 수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간소화들 또한 추후 패드 플레이를 염두에 둔 개선이다. 아마 패드에 맞는 프로그램이 준비된다면, 패드로도 충분히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질 것이다.


Q. 넥슨 입장에서는 현재 하이퍼유니버스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박수용 팀장: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 런칭하는 온라인 게임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넥슨 또한 마찬가지고. 하이퍼유니버스는 넥슨 내부에서도 기대가 높은 편이라 역량을 집중해 서비스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온라인 서비스의 경험 면에서 넥슨이 쌓아온 노하우가 있고, 씨웨이브소프트 역시 게임을 하나하나 깎듯 만들어나가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오픈 시점에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요소들이 포함되는가?

신용 PD: 아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게임의 보조적인 콘텐츠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갈 것이다. 하이퍼유니버스의 세계관과 배경 스토리가 좀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우리도 이해하는 바다. 소개란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짜둔 시나리오는 상당히 방대하고, 또 복잡하다. 인물 사이의 관계와 스토리, 사건에 따른 인과 관계와 서브 스토리 등, 이런 보조 콘텐츠들은 게임 개발 이전부터 짜여 있었고, 계속해서 다듬어지고 있다. 다만, 오픈을 위해 아껴 두었을 것이다.

▲ 캐릭터 간에도 숨겨진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Q. 앞으로의 하이퍼유니버스,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 거라 생각하나?

박수용 팀장: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세계관과 심도 있는 이야기, 그리고 CBT를 통해 다듬어질 게임 시스템까지, 매우 많은 것들을 보여 드릴 때가 곧 올 거라 생각한다. 연장 선상으로, 하이퍼유니버스는 굉장히 유동적인 세계관을 갖춘 게임이다 보니 다양한 캐릭터나 IP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상당히 쉬운 편이다. 하이퍼유니버스가 대중 앞에 바로 설 그날을 우리 또한 기다리고 있다. 아마 많은 것들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