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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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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C2016] 오버워치 '겐지'의 애니메이터, '홍경호'가 말하는 개발 기록

정재훈(Laffa@inven.co.kr)
▲홍경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 선임 애니메이터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홍경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선임 애니메이터는 오버워치 영웅들의 게임 내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 각 캐릭터들의 강하고 독특한 특징이 게임 내에서 잘 경험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플레이어들에게 보다 장대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게임 디자이너, 엔지니어, 아티스트들과 밀접하게 교류 및 작업하고 있다.


"17년만의 새 IP", "블리자드가 만드는 FPS".

최근 들어 이만큼 대중의 관심을 끈 게임이 있을까 싶다. '오버워치'. 게임을 논하며 쓸 수 있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지만, 그 중 하나만 말해도 관심을 받을 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으니까.

그만큼 '오버워치'는 많은 면에서 놀라운 작품이다. 자체 엔진을 사용했음에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조작감이나 멋진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빠르면서도 긴장의 선이 끊이지 않는 게임 플레이까지. 블리자드가 17년 만에 내놓는 신규 IP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버워치'의 많은 요소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점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강렬한 캐릭터'를 말하고 싶다. 개성 넘치는 설정과 성격은 당연한 것. 효과음 하나부터 대사, 생김새, 그리고 상호 작용과 단편 영상까지, '오버워치'의 캐릭터 빌딩은 다양한 게임 중에서도 정점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공개 이후 2년이 채 안 된 IP의 캐릭터들이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캐릭터 빌딩의 한 몫을 담당한 사람이 바로 '홍경호' 선임 애니메이터다. 오버워치의 대표 캐릭터 중 한 명인 '리퍼'부터 '겐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직접 설계하고, 또 구현한 사람.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10월 6일 진행된 IGC의 첫날. 홍경호 애니메이터가 강단에 섰다. 수백 명이 넘는 관중 앞에 선 그는 ' 게임 개발에서 애니메이터의 역할: 오버워치의 사례'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 강연주제: 게임 개발에 있어 애니메이터의 역할: 오버워치의 사례


⊙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오버워치는 캐릭터가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게임이에요. 캐릭터의 배경부터 움직임,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까지 매우 중요하고, 이것들이 합쳐져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게임은 그 수많은 부분을 관장하는 여러 팀이 모여 만들어내는 종합 콘텐츠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애니메이터'라는 역할이 어떤 일을 하고, 또 하나의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나왔습니다. 물론 자기 역할만 잘해도 게임이 만들어지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16년 전의 과거로 타이머를 돌렸다. 2000년, 그는 소프트맥스에 모델러로 입사했고, 이후 애니메이터일까지 함께 하게 된다. 그 당시 국내 게임 업계는 애니메이터와 모델러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그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 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 이르러,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결심했다.

이후 캐나다로 건너온 그는 2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쉐리던'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그는 디지털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커리큘럼을 수강했고, 1년간 애니메이션의 정통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그의 교수는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부분보다 기초에 중점을 두고 그를 가르쳤다. 어떻게 자료를 조사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만들고 싶어하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아가 작업 이후 사람들과의 인터랙션까지, 1년간 애니메이션의 기초를 닦은 그는 2011년 6월, 블리자드에 입사 지원서를 넣게 되었다.

▲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국내에 관련 교육 인프라가 전무했기 때문

그리고 7개월이 지나 입사 지원을 한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을 무렵. 그는 블리자드에서 온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한나절에 걸친 면접 끝에 블리자드의 애니메이터로 입사하게 되었다.

짧게 자신의 과거를 말한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본격적으로 블리자드 내에서 해온 작업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과정부터, 게임 개발 단계에서 애니메이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말이다.


⊙ '겐지', 그 애증의 이름

"'겐지'라는 캐릭터는 저에게 있어 애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작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이기도 하죠. 또한,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한 캐릭터이기도 해요."


그의 첫 작업은 겐지가 아니었다. 그의 첫 작업 대상의 오버워치의 대표적인 악역 캐릭터 '리퍼'였다. 하지만 리퍼의 작업 상황은 그가 혼자 처리하기엔 이미 진척이 되어 있었기에 그는 다른 애니메이터와 협업을 통해 리퍼의 애니메이션을 작업했다. 이후 파라, 라인하르트, 한조, 바스티온의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그는 마지막으로 '겐지'의 작업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겐지의 아트 스타일은 이미 그가 입사하기 전에 완성되어 있었다. 활을 쓰는 사이보그 닌자. 하지만 한조의 하체와 겐지의 상체를 가지고 있던 이 무시무시한 캐릭터는 곧 기획 단계에서 분할되었고, 거대한 검과 수리검, 그리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정립되었다.

▲ 알려졌다시피 초기의 겐지는 매우 끔찍한 혼종이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겐지'의 탄생 과정을 처음부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그가 블리자드라는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홍경호 애니메이터가 말하는 겐지의 탄생 비화는 블리자드에서 애니메이터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단계적 설명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 기획부터 완성까지, '애니메이터'의 역할

첫 번째 단계는 캐릭터의 컨셉에 대한 회의다. 앞서 말했듯, 겐지의 아트 스타일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지만, 겐지라는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전투 방식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될지는 완성되기 전이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겐지의 모습을 한 캐릭터가 총과 로켓을 난사하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아군을 치료하는 지원군 캐릭터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었다.

▲ 초창기의 겐지는 벽에 붙어있을 수 있는 흉포한 캐릭터

블리자드의 아티스트들은 이 단계부터 함께 참여한다. 기획자가 회의해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아티스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회의 단계에서 아티스트가 함께 하며 다양한 의견을 낸다. 이 회의 과정을 통해 날렵하고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암살자라는 겐지의 컨셉이 만들어졌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컨셉 아티스트가 원화를 그렸다. 이제 모델러와 아티스트가 모여 이 캐릭터의 장점과 특징을 드러낼 러프한 모델링을 할 차례다. 여기까지 끝나면, 애니메이터의 차례가 온다.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의 기본 포즈와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키 포즈를 만들어 캐릭터성에 한 차례 더 양념을 가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기획안과 모델링이 나오자마자 앉아서 애니메이팅을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 말했다. '앞선 단계가 끝났으니 애니메이팅만 하면 끝이 나겠다'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이미 충분한 토론을 통해 결정되었다고 생각한 컨셉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실제로 바뀐다. 그 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더 나은 결과 도출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효과를 보여준다. 이미 모델링이 끝난 캐릭터라고 해도, 그것을 보는 개개인은 각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애니메이터가 생각지 못한 디자인적 특징이나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이 예로 겐지가 이중 점프를 할 때 나타나는 동작인 '덤블링'을 들었다. 물론 이 덤블링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덤블링은 전투 상황에서 점프 중인 겐지를 발견했을 때 이것이 첫 점프인지, 두 번째 점프인지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전투 정보가 되었다.

▲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정 과정에서의 코스트를 최소화한다.

'젠야타' 또한 마찬가지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젠야타는 유머 감각이라고는 눈을 뜨고 찾아봐도 없는 진지한 캐릭터였지만, 다양한 이들의 피드백을 거치며 숨겨진 유머 센스를 가진 캐릭터가 되었다. 이렇듯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옳은 결과를 가져온다. 다양한 사람의 생각이 모인 캐릭터는 그만큼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힘을 갖기 때문이다.

다음 과정은 자료의 조사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이 자료 조사 단계가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어떤 자료를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화두만 던져줘도 주옥같은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물론 그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생각이겠지만, 그와 다른 생각을 하는 '나'에게는 그의 아무렇지도 않은 의견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공격수 캐릭터인 '맥크리'의 선택 애니메이션도 그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원래는 리볼버 권총을 스핀 후 쥐는 동작이 끝이었지만,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물고 있던 담배를 한번 질끈 깨무는 움직임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홍경호 애니메이터가 직접 작업한 '정크랫'도 마찬가지. 선택 화면에서 정신을 놓은 듯 눈알을 사정없이 굴리는 정크랫의 모습은 그저 지나가다 나눈 대화에서 소개받은 클립의 한 장면에서 응용한 것이다.

▲ 굉장히 중요한 단계인 자료 조사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은 곧 아이디어의 구체화로 이어진다. 보통 사람의 머릿속에는 어떤 캐릭터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가 존재한다. '대검을 사용하는 검사'라는 캐릭터를 생각할 때, 누군가는 '베르세르크'의 '가츠'를 생각하고, 또 누군가는 '나루토'의 '자부자'를 생각한다. 두 캐릭 모두 사람 키보다 큰 칼을 다루지만, 그 움직임이나 중량감은 한없이 다르다.

결국, 애매모호하게 존재하는 이 두루뭉술한 이미지로 작업을 이어가다가는 초기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애니메이터가 정확히 어떤 작업을 해야 하고,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구체화하려면, 그만큼 자료를 모아야 한다. 또한, 이 자료 조사는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몇몇 키워드를 영감으로 준다.

'겐지'의 달리기 동작을 예로 들 수 있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겐지의 달리기 모션을 만들면서 굉장히 다양한 샘플 영상들을 조사했다. 유명한 만화인 '나루토'의 닌자들이 달리는 장면부터, '닌자 가이덴'의 하야부사, 그리고 '메탈 기어 라이징'의 라이덴을 비롯해 수많은 영상을 보며 그는 몇 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닌자의 움직임은 태반이 '하체'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체의 흔들림이 적다는 것. 그리고 속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상체를 과할 정도로 굽힌다는 것이다.

▲ 다양한 표본을 통해 정답을 얻는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나루토 닌자들의 과한 상체 숙임과 '라이덴'의 파워풀(...)한 달리기를 배제하고, 겐지의 컨셉을 섞어 용수철같이 통통 튀는 탄력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실제 육상 선수들의 스퍼트 모션을 참조하고, 뒤꿈치를 아예 땅에 대지 않는 움직임을 기획하면서 '겐지'의 달리기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 몇몇 기술과 과장을 가미하면 애니메이팅이 이뤄진다. 더욱 격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물리법칙 이상으로 허리가 돌아간다거나, 허벅지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 때로는 해부학적 법칙을 무시하는 과장도 필요하다.

애니메이터의 작업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달리기' 하나를 위해 4프레임의 데모를 만들고, 이를 21프레임으로 늘려 다른 이들의 피드백을 얻는다. 이어 14프레임의 움직임을 만들어 디테일을 가미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 최종 결과물을 얻어낸다. 본 포즈와 달리기를 포함한 전투 동작, 점프 등 게임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데 두 달 정도 걸린다. 여기에 감정 표현이나 하이라이트 등이 더해지면 당연히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 총 4단계로 나뉘는 그의 작업


⊙ '아트 팀'의 애니메이터가 아닌, '오버워치 팀'으로서의 애니메이터

긴 시간, 애니메이션 과정을 설명한 홍경호 개발자는 잠시 숨을 돌렸다. 예정된 강연 시간의 반 이상이 지나간 상황, 사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 해도 하나의 강연으로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설명은 방대했고, 충분한 현장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강연의 시작은 그 순간부터였다.

"이제부터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터'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하면 좋은 역할이에요.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작업하면서 제가 받은 충격, 신선함, 그리고 놀라움에 대한 이야기죠.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진짜 이번 강연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동료이자 존경하는 애니메이터인 '마이클 비안칼라나(Michael Biancalana: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에서 '타이탄 폴' 제작 참여, '소니 산타모니카'에서 '갓오브워: 어센션' 개발 참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경호 애니메이터가 처음 오버워치팀에 합류한 시점은 오버워치 팀이 만들어진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엔 게임 기획의 기본 단계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었고, 캐릭터라곤 '트레이서' 하나, 맵은 '아누비스'의 배경에 박스가 몇 개 깔린 것이 전부였다. 사족을 달자면 홍경호 애니메이터의 말로는 당시 플레이 테스트를 했다 하면 박스만 깔린 사막에서 12명의 트레이서(...)가 뛰어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이 정비되었고, 그 와중에 등장한 것이 'POTG' 시스템이다. 하지만 '마이클 비안칼라나'는 강렬한 전투가 끝난 후 등장하는 POTG 오프닝 연출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더 극적이며 힘차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가 약하다고 생각한 연출은 현재 '기본 하이라이트' 연출로 쓰이고 있다.)

▲ 다소 밋밋한 초창기 POTG 인트로

오버워치는 앞서 말했듯 오랜 시간 끝에 등장한 새로운 IP였고, 이제 막 만들어진 캐릭터들로 꾸며진 게임이다. 기존의 작품인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의 영웅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단순히 멋진 생김새 때문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다져진 캐릭터의 개성과 설정, 그리고 비화가 맞물려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오버워치 팀의 구성원들은 이 새로운 영웅들의 인기를 끌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느끼고 있었으며, 마이클 비안칼라나 또한 그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 멋진 POTG 하이라이트 연출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이 프로젝트를 다른 이들과 말하기 시작했다.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밥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그는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누었고, 그렇게 얻은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말로만 전달하는 것보다는 영상이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이클 비안칼라나의 데모 프로토타입.

마이클 비안칼라나는 이 결과물을 회의 자리에서 공개했고, 많은 이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여기서부터 하이라이트 연출의 개선은 애니메이션 팀뿐만이 아닌, 오버워치 팀 전체의 일로 바뀌게 되었다. 배경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팀, 그리고 그 외 다른 팀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는 천천히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다. 여기서 신선했던 건, 그 누구도 그에게 그 일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누군가가 일을 지시하고, 그 일을 이행하는데 익숙했던 홍경호 애니메이터에게, 그 광경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버워치는 자체 엔진을 사용해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의 수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애니메이션도 수정되어야 하고, FOV도 달라져야 하며, POTG라는 글자의 폰트나 위치, 슬로우 모션의 추가와 라이팅 기법의 변화까지, 많은 팀이 관장하는 각각 다른 일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 모든 팀 간의 협업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개선'을 위해 시작했던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꼭 이 연출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 다양한 구도와 컨셉의 POTG 하이라이트 제작이 시작되었고, 이 하나하나의 연출들은 곧 게임 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의 컨셉이나 역할, 그리고 성격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그렇게 게임이 바뀌었다. 한 사람의 애니메이터가 낸 아이디어가 콘텐츠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풍족한 게임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홍경호 애니메이터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모든 것을 쏟는 애니메이터를 넘어서, 마이클 비안칼라나는 '개발자'의 한 명으로 게임에 다가섰다. 게임을 개발하는 모든 개개인은, 그 게임을 더 낫게 만들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 파라의 '히어로 랜딩'은 홍경호 애니메이터의 작품


⊙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한다는 것

막바지에 이른 강연, 이미 예정되어 있던 강연 시간은 끝에 이르러 있었다. 홍경호 애니메이터는 입을 열고 마지막 말을 시작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조금 전 말한 그 내용이에요. 오버워치의 개발에 참여하면서, 저는 굉장히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경험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고, 또 신선했던 경험이 바로 한 명의 개발자가 게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거였죠. 개발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모두 게임을 조금씩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그 사람 모두가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생각할게 많은 마무리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홍경호 애니메이터가 일하는 '블리자드', 그리고 다른 개발사들의 개발 분위기였다. 연단에 서서 말한 그조차도 '신선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사실 오버워치 팀의 사례가 다른 개발사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은 아닐 테다.

어쩌면 '블리자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조건이,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블리자드, 그리고 오버워치 팀의 사례는 게임 스튜디오가 나아갈 이상의 이정표와 같다. 언젠가 다른 게임 스튜디오들도 개발자 개개인이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가는 환경이 조성되길, 나아가 그와 같은 일이 당연한 일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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