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스코넥 기획팀의 한상우 매니저는 아케이드 게임을 시작으로 현재는 스코넥에서 모탈 블리츠 VR을 통해 VR 콘텐츠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VR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어렴풋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VR 기기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고 VR기기를 직접 체험해 본 사람의 수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적은 실정이다. 국내외 여러 곳에서 VR기기를 활용한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모호하다.

VR게임 개발은 개발자들에게도 쉬운 도전이 아니다. 처음 VR게임을 개발할 때 엄청난 좌절을 맛봤다는 스코넥 기획팀의 한상우 매니저. 그는 VR게임을 개발하며서 겪었던 여러 애로사항들을 공유하면서 앞으로 수월한 VR게임 개발을 위한 노하우를 알려줬다.


■ 강연주제: VR 콘텐츠를 만들며 겪었던 난관과 극복: 모탈블리츠의 사례


⊙ 생각보다 힘겨웠던 VR로의 첫 걸음


강연은 한 게임 영상으로 시작했다. 영상은 꽤 화려했다. 깔끔한 그래픽과 화려한 폭발 이펙트, 긴장감 넘치는 슈팅 액션이 지나간다. 스코넥에서 개발 중인, 2016년 겨울 출시 예정인 모탈블리츠의 프로모션 영상이었다.

모탈블리츠는 스코넥의 기존 아케이드 건 슈팅게임인 테라토마를 VR버전으로 만든 게임이다. 2014년에 모탈블리츠VR 라이트 버전을 공개한 스코넥은 2015년에 이를 기반으로 한 정식 상용화 버전인 모탈블리츠VR 에피소드1을 내놓았다. 현재 개발 중인 모탈블리츠VR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HTC, 바이브 등 다양한 VR기기에 연동되어 여러 유저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모탈블리츠 개발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건 슈팅게임 장르인 만큼 적을 쓸어버리는 호쾌함에 중점을 둬야하기 때문에 이동에 신경쓰지 않고 슈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스코넥은 게임 내에서 이동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해서 멀미를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이는 실패였다.

테스트를 한 결과 플레이어가 느끼는 멀미의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했던 것이다. 심한 사람은 5분을 플레이하고 1시간 가까이를 끙끙대며 누울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오히려 몰입감이 더 떨어지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VR의 최대 강점이 엄청난 몰입감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결코 쉬이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 VR환경 이해하기 : VR기기의 특성, 멀미, UX&UI, 자유도

초기 테스트에서 여러 실패를 겪은 후, 스코넥에서는 문제를 분석했고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최적화 실패, VR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목표 및 방향감각이 상실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어서 VR의 독특한 환경을 분석했다. 한상우 매니저는 오랜 분석 끝에 도출한 'VR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특징'을 설명했다.

첫째는 VR기기 자체의 특성이다. VR기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면 안정성, 무게, 그리고 발열이다. VR기기는 유선형과 무선형이 있는데, 어떤 종류건 VR기기는 기본적으로 몰입감을 위해 화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부 시야를 차단하게 설계가 되어있다. 때문에 바깥 상황을 알 수 없게 돼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게 또한 VR기기만의 특징이다. VR기기 중 제일 가벼운 모델은 오큘러스 CV1인데, 이것의 무게가 무려 380그램이다. 다른 VR기기는 저것보다도 무게가 더 나가기도 하는데,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오랫동안 머리에 쓰고 있기에 가벼운 무게는 결코 아니다.

마지막 특징은 발열이다. VR 고글을 쓰면 사용자의 눈 바로 앞에 디스플레이가 위치하게 되는데, 거기에 더해 고글 자체가 눈 주위를 밀폐해버리기 때문에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사용자의 눈과 화면 사이에 갇히게 된다. 이로 인해 습기가 차기 시작하고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상우 매니저는 이러한 VR기기만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VR의 특수한 환경은 바로 멀미다. 멀미는 VR 최대의 적이며, 가장 큰 문제점이다. 멀미를 유발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한상우 매니저는 '인지부조화'를 꼽았다. 예를 들어 사람이 의자에 앉은 채로 VR기기를 즐긴다고 가정했을 때, 분명 실제 몸은 앉아있으나 VR 내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캐릭터가 움직이고 있는 상태가 오게 된다. 이렇게 실제 몸과 VR 내부의 몸이 따로 놀게 될 경우 시각과 신체적 반응이 따로 놀기 때문에 뇌가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인지부조화가 일어나 멀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인간의 시각적 인지 과정은 실제로 보이는 것과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을 조합하여 인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개를 돌렸다면 고개를 돌린 만큼 그에 맞는 피사체가 보여야 하고, VR에서도 그러한 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화면을 출력해야하는데 렉 등의 문제로 화면이 출력되지 않으면 인지 부조화로 인한 멀미가 발생한다.

세 번째 환경은 UX&UI다. 많은 사람들이 VR이라고 하면 아이언맨에서 보이는 것처럼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UI를 생각하곤 하지만 현실은 아이언맨과 다르다. 사람에 따라 현실에서의 시야각은 180도에서 200도 정도의 범위를 지니는 데 비해 VR기기는 보편적으로 100도에서 110도 정도의 좁은 시야각을 지닌다. 처음 VR기기를 쓴 사람들은 마치 물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은 자유도다. VR은 유저가 고개를 돌린만큼 화면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선의 자유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개발자에게 카메라 회전의 제어권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컷신 이벤트같이 시나리오에 관련된 것을 강제적으로 전달할 수 없고, 유저 입장에서는 안 보면 그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단순 연출이라면 몰라도 진행에 관련된 부분이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유저의 시선을 유도해야 하며, 그게 실패했을 경우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 VR기기의 한계점을 돌파해라!


당시 개발진의 심정은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한상우 매니저 역시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판 다 깨고 소주나 마시고 싶었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단순히 디스플레이 형태에 VR만 얹으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개발에 접근을 했었는데 매일같이 앞서 언급된 한계점에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일하기를 반복하면서 스코넥에서는 VR기기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했다.

첫 해결책은 VR기기의 특성을 고려한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테스트를 거치면서 VR기기를 착용한 유저가 언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는지 분석한 결과, 대체적으로 10~15분 사이에 발열과 무게감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모탈블리츠는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한 스테이지에 걸리는 시간을 10분 이하로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했고, 기타 게임은 10~15분 정도 플레이를 하고 나면 체크포인트가 나타나게 만드는 등 유저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저들에게 막무가내로 근성을 강요하기에 VR은 꽤 버거운 환경 아니던가.


레벨 디자인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 VR기기 중 특히 유선형에서는 유저에게 뒤를 돌아보게 하는 동선을 만들 경우 VR기기 선과 유저의 몸이 꼬이는 등 위험 상황을 유발할 수가 있다. 때문에 유선형 기기라면 뒤를 바라봐야만 레벨링이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멀미 해결이다. 모탈블리츠는 이동을 해야하는 게임이므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멀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스코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인지 과정에 접근하기로 했다. 멀미의 가장 큰 이유는 유저가 생각하는 화면과 실제 출력된 화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저에게 이동 거리나 타이밍, 방향 등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장치를 사용했고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다만 이 네비게이션이 컨텐츠 템포감에 문제를 줄 수 있으니 개발자는 연출력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더불어 최적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VR 게임은 비주얼이 좋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큘러스에서도 최상의 가상현실 경험은 초당 90프레임을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듯이 최적화는 '가능하면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세 번째 해결책은 UX&UI 개선이다. VR게임 내에서 무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UI가 전부이므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다만 UI로 화면을 잔뜩 채우는 건 몰입감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적인 중요한 정보만 표시하고 나머지는 3D 공간상에 배치해 유저가 보고싶을 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또, 유저 친화적인 튜토리얼도 갖추는 것이 좋다. VR을 상상만 해 봤지 실제로 착용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유저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스코넥에서는 기존의 게임 방식대로 튜토리얼을 만들어봤으나 VR기기에서는 그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정도까지 해야하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작법을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등 더 친절한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도를 어느 정도 제어하는 것이다. 시선에 대한 자유도는 그대로 주되, 의도적인 암시 장치를 삽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를 바라보고 이동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후 폭발 이벤트를 여는 식이다. 아무 메시지가 없을 유저가 목표를 찾아 헤매는 있겠지만 이런 의도적인 연출 장치가 있으면 컨텐츠 몰입도를 높여줄 수 있다.

또, VR에서는 특히 다양한 기획적 장치를 통해 컨텐츠의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강제적인 카메라 장치보다는 시청각에 의존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3D 사운드를 통해 청각적 방법으로 시선을 유도할 수도 있고 어두운 곳에서 이벤트가 일어날 장소에 밝은 빛을 뿌리는 등 라이트 효과를 통해 시선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 지능화된 NPC 캐릭터를 등장시켜 진행을 돕는 방법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VR은 현실적인 제약과 여러 난관이 있지만 일반적인 기기로 느낄 수 없는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 대체 불가의 매력이 있다.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건축, 광고, 교육, 의학 등에서도 주목받고 있음.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힘든 개발 과정을 견뎌내고 VR 시장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한국도 큰 VR시장을 보유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