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넥슨 ⊙장르 : 미소녀+메카닉+SRPG
⊙플랫폼 : 안드로이드, 애플 ⊙출시 : 2016년 9월 20일




우리 신사라는 인종들은 미소녀를 바라만 봐도 행복합니다. 그렇기에 움직이지도 않는 피규어와 2D 포스터를 모으거나 하는 거겠죠.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Master Of Eternity , 이하 M.O.E)'는 신사들이 이상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VR 지원을 통해 눈앞에 미소녀들을 데려왔으니깐요. 이 미소녀들은 피규어나 포스터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터치에 반응하며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까지 합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 13명의 개성 만점 픽시는 앞으로도 계속 추가될 예정입니다.




■ 취향 저격 픽시, 바라만 봐도 행복해!


그림만 이쁜 미소녀는 잠깐의 두근거림을 선사하고 잊혀 버립니다. 하지만 거기에 매력적인 스토리가 더해지면, 잊히지 않는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게 되죠. M.O.E는 픽시마다 9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답게, 하나같이 픽시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스토리들입니다. 그리고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스토리에 재미를 불어 넣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정말 괴이한 선택지입니다.

잘못된 선택지를 고르는 업적도 있어서, 반드시 올바른 선택지만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만, 선택지에 따라서는 뜻밖에 하드한 결말로 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선택지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재미까지 있습니다.


▲ 미연시 25년 경력 曰, 분명 다른 게임에서라면 저 선택지들이 트루엔딩 이었거든요!



에피소드를 진행할수록 픽시룸에 들어갔을 때 맞이해주는 픽시들 반응이 변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입니다. 마스터의 호칭이 오빠로 변하거나, 얼굴을 붉히고 눈을 피하기도 합니다. 다음 에피소드와 픽시룸의 변화가 궁금한데 잘 오르지 않는 호감도가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그 외에도 픽시룸에서는, 픽시들에게 다양한 의상을 입혀볼 수 있습니다. 해금 조건만 갖춰지면, 전투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하트를 사용해서 거의 모든 의상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의상과 신사력을 시험하는 의상까지 두루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부분을 터치하면 특별한 대사를 말한다고 하는데, 이건 찾기가 쉽지 않네요.


▲ 픽시가 얼굴을 붉히고 눈을 피하던데, 이거 그린라이트 인가요?


▲ 신사들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의상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픽시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VR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VR에서는 픽시룸에서 선택한 의상을 입은 픽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픽시의 좌우 공간으로 고개를 돌리면, 확대, 회전, 위치 조절, 터치의 커맨드를 사용할 수 있고, 고개를 열심히 돌리다 보면, 금단의 영역에 이르는 각도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신사적인 콘텐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VR 콘텐츠는 돌리고 확대하고, 준비된 대사 몇 개가 전부입니다. VR 콘텐츠만으로도 게임의 개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VR로도 만들 수 있는 미니게임 (가위바위보, OX 퀴즈, 카드놀이, 순발력 게임), 픽시 사진 촬영회, 그것도 없다면 멍하니 서 있는 픽시보다는 춤이라도 추거나, 특정 시간에만 볼 수 있는 모습(잠자는 모습, 일하는 모습), 개성이 살아있는 모션 등 넣어 줄 것들은 많았을 텐데.


▲ VR은 돌리고, 확대하고, 터치해서 대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 들어있는 미니게임만으로도 별개의 놀 거리로 자리 잡곤 합니다. 스타크레프트2의 길 잃은 바이킹이나, PSP로 발매되었던 가치토라! 속의 메이드 카페, 용과 같이의 신사력을 자극한 다양한 미니게임들까지, 정말 간단한 미니 게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즐길 거리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미소녀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신사들이지만, 그 두근거림을 계속하게 해 줄 힘은 에피소드만으론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픽시들과 놀 거리는 부족합니다. 매력적인 설정을 가진 픽시가 있고, 거기에 픽시의 매력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는 픽시룸과 VR이라는 훌륭한 수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되겠네요.


▲ 사진촬영 + 모션만 제공되어도 무한한 콘텐츠가 탄생합니다. (가치토라! -PSP)






■ 이거 운빨 뽑기 게임이잖... 아니네?


상점에 들어가면 총 6종의 기체 뽑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기체, 고급 기체, 우정 기체 뽑기가 적혀 있는 등급은 C~SS까지 뽑을 수 있고, 최종적으로 SSS 등급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되는 "별" 등급을 그저 '영문'으로 바꿔서 넣은 것 뿐인 줄 알았습니다. 플레이를 조금 더 해보고 깨달은 것은 뽑기가 진행을 조금 빠르게 해준다는 것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기본 등급과 무관하게, M.O.E의 모든 기체는 SSS 등급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처음 가지고 있던 가장 낮은 C 등급의 기체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시킨 기체와 뽑기에서 한 번에 뽑은 높은 등급의 기체는 최종적으로 능력치나 스킬의 구성 자체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뽑기는 이 성장 과정을 조금 단축 시켜준다는 것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랜덤박스나 과금에 예민해져 있는 유저들의 의견을 들어 과감하게 시스템을 고친 것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기체 간의 능력이나 스킬 구성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리세마라나 뽑기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 놓았고, 기본 기체라도 시간과 노력만으로 충분히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구성해 놨습니다. 하지만 타입별로 가지고 있는 스킬의 바리에이션이 적어서, 기체 간의 몰개성으로 이어진 점은 좀 아쉽네요.


▲ 뽑기는 성장 과정을 단축해 줄 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 메인 스토리는 합격 이상! 전투는 글쎄? 아니 이게 맞는 건가?


스테이지 형태로 구성된 대다수의 게임은 굉장히 단순한 선형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이런 소위 양산형 스토리들은 앞으로의 진행이 궁금해지지 않아서 스킵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기 마련인데요. M.O.E의 메인 스토리는 스킵 버튼이 어디 있는지 찾지 않게 됩니다. 스토리 속에는 픽시들의 개성이 잘 묻어나 있고, 전개나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챕터가 끝날 때 나오는 이미지는 플레이어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듭니다.

전투의 구성도 기존의 "적을 전멸"하는 방식 외에도, 특정 위치까지 호위하거나, 탈출하거나, 함정을 발동하고, 몇 턴 간 방어하는 등 스토리에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스토리에 맞춰 구성된 전투를 진행하다 보면, 어서 다음 스토리를 보고 싶어지게끔 만들었습니다. 적이 너무 강해서 스토리가 막히면, 강해지기 위해 자연스럽게 다른 콘텐츠를 찾고 즐기게 되어, 스토리를 통해 다른 콘텐츠를 살리는 역할까지 하게 됩니다.


▲ 잘 구성된 스토리와 챕터 끝의 일러스트는 플레이어를 일희일비하게 만듭니다.


▲ 짜임새 있게 구성된 전투도 스토리의 몰입을 높여줍니다.



전투의 구성은 칭찬했지만, 전투 시스템 자체는 조금 평가하기 모호한 구석이 있습니다. SRPG의 턴제와 타일이라는 특성은, 매 턴마다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제공되고, 이 시간을 바탕으로 한정된 타일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정하는 전략적은 재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PC를 통해 많이 플레이해왔던 SRPG에서 너무나 익숙했던 시스템들이 M.O.E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적의 전방/측면/후방에 따른 피해량 차이나 고저차에 의한 추가 피해, 상성과 속성, 또는 협공등의 복잡한 시스템들이 전무합니다.

M.O.E는 그저 쉽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은 전부 지워버렸습니다. 차이가 있는 것은 이동 불가 영역과 기체 종류에 따른 공격 형태의 차이 정도입니다. 전투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동선뿐이고, 조작은 한번에서 많아야 세 번의 터치로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 M.O.E의 전투 시스템은 모바일 플레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녹아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다 보면, M.O.E의 이런 선택이 정말 옳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 작은 타일을 일일이 선택해 가며 이동을 해야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스킬을 선택하고 적을 터치만 하면 되는 간편한 시스템과 위치 선정의 중요도를 낮춰서 정말 손쉬운 플레이 경험을 선사해 줍니다. 모바일에서도 쾌적한 플레이를 제공하기 위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전투 시스템의 단순화로 인해, 전략적인 플레이로 난도를 극복할 수 없다는 단점이 생겨 버리긴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기체의 좁은 바리에이션과 겹쳐져서, 전투력이 높으면 이기고 낮으면 지는 단순한 파워 게임으로 변질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 기체 타입이 뭐라고? 전투력만 높음 돼! 파워 게임으로 변질하는 점은 아쉽네요.




■ 기틀은 전부 마련되어 있고, 이제는 쌓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굉장한 속도로 콘텐츠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M.O.E 역시 빠르게 13번째 픽시를 추가하였고, 이를 얻을 수 있는 "작전"이라는 즐길 거리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저 간담회에서 밝혔던 3개의 추가 챕터와 3명의 픽시까지 한동안은 콘텐츠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중심에 있는 픽시와 놀 거리는 부족합니다. 호감도를 모두 올려 에피소드마저 전부 마치고 나면, 옷을 사주고 보는 것 이외에는 할 것이 없습니다. 픽시와 노닥거릴 수 있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모바일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즐길 콘텐츠가 계속해서 추가되기에, 서비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게임의 콘텐츠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더라도, 그 기틀이 되는 시스템은 쉽게 변할 수 없습니다.

M.O.E는 무엇보다 기틀이 확실하게 잡혀 있습니다. 메카와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워서 확실한 유저층을 잡았고, 개성 만점의 픽시들과 이들의 매력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는 VR, 모바일에 대한 많은 고민이 녹아있는 전투 시스템까지, 튼실한 기틀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기틀 위에 블록버스터급 스토리로 무장한 고층 빌딩을 지을지, 모에 요소로 가득한 아담한 카페를 지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