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빌은 지난 8월, 라인업 발표회에서 신작 6종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메가 히트작을 만들겠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11월 1일에 유니티 개발자 컨퍼런스인 '유나이트LA'에서 자사의 신작 MMORPG '로열블러드(Royal Blood)'를 해외 개발자들에게 소개했다.

키노트 무대에 올랐던 게임빌USA 이규창 지사장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 지역에서도 대작 PC 게임 사례들처럼 모바일 MMORPG의 잠재적 유저 베이스를 만족시킬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AAA급 모바일 MMORPG의 개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로열블러드' 정보는 공격과 역할 플레이를 쉽게 전환하는 '태세 전환 시스템'이라는 것. 그리고 100:100 대규모 RvR 전장과 대규모 레이드 보스, 필드에서 함께 즐기며 성장하는 이벤트 드리븐 성장 구조, 다양한 방식의 필드 이벤트 지원이 전부이다.

신작 6종 중 '로열블러드'를 북미시장을 겨냥해 출시하는 첫 타이틀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공개된 영상 만으로는 그 이유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유나이트LA 현장을 방문한 게임빌USA 이규창 지사장과 '로열블러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장용호PD를 만났다.

▲ 게임빌USA 이규창 지사장(좌), 게임빌 장용호 PD(우)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규창: 저는 게임빌USA 지사장을 맡고 있는 이규창입니다. 2000년도에 게임빌에 입사했고, 2006년에 미국 지사가 설립되면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현재 직원은 75명 정도로 50명 가량이 게임빌 소속이고 25명은 컴투스 소속입니다.

처음에는 웹 프로그래밍과 서버 프로그래밍, 데이터 베이스 작업을 2~3년 동안 하다가, 글로벌 시장 쪽을 맡게 되면서 자주 출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피처폰 시절에는 미국시장에 게임을 내려면 각 이동통신사들과 컨택을 해야 했죠. 그러다 북미 지사가 생기면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장용호: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게임빌에서 '로열블러드' PD를 맡고 있습니다. 게임빌에 입사한 지는 약 1년 8개월 지났고요. 예전에는 서버 프로그래머로써 제우미디어 내 게임 개발하는 팀에서 일했었고요. 이후 그라비티, 엔씨소프트, 블루홀 등을 거쳐왔습니다.


Q. 게임빌USA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나요?

이규창: 게임빌USA는 2006년에 설립되었고 저를 포함해 2명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QA 인력이 필요해서 그 쪽으로 직원을 많이 뽑았는데, 이후 피처폰 게임 사업이 잘 안되면서 인력정리를 했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각 이동통신사마다 연락해 요청을 드리고는 했는데요. 게임을 다 만들어두고 거절 당하는 일도 빈번했어요. 게임을 제출할 때 단말기 별로 QA를 해야 했는데, 검수 비용도 단말기마다 별도로 내야 했어요. 그래서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어요.

전환점이 된 건 '아이폰'의 출시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베이스볼 슈퍼스타즈'와 '제노니아'가 애플 앱스토어 상위권에 올랐어요.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고사양의 게임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 상승선을 타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도에 게임빌과 컴투스가 함께 하게 되었고, '서머너즈워'를 북미 시장에서 크게 흥행시킬 수 있었습니다.



Q. '로열블러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장용호: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 MMORPG가 굉장히 많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획일화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로열블러드'입니다. '우리가 코어게임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죠. 그리고 일반적인 스타일의 MMORPG가 아니라 좀 더 색다르게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로열블러드'는 중세 판타지 기반의 MMORPG로, 타이틀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왕족의 혈통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자신의 운명에 맞서 모험을 하고 용기를 얻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흩어져있던 망한 왕국의 조력자들을 모으고, 1인자가 되기 위한 싸움을 하는 내용이지요. 직업은 전사와 법사, 궁사, 악사 등 총 4개가 제공됩니다.



Q. 색다른 MMORPG라 한다면 어떤 스타일을 말하는 건가요?

장용호: 요즘 나오는 MMORPG 대부분은 퀘스트 형식이에요. 그래서 게임방식이 모두 비슷하죠. 이런 획일화된 스타일에서 탈피해 '이벤트 드리븐' 방식으로 구현할 생각입니다. '길드워2'와 유사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잇죠. 물론 게임 극 초반에는 게임 설명이 들어가야 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튜토리얼 이후에는 퀘스트 구조에서 탈피해 비선형 구조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규창: 정형화된 패턴으로 게임을 제작하면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스타일로 만들다 보니 조금 시간을 걸리더라고요. 또한 언제든지 이벤트를 구현해서 넣을 수 있도록, 개발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툴을 잘 만드는데도 시간이 걸렸고요. 시나리오 작가가 스토리를 만들고, 그곳에 상상력을 더해서 유저가 항상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유나이트LA' 행사에서 발표할 게임으로 '로열블러드'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규창: '로열블러드'는 유니티 기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게임빌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 중 MMORPG로써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있다고 생각해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Q. 동양과 서양은 게임성이나 캐릭터 스타일 등 여러 방면에서 성향이 다른데, '로열블러드’는 어디에 포커스를 맞췄나요?

이규창: '로열블러드' 제작진은 한국에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일찍부터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양적, 서양적 요소를 무작정 넣기만 하면 게임이 오히려 이상해집니다. 음식을 만들 때도 각각의 향신료가 맛있다고 다 넣으면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되죠. 그래서 동, 서양의 요소가 잘 어우러지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세계관이나 스토리 부문에서 많이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투자를 했고요. 한국 게임사들이 개발은 정말 잘 합니다. 다만 서부 게임시장은 콘솔 기반이다 보니 세계관이나 스토리, 튜토리얼 요소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강점이 다른 것이죠.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게 동양식 스타일의 캐릭터도 서양에서 많이 수용하는 추세에요. 과거보다는 서구시장을 타깃으로 게임을 만들기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현재 게임빌은 동양과 서양의 요소, 두 가지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개발사들에게는 서구 쪽에서 강한 요소를 교육시켜서 글로벌 시장에 맞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고요. 해외 개발사들에게는 한국 개발사들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 '로열블러드'의 최저 사양이 어떻게 되나요?

장용호: 갤럭시S4와 아이폰5S 정도입니다. 사양이 더 낮은 폰에서도 게임을 돌릴 수는 있는데, 저희가 보여드리고자 하는 비주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저 두 기기 옵션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로열블러드'는 유니티 엔진 몇 버전을 사용했나요?

장용호: '로열블러드'의 주된 작업은 5.1 버전에서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작업에 사용하는 유니티 버전은 5.4까지 올려둔 상태입니다. 이번 유나이트LA 행사에서 공개된 5.5 기능을 봤는데, 좋은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5.5가 나오면 바로 업그레이드를 할 생각입니다.


Q. 한국은 신작 출시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데요. 북미에서는 어떠한 전략을 세우고 있나요?

이규창: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외 게임사들은 대부분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통해 광고를 많이 하고 있고요. '서머너즈워' 때는 타임스퀘어 광고나 LA 전광판 광고를 했고요. 전미에 TV 광고도 집행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두 명을 고용해 홍보 영상도 찍었고요. '서머너즈워'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북미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한국 모바일 게임이 드문데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게임빌 만의 전략이 있을까요?

이규창: 한국의 많은 모바일게임이 반복 작업, 소위 말하는 '노가다' 요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은 북미에 비해 하드코어하고 인내력도 강합니다. 그래서 반복적인 플레이를 더 잘 받아들입니다. 반면 북미 게이머들은 반복적인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비선형 구조도 그렇고, UI나 UX, 튜토리얼 등 많은 부분에서 말입니다.

한국의 경우 시장성숙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유저들은 한국에 비해 가볍게 즐기는 경향이 있고요. 하지만 속도가 더딘 것일 뿐, 결국 미국에도 코어 게임이 중심이 되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 차트만 봐도 코어게임의 진입이 두드러지게 보이고요. 향후 1~2년 사이에 미국 모바일게임 차트에서도 한국 게임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키노트에서 "2017년에는 아시아 시장에 트리플A 하이엔드 게임이 도래한다"고 했는데요. 북미시장에는 언제쯤 이러한 시장이 도래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이규창: 우수한 트리플A 하이엔드 게임이 북미시장에 많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도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에서도 MMORPG가 많이 개발되고 있고, 중국 개발사에서도 만들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흥행한 타이틀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을 강타할 훌륭한 MMORPG가 나오는 것이 핵심요소라고 봅니다.

가챠 요소를 놓고 보면 서구시장에서는 가챠에 대한 개념이 그리 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느새 '가챠'를 받아들였고, '클래시오브클랜'에는 없던 가챠 요소가 '클래시로얄'에는 담기게 되었죠. 이러한 식으로 한 발씩 나가면서 시장이 성숙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이 새로운 요소에 대한 경험을 해야, 비슷한 성격의 신규 게임을 더 잘 수용하고 즐길 수 있게 됩니다.


Q. 많은 게임사들이 북미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하지만 흥행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게임빌은 북미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까지 지사를 세우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게임빌USA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이규창: 저희가 2006년부터 북미 지사를 운영했는데요.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닌텐도가 지금 미국에서 이렇게 높은 인지도가 생긴 건 물론 게임이 뛰어나서도 있지만, 30년 넘게 꾸준히 북미 시장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미국에 회사를 열었다가 문을 닫고는 했는데요. 북미 시장은 장기간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이슈가 있으면 확 달아오르고 빠르게 퍼지지만, 북미는 그렇지 않아요. 뭐든지 한 단계씩 밟고 나아가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게임빌은 그런 면에서 처음부터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꾸준한 투자와 인내심, 그리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계획을 세운 점이 지금의 게임빌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Q. 여전히 북미시장에서는 모바일보다는 콘솔 게임이 주류 시장입니다. 모바일 게임의 입지가 콘솔 게임을 넘어서는 때가 올 거라고 보나요?

이규창: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요? 모바일 게임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부분 한 번씩 접해보지만, PC나 콘솔게임은 아예 접하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발전함에 따라 그러한 사람의 비율은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기기 성능적으로도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디바이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죠. 폰으로 영상을 보다가도 TV로 바로 전환해 시청할 수도 있죠. 모바일의 정의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Q. 게임빌USA가 선보일 2017년도 출시 예정작은 어떻게 되나요?

이규창: 한국에서 8월경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인업 6종을 발표했는데요. 6개 게임은 모두 북미 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개 신규 게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게임빌 USA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규창: '로열블러드'는 자체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는 프로젝트에요. 내년 출시 예정으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정 시장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원빌드로 출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생각입니다.

한국 게임들을 잘 알릴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들어서 한국 게임사들의 입지가 많이 강해졌습니다. 넷마블도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고, 넥슨도 잘 하고 있는데요. 더 많은 기업들이 북미로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물론 '로열블러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웃음).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게임이 북미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