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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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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같은 시장, 다른 전략' 세븐나이츠와 HIT의 현지화 차이는?

정필권(Pekke@inven.co.kr)
가깝지만 먼 나라. 이 문장만큼 대한민국과 일본의 차이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단어는 없으리라. 해협 하나로 갈리는 두 나라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차이는 게임에 있어서는 유저의 취향과 선호 장르로 갈리게 되고, 최종적으로 다른 시장 상황을 구축하는 데 일조한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일본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곤 했다. 이는 앱스토어로 타국 출시가 한결 쉬워진 지금에서도 마찬가지다. 2017년 상반기 추정되는 국내 모바일 시장 규모는 약 2조 2천억 원,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7조 6천억 원에 이른다. 어림잡아도 3배가 넘는 시장인 셈이다.

▲ 게임전문 리서치 회사, 뉴주의 분석. 17년 상반기, 두 시장은 크기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규모는 물론, 한 게임이 장기간 1위를 달성하는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국내의 수많은 게임들에게는 성공의 가능성이 열린 것처럼 인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는 생각보다 컸고, 눈에 띌 만큼의 실적을 거두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한국산 게임의 불모지, 무덤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허나 국내 개발사들의 계속되는 도전은 '세븐나이츠'와 'HIT'에 이르러 성공적인 서비스로 남게 된다.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했음에도 몇십만, 백만 단위의 사전예약자를 모집하는 것은 물론, 매출 10위권 내에 두 게임이 들어서며 자신 나름의 '일본 시장 공략' 가능성을 보였다.

일본 진출로 성공을 거둔 두 게임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그리고 어떤 점들이 일본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같으면서도 다른, 두 게임이 보여준 일본시장 진출 전략을 비교해봤다.

▲ 두 게임의 최근 1개월 간 매출 순위. 세븐나이츠는 최고 4위, HIT는 12위를 기록했다.



■ "캐릭터 빼고 다 바꿨다"- 세븐나이츠의 현지화 전략

세븐나이츠가 일본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단기간에 갑작스레 얻은 결과물이 아니다. 일본 진출 이전에도 이미 글로벌 서비스를 몇 차례 진행했고, 나름의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2015년 가을 140개국에 동시 출시했으며, 태국에서는 출시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시스템의 큰 틀은 그대로 두고 한국어, 영어, 대만어, 태국어를 지원한 형태였다.

'for Kakao'를 떼고 언어 추가 지원에만 그치던 해외 진출 전략은, 일본을 공략하며 180도 선회한다. 약간의 시스템 변경이나 언어를 번역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완벽한 현지화'에 방점을 뒀다. 게임의 흐름을 결정하는 시스템부터 시나리오, 더빙까지. 일본 정서에 맞춘 게임으로 다시 태어났다.

▲ 언어 추가가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게임을 다시 만들었다고 해도 되는 수준이다.

일단, 시스템 전반이 일본 유저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재편됐다. 캐릭터의 성장 구조, 진화 구조가 일본식 RPG의 그것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빠른 레벨업, 진화, 강화 등으로 대표되던 국내 버전과 달리, 일본 유저에게 익숙한 성장 구조를 택했다.

기존 세븐나이츠는 던전에서 레벨업을 진행하고, 강화를 통해 +수치를 늘린 뒤, 진화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택했다. 반면, 일본 세븐나이츠에서는 강화가 사라지고, 남는 캐릭터를 '먹여서 레벨업 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던전에서 얻는 경험치의 양도 줄였다. 그래서 30레벨 달성 시 지급되는 재화를 모으는 '쫄작'은 일본 버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 수집형 RPG에서 성장구조가 바뀌었다. 작지만 큰 변화다.

두 개의 다른 캐릭터로 상위 등급의 캐릭터를 얻을 수 있던 '합성 시스템'도 변경됐다.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주로 '강림' 또는 '뽑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두 시스템 모두 일본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시스템이다. 일본 앱스토어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했던, '퍼즐앤드래곤'이나 '몬스터스트라이크' 등, 대다수 일본 게임들의 시스템이기도 하다.

'가챠'로 통용되는 뽑기는 랜덤요소를 줄이며 확정적으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쳤다. 이용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을 두되, 조금은 더 많은 재화를 소모하여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최소 1개의 캐릭터 획득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특정 콘텐츠에 유용한 캐릭터가 나오는 뽑기 요소도 갖춰뒀다. 국내 버전은 물론이고, 다른 일본 게임과 비교에서도 무작위 요소는 줄어든 셈이다.

▲ 확정적으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뒀다.

이외에도 콜라보레이션이나 스킬 사용 시의 연출 등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시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각 캐릭터에 유명 성우들의 목소리를 입힌 것은 물론,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 Xrd', '데빌메이크라이', '팔콤'과의 콜라보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몇몇 콜라보들은 국내 세븐나이츠에 적용하여,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콜라보레이션 판매에서도 일정량만큼의 현금으로 캐릭터를 구매하는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랜덤 요소를 배제한 수익 모델은 국내 버전에도 그대로 적용된 바 있다. 일부 콜라보에서는 현금 지불 대신 뽑기 방식으로 출시되기도 했지만, 콜라보레이션 캐릭터 1개를 보장하는 등 랜덤요소를 줄이는 기조는 유지했다.

▲ '일본 모바일 게임'하면 떠오르는 콜라보도 꾸준히 진행 중.

게임 시스템을 뒤엎어버리는 결정으로 일본 세븐나이츠가 거둔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넷마블의 현지화 전략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16년 2월 5일 출시하여 10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한편, 11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1,0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다. 매출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거뒀다.

국내 게임사 자체 서비스 최고 기록인 매출 4위, 일본 게임 시장에서 외산 게임 최초로 매출 3위를 달성하며 입지를 다졌다. 넷마블의 일본 진출 전략은 세븐나이츠를 통해 성공적인 첫걸음을 디뎠다. '일본 유저의 취향'과 '익숙함'을 고려한 현지화는 '나이츠 크로니클'과 같이 일본 시장을 노리는 게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 "시스템은 두고, 일본 감성을 노린다."- HIT의 현지화 전략

게임의 근간을 갈아엎어 버리다시피 한 세븐나이츠와는 달리, 'HIT'의 일본 시장 진출은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최소한의 변화'를 거치는 것으로 효과를 거뒀다.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 앱스토어 시장에서 ARPG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로써는 모험과도 같은 결정이었으리라. 따라서 HIT가 선택한 현지화 전략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성장 구조와 BM을 교체하기보다는 일본 시장에서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했다.

▲ 일본 앱스토어 상위권은 국내와는 다른 양상이다. 다운로드 순위던, 매출 순위던.

일본 서비스 이전에 진행했던 글로벌 버전을 생각해보면 차이는 더욱 드러난다. 16년 7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때에는 게임의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대중교통과 건물 등에 광고를 부착하여 게임을 홍보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변화보다는 국내 버전에서 선보였던 영상과 일러스트를 그대로 사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일본 HIT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메인 시나리오의 큰 틀은 그대로 둔 채,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거기에는 일본 유저 취향에 맞는 캐릭터, '에리스'가 중심에 섰다. 일본 취향의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스토리를 진행하고, 게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하는 일본 유저들의 성향에 따라,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방식도 약간의 변화를 거쳤다.

▲ 일단, 얼굴마담은 에리스가 맡았다. 어딜 가던 에리스가 나온다.

첫 번째로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변경되었다. 인게임 모델링은 그대로 뒀으나,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일본 유저들에게 익숙한 화풍으로 전면 교체했다. 실사에 가깝던 일러스트는 만화풍으로 바뀌었고, 이것으로 일본 유저들에게는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국내 버전에서도 모든 스토리 씬에 성우를 기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했듯, 일본 버전에서도 모든 이야기에 성우의 음성을 입혔다. 일본 내 유명 성우를 기용하는 한편, 스토리에 유저가 선택한 캐릭터가 등장하여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때문에 시나리오의 몰입감이 늘어날 수 있었고, 이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 육성형 RPG에서 캐릭터 자체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쓴 것이다.

▲ 좌측이 국내 버전, 우측이 일본 버전의 일러스트.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강화했지만, 시스템 수정 등 게임 구조적인 부분은 국내 버전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로 출시됐다. 장비 강화와 합성 시스템도 그대로 유지됐고, 재화를 소모하여 장비를 뽑는 BM 모델도 국내와 차이가 없었다. UI와 인게임 캐릭터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국내 HIT의 것과 같았다. 달라진 점은 장비의 등급이 표기가 S, SS 등으로 바뀐 정도에 그친다.

다만, 다른 일본 게임들보다 조금 착하게 요금을 책정한 모습은 주목해 볼 만하다. 접속 보상이나 푸시 보상, 이벤트 등으로 많은 재화를 지급하는 것 외에도 '무료 재화(우정 포인트)를 유료 재화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국내 버전에서는 출시 6개월 뒤에 등장한 시스템이지만, 일본 버전에서는 서비스 초기부터 이를 도입했다. 수량의 차이는 있으나, 무료 재화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들도 일본 HIT가 약간 더 많은 편이다.

시스템은 두고, 캐릭터에 집중한 HIT는 '일본 유저들에게 먹히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으며, 일본에서 나름의 큰 성과를 거둔다. 출시 1개월 만에 누적다운로드 100만 건을 달성하는 한편, 매출 순위 10위권까지 달성했다. 수집형 RPG가 선전하고 있는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캐릭터 육성 위주의 ARPG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셈이다.

▲ 시스템, UI는 국내와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놀라운 결과다.



■ "답은? 전략적 현지화"- 다른 문화권이라면 더더욱

방식은 달랐지만, 두 게임의 성공에는 '현지화'가 기반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장르적 차이와 문화적 차이는 과감한 변경 또는 자신의 장점을 강화하는 것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현지화에 신경 써라'라는 것은 어쩌면 뻔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게임의 성공사례에는 깊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각 나라의 복장이나 언어 추가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여 시스템을 뒤엎어버리는 결단이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애정과 관심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적절하게 사용한 점이 다른 게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 현지화라고 부르고 일본 전용 코스튬만 추가했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았을까.

게임은 결국 각 나라의 문화를 기반에 둔 문화 콘텐츠다. 그리고 나라별로 익숙한 문화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국식 개그를 보고 빵빵 터지지는 않듯, 익숙하지 않음을 대하는 자세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익숙함과 자연스러움, 재미라는 감정의 기저에는 문화적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저 오랜 시간 두드리기만 한다고 문이 열리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노리고 개발하거나,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의 문이 열리지 않는 시대다. 해외 진출을 앞둔 개발사들은 이러한 세 가지 선택지 앞에서, 자신에게 맞는 황금 열쇠를 찾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두 게임이 거둔 성공처럼, 불모지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일본 시장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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