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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대표가 '망했다'고 말했던 클래시 로얄,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정필권(Pekke@inven.co.kr)
'통제 최소화, 리스크 최대화'. 일단 강연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니, 보통 반대가 일반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드는 제목이었다.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을 의미하는 말인가?'하고 물음을 가진 채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강연을 맡은 슈퍼셀의 티무르 하우실라(Timur Haussila) 게임 리더는 통제 최소화와 리스크 최대화가 슈퍼셀의 가치임을 강연 전반에 걸쳐 증명해냈다.

티무르 하우실라는 '헤이데이'와 '붐비치'의 개발 단계부터 게임 리더를 역임하여 개발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제품 관리자로서 게임을 개발하는 전 과정을 포괄하며, 제품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NDC2017' 강연장에 선 그는, 슈퍼셀 특유의 팀 문화와 중앙 집권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어떻게 토대가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정 반대의 시스템. 언뜻 봐서 모순될 수 있는 구조는 철저한 계획과 신뢰, 책임감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슈퍼셀의 티무르 하우실라 (Timur Haussila) 게임 리더


■ 전통적인 의사결정 구조 - 무엇이 문제였나?

티무르 하우실라는 자신이 2009년 디지털 초콜릿에서 게임 업계로 뛰어들기 전인 노키아 시절부터 강연을 풀어나갔다. 2006~7년 당시에는 소셜 게임이 성장할 것이란 예측은 되었으나, 구체적인 플랫폼이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PC 코어 게이머 인구가 다수를 차지했고, 콘솔 게임을 즐기기에는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자신이 게이머라고 하더라도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소셜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전반적으로 게임 자체에 관심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게임 개발을 하게 되면 직접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다고 봤다. 이전부터 게임을 좋아했었고, 전부터 게임 동향에 관심이 있었던 티무르는 2009년부터 게임업계에 발을 담그게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모바일 소셜 게임들은 서구의 이동통신사들을 위해서 게임을 제작하는 형태였다. 제작한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카탈로그를 변경 및 제작했고,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고 뒤에 숫자만 바뀌는 형태의 게임들이 많았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결과적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과 가능성에 기반을 둔 공장형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창의성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보고와 일정관리, 일정에 따른 개발 등 모든 과정이 출시일정을 맞추는 데에 집중했다. 당시에는 그린라이트(GreenLight)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는데, 게임 개발자에게 중요한 것을 위에서 결정하는 형태였다.


결국, 해당 시스템에서는 업무에 창의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서 100장짜리 문서를 만들고, 시장조사를 하는 등 의사 결정자를 설득하기 위한 합리적인 근거들이 필요했다. 너무 창의적이라면 반려당했고, 프로젝트가 승인받지 못해 취소되는 일이 많았다. 새롭고 좋은 결과물보다는 그저 그런 중간 정도의 프로젝트가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에는 이런 방식이 유효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그럴싸 해 보이는 중간 정도 퀄리티의 게임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의사결정자들은 러프한 단계의 서류를 보면서 잠재성을 판단하고, 프로젝트를 결정했었습니다. 이런 과정이 게임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고 생각했었죠. 문제는 이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생각에 맞춰 나가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파괴 현상이 시작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이 서비스되며 플랫폼에 변화가 발생했다. 이제는 자율성과 재량권을 가지고 게임을 언제 출시할지,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티무르는 이 시기에 슈퍼셀 CEO의 제안으로 슈퍼셀로 이직을 결정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독립적인 작은 팀으로 일해보는 경험'을 시스템으로 정립해 나가게 된다.



■ 관료주의의 타파 - 슈퍼셀식 의사결정 구조 만들기

티무르는 슈퍼셀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관료주의가 줄어들면 더 많은 개발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인력이 늘어날수록 관리가 필요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함께 초래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관료주의로 말미암은 단점들이 사라지며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영진의 결정을 따라가기만 했을 때에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을 위해서 일하는 형태가 된다고 언급했다. 독립성과 주인의식이 사라지면서 다른 부차적인 요소에 집중하게 됨을 지적했다. 즉, '이전의 게임과는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형 프로세스는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슈퍼셀은 '개발자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리더들은 있으나, 의사결정자는 개발자가 되는 '게임 위주'의 형태가 됐다. 슈퍼셀의 프로세스에서는 디자이너, 코더, 아티스트 모두가 자신에게 중요한 의견을 직접 내릴 수 있다. 타인에게 의견을 구할 필요조차 없다. 어디까지나 실제적인 실행자인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셀은 전통적 방식인 '승인받고, 일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이러한 반복구조를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슈퍼셀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는 당사자 본인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슈퍼셀에서 '경영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티무르는 '경영진은 분명히 필요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내부 인력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방향을 잡고, 예상되는 장애물을 없애고, 개발팀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있다고 정의했다.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역할이 아니라 조직관리에 큰 역할이 부여되는 직책이라는 의미다.

개발자들이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서 관련된 시간을 단축하고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개발 인력을 소규모 단위로 나눈 것도 효과를 봤다. 스튜디오의 규모가 커진다면, 그만큼의 예산과 발생하는 문제들이 수반되고 점차 실패를 두려워하며, 안정적인 결과만을 바라보기 마련이었다. 반대로 조직이 작았기에 큰 꿈을 그렸고, 발생하는 문제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티무르는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유로 '책임감'을 꼽았다. 슈퍼셀이 원하는 인재상은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를 주도하는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며, 최선의 팀을 꾸리기 위한 팀 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슈퍼셀이 만들어낸 좋은 문화가 개개인의 책임감과 맞물려, 성공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슈퍼셀이 처음부터 완벽한 의사결정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진화와 변화를 거듭해 왔고 서로 피드백을 거듭하면서 가치와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피드백과 노력을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선순환 구조를 위해 필요한 것 - 신뢰, 독립성, 책임감, 교육

책임감과 창의력에 목표를 둔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했다. 직원들이 원하는 가치를 물었고, 회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구성원이 회사 운영에 보이는 신뢰는 의사결정 구조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스스로 일을 결정하더라도 회사가 이를 인정할 것이라는 신뢰가 자리 잡았다.

독립성과 함께 책임감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단순히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직책과 직급에 상관없이 대응하는 책임감이었다. 슈퍼셀에서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책과 직급을 구분 짓지 않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하기 위해서 메일을 발송하고 이를 여러 사람이 함께 해결하는 구조다. 위계구조라는 개념이 희박하며, 사내정치도 없다. 문제를 제기했다고 처벌받을 일도 없으며, 오히려 보상을 받는 문화를 구축하려 했다.


이러한 독립성, 책임감은 자기 일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졌다. 조직이 작은 것도 한몫을 했다. 자신의 업무 이외의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정착됐고, 자기 일에 한해서 독립성, 책임감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집중해서 배울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개발자가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구조는 다시 '좋은 품질'의 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강연자는 "슈퍼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품질과 혁신"이라고 말하며, "그렇다고 정해놓은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게임은 예술의 영역에 있으며, 예술이 그러하듯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항상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 피드백을 받고 경지를 올리는 것에 목표를 둔다고 설명했다.


■ 선순환 구조는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나 - '스매시랜드'의 사례

그렇다면 강연자가 자랑한 '선순환 구조'는 슈퍼셀의 개발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리고 개발에서 실패 사례가 나왔을 때, 어떻게 책임을 지게 되는가. 강연자는 이를 위해 '스매시랜드'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슈퍼셀에서는 게임의 중요도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나쁘다고 해서 게임을 한순간에 서비스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개발을 하고, 게임과 슈퍼셀이 나아갈 방향성을 개발자들이 논의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프로젝트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도, 슈퍼셀 내부 구성원의 결정에 따르게 되는 셈이다.

몇 년 전, '스매시랜드'를 출시하고 나서 내부 개발자들은 '이게 슈퍼셀이 원하는 게임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지 진지한 질문을 던졌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이 또한 내부 개발자 자신의 결정이었다.

팀원들은 '클래시 로얄팀과 협업해서 도움을 줄까?', '아니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까'를 두고 고민했다. 그리고 그들은 클래시 로얄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임원진의 결정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의 논의 끝에 나온 생각이었다. 그렇게 팀은 와해하였고, 결과적으로 클래시 로얄 팀에 합류하여 게임 개발에 도움을 주게 됐다.

▲ 개발 중지라는 강수를 택한 '스매시 랜드'

■ 실패와 학습 - 사실 '클래시 로얄'은 태어나지 못할 뻔 했다?

이렇듯 슈퍼셀 특유의 의사결정 구조는 게임 출시와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이지 않은 구조이기에, 반대로 위험(Risk, 리스크)를 끌어안을 가능성이 다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티무르는 이 '리스크' 또한 신뢰와 책임감이 기반이 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에서는 프로토타입에서 의사 결정 구조에 따라 프로젝트가 중지(Kill, 킬)된다. 개발을 지속하는 그린라이트의 형태를 넘어가야만 디자인, 테스트하는 실제적인 움직임이 진행된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인 분석 단계에서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티무르는 이런 일반적인 과정을 '회사를 통제하기 위한 모델'이라고 정의하고 클래시 로얄의 사례를 들었다.

"클래시 로얄은 첫 번째 버전이 나왔을 때에는, CEO가 '이건 망했다. 리얼타임 PVP를 아무도 플레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캐릭터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다고도 이야기했고요. 하지만 해당 팀에서는 다른 의견도 좋지만, 더 개발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문제점을 듣고, 피드백을 거치면서 게임이 발전했죠. 팀 스스로 COC와의 접점을 늘리려고도 했고요. "


슈퍼셀은 결국, 실패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답도 '팀'의 책임감과 실행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개발은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의 연속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훌륭한 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팀이 유기적으로 꾸려지고, 그에 따른 실행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프로토타입에서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만약 실패했다면, 무엇을 배웠는지를 확인하고 축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축하할 이유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으리란 판단이다. 슈퍼셀은 이를 위해서 실패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문화를 구축했다. 실패한 당사자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을 알기에, 실패 이후 지지와 지원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것을 시도할 여유와 여지가 생길 수 있음을 강조했다.


■ 더 나아가서 - 슈퍼셀의 지원과 도전

티무르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슈퍼셀의 조직문화를 다른 회사들에게도 전파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개발팀들에게 환경을 조성해 주려 하는 목적이며, 이미 위치기반 게임을 만드는 몇몇 회사들은 슈퍼셀의 투자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많은 게임이 프로토타입에서 킬되는 경우가 많지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유저들이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상위권 매출 차트에 변화가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포켓몬GO'와 '클래시로얄'의 사례를 들어, 리스크를 참작해야만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많은 개발자들이 '상위 순위가 변화가 없다'고 말하지만, 작년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던 게임은 상위권에 들어갔습니다. 다름 아닌 '포켓몬 GO'와 '클래시 로얄'이 대표적인 게임들이죠. 여러분이 재능과 운, 큰 포부가 있다면 상위권에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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