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 시각) 개막한 NA LCS 섬머 시즌. 두 번째 날의 첫 번째 경기로는 첫 날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간 CLG와 '피글렛' 채광진 선수가 원딜로 돌아간 팀 리퀴드의 승부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CLG의 2:0 완승. 아쉽게 패배한 팀 리퀴드의 피글렛 선수는 무섭게 성장한 트위치로 열심히 CLG를 막아 보았지만, CLG의 저력 앞에 안타깝게도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경기가 끝나면 선수나 코치진이 올라와 기자와 함께 인터뷰를 나눕니다. 거의 승자 팀의 선수만을 인터뷰하는 LCK와 달리, 북미 LCS 현장에서는 패배 팀 역시 인터뷰 요청에 응하며 그 날 경기나 다음 번의 각오 등 여러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인 인벤팀은 그 중에서도 간만에 만나는 피글렛 선수와의 인터뷰를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패배한 팀 선수와의 인터뷰는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질문 하나 하나에도 기분을 고려하여 더욱 신중을 기하면서도, 아쉬움 가득할 선수들에게 많은 정보를 들을 기대를 하지 않곤 합니다. 패인을 적당히 분석하고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듣는 정도로 넘어가곤 하죠. 한편, 빠른 걸음으로 기자실로 들어온 피글렛 선수. 이번 역시 걸음 만큼이나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다음 경기 화이팅!' 을 나눈 뒤, 기다리고 있을 팀으로 재빨리 돌려보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피글렛 선수는 그동안 쌓아 둔 할 말이 참으로 많아 보였습니다. 기자로 하여금 경기 후 인터뷰의 일반적인 형식조차 파괴하게 할 정도로 말이죠. 꽤나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북미에서 활동하던 피글렛 선수는 그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Q.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이제 적응은 완벽히 하셨을 듯 합니다.

그렇죠. 여기에 너무 오래 있으니 이제는 그냥 한국에서 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게임을 하는게 어색해질 것 같을 정도네요.


Q. 최근에 포지션이 자주 변경되었잖아요, 미드와 원딜을 오가며. 스트레스를 좀 받았을 법도 한데요.

딱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둘 다 잘해서. 스크림 역시 처음에 원딜 포지션을 잡았을 때는 약 5일 정도 내내 정말 완패를 했어요. 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있어서인지 5일이 지난 후부터는 완전히 주름잡고 다녔죠. 저는 스트레스를 받는게 다른 면에 있었고, 포지션 변경으로는 딱히 안 받았어요. 원래 미드도 제가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한 것이고요. 강제로 한 게 아니라. 그래서 저도 기쁜 마음으로 한 것이죠.


Q. 솔직한 심정으로 미드에서 하는 것이 좋나요, 원딜에서 하는 것이 좋나요?

저는 아무 포지션이나 해도 상관은 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미드를 하고싶어요. 지금이나 제가 LCK에 있었을 때나 항상 느낀 것은 한국은 메타가 느리다는 것이에요. 지금 EU나 NA는 트위치나 코그모 같은 원딜 하드캐리 챔피언이 등장하는 메타에요. 하지만 팀 게임 베이스다보니, 그 메타 속에서 제가 하드캐리 챔피언을 한다고 해서 꼭 이기는 게임이 나오진 않아요. 하드캐리 챔피언을 골라도 하드캐리를 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거나, 저를 좀 보호해주길 바란다거나. 이런 조건이 너무 많아요.

이번에 다시 제가 원딜을 하면서 느낀건 뭘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에요. 무슨 챔피언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이브 한 걸 땄는데 거기서 스노우볼도 안 굴러가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오늘 경기 보셨죠? 잘 안돼요. 원딜을 해 가지고는... 미드에 있을땐 캠프를 당하거나 해서 성장을 못하고 로밍을 간건 있지만 1:1 상황에선 절대 안밀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안되고 라인전을 이겨도 상대가 먼저 개입을 해오니 힘드네요. 참~ 착잡하네요.


Q. 어쩌면 레인오버랑 시너지를 기대하면 미드가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미드를 했을 때 정글러와 같이 싸워서 2:2를 진 적이 없어요. 저희가 먼저 압박을 해서 상대 미드나 봇을 터뜨린다던가 했는데, 지금은 제가 봇에서 영향력이 있게 경기를 하려면 정글을 부르고 다이브를 해서 타워를 깨고 해야 해요. 스크림에서 그런 상황이 많이 나오지만, 그렇게 해서 굴러가야 할 스노우볼이 안 굴러가고 게임이 이상해지고 그래요.


Q. 그러면 미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구단에 한 적이 있나요?

지금은 때가 아니죠. 시즌 초반이기도 하고... 또 제가 미드를 간다 하면, 그만큼 원딜을 잘하는 사람이 와야하는게 그게 안되니까. 저같은 원딜이 아니라 애매하거나 LCS 레벨보다 떨어지는 원딜이 오면, 결국 그렇게 상대 봇 영향력이 커질테니 밸런스가 안 맞는 상황이 되지요.


Q. 리그를 계속 보지만, 북미는 정말 예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긴 하죠. 두 번째 경기도 제 생각에는 밴픽에서는 이겼다고 느꼈어요. 상대의 밴도 예상했고 픽도 잘 가져왔는데 운영적인 측면에서 안 되니까 너무 답답했어요. 제가 원딜을 했을 때와 미드를 했을 때의 차이는, 제가 뭔가 판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미드로 플레이를 할 땐 무조건 부드럽게 진행됐는데, 제가 원딜을 하고 플레이를 만드려고 하면 잘 안 되었던 것이에요. 물론 제 잘못도 있겠지만, 맵을 보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생각이 들어요. 원딜을 해도 내가 원딜을 하는건지 서폿을 하는건지...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구성진 추임새와 함께 표현한 피글렛 선수. 사실 원딜과 미드를 오가는 포지션 변경에 대한 큰 스트레스를 예상했지만, 피글렛 특유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미드, 원딜에는 문제가 없다.' 와 같은 믿음. 그런 그가 이토록 절망 섞인 한탄을 연속하여 하는 것 역시 한국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 아닐까. 차가운 맥주라도 한 잔 따라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 과연 그를 그렇게까지 착잡하게 한 북미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졌다.


Q. 꽤나 오래 북미 리그에 있어봤는데, 북미의 예측 불가능함은 왜인것 같아요?

어쩌면 오더나 그런 것들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북미의 콜은 뭔가 난잡하고 깔끔하지 않아요. 만약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려면 한국에선 '어떻게 어떻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는데, 여기선 그냥 '도와달라', '상대가 푸쉬를 한다' 정도의 이야기만 해요. '상대가 푸쉬를 하니까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그냥 그것만. 말을 할 때 뒤나 전반적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그 때의 자기 앞 상황만 생각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Q. 예전에 류와 애로우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인데, 한국에서는 '각이다' 라는 말을 쓰잖아요. 예를 들면 미드가 '각이다' 라고 하면 정글러가 왔다갔다 하며 주변을 봐준다던가. 북미 정글러들은 그런 의도의 말을 하면 어떻게 반응하나요?

여기는 그런 말이 들리면 그냥 훅 들어가요. 조금만 기다리거나 상대가 올 때까지만 있으면 되는데, 급하게 들어가서 망할때가 엄청 많아요. 기다리면 상대가 먼저 오는 상황에도 그냥 빨려 들어가요.


Q. 선수면 그런 상황에서 참아야 할 타이밍 같은 것을 잘 알잖아요?

저는 느끼는데 다른 사람은 아닌가봐요. 참 쓸쓸한 얘긴데... 특히 오늘 경기는 선수들끼리 그냥 혼자 하는 말이 많았어요. 자기가 필요하니까 자기들끼리 말하는? 대화도 안되고 다 각자 말을 하니까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그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말이 되었으면 그거에 맞춰야하는데 다른 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최근 일주일 전부터 스크림 승률이 바닥을 치고있는데 제가 보기엔 생각이 없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현 상황만 보고... 제가 라인전을 하든 한타를 하든 그 다음 상황, 몇 수 앞도 계속 생각하면서 행동을 해야하는데 여기는 그런게 아니고 그 때의 상황만 보고 이야기가 나오니... 게임을 몰라서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미래를 보면서 해야 잘 될텐데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니까 잘 안돼요.

C9이나 TSM같은 팀들은 메카닉도 좋고, 당장이 아니라 뒤까지 보면서 플레이를 하니까 잘 나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팀은 아닌 것 같아요. 북미 리그는 팀 격차가 커요. 잘 하는 팀과 못 하는 팀으로, 중간이 없이 나뉘어요. 한국은 그래도 비교적 격차도 적고 순위도 이리저리 바뀌고 기본적으로 연습도 많이 하지만 여기는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여기는 당장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기다리질 않아요. 정말 기다리면 되는데 욕심들도 많은것 같아요.


Q. 이 기사가 나가면 한국 뿐만이 아닌 글로벌에도 게재가 될텐데,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들을 팀이 볼 수도 있는 것에 대해서 괜찮으신 건가요...?

괜찮죠. 제가 프로게이머로서도 그렇고, 과거 SKT T1이었을때도 그랬고, 제가 만약에 못한다고 느끼면 저는 한두 시간만 자면서라도 연습에 몰두했어요. 남에게 무시받기도 싫고 잘하고 싶었어요. SKT T1에 있을 때는 코치님이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들어가시곤 했는데, 그보다도 제가 더 늦게 들어갔어요. 항상 제가 제일 늦게 갔어요. 저는 그 정도로 남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듣기도 싫었고 칭찬을 받고 싶고 그랬어요. 그런데 여기는 그런게 아닌 것 같아요.

비난이 아닌 질타를 받으면 프로게이머로서의 직업 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바꿀 수도 있어야하는데 그렇게 안 해요. 경기에서 지면 그 순간만 기분 나빠하고 마는 것 같아서 저는 하면 할 수록 스트레스를 받아요. 대회에서 경기를 진다고 생각하면 저는 너무나 열받고, '내가 왜 졌을까' 하며 한타나 라인전 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하고,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거나 '이렇게 로밍을 갔으면 좋았을 것' 이라는 생각을 계속 해요. 그렇게 계발을 해야하는데 여긴 그런 것이 없어요.

이건 모든 사람들이 느껴야할것 같아요. 자기가 열심히 해서 팀에 누를 끼치지 않게 해야하는데 항상 핑계가 있고... 핑계가 있으면 안되는데 말이에요. 저도 그럴때가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요. 대부분 계발을 한다곤 하지만 그냥 솔로큐를 하는 느낌이에요.


Q. 이걸 지금까지 계속 느껴온 것인가요?

예, 요새는 더 그래요. 이번 시즌에 특히 그래요. 이번 연도에 심하고.




맥주가 아니라 소주라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꽤나 순화되어' 많이 들려 온 북미 리그의 고질적 문제점들. 그 중에서도 소통의 차이와 연습 부족으로 인한 불만을 이토록 감정 섞어 토해낸 선수가 또 있을까. 내용의 수위가 어찌 되었건, 팀원이 보게 되더라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누군가 자신의 불만을 평소에도 알아줬으면 했나보다.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고자, 자야와 라칸을 비롯하여 묻고 싶었던 몇 가지의 게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다른 이야기를 합시다. 요즘 봇 메타 어떤 것 같나요?

좋아하는 챔피언을 거의 다 쓸 수 있어서 좋네요. 트위치라던가 코그모라던가 이런 것들을 많이 쓸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라인전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챔피언들로 라인전을 이기니까 그 후로 편한 것 같아요.


Q. 자야와 라칸이 같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것 같아요?

저도 해보긴 했는데 제가 생각할때는 북미가 라칸에게 잘 당해주는 감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해요. 라칸의 W를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고 보면 되는데 그걸 맞아줘요. 한타를 할 때도 라칸만 봐야하는데 다른 쪽을 보다가 역 이니시를 당한다던가... 자야만 있어도 라인전이 센데 라칸도 있으면 정말 세요. 딱히 자야와 라칸이 사기라곤 못하겠지만, 아직 라칸 상대법이 북미에선 잘 안나온 것 같아요.

한국은 어제 라칸을 선택한 쪽이 다 졌더라고요. 저는 어느정도 라칸의 약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의 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선수랑 다르게 생각해요. 딜 교환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은 '이쪽으로 하면 무조건 이겨' 이런 식으로 하는데 저는 '이렇게 하면 불리하고 이렇게 하면 이겨' 식으로 생각을 해요. 그렇게 라인전은 항상 이겨왔고. 딜 교환도 가능한 타이밍이 있고 아닌 타이밍이 있는데 말이에요.


Q. 라칸은 그럼 앞으로 덜 나올 수도 있다?

라칸은 이니시가 워낙 잘 되고 오리아나같은 연계, 피즈나 노틸같은 콤보를 짜면 정말 셀 것 같아요. 무조건 매혹을 맞고 띄우는 거라 상대 미드나 원딜이 포지션을 잘못 잡기라도 하면 한 번에 녹일 수 있어요. 저희도 해보니 안 보이는 곳에서 이니시를 걸면 아주 멀리서도 이니시가 되고, 이니시를 건 뒤에도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뺄 수도 있어서 그만한 서폿이 없기도 해요.


Q. 최근 패치 이후에 도란 실드가 대세인데, 경기를 보니 도란검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취향 차이일까요?

제 생각에는 도란검을 들고 이길수 있다고 생각하면 드는 것 같아요. 저도 실드가 더 좋은 것 같지만 케이틀린이나 이즈리얼 같은 챔피언을 하면 도란검도 가요. 상대 스킬을 안 맞으면 되니까요. 나만 때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돼요.


Q. 그럼 피글렛의 베인도 나올 수 있을까?

그건 팀에서 안시켜줘요 (웃음). 제가 베인으로 스크림에서 이긴 적도 있어요. 하지만 베인은 챔피언 자체가 지금 안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제는 트위치나 코그모, 바루스나 애쉬를 해요. 트위치나 코그모가 되는게 어디야... 베인이 버프가 되면 모르겠는데 말이에요. E 평타만 되면 될텐데... 베인은 이제 '쓰레기' 챔피언이 되었는데 라이엇이 버프를 해주질 않아요. 대회에서 구르고 싶어요.

IEM에선 기쁜 나머지 베인을 하긴 했어요. 재밌었어요. 팬분들도 구르는거 보고 재밌게 봐주셨을 거에요. 저는 궁극기를 쓰고 구르고 '벽꿍' 하면 항상 마음이 정화가 돼요. '아아...정말 세다... 이만한 챔피언이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하는 것과 여기서 베인을 하는것과 뭔가 차이가 있어요. 찰지달까? 한국에서 할 때는 뭔가 반응도 들리니까 쭉쭉 텐션 업도 되고 재밌어요. 베인 정말 쓰고싶어요. 각 나오면 언제든지 할 거에요.


▲ 구르는 그가 그립다! (출처 : OGN 방송 캡쳐)


Q. 이번 시즌 팀 리퀴드는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하... 힘들다. 정말 힘든 답변인데...

제 생각에 봇 라인은 완벽해요. 지는 매치업도 이기고, 이기면 정말 이기고. 제가 라인전을 잘한다 해서 팀파이트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하드캐리 원딜 메타라 높이 올라갈 수 있겠는데, 다른 쪽에서 저에게 시너지를 맞춰 주면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메타가 메타인지라 조합만 잘 짜면 저 혼자 1:5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망해도 버텨주면 잘 될거고.

스크림도 정말 진지하게 하고 있고, 올라가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부디 마음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결승전을 좀 가고 싶어요. 항상 북미에서 결승전을 아쉽게 못가서 지금도 생각하면 억울하고 서러웠으니 이번엔 정말 가고 싶어요. 롤드컵도 걸려있고. 오랜만에 롤드컵 가서 까불고 싶기도 하니 올라가고 싶어요. 제 바람이에요.


Q. SKT T1 이야기를 들은 걸 생각해보니 궁금해졌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하는 말인데, 혹시 SKT T1을 나가고 후회한 적이 있으셨나요?

솔직히 후회한 적 많죠. 없다고 하면 정말 거짓말이고. 당연히 롤드컵 3회 우승도 하고 커리어가 쌓였을텐데, 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고. 저는 제가 못한게 아닌데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괴감도 들지만, 미국에서 게임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만나면서 인생 공부를 한 느낌이네요. 미국 오면서 더 성숙해지고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엄청 힘들기도 했고. 지금도 힘들지만. 인생면에서는 괜찮은것 같네요. SKT에 계속 있었다면 돈을 많이 벌긴 했겠지만 그랬다면 지금 이런 느낌이나 감정을 못받았을 것이고.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SKT의 활약을 보면서 이제 박수도 치고 응원도 할수 있게 되고, 멀리 있지만 모두들을 항상 응원해요. SKT가 잘 나가는것을 보면 좋아요.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팀도 아니고, 그런 팀에서 국내 첫 롤드컵 우승도 했었으니 그 자체로 뿌듯하네요. 만일 SKT가 발전을 멈추고 뚝 떨어졌다면 저도 자랑스럽지 않았겠지만, 지금도 성장하는걸 보니 '나 엄청 좋은 팀에 있었다'하며 지금도 자랑스럽게 얘기할수 있는 거에요.




문득 궁금했던 SKT T1에 대한 훈훈한 속마음을 끝으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폭풍같은 대화가 지나가고, 내용에 대한 걱정과 함께 알게모를 짜릿함까지 전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세계 최고의 팀 SKT T1을 나와 야심차게 진출한 북미에서 아직까지 단 한 번의 우승도 하지 못한 아픔. 자신의 실력을 이렇게나 신뢰하는 피글렛 선수에게는 더욱 김빠질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간만에 만나 속사포처럼 한탄을 쏟아낸 그에게서 느낀 것은, 피글렛을 더욱 피글렛스럽게 다듬어주는 그만의 자신감과 자존심, 그리고 과거와 변함이 없는 투지였다.

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게 만족할만큼의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 팀 리퀴드. 피글렛 선수의 승리에 대한 노력과 욕망, 다소 거친 피드백들이 팀 리퀴드 뿐만이 아닌 모든 북미 팀에게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길 조용히 소망해본다. 다소 순진하게 표현되는 북미 리그 팀 사이에서 어쩌면 쓰지만 효과 좋은 보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솔직한 인터뷰를 해준 피글렛 선수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Q. 솔직한 인터뷰 정말 감사합...

어휴 우울해가지고...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