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 주에 마무리된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해 Cloud 9과 프나틱, 페네르바체와 WE의 그룹 스테이지 진출이 확정됐고, 또 한 번의 조 추첨을 통해 이들이 미리 배정됐던 각 조의 빈 자리로 향했다.

D조에는 한국 팀이 없어 '꿀조'라고 불리기도 했고, 그래서 서로의 실력이 비슷해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 중이었다. TSM과 FW, 미스핏츠. 여기에 중국의 WE가 합세했다. 이로써, 팬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죽음의 조는 모두의 실력이 비슷한 D조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 이젠 롤드컵 징크스 좀 털어내자! TSM

TSM은 언제나 모든 팀이 경계하는 NA LCS의 왕이다. 이들은 부진할 때나 경기력이 좋을 때나 NA LCS를 거의 항상 재패했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나 롤드컵에 출전하는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 1호로 손꼽힌다. 이번 한국 세 팀의 감독들 역시 중국 팀들 아니면 TSM을 주의해야 할 팀으로 꼽았다.


하지만 TSM은 항상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NA LCS의 왕이고, 매번 롤드컵에 출전하면 뭐하는가. 혹자는 TSM이 한국 월드컵 대표팀 같다고 표현한다. 매번 출전은 하는데 성적은 바닥인, 마음이 아프지만 적절한 비유인 것만 같다.

그들은 롤드컵에서 매번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시즌1에 3위, 시즌2에는 8강, 시즌3에 12강, 시즌 4 8강, 시즌5 16강, 시즌6 12강. 광속처럼 탈락한 시즌도 있었고,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도 곧 미끄러졌다. 북미에서 TSM이 누렸던 명성이 크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TSM에게 롤드컵 징크스가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TSM은 다른 국제무대에서는 롤드컵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TSM은 팀 이름처럼 미드 라이너 '비역슨'이 에이스다. 그는 정규 시즌 동안 Cloud 9의 에이스 '옌슨'과 거의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다. KDA 6.8에 팀 내 대미지 비중 30%. 그만큼 '비역슨'이 없는 TSM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다시 돌아와서 그동안 보여줬던 단점을 최대한 줄인 '더블리프트'가 화력을 보태고 있고, 그들이 힘겨워할 때면 '하운처'가 어김없이 나타나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구도다.

하지만 TSM을 롤드컵 앞두고 분석하는 것만큼 의미없는 행동도 없다. 그들은 언제나 롤드컵만 되면 그동안 보여줬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최대한 지운 듯했던 단점을 여지없이 다시 드러냈으니까. 그래서 감히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번 롤드컵 최고의 도깨비 팀은 TSM이 아닐까.


■ 예전만 못한 '점멸 늑대'... 그래도 여전히 강한 FW

'점멸 늑대'라는 별명은 FW의 특권과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팀 이름을 한글로 그대로 옮긴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그 별명처럼 늑대와 같이 상대를 사냥할 때 팀워크를 잘 발휘했고, 정말 늑대로 평가받았다. 모두가 FW를 최고의 다크호스로 평가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하지만 FW의 힘은 예전보다 많이 빠졌다. 스프링 스플릿에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1위 자리를 겨우 지켰다고 해야겠다. 전반적인 경기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팀의 쌍두마차인 '카사'와 '메이플'이 주춤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그럴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잘했던 건 원거리 딜러 '베티'였다. '베티'는 정규 시즌에서 바루스와 칼리스타 등 변수 창출에 능한 원거리 딜러를 자주 꺼내 높은 승률을 보였다. 그리고 예전만 못하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카사'와 '메이플' 역시 LMS 내에서 각종 데이터 1위를 꿰차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하기도 했다.

FW는 이번 롤드컵 D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과의 싸움에 중점을 둬야 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전히 LMS의 챔피언이고 자신들의 장점을 여전히 살린 팀이지만, 예전만큼 강력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FW는 TSM과 미스핏츠, WE와의 싸움에 집중하기에 앞서, 지금보다 더욱 강력했던 예전의 자신을 찾는 싸움부터 해야할 것이다.

'카사'와 '메이플'의 진두지휘 아래 '베티'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면, FW가 무난하게 8강 진출을 확정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런 평가는 주류가 되지 못한다. 그만큼 다른 팀들이 강력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FW이 예전만 못해서인 것도 있다. LMS의 자존심을 언제나 살려줬던 FW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 EU LCS의 '뉴 페이스' 미스핏츠

미스핏츠는 발전 속도가 빠른 팀이다. 얼마 전에 승격강등전을 통과해 EU LCS로 합류했는데, 이번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롤드컵에 합류했다. 2부 리그에서 롤드컵까지 쾌속 성장을 한 셈이다.


'이그나' 이동근이 있는 팀으로도 유명한 미스핏츠의 롤드컵 첫 여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같은 D조에 북미의 왕 TSM과 중국의 전통강호 WE, LMS의 맹주 FW가 포진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각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게임단인데, 미스핏츠는 그 이름값에서 많이 밀리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미스핏츠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이들이 EU LCS에서 보여줬던 준수한 경기력 때문이다. 딱히 팀에 구멍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탑 라이너인 '알파리'는 포스트시즌 동안 탑 라이너 중에 KDA 2위를 기록했고, 평균 데스는 두 번째로 낮았다. G2의 '익스펙트' 기대한이 '알파리'보다 살짝 좋은 데이터로 각 부문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정글러 '맥스모어'도 팀을 옮길 때마다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가 미스핏츠에서 꽃을 피웠고, '파워오브이블'과 '한스 사마'로 이어지는 딜러진이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 '파워오브이블'은 팀 내 대미지 비중 28.3%, '한스 사마'는 29%를 기록하면서 팀의 원투 펀치 역할을 제대로 했다. 딜러진이 잘해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기에 이 둘이 롤드컵에서도 활약을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 2부 리그에서 순식간에 EU LCS로 향하면서 놀라움을 이끌어냈던 미스핏츠. 이제 그들은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다. 만약 롤드컵이라는 최고의 LoL 국제무대에서도 미스핏츠가 팬들의 놀라움을 자아낼 수 있을까. 사실 가능성이 아주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 세상에 '절대'라는 단어만큼 무서운 건 없으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역시는 역시... 전통 강호 입증한 WE

WE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롤드컵 여정을 시작했다.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낮은 곳에서 경기를 했지만, WE에게 방심이나 자만과 같은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와일드카드 팀들을 상대로도 WE는 세계 강팀들을 상대할 때만큼 집중했고, 좋은 경기력과 좋은 성적으로 그룹 스테이지행을 확정했다.


그들이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에서 영 제너레이션을 상대로 보여줬던 경기력을 깔끔 그 자체였다. 정글러인 '콘디'가 1세트에 모든 라인을 풀어주고, 2세트 들어 두 번 연속 바론 버프를 스틸하면서 존재감을 뿜어냈다.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가장 빛났던 정글러를 꼽으라고 하면 거침없이 WE의 '콘디'를 선택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사실 WE의 쌍두마차는 미드 라이너 '시예'와 원거리 딜러 '미스틱' 진성준이다. 이 둘 역시 강팀들의 딜러진 답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경기에서도 멋진 활약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스틱'은 '불타는 향로'를 장착한 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면 어김없이 경기를 캐리했다.

'시예' 역시 이번 롤드컵 무대에서는 자신의 캐리력을 선보일 수 있는 챔피언을 자주 선택했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자신의 캐리력을 뿜어냈다. '시예'는 '미스틱'이 힘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 올 때마다 활약해서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잘하는 걸로 유명하다.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콘디'가 그 역할을 대신해줘서 자신의 존재감을 미처 발휘하지 못한 느낌도 있었다.

지금까지 WE가 보여줬던 멋진 경기력에 많은 사람이 D조 1위는 WE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WE는 TSM이나 FW, 미스핏츠처럼 기복을 자주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WE인 만큼, 그 예상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