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RNG와 G2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주 차 일정이 종료됐다. 올해 롤드컵은 벌써 다수의 명경기가 펼쳐지며 전 세계 LoL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이 있다. 그룹 스테이지 2주 차 경기에 앞서 지난 경기에서 멋진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 무대를 즐길 줄 아는 진짜 탑솔러 - 롱주 게이밍 ‘칸’ 김동하

김동하의 픽은 올해 롤드컵을 지배하고 있는 향로-탱커 메타를 거스른다. 지난 2017 LCK 서머에서 제이스, 자르반 4세, 레넥톤, 잭스 등의 공격형 챔피언으로 롱주 게이밍의 우승을 견인한 김동하는 롤드컵 무대에서도 그만의 운영을 뽐내고 있다.


김동하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가지고 있다. 라인전이 원체 강력한데다가,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스플릿 푸시와 오브젝트 컨트롤을 주도한다. 여기에 종종 터져 나오는 솔로 킬을 통한 이득은 롱주 게이밍의 승리와 직결된다.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주 차에 등장했던 모든 챔피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챔피언은 나서스가 아닐까. 프나틱과의 경기에서 ‘소아즈’의 마오카이를 상대로 나서스를 후픽한 김동하는 무난한 성장을 이어갔다. 불과 15분 만에 흡수의 일격 300스택을 쌓은 나서스는 순식간에 포탑을 밀어냈고, 탑에 홀로 있던 마오카이를 가뿐히 두동강내며 압승을 거뒀다.

▲ 나서스의 장작 쪼개기!

물론 프나틱과의 경기는 기량 차이로 손쉽게 승부가 갈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롤드컵 일정에서 나서스 같은 김동하의 전략픽이 재차 등장할 수 있다.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의 탑 라이너들에게 ‘여러분이 지는 것은 정글 탓입니다’라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김동하. 롤드컵에서 ‘꿀잼 경기’를 책임질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 공격적인 정글 운영의 진수 - C9 '컨트랙츠'

메타를 거스르는 탑솔러가 김동하라면, 정글에는 '컨트랙츠'가 있다. 2014년 북미 2부 리그에서 데뷔한 '컨트랙츠'는 작년 12월 C9에 합류해 NA LCS에서 리 신, 그레이브즈, 엘리스, 렝가, 카직스 등 캐리형 정글러를 위주로 플레이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컨트랙츠'의 강점은 쉴틈없는 공격적인 움직임이다. 갱킹과 카운터 정글을 유독 선호하며, 언제 어디서 적 챔피언을 만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파고들 틈을 노린다. 피지컬도 뛰어나 한타에서 끝없이 딜을 퍼부으며 승리에 기여한다. 여기에 C9의 미드 '옌슨'과 탑 '임팩트' 정언영도 '컨트랙츠'의 움직임에 도움을 준다. 강한 라인전 능력과 빠른 백업으로 상대 정글러의 경로를 제한하고 '컨트랙츠'의 플레이를 돕는다.

'컨트랙츠'는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경기에서 SKT T1을 상대로 렉사이를 기용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페이커' 이상혁의 카시오페아의 슈퍼 플레이에 선취점을 내주고,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무력하게 패배했다. 하지만 이어진 2, 3경기에서 '컨트랙츠'의 진가가 발휘됐다. 이즈리얼과 그레이브즈를 선택해 캐리형 정글러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줬다.


▲ '컨트랙츠'의 플레이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하지만 이런 공격적인 플레이가 매번 유효한 것은 아니다. 지난 그룹 스테이지에서 치른 세 번의 경기에서 과도한 카운터 정글을 하다가 허무하게 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롤드컵 무대에서 이런 실수가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컨트랙츠'의 플레이가 C9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올해는 다르다고? 난 매년 같았는데 - TSM '비역슨'

올해 롤드컵에서만큼은 '진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TSM. 긴 역사를 가진 TSM은 그 역사만큼 잦은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비역슨’만은 4년째 TSM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이토록 꾸준하고 안정적인 선수가 또 있을까. 대부분의 롤드컵 무대에서 TSM은 대체로 약체 평가를 받아왔지만, '비역슨'의 존재로 매년 그 이름값만큼은 톡톡히 해냈다. 누구보다 넓은 챔프폭을 가진 '비역슨'은 공격적인 라인전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을 선호하며, 특유의 피지컬로 부진에 빠진 TSM을 '멱살 캐리'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작년 롤드컵에서 '비역슨'이 매 경기 뛰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원들의 부진으로 RNG에게 석패를 당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는 TSM이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롤드컵 이후 치러진 두 시즌의 NA LCS에서 우승을 거두며 더욱 노련해진 운영은 물론, '비역슨'의 안정감에 '더블리프트'의 화력이 더해져 강력한 한타를 보여주는 팀으로 거듭났다.

▲ '더블리프트' 트리스타나와 함께 에이스!

날개를 단 '비역슨'은 올해도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세 팀이 2승 1패로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D조에서, '비역슨'의 실속 있는 플레이가 TSM을 롤드컵 8강으로 올리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원거리 딜러 하이퍼 캐리 메타, 이제 날아오를 때 – RNG '우지'

LPL의 원거리 딜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우지'가 아닐까. '우지'는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롤드컵 결승에 진출해 LCK팀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며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롤드컵 진출을 달성한 '우지', 하지만 그가 참여했던 모든 롤드컵 시즌 중 올해만큼 원거리 딜러의 역량이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물론 후반 한타에 있어 원거리 딜러의 화력은 매년 중요했다. 하지만, 불타는 향로의 등장으로 원거리 딜러의 화력과 유지력이 크게 상승했고 이에 올해 롤드컵은 유난히 원거리 딜러의 캐리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원거리 딜러 캐리 메타에서 '우지'는 그룹 스테이지 1주 차에서 본인의 능력을 증명했다. 지난 세 경기에서 코그모, 트리스타나, 트위치를 차례로 플레이하며 총 18/1/10, KDA 28의 기록을 달성했다. 세 경기 동안 챔피언에게 가한 총 피해는 82K로 이는 RNG 전체의 약 39%에 해당한다. G2와의 3경기에서 그의 플레이가 가장 돋보였다. 30분이 넘도록 이어지던 팽팽한 균형을 단 세 발의 화살로 깨뜨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0.5초의 미학

'우지'를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그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 때문이다. 특히 라인전 단계에서 강점을 보이는데,'‘우지'를 상대해본 모든 선수는 그의 영리한 플레이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그 피지컬만큼 과도한 욕심이 '우지'의 단점으로 꼽힌다. 본인의 성장을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길 바라고 딜 욕심에 종종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력으로 비추어봤을 때, 그의 욕심은 롤드컵 무대에서 한동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 세계를 놀라게 한 이니시에이팅 – SKT T1 '울프' 이재완

그룹 스테이지 1주 차 경기를 통틀어 가장 명장면을 뽑으라면 누구나 같은 장면을 뽑지 않을까. EDG와의 경기에서 라칸을 선택한 이재완은 1만 골드의 열세를 뒤집는 마법의 한타를 만들었다.


이재완의 챔피언 폭은 끝이 없다. 매 시즌 메타에 어울리는 챔피언을 플레이하며 큰 기복 없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미, 룰루, 잔나 등의 수동적인 서포터보다 쓰레쉬, 탐 켄치, 브라움 등의 능동적인 서포터를 선호한다.

그중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알리스타이다. 이재완은 2012년 데뷔 이후로 지난 2017 LCK 서머 시즌 결승까지 총 86경기에서 알리스타를 다뤄왔으며, 승률은 무려 73.3%에 달한다. 알리스타와 함께 키워 온 상황 판단 능력이 이번 롤드컵에서의 대역전을 만든 것이 아닐까.

▲ 이 완벽한 한타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재완은 꾸준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보여준 그의 활약은 우연이나 요행이 아닌 순수한 그의 실력이었다. 앞으로 남은 롤드컵 무대에서도 이재완은 그 기량을 전 세계 LoL 팬들에게 입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