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gfycat.com / paalesp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자신이 화려한 플레이를 할 수 있길 희망한다. 탁월한 판단과 조작으로 자신이 돋보이길 바라고, 자신의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움직이길 염원한다. 만약 '오버워치'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기는 게임이라면 욕심은 한층 더 샘솟아 오른다.

이러한 욕심 자체는 건전한 향상심이다. 그 누가 자신이 빛나는 걸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욕심과 실력은 아쉽게도 정비례한 관계가 아니다. 유명 BJ나 선수들처럼 화려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판단은 기가 막혔지만 위치 선정을 실패해 적을 '방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콘트롤은 훌륭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팀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지난 15일, 영국의 요크 대학(University of York)에서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 논문의 제목은 '유동적 지능과 비디오 게임 숙련도 간의 상관관계 탐구(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 expertise and fluid intelligence)'로 쉽게 말해 게이머들이 흔히 말하는 '게임 머리'와 '피지컬'이 '무엇'과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탐구한 논문이다.

그런데 내용과 결론이 조금 서글프다. 애써 부정해왔던 것들이 낱낱이 드러나 밝혀진 기분이다. 소위 '팩트 폭력'의 향연이다. 물론 어떻게 보자면 하나의 변명이자 위로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슬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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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 expertise and fluid intelligence



■ 게임 실력과 지능 지수는 비례할까?

사실 게이머라면 가끔 자신의 플레이에 스스로 감탄할 때가 있다. 절묘한 상황판단과 기가 막힌 콘트롤을 자화자찬하며 "아 난 정말 똑똑한 거 같다"고 생각해본 적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요크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은 꽤나 '옳은 것'이다. 해당 논문에서는 오래전부터 체스와 만칼라(Mancala) 같은 전략 게임들이 문화 전반에 걸쳐 '지능'과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전략성이 강한 게임 같은 경우, '가능한 수의 시각화, 단기 기억의 재생 및 미래 보상의 극대화를 위한 현 보상의 연기' 등 고도의 지적 활동을 요구하며, 실제로 전문가급의 체스 선수들은 랭크와 IQ 점수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에 해당 연구팀은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과 비디오 게임 사이에도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할 것이란 가설을 제시했다. '유동적 지능'이란 카텔(Cattell)이 주장한 이분화된 지능 중 '선천적 지능'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개인이 사고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의 처리 능력과 허용량을 포함한다. 쉽게 말해 선천적인 기억력과 집중력 그리고 정보 파악 능력 등을 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당 연구팀은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하고, 강한 전략성을 지닌 'MOBA' 장르 게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그들은 '상업적이고', '널리 알려졌으며', '고도의 팀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을 찾았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와 'DOTA2'가 그 대상으로 선정됐다.



■ '유동적 지능' & '랭크'

해당 연구팀은 우선적으로 영국 내에 대학 등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를 모집했다. 최소 100번 이상 경기를 진행해본 적 있는 인원들로 구성되었고, '유동적 지능'의 측정을 위해 WASI-II Matrix Subtest가 진행되었다.
* WASI-II란? 웩슬러 약식 지능 검사(Wechsler Abbreviated Scale of Intelligence)의 약칭으로 6세부터 90세까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으며 어휘, 유사관계 파악 등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요시간은 약 15~30분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해당 실험에서 플레이어들 간의 '협동능력'이 가장 큰 변수라고 언급했다. 개인의 판단력과는 별개로 협동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를 측정 및 평가하기 위해 감정 파악 능력 시험인 MITE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 MITE란? '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의 약칭으로 인물들의 '눈' 모양새만으로 감정과 상황을 맞추어 공감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위의 도표는 스피어만 서열상관분석을 이용해 게임 내 '랭크'와 '수행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WASI II Matrix Subtest를 통해 측정한 '유동적 지능'은 '랭크'와 아주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와는 반대로, '랭크'와 'MITE'의 점수는 큰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 '나이' & '피지컬'

첫 번째 연구는 결과적으로 IQ와 비디오 게임 랭크 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에 연구팀은 해당 결과를 보다 다각도로 분석하고 접근하고자 두 번째 연구를 진행했다. 두 번째 연구의 경우, '게임 수행 능력'과 '나이' 간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는 MOBA 장르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DOTA2' 외에도 'FPS' 장르 게임인 '데스티니', '배틀필드3' 역시 실험에 활용됐다. 이는 IQ와 상관없는 나이 관련 요소를 통제하기 위함이며, FPS 게임들이 기억이나 다중 판단 능력보다는 순발력과 정확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나이'와 큰 상관관계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즉, 해당 연구팀은 '유동적 지능'과 소위 '피지컬'을 개별적으로 분류해 나이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해당 실험은 플레이어의 게임 수행 성적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MMR(Matchmaking Ranking)을 중점적인 데이터로 삼아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MMR은 나이와 매우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4종류의 게임 모두 중간 그룹과 마지막 그룹 간 막대한 수치상의 차이를 보였으며, 20대 중반 이후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MOBA' 장르 게임의 경우 '낮음-높음-낮음' 패턴을 보였으며 22살부터 27살 사이가 절정의 수행능력을 보여줬다. 'FPS' 장르 게임은 '높음-높음-낮음' 패턴을 보였으며 어린 플레이어일수록 유리하고, 역시 나이가 들수록 점차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실험을 아울러 봤을 때, 상업적 MOBA 장르 비디오 게임의 숙련도는 유동적 지능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이와 관련된 유동적 지능의 개발은 청소년기부터 이른 성인기까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동적 지능과 작업 기억 능력은 젊고 건강한 시기를 지나면서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