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8-01-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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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컨셉 잘 살린 스팀 인디 게임들

정필권(Pekke@inven.co.kr)

수많은 게임들이 존재하는 플랫폼, 스팀에서는 하루에도 몇 개의 게임들이 나왔다가 소리소문없이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하지만 "어라? 신기한 컨셉의 게임이네?"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게임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AAA급 게임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많은 플레이어의 관심을 받을 만한 게임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는 인디 게임들은 '독특한 컨셉'을 보여준 게임들로 선정했습니다. 장르를 자연스럽게 혼합했거나, 예전에 유행했던 장르와 컨셉을 가져온 게임, 소재를 100% 활용한 게임까지.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몇 개의 게임을 소개하겠습니다 .



"911 오퍼레이터" / 한국어 지원 (창작마당)


911 신고 전화를 접수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시뮬레이터 '911 오퍼레이터'는 정말로 흔치 않은 소재를 게임을 풀어냈습니다. 심지어 생각할 거리도 가득 담은 게임으로 말이죠. 플레이어는 긴급전화와 서비스를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 신고 전화를 받고 적절히 응답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응급처치법을 신고자에게 설명하거나, 사고 규모에 맞는 소방관과 구급대원을 충동시키는 것도 당신의 역할입니다.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는 '단순한 장난 전화'가 긴급한 구조 요청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게임의 티저 영상에서도 표현된 것이기도 합니다. "페페로니 피자 큰 사이즈로, 치즈 추가해서 주문할게요" 라는 전화를 받고, 이를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사로잡힌 피해자의 긴급한 구조요청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모두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팀블위드 파크 (Thimbleweed Park)" / 한국어 미지원


시대의 저편으로 모습을 감춘 장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 장르의 '심블위드 파크'는 개발자부터 컨셉의 독특성까지 다양한 면에서 주목받은 게임입니다. 과거 '원숭이섬의 비밀'의 개발자 '론 길버트'를 기억하고 있는 올드 게이머들에게는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면도 있죠. 행동을 일일이 선택하는 방식, 게임 곳곳에 담긴 유머까지 루카스 아츠 시절의 어드벤쳐 게임을 그립게 합니다.

문제는 이런 유머러스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죠. 이런 단점만 제외한다면, 과거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의 정수를 모두 모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이브러쉬가 "컴퓨터 게임은 절대로 20달러 이상 주고 사지 말아라."라고 했던 대로 19.99달러의 가격으로 출시하기도 했고요. 그야말로 고전 어드벤쳐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는 셈입니다.



"데이 아 빌리언스 (They Are Billions)" / 한국어 지원예정


스팀펑크 + 좀비 + RTS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한눈에 띈 게임 '데이 아 빌리언스'는 컨셉을 잘 살린 게임 플레이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좀비들의 웨이브를 버텨내고 생존하는 게임들은 여럿 있었지만, 이를 RTS라는 장르에 접목한 것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스팀펑크라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확실히 살려서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즐겨볼 수 있습니다.

생존과 RTS를 접목하면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좀비들이 건물을 공격할수록 좀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니, 방어벽을 세우는 것도, 방어 타워를 짓는 것도 심사숙고 해야 합니다. 복잡하지만 한정된 자원, 하나의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포를 잘 표현한 '데이 아 빌리언스'는 현재 공식 한국어화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코메디 나이트 (Comedy Night)" / 한국어 지원


게임은 막상 별것 없습니다. 사람들과 방을 만들어서 스탠딩 개그 배틀을 진행하고, 야유를 보내거나 박수갈채를 얹어주면 끝이거든요. 그저 사람들의 개그를 듣는 것이 매력적인 게임이랄까요?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자면, 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어렵기는 합니다. 보이스 채팅에 더 가까우니 말이죠.

사실, 이 게임은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의 입담이 한없이 중요해지는 게임입니다. 어디까지나 캐릭터는 마이크 뒤에 있는 사람들을 인식하기 위한 존재일 뿐, 별다른 상호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심지어 대부분이 영어로 대화를 하므로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컨셉만큼은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메디 공연이라는 특징을 게임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투스 앤 테일 (Tooth And Tail)" / 한국어 지원


'투스 앤 테일'은 RTS 장르지만, 독특한 게임 플레이 컨셉을 보여줬습니다. 일반적인 RTS의 요소들을 압축하고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풀어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플레이했던 RTS의 게임 흐름을 돌이켜보면, '자원수집 - 건설 및 생산 - 전투 - 확장'의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투스 앤 테일은 이런 흐름을 짧게, 그리고 압축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플레이어는 깃발을 들고 있는 기수가 되어, 정찰과 확장, 전투 등 모든 요소를 진행합니다. 심지어 직접적인 전투도 하지 않는데도 충분히 몰입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분명히 세밀한 조작은 필요하지만, 조작 체계 자체는 단순화되어있으므로 게임 패드로도 플레이할 수 있고요. RTS의 본질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몰입감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발상과 콘셉트를 살린 게임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오웰 (Orwell: Keeping an Eye On You)" / 한국어 미지원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서 빅브라더라는 가상의 존재를 묘사했습니다. 1984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빅브라더의 감시하에 놓여 있었고, 이를 통해 대중을 통제하는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전체주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게임 '오웰(Orwell)'은 현대 사회의 빅브라더 문제, 감시 도구의 문제를 조명합니다. 거리 곳곳에 있는 CCTV를 소재로 말이죠.

그렇기에 오웰은 정치적인 요소를 담은 게임으로 탄생했습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시민을 조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조사해나갑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에서 테러집단이 정말 존재하는가, 나라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을 고민하게 합니다.



"에브리씽 (Everything)" / 한국어 미지원


컨셉이 독특한 게임을 꼽자면 '에브리씽'이 빠질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라는 의미처럼 게임에서는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땅속에 있는 작은 미생물부터 머나먼 은하까지 전부 말이죠. 때문에 오픈월드 시뮬레이션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동물들의 이상한 이동 모션을 보면서 기괴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영국의 철학자인 '앨런 왓츠(Alan Watts)'의 철학적 나레이션을 끊임없이 던지는 게임이거든요.

에브리씽은 앨런 왓츠의 강연을 게임의 컨셉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는 "변화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에 빠져들고, 그것과 함께 움직이고, 그 춤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재즈입니다"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에브리씽은 이렇게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게 합니다. 게임의 기획과 컨셉, 의도를 모두 만족하는 독특함으로 말이죠.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 (Battle Chef Brigade)" / 한국어 미지원


'요리'를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게임의 세계관을 녹여내면서 풀어내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됩니다. 특히, 방향이 다른 몇 개의 장르를 동시에 선보이려 할수록 어려운 법입니다.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는 이런 어려움을 컨셉을 잡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요리를 만들 재료는 직접 싸워서 얻어라"라는 설정으로 말입니다.

재료를 수급하는 것은 횡스크롤 액션으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퍼즐을 통해 진행합니다. 조리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액션 부분에서는 얼마나 적당한 재료를 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퍼즐 부분에서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향신료를 써서 심사위원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완성도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성향이 다른 두 장르를 컨셉이라는 이름으로 잘 버무려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슈퍼핫 (SPUERHOT)" / 한국어 미지원


무언가를 쏘거나 베며, 날아오는 탄알을 피하고자 이동하는 장르 FPS는 보통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이를 위해서 은엄폐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반사신경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슈퍼핫'은 "당신이 움직일 때만 시간이 흘러갑니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구조를 비틀어버렸습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게임의 시간은 멈춘다는 전제는 슈퍼핫을 '다음 동작을 고민하게 하는 게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컨셉을 규정한 한 줄의 문장이 게임 플레이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를 가져온 시도였으며, 동시에 1인칭 퍼즐과 슈팅의 결합이라는 컨셉을 게임에 자연스레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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