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에도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게임스컴에서 열린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죠. 벌써 수많은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이 창단됐고, 선수들은 밤낮없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을 소개해드리는 릴레이 인터뷰. 이번에는 CJ 엔투스 에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CJ 엔투스 에이스는 배틀그라운드 양대 리그인 '아프리카TV PUBG 리그(이하 APL)'와 'PUGB 서바이벌 시리즈(이하 PSS)'에 모두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팀들 중 하나죠.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한 실력을 보여주며 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는 팀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일산에 위치한 CJ 엔투스 배틀그라운드 팀의 숙소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양대 리그를 모두 준비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CJ 엔투스 에이스 팀을 만날 수 있었죠. 스크림 전 잠깐의 시간을 쪼개 진행한 인터뷰였지만,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 내용을 지금 바로 확인해보시죠!



▲ 왼쪽부터 '성장' 성장환, '썸피플' 조영민, '크리스티스' 이준수, '효일' 정효일 선수

Q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성장' 성장환 : 안녕하세요. 저는 '성장'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성장환입니다. 팀의 메인 오더와 지정 사수를 맡고 있습니다. 주로 mini14나 SKS 같은 반저격총을 사용하고, 중간쯤에서 자리를 지키며 싸우는 포탑입니다.

'썸피플' 조영민 : CJ 엔투스 에이스의 팀장 '썸피플' 조영민입니다. 원래는 장환이가 Kar98K류 총기를 쓰는 스나이퍼였는데,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돌격형 포탑을 맡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스' 이준수 : 저는 '크리스티스' 이준수라고 합니다. 팀 내 포지션은 돌격 포탑입니다.

'효일' 정효일 : 저는 정효일이고요, 닉네임은 '효일'입니다. 팀의 막내이고, 서포터입니다. 서포터는 주로 팀이 보지 않는 각을 확인하는 포지션입니다. 전투 시에 뒤쪽을 견제하거나, 전투 각도를 넓히는 역할을 합니다.


Q. 우선 팀이 어떻게 뭉치게 됐는지, 그리고 각 선수들은 어떻게 배틀그라운드를 접하게 됐는지가 궁금합니다.

'썸피플' : 저희는 감독님이 선수들한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주셔서 함께 테스트를 보고 입단했어요. 저는 배틀그라운드를 하기 전에 같은 배틀로얄 장르인 H1Z1을 플레이했습니다.

'성장' : 저는 FPS 게임은 배틀그라운드가 처음이에요. 원래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했었어요. 챌린저 티어까지 올라갔었죠. 그러다 배틀그라운드를 접했는데, 완전히 다른 장르다 보니까 정말 재밌는 거에요. 계속 하다보니까 실력이 오르더라고요. 타 프로팀에 들어가려 했는데, CJ 엔투스에서 연락이 와서 여기로 오게 됐습니다.

'크리스티스' : 저는 CJ 엔투스에 오기 전에 아마추어 팀으로 활동했었고, 배틀그라운드 전에는 월드 오브 탱크라는 게임을 했어요. 완전히 다른 느낌이긴 한데, 지형지물을 익히는 전략 같은 게 비슷해 도움이 좀 됐던 것 같아요. 배틀필드나 A.V.A 같은 다른 FPS 장르도 즐겨 했었습니다.

'효일' : 전 공방에서만 플레이를 하면서 소위 말하는 '즐겜'을 하고 있었는데, 테스트 제의를 받았어요. 전에는 CS:GO에서 프로 생활을 했었습니다. WESG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어요.



Q. CJ 엔투스 에이스 팀은 지난해 12월에 창단을 했어요. 합을 맞춘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현재 우리 팀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썸피플' : 장점은 개개인의 에임과 전투 능력이 좋다는 거에요. 그래서 안전 구역이 우리 쪽으로 형성됐을 때, 무조건 수비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요. 단점은 반대로 자기장이 완전히 멀리 잡혔을 때,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성장' : 저희가 원래 오더가 없었어요. 오더 포지션을 해본 적이 없는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힘들었죠. 최근에 제가 오더를 맡게 됐는데, 아직은 변칙적인 자기장에 대처하는 게 미숙해요. 오더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가야죠.


Q. ('성장' 선수에게) 오더를 하게 되면서 스스로 바뀐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오더를 맡으면 반대로 전투 능력이 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성장' : 오더를 들으면서 플레이를 하면 크게 생각을 하지 않게 돼요. 적이 보이면 쏴는 게 다인데, 직접 오더를 해보니까 생각할 게 정말 많아지더라고요. 팀원들 위치나 상황을 계속 체크하게 되고.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긴 한 것 같아요.

그러나, 오더를 하게 됐다고 해서 사격 능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건 없어요. 총 쏘는 시간에 맵을 더 보긴 하는데, 어차피 전투를 할 때는 사격에 집중을 하니까요. 다만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전투 능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죠.


Q. 다른 분들은 '성장' 선수의 오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웃음) 의견 충돌 같은 건 없나요?

'썸피플' : 마음에 들 때도 있고.

'크리스티스' : 안 들 때도 있고.

'썸피플' : (성)장환이가 고집이 세요.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성장' : 안 좋은 경우가 많아서 고치려고 노력 중입니다(웃음).

'효일' : 그래도 다른 오더들보다 확실히 피지컬이 좋아요. 좋은 장점이죠.



Q. 현재 진행 중인 양대 리그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이제 본격적으로 두 리그가 동시에 운영되는 시점이 왔는데, CJ 엔투스 에이스 팀은 두 리그 모두 출전하시잖아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효일' :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도 많이 없고, 하루걸러 하루꼴로 대회가 있으니 힘든 게 사실이죠. 스트레스까지는 아니지만, 피로감이 커요. 경기장을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있거든요.


Q. 지금까지 쉬는 날이 생기면 보통 어떻게 보내셨나요?

'크리스티스' : 저는 24시간 동안 잠만 잡니다.

'썸피플' : 준수가 잠이 진짜 많아요. 전 가끔 친구를 만나서 밥 먹는 정도요.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효일' : 저는 배틀그라운드를 해요.

'성장' : 저도 게임할 때도 있고, 여자친구를 만날 때도 있어요. 또, 쉬는 날에는 웃으면서 즐겜을 할 수 있습니다.


Q. 다시 대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리그 초반에 비해 프로팀들이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요. 어떤 요소들 덕분에 프로팀의 성적이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장' : 가장 큰 부분은 피드백인 것 같아요. 코칭스태프가 있으면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피드백이 가능하잖아요. 더 빨리 배우고 성장할 수 있죠. 또, 온라인상이 아닌 바로 옆에서 함께 피드백을 하다 보니까 갈등을 해결하기도 수월해요.



Q. 안정적인 연습 환경이나 합숙이 중요하다는 게 확실히 체감된다는 거네요?

'효일' : 네, 좋아요. 식사 같은 것도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고, 온라인으로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연습 효과도 좋아요.

'썸피플' : 서로 마주보며 게임을 하다보니까, 대화할 때도 더 배려하게 되고 그래요. 그래서 서로 부딪힐 일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Q. CJ 엔투스 에이스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프로팀 중 하나잖아요. 초반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땐 불안함이나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썸피플' : 불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APL의 경우 스플릿은 계속 있고,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까요.

'크리스티스' : 첫 경기는 창단 2주 만에 나간 대회였어요. 연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 불안함은 없었어요.

'성장' : 우리의 문제점은 확실했어요. 개인의 피지컬은 좋지만 오더가 없어 운영이 뒤죽박죽이었죠. 체계가 잡히면서 성적도 오른 것 같아요.


Q. 드디어 대회에 1.0 정식 버전이 적용됐어요. 선수 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썸피플': 얼리엑세스 버전은 말이 대회지, 사실상 프레임 문제 때문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어요. 정식 버전은 이런 부분이 개선돼 플레이 하기에는 확실히 더 좋았어요. 그런데 아직 잔버그들이 있긴 해요. 관전 렉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부분들이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크리스티스' : 얼리엑세스 버전 때는 심각했어요. 선수분들은 다들 공감하실 거에요.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교전이 일어나거나, 차량을 탑승하면 프레임이 정말 뚝뚝 떨어졌거든요. 프레임이 20~30일 때는 총기 반동 제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요. 지나가는 차량을 쏘기도 힘들어요.



Q. 관전 버그는 좀 더 심각해졌지만, 플레이 환경은 확실히 좋아진 거네요. 1.0 패치로 인해 게임 내에서 달라진 점을 꼽자면요?

'성장' : 탄도학이 변경돼 300미터 이상의 적을 잡기가 어려워졌어요. 예전엔 5~600 미터까지 쉽게 잡았었는데. 그래서 이제 근접전이나 1~200미터 교전이 중요한 상황이에요. 저희는 그 부분이 자신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썸피플' : 고인물 스텝이 없어져서 반응 속도 싸움도 중요해졌어요. 그리고, 공격하는 입장이 더 불리해진 것 같기도 해요. 원래도 배틀그라운드는 수비가 유리한 게임인데, 고인물이 없어지니 공격이 더욱 불리해졌어요.

'크리스티스' : 그리고, 차가 가벼워서 너무 잘 미끄러져요. 큰 영향을 아니지만, 이동할 때 신경 쓸 게 많아졌어요. 작은 언덕도 굉장히 조심하면서 가야 하죠.

'효일' : 파쿠르는 생각보다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슈퍼점프가 안 될 때마다 받던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웃음).


Q. 아직 대회에 적용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막맵도 새롭게 등장했어요. 사막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회와 잘 어울리는 맵일까요?

'성장' : 대회에는 에란겔만 나오기 때문에 연습 때는 거르고 있는 중이긴 한데, 평소에도 전 선호하지 않아요. 맵이 너무 넓어 적을 만나기 어려워서요. 대회에 적용하려면 맵을 절반으로 잘라야 할 것 같아요.

'썸피플' : 아직 많이 플레이를 해보지 않아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대회에 등장하기엔 좀 이른 것 같아요. 맵 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도 너무 넓어서 여러 팀이 있어도 교전이 잘 나오지 않을 거예요. 교전할 만큼의 파밍도 잘 안 되고요.



Q. CJ 엔투스 에이스 팀은 야스나야 폴리야나를 소위 말하는 랜드마크로 삼고, 초반 파밍을 진행하다고 알려져있어요. 선택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썸피플' : 처음엔 파밍이 적지만, 경쟁률이 낮은 지역을 선호했어요. 그런데 그렇다 보니까 교전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파밍이 수월하고 차량도 많은 야스나야를 선택하게 됐죠.

'성장' : 마침 야스나야를 거점으로 삼은 스쿼드가 없기도 했어요. 경쟁이 치열하면 전력을 유지하고 살아나오기가 힘들잖아요. 불필요한 손해는 최소화해야죠. 근데, 최근에 야스나야에 내리는 팀들이 계시더라고요. 대처법도 연습하고 있어 쉽지 않으실 거에요. 야스나야에 오시면 차 없이 쫓겨나거나, 죽게 되실 겁니다(웃음).


Q. OGN은 PSS를 위한 전용 경기장을 신설했어요. 경기장에서 직접 플레이 해보니까 어떠셨나요?

'썸피플' : 일단, 자리가 넓어서 정말 좋았어요. 모니터도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이라 편했고요. 경기 중에 카메라를 가까이 대실 때가 있는데, 그건 조금 신경 쓰였어요.

'성장' : 생각보다 소음 문제는 심각하지 않았어요. 다른 팀 보이스가 들리긴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크리스티스' : 쉬는 시간은 좀 부족했어요. 생방송으로 빡빡하게 진행해서 그런지, 라운드가 끝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5~10분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Q. 최근 논란이 되었던 PSS 순위 제도에 대한 선수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성장' : 배틀그라운드는 생존 게임이고, 순위 방어를 하는 게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까 점수 제도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몇 가지는 개선 됐으면 좋겠어요. 먼저, 1등에게 점수를 더 주어야 해요. 지금 PSS에서는 1등 메리트가 너무 없어요.

그리고, 상위권에서의 등수 차와 하위권에서의 등수 차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도 점수 제도에 잘 녹여야 할 것 같아요. 5등과 10등, 15등과 20등 사이의 점수 차이가 같다는 게 이해가 되지는 않아요.


Q. 1등의 메리트는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선수 입장에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장' : 아직 배틀그라운드는 통합 규정이 없잖아요. 그런데, 두 리그가 규정이 조금씩 달라 불편한 부분도 있어요. 빨리 통합 규정이 제작되었으면 좋겠어요.

'효일' : 그리고, 시청자분들의 보는 맛을 위해서 관전 시스템이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불편함 없이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게임 최적화도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니 더 개선되어야 하고요.


Q. 펍지주식회사 측에서 이 글을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벌써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칠게요.

'썸피플' : 한 명한테 몰아주기로 해도 되나요? 효일이한테요.

'썸피플', '성장', '크리스티스' : 눕지 마라, 정효일!

'효일' : 변명할 여지가 없네요(웃음). 네, 눕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