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선수를 고르자면 단연 1순위로 락스 타이거즈의 상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팀 부진의 원인, 무장점, LCK 최약체 등 수많은 혹평에 눈물짓던 락스 타이거즈의 '린다랑'-'성환' 듀오가 180도 달라졌다. 운영 능력은 물론 캐리력까지 장착해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락스 타이거즈는 더이상 원딜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

덕분에 시즌 전까지 승강전을 걱정하던 락스 타이거즈가 이제는 포스트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성다랑' 듀오가 자신들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재평가를 이뤄낸 것이다.


어두웠던 2017년 여름의 락스 타이거즈
부진한 상체, '상윤' 권상윤의 원맨쇼로 유지된 팀



락스 타이거즈는 지난 2017 LCK 서머 스플릿에서 6승 12패로 정규 시즌 7위를 기록했다. 그 원인을 꼽아보면 1순위로 떠오른 것이 바로 상체 라인이었다. '린다랑' 허만흥은 아무런 장점이 없는, LCK 최약체 탑솔러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성환' 윤성환도 기복있는 플레이와 부족한 운영 능력으로 혹평을 받았다. 그런 '성다랑'을 대신해 '샤이' 박상면과 '마이티베어' 김민수가 투입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안정적인 플레이 그 이상을 해주지는 못했다.

'미키' 손영민이 팀을 떠난 2라운드부터 주전 자리에 오른 '라바' 김태훈도 신예라는 테두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챔피언 폭이었다. '라바'가 임팩트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경기는 오리아나를 잡았을 때뿐이었다. '라바'의 오리아나는 7경기 동안 승률 57%, KDA는 3.91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외의 챔피언을 플레이 했을 때는 평균 KDA가 3을 채 넘지 못했다. 게다가 프로 무대의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치명적인 실수나 던지는 플레이를 종종 보여주기도 했다.


그나마 락스 타이거즈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원거리 딜러 '상윤' 권상윤이었다. '상윤'은 아마추어팀 아나키 시절부터 꾸준히 잘한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특히, 팀에 늘 기복이 심한 선수들이 존재했음에도 언제나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대부분의 챔피언을 능숙하게 다뤄 어떤 메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고, 2017년에는 말 그대로 '소년가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흔들리는 팀을 붙잡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파트너 '키' 김한기도 변수 창출에 능한 서포터답게 '상윤'의 캐리력에 힘을 보탰지만, 약점으로 지목됐던 안정감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워낙 어두웠던 상체의 부진에 가려 눈에 띄지 않긴 했지만, 시야 장악 과정에서 잘리는 플레이나 무리한 움직임으로 팀 패배의 원인이 된 경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 메이킹에서만큼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기에 '상윤'과 함께 팀의 핵심 플레이어로 남았다.


눈에 띄게 단단해진 상체
'성다랑', 강현종 감독의 믿음에 답하다


2018 시즌에도 락스 타이거즈의 호성적을 기대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먼저, '샤이' 박상면이 은퇴하면서 그나마 락스 타이거즈를 받쳐주던 안정감이 더욱 떨어졌다. '쿠잔' 이성혁의 영입은 경험이 부족한 락스 타이거즈의 미드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던 탑과 정글에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승강전을 걱정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 왼쪽부터 '린다랑' 허만흥, '성환' 윤성환, '라바' 김태훈


하지만, 락스 타이거즈의 상체는 강현종 감독의 꾸준한 믿음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2018 LCK 스프링 첫 경기부터 포텐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비록 1:2로 패하긴 했지만, SKT T1과의 경기 2세트에서 보여준 '성다랑' 듀오의 '하드 캐리'는 2년간 쌓인 묶은 체증을 단번에 씻어내는 시원한 사이다 같았다. '라바'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에 확실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며 명실상부한 LCK 미드라이너로 자리를 잡았다.

가장 큰 원동력은 뭐니뭐니해도 '성환'의 성장이었다. 초반 갱킹은 물론 이후 운영과 한타까지 성환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히, '린다랑'과 함께 상체 캐리로 경기를 끝내버리는 경우에도 '성환'의 초반 라인 개입 능력과 이를 굴리는 스노우볼 능력이 한몫 했다.

한 해설위원은 경기 내에서 원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 건 긍정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후반 한타 캐리형 포지션인 원딜이 활약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곧 초반부터 상대를 제압해 운영과 스노우볼만으로 승리를 쟁취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락스 타이거즈의 승리 공식도 더이상 '상윤'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이들이 락스 타이거즈의 성장에 감탄하고 있는 이유다.


아직 가야할 길은 남았다
포스트 시즌까지 넘어야 할 산


눈부신 성장을 이룬 상체, 여전히 강한 봇 듀오가 뭉친 락스 타이거즈는 1라운드가 단 한 경기 남은 현재 4승 4패 5위를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 순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대어 KSV를 낚았고,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순위 싸움에서도 승리했다. 마지막 경기가 현재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MVP와의 대결이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1라운드까지는 순위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후 2라운드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다. 락스 타이거즈의 바로 뒤에는 SKT T1이 버티고 있다. 1라운드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낸 SKT T1이지만, 슬슬 폼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락스 타이거즈도 자칫하면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락스 타이거즈는 더욱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기복'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굳건해 보이는 상위권 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한방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난해에는 이루지 못했던 포스트 시즌의 꿈은 분명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