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 곧 한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입니다. 요즘 경기침체니 뭐니 해서 얼굴이 찡그려지는 일이 많은데요, 설날만큼은 이 모든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정말 즐겁고 뜻 깊은 연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인벤에서도 이런 설날을 맞이해서 조금은 색다른 기획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답답한 PC방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인 만큼 컴퓨터는 잠시 잊고 한 자리에 앉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을 소개해고자 했습니다.


오랜 회의 끝에, 다양한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는데요, 그 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유는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스타크래프트를 접해 보았고, 최근 블리자드가 보드게임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한글화해서 출시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박스부터 하나씩 열어 보겠습니다.



[ ▲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 가격 108,000 ]




▶ 오픈케이스


스를 보고 인벤 취재팀 전원이 동시에 소리쳤습니다. "엄청 크네". 가격이 상당한 만큼 포스가 느껴지는 박스입니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3종족이 함께 어우러진 박스 디자인도 꽤 괜찮았으며, 스타크래프트 영문 로고 아래에 있는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라는 글자도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박스 겉포장도 튼튼해 오래 보관해 두어도 문제없을 듯 하고요. 박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 ▲ 박스가 엄청 커서 가로 길이가 성인남자 팔 하나 길이 만큼 됩니다. ]




처음 박스를 열면 한글로 번역된 메뉴얼과 홍보 책자, 그리고 게임에 필요한 각종 카드들이 보입니다. 캐리건, 악튜러스 멩크스같은 낯익은 이름들이 한글로 보이니 저절로 "와~"하는 탄성이 나옵니다.




[ ▲ 한글 메뉴얼과 홍보 책자, 그리고 각종 카드들 ]




그 아래에는 비닐로 싸여진 어떤 묶음이 보이는데요. 여기서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의 첫 번째 좌절을 겪여야 했습니다. 각종 게임에 필요한 유닛과 행성들이 두꺼운 종이 재질에 한데 붙어 있는데, 그것을 손으로 일일히 하나씩 다 떼내야 합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양이 생각외로 엄청나서 곧 가내수공업 분위기의 노동 현장으로 변해가야만 했습니다.



[ ▲ 이것을 하나씩 떼어내고 있자니 초등학생 시절이 생각납니다. ]



[ ▲ 어느새 노동 현장으로 변해버린 이곳, 그 양이 엄청납니다. ]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 재일 기대가 되었던 각 종족별 유닛들의 소형 피규어를 감상해 볼 차례입니다. 각 피규어의 크기는 일부 대형 유닛(울트라리스크, 배틀크루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작은 편입니다. 흔히, 휴대폰에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는 작은 인형 크기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네요. 세부적인 퀄리티는 무난한 정도입니다.


의외로 세밀하게 구현된 유닛도 있고, 예전 오락실에서 100원 동전넣고 돌려서 나오는 인형같은 퀄리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여있을 때는 꽤 볼만 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열혈팬이라면 진열장에 잘 배치해서 진열해 두어도 뿌듯할 것 같네요. 각 유닛 피규어들의 퀄리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죠.



[ ▲ 프로토스 유닛들, 노란색과 오렌지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 ▲ 개인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저그 유닛입니다. 울트라리스크 정말 최고! ]



[ ▲ 테란 유닛, 좀 가벼워 보이고 신경을 덜 쓴 듯한 느낌입니다.; 사이언스 베슬 대신에 왠 밥통이.. ]



[ ▲ 프로토스 유닛 질럿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 ▲ 세 종족 유닛을 한번에 진열해 놓은 모습, 테란 쪽에 다리가 부러진 불량품이 몇 개 보이네요.; ]





■ 오픈케이스 소감 정리

1.
박스가 무척이나 크고 멋지며, 내용물이 다양하다.
스타크래프트팬이라면 소장가치는 충분히 있을 듯 하다.

2.
게임을 하기 위해 내용물을 정리하는 데 장정 3명이서 약 1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절대 만만하게 볼 작업이 아니다. -_-, 어린이들이 할 작업은 아닌 듯 하다.
"조카들아 이리와~, 같이하자"라고 외치기 전에 혼자 정리부터 끝내야 하는 상황.

3.
게임에 필요한 카드와 피규어들의 퀄리티는 중간 이상이다.
하지만, 다리가 부러져 있는 불량품도 몇 개 보인다. 후...




▶ 보드게임 초보 3인조, 실제 게임을 해보다.


단 들어가기 전에, Vito, Niimo, Ntter 기자는 친구따라 보드게임 까페에서 가서 나무만 쌓다가 돌아온 경험 외에는 전무한 보드게임 초보들임을 밝힙니다. 때문에, 1시간에 걸린 정리가 끝난 후 좀 막막해지더군요. 사전에 Niimo기자가 메뉴얼을 탐독했었지만, 실제 게임을 진행할 때는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사위를 굴려 자신의 말을 세우는 방식과는 매우 다릅니다.


동시에 6명이 함께 플레이가 가능하고, 각 플레이어는 종족별 2명씩 있는 영웅을 선택해서 플레이하게 됩니다. 저그는 오버마인드와 캐리건, 테란은 짐 레이너와 악튜러스 멩스크, 프로토스는 알다리스와 테사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Vito기자는 프로토스의 테사다를, Niimo기자는 저그의 캐리건을, Ntter기자는 테란의 짐 레이너를 각각 맡았습니다.



[ ▲ 1년에 몇 번씩만 선보인다는 Niimo기자의 학구파 컨셉, 메뉴얼이 좀 어렵습니다. ]



[ ▲ 테사다를 선택한 저의 세팅입니다. 기본 캐릭터 카드에 일꾼, 수송선 유닛, 건물 등 양이 상당합니다. ]




여기서 한글메뉴얼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한글화는 나름 잘 되어 있지만, 영어 원문을 직역해 놓은 느낌이 강해서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저희처럼 보드게임 경험이 전무하거나, 연령대가 낮은 분들은 실제 규칙을 적용해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상당히 고전할 듯 합니다. 블리자드가 출시하는 첫 한글화 보드게임인만큼 단순히 번역 뿐 아니라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가이드를 포함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 ▲ 올컬러로 한글도 잘 되어 있지만, 해석은 좀 어려운... ]




일단, 전체적으로 파악한 후에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보여, 첫 번째 턴을 무작정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 세팅을 해두고 다른 편에 게임의 주무대인 행성을 배치했습니다. 문제는 각자 관리해야할 유닛과 카드의 수가 많고, 행성의 크기도 만만치 않아 방에서 오붓하게 고스톱친다는 생각으로는 공간이 부족합니다. 상당히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실제 게임에 필요하지 않은 유닛과 카드들을 놓아두는 자리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을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자신의 공간적 여유를 비교해서 고민을 좀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 ▲ 상당히 넓은 테이블인데도 모자랍니다.; 작은 방에서는 원할한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



[ ▲ 게임의 주무대가 되는 행성, 그 위에 놓여진 질럿 유닛들입니다. ]




첫 번째 턴을 돌고 나서, 결산 과정을 거치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힙니다. 여기까지 다시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규칙이 생소하고, 메뉴얼을 해석해 실제 플레이에 적용하는 과정이 까다롭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세계관의 유닛, 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예를 들어 히드라와 마린이 어떤 역할을 하는 유닛인지는 말을 안해도 다 안다는 거죠. 그래서 초반 적응은 힘들지만, 플레이가 익숙해지면 익숙해질 수록 재미는 증폭됩니다. 서로 이미 잘 알고 있는 세계관에서 형성되는 공감대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 ▲ 짐 레이너를 선택한 Ntter기자의 테란 진형 ]




여기서 룰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간략히 이야기 해보자면, 스타크래프트의 자원 채집 시스템과 유닛 생산, 그리고 전투가 다 보드게임 특성에 맞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일꾼 유닛으로 각 행성의 미네날과, 베스핀 가스를 채집하게 되고요, 그렇게 얻어진 자원으로 건물을 생산하고, 업그레이드 할 것인지 아니면 전투 유닛을 뽑을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각 행성은 특정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빨간색 원으로 숫자가 적혀있는 지역을 유닛으로 점령하게 되면 승리 포인트를 얻게 됩니다. 그렇게 각 턴마다 승리 포인트가 축적되고 총 15점을 먼저 획득하는 플레이어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그 외에 특별 이벤트 승리 조건도 있어 게임이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 ▲ 3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게임을 진행하는 장면 ]




한 행성에 두 진영의 유닛이 동시에 있게 되면 전투가 벌어집니다. 전투 방식은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이 아닌, 해당 유닛 피규어를 적당한 곳에 배치해두고 각각 배정된 전투 카드를 활용해 공격력과 방어력을 계산해서 승자를 결정짓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생산하고, 업그레이드한 결과들이 고스란히 전투에 반영되지만 이벤트 카드 등으로 인해 약간의 의외성이 더해져 있습니다. 그게 나름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 ▲ 벌쳐 2기와 마린 1기, 파이어뱃 1기 VS 히드라 1기와 저글링 1기의 대결 ]




Niimo기자(저그)와 Ntter기자(테란)이 서로의 생존을 위해 박터지게 싸우는 동안, Vito기자는 하릴없이 자신의 영토만 늘려갔는데도 불구하고, 승리 점수가 제일 많아 결국 승자가 되었습니다. 4시간에 걸쳐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왕따를 당한 채로 전투라고는 딱 한번 밖에 해보지 않은 불쌍한 승리자가 된거죠.



■ 실제플레이 소감 정리

1.
보드게임 초보들에게는 규칙을 이해하고,
적용해 실제 게임플레이를 진행하는 과정이 상당히 난해하다.

메뉴얼은 한글화가 잘 되어 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봐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의 브루마블을 생각하면 큰 코 다칠 듯.

2.
하지만, 규칙만 익숙해진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세계관 덕분에
진행은 속도가 붙고, 모두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예: "질럿 두 마리가 저글링 한 마리한테 죽네. 너무 한거 아니예요?" "하하하. 어쩌라고? (...)"


3.
자신의 유닛과 카드를 배치하고, 게임의 주무대인 행성을 놓는데 꽤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위 사진은 3명이 플레이한 것이고, 6명이 플레이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강당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은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하기에는 힘든 수준이다.


4.
첫 진행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길다.
"심심한데 잠깐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나 할까?"는 좀 생각해봐야 할 듯.




▶ 총평


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 주는 재미는 PC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특히, 게임 상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서 플레이하기에 그 재미는 더욱 커집니다.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이 잘 녹아들어 있고, 자원수집, 생산, 전투 방식을 보드게임으로 잘 구현했으며, 게임에 사용되는 피규어와 각종 카드, 박스는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반대로, 단점을 이야기 하자면, 한글 메뉴얼이 다소 난해해 보드게임 초보자들은 게임을 진행하기도 전에 큰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장소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필요하며, 빠르게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플레이 시간이 2~3시간을 훌쩍 뛰어 넘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가격대도 10만원이 넘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보고 곱씹어봐도,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 가져다주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재미를 떠올려 본다면, 충분히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 BUT, 게임이 끝나고 치우는 것도 만만치가.. 생각을 좀 다시 해봐야... ]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