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결승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승전 매치업이 완성되자 두 팀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대체로 상체 싸움에 대한 의견이 많았고, 킹존 드래곤X의 우세를 점쳤다. 비교적 봇 라인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의 터줏대감 '프레이' 김종인과 '고릴라' 강범현의 노련함에 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지만,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예측과 다른 묘미가 있다.

명불허전 '프릴라' 듀오에 맞서는 이들은 '크레이머' 하종훈과 '투신' 박종익이다. 지금까지의 활약상으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투신'은 역대급 퍼포먼스로 정규 시즌 MVP에 근접하기까지 했다. 사실 아프리카 프릭스의 봇 듀오가 경험이 없는 신예들로 구성된 게 아니다. '크레이머'는 롤드컵을 경험했으며, '투신'은 2014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봇 라인의 싸움이 더욱 흥미롭다. 현재 메타로 봤을 때, 봇 라인은 순수하게 2:2로 펼쳐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체와 철저하게 분리된 곳이다. 상체 주도권을 잡은 쪽이 다이브 공격을 하거나 2:2 싸움에서 승리한 듀오가 포탑을 깨면 그제서야 라인전이 종료된다. 정규 시즌 경기와 세부적인 역할 등을 통해 그들이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유추해봤다.


롤챔스 터줏대감 '프릴라'
완급 조절의 달인들.

▲ '프레이' 김종인(왼쪽)과 '고릴라' 강범현.


전통의 강호 '프릴라' 듀오는 지금껏 세계 최정상 듀오들과 자웅을 겨뤘다. 이번 상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프레이'와 '고릴라'는 경쟁자들보다 지능적으로 라인을 조종했다. 때로는 강하게, 혹은 부드럽게 상대 공격을 흘려 끌어당겼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기 때문에 가능한 운영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일심동체다. '고릴라'도 무리해서 다른 라인에 개입할 이유가 없으며, 설사 자리를 비운다 하더라도 '프레이'는 안정적으로 라인을 지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다른 곳에 있어도 한 몸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안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리스크가 적기도 하다. 그만큼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 게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 외에 '프릴라' 듀오의 장점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단순히 라인전에서 별 탈 없이 끝내는 게 그들의 역할이 아니다. '프레이'는 정규 시즌에서만 무려 아홉 개의 챔피언을 꺼냈다. 이즈리얼, 칼리스타, 케이틀린, 애쉬까지 많은 역할군의 원거리 딜러를 선보였다. 다양한 챔피언으로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프레이'의 진가다. 유틸리티 능력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고릴라' 또한 특정 스타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서포터다. 정규 시즌에 잔나, 탐 켄치는 물론이고, 레오나, 쓰레쉬, 알리스타로 주옥같은 활약상을 남겼다. 이들의 멀티 능력 덕에 킹존 드래곤X는 어떤 밴픽 상황에서도 상대의 조합을 받아칠 수 있었다. 봇 라인의 상성이 밀리면 지지 않을 수 있고, 앞선다면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아주는 '프릴라' 듀오가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따로 또 같이 '크레이머'-'투신'
전방과 후방의 시너지.

▲ '크레이머' 하종훈(왼쪽)과 '투신' 박종익.


언뜻 이름만 보면 '프릴라' 듀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프릭스가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가장 승리할 가능성이 큰 곳을 꼽으라면 봇 라인이다. 세계 최정상 듀오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크레이머'와 '투신'은 '프릴라' 듀오와 다른 전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크레이머'는 원거리 딜러들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프레이'에 비해 차이를 만드는 능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폭발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정석적인 원거리 딜러 역할이다. 아프리카 프릭스 봇 라인이 다른 팀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투신'에게서 찾을 수 있다.

'투신'은 팀의 돌격대장 임무를 수행한다. '프릴라' 봇 듀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고릴라'가 후방에서 팀 케어에 치중한다면, '투신'은 전면에 나선다. 순식간에 덮치는 '투신'의 이니시에이팅에 여러 원거리 딜러가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더욱 '크레이머'의 플레이가 박수를 받는다. 라인전 단계를 마무리한 뒤, '크레이머'는 홀로 고립되는 경우가 잦다. '투신'이 선봉장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떨어져 있다 해서 마냥 악영향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다. '크레이머'는 후방에서 높은 생존률과 꾸준한 딜링으로 팀을 지원한다. 최전방과 최후방에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아프리카 프릭스 봇 듀오의 힘이다.


원거리 딜러 쟁탈전.
승부의 향방은 조합에서 갈린다.

▲ 핵심 챔피언이 될 케이틀린(왼쪽)과 라칸.


결승전 무대에 오른 팀들인 만큼, 기량의 차이를 정하기 어렵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인해 라인전 단계에서의 승패 예측도 쉽지는 않다. 딱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주도권 싸움이다. 봇 라인전의 결과는 조합에서 갈리기 일쑤다.

당연히 주목받는 원거리 딜러는 케이틀린이다. 여기에 모르가나를 조합해도 좋고, 단단하거나 수비적인 서포터를 섞어도 나쁘지 않다. 라인 푸쉬력이 뛰어난 케이틀린을 가진 팀이 주도권을 잡을 공산이 크다. '프레이'는 이번 스플릿에 케이틀린으로 3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KDA는 무려 30.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이다.

반면, '크레이머'는 2승 2패로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최근 kt 롤스터와의 경기에서 지독할 정도로 상대를 괴롭혔다. 여기에 카이사를 더해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물론, '프레이'도 진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어 원거리 딜러 간의 눈치 싸움이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

서포터들의 데이터는 더욱 재미있다. '고릴라'는 레오나-탐 켄치 등으로 라칸을 상대해왔다. '투신'이 노골적으로 라칸을 원하더라도 받아칠 카드는 다양하다. 아니면 알리스타나 라칸을 가져와도 좋은 선택이다. '고릴라'는 알리스타로 5전 전승이다. 라칸 역시 승률 100%를 자랑한다.

의외로 '투신'의 선택 폭이 좁다. 라칸(8승), 브라움(8승 2패)을 제외하면 두 경기 이상 사용한 챔피언들의 성적이 50%대 승률이다. 변수라면 모르가나다. '투신'은 지난 경기에서 매우 높은 스킬 적중률로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니시에이팅 능력은 떨어지겠지만, 라인전 단계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현재의 봇 라인은 초중반 운영의 핵심이다. 상체 싸움에서 초반 유불리가 갈리고, 주도권을 잡은 팀이 봇 라인에 선공을 가한다. 이후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그래서 2:2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정상급 듀오들이 어떤 플레이로 팀의 우승을 이끌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