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게임의 스토리, 시나리오는 참 흥미로운 소재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빛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흥미가 있는 유저들은 이를 읽어보고 게임의 깊이를 알아가며 더 좋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을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유저들이 좋아하는 수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며 게임에 도움을 줄까? 이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이 이번 NDC2018 현장에서 열렸다. 블루홀의 신규 모바일 MMORPG 개발팀에서 근무 중인 강경원 시나리오 기획자는 '시나리오 좋더군요. 읽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 기획자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주제로 그동안 경험했던 시나리오 기획자의 업무와 환경, 노하우에 대하여 강연을 진행했다.

블루홀의 강경원 시나리오 기획자

'시나리오 기획자'란 무엇일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도 해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라고 검색할 경우, '기획자의 설명을 듣고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시나리오 기획은 이렇게 진행될 수도 있지만, 기획자가 시나리오에 대해 계획이 없는 경우도 존재하는 편이므로, 시나리오 기획자는 게임에 맞는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창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시나리오 기획자는 글을 주된 도구로 사용하지만, 글을 쓰는 직업이라기보다는 글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드는 직업에 더 가깝다. 이에 대해서 강경원 기획자는 본인은 워드보다는 엑셀을 통해 캐릭터나 몬스터의 세부 설정이나 외형, 특징들을 설명하는 편이었다고 전하며 게임 제작의 후반부에는 시나리오를 게임 속에 녹여내기 위해 글보다는 툴을 보고 있는 날이 더 많다고도 설명했다. 팀원 단위의 프로젝트이기에, 팀원들에게 세계관이나 설정을 설명하는 데는 워드로 된 글보다는 엑셀 시트로 나누어 보여주는 게 더 명확하게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기획자는 이런것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영화나 다른 시나리오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좋은 기회가 있어 게임 시나리오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됐을 때, 그는 일단 잘 모르니까 '소설'을 썼다고 한다. 물론 당연히 게임하고는 맞지 않았다. 게임에서 출력해야 할 길이를 넘어갈 정도로 대사를 너무 길게 쓸 때도 있었고, 대사를 알아보지 못하게 쓰는 경우도 있었다.

퀘스트를 제작할 때는 '줄서기'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했던 퀘스트를 만들기도 했고, 점점 더 경력이 쌓이고 경험이 다양해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공부'가 발목을 잡았다. 시나리오 기획자는 거의 역사는 '기본'으로 알아야 하고, 여기에 추가로 다른 내용이 필요하다. 세계관을 짜기 위한 경제, 지리, 화학 등등. 여러 가지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이를 공부하고 업무를 하며 지내다보니 어느새 '시나리오 기획자 10년 차'라는 경력이 쌓이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나리오 기획자의 현재 위치는 어떨까? 시나리오 작법서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900여건이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직군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시나리오 기획자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수준일 정도로 인원이 적다. 모두가 '시나리오 기획자'가 필요한 건 아는데, 팀 안에서 시나리오 기획자를 가지고 있는 팀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나리오 기획자는 지원하는 분들이 많다.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글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쉬워 보여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개발 직군을 변경하거나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유저들의 수요 또한 있지만, 공급은 불충분하다. 유저 수요는 있지만 회사에서 공급 의지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그래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나리오 기획자'는 여전히 업계에서 매우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쉬워보여서 지원하는 사람이 매우 많지만, 떠나는 사람도 많다.

강연에 끝에서, 그는 '시나리오 기획자'가 가져야 할 노하우들을 공유했다. 먼저, 유저들은 시나리오가 너무 복잡하다고 인식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게임 시나리오를 읽지 않게 된다. 게임 시나리오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마련해야 한다.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단순한 것은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카테고라이징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자세다.

또한 스토리는 내용의 영역이며, 시나리오는 일종의 구조이자 형식이다. 그리고 퀘스트는 표현의 형태로서, 시나리오 자원의 하나다. 이를 파악하고 본질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퀘스트는 단순한 자원의 하나고, 퀘스트의 지문과 대사는 지원의 일부일 뿐이다. 시나리오 기획자는 단순해보이는 설정 하나에서도 시나리오 기획을 노릴 수 있어야 한다. 던전과 아이템에도 시나리오 기획자의 손길은 충분히 닿을 수 있으며, 그러면 깊이가 생기고 시나리오가 풍성해질 수 있다.

또한, 게임 개발은 '팀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좋다. 시나리오에 맞춰서 아트나 사운드를 개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트나 개발이 먼저 진행된 후 여기에 시나리오를 만들어도 된다.

그는 또한 게임 시나리오는 개인의 소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부분이 중요한 건, 바로 피드백에 대한 내용이다. 게임 시나리오를 개인의 소설로 혼동하게 되면, 피드백을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할 수 있다. 게임 시나리오는 팀 포지션, 빌딩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게임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다. 이를 명심하고 팀원들과의 피드백을 유연하게 주고 받는 일이 중요하다.



팀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언제나 유연하게 대응하는게 좋다.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게임 시나리오는 좋아요, 읽지는 않았는데 기억에 남아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유저의 기억에 시나리오를 남기는 것, 그게 시나리오의 기획자의 업무이자 잡이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 기획자는 지금도 많지는 않은데,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저의 수요는 꾸준히 있고, 당연히 개발사도 단순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제공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 기획자는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