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나이가 들수록 노련미가 농익어 뒤늦게 포텐이 터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10대 후반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해 20대 초반에 전성기, 중반부터 기량이 저하 되는 패턴이 가장 일반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지는 이유 중 꽤 큰 비중의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군 입대'다.

군에 입대할 시점이 다가올수록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게임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들에게 입대는 곧 은퇴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런데 20대 후반에 입대한 뒤 31살이 된 지금. 다시 재도전에 나선 프로게이머가 있다.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 시절 정종현, 최지성, 이정훈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MMA' 문성원이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는 2년 동안 게임을 쉬었는데, 다시 도전하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그의 나이 '31'이란 숫자가 발목을 잡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성원은 나이 이야기에 담담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프로게이머 세계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말임을 남들이 아닌 스스로에게 꼭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Q. 굉장히 오랜만이다. 2016년 1월 25일 입대를 마지막으로 소식을 접하기 힘들었다.

2017년 10월 24일에 제대를 했다. 군대를 떠올리면 이등병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스타를 좋아하던 선임이 있었는데, 나보고 해설을 해보라고 하더라(웃음). 당시 내가 29살이고, 그 선임이 21살이었다.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오묘하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Q. 2011년부터 국내, 해외 다양한 팀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MGL, GSL, WCS EU, 드림핵, IEM, 홈스토리컵 등 굵직한 대회 대부분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때를 회상해 본다면?

소위 전성기라고 말하는 시절이다. 일정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기는 게 너무 좋았고, 재밌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대회에서 승리가 너무 달콤했다. 어느 정도로 바빴냐면, 한 달에 비행기를 3~4번 타고 해외 대회를 다녀오고 국내 대회 일정까지 소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번만 타도 힘들다.


Q. 힘든 게 나이 탓은 아닐까?(웃음).

그렇다(웃음). 계속 비행기를 타다 보니까 귀가 너무 아프더라. 그래서 장시간 비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Q. 이미 정점을 찍어봤던 선수가 군 복무 이후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군대에 가려고 생각을 했을 때부터 스타2 신이 많이 다운되어 있었다. 전역한 뒤에 과연 '스타2 신이 남아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해외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쉽게 복귀 결정을 했던 건 아니다. 고민을 계속해오고 있었는데, 정확히 다시 게임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말년 휴가 즈음이다.

주변에 도움도 많이 구했다. 지금 트위치에서 간판 해설인 최재원과 김동원 선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거다.



Q. 막상 게임을 다시 시작했을 때, 다시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나?

래더 위주로 연습을 하지만 래더 랭킹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예전에도 랭킹 1, 2위를 찍어본 경험이 많지 않다. 나는 대회에 최적화된 타입이다. 대회에서 맞춤형 빌드를 준비하고 심리전을 위주로 게임을 한다. 며칠 안에 래더 랭킹 1위를 찍어보라 하면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누구든 이길 수 있다.


Q. 피지컬이 중요한 스타크래프트2에서 31살이라는 나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처음에는 나이가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게임을 시작하고, 스스로 약속한 게 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3~40게임씩 하기. 나중에 후회가 없기 위해선 할 수 있는 만큼 최대치로 해야 한다. 다행히도 지금까진 나 자신과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아무래도 실력이 오르는 속도가 확실히 예전보다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은 사랑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걸 증명해보고 싶다.



Q. 나이가 많아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봐도 될까?

음.. 꼭 그렇진 않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의 관심이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냥 나 자신과 싸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스스로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Q. 복귀 후 첫 GSL 예선에서는 아깝게 떨어지고 말았다. 대신 국가대항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네이션 워즈'에서 이신형, 어윤수와 팀으로 나가 본인도 올킬을 기록했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나?

GSL 예선에서는 이신형-신희범 선수에게 졌다. 100%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 50% 정도였다. 져도 좋은 경험이었다. 최상의 상태에서 지면 스스로에게 많이 분하고 실망감도 컸을테지만,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결과였다. 당장 코앞의 GSL을 바라보고 게임을 다시 시작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네이션 워즈' 같은 경우는 오랜만에 맛보는 우승이라 굉장히 기뻤다. 이신형-어윤수와 팀을 이룬 것도 재밌었고, 대표로 뽑힌 게 인기 투표로 뽑히다 보니 두 선수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올킬도 한 번 하고, 민폐는 면하지 않았나 싶다.



Q. 김영진 선수도 스트리머로 활동하며 GSL 예선에 참가했고, 정종현 선수 역시 최근에 스타2로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명훈 선수도 현재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군대를 다녀온 선수들의 복귀를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스트리머든 프로게이머든 예전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굉장히 기쁘다. 동료가 있는 기분이고, 올드 팬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닐까 싶다. 다들 재능도 있고 돌아와도 금방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현재 본인의 기량은 어느 정도 끌어올렸다고 생각하는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할 때 75% 정도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시 포텐이 터질 날이 온다고 확신하고 있다.


Q. 군 입대 때문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영장이 날라올 때부터 게임에 100% 집중하기가 힘들다(웃음). 힘들겠지만, 신경 쓰지 말고 연습에 최대한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전역 후에도 스스로 생각할 때 잘할 수 있는 확신이 있다면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응원해주시고 저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매일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GSL 시즌3 본선에서는 꼭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