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RNG가 프나틱을 3:0으로 제압하고 2018 MSI 결승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고 손대영 감독은 "경기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뭔가 대회 첫날로 돌아간 것 같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RNG는 3:0이라는 스코어가 무색할 만큼 조금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손 감독은 "베를린에 와서 조별 리그를 시작할 때 다섯 경기만 이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처음에는 헤맸지만 나중에는 경기력이 올라와 다행이었다. 그런데, 파리에 오니까 또 경기력이 안 좋다. 아무래도 장소가 바뀌면 적어도 4일 전에는 미리 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이어서 진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준결승을 앞두고 치러진 스크림 때만 해도 괜찮았다.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나왔다. 하지만 선수들이 준결승이다 보니까 급해지고 뭔가 멋있는 걸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좋지 못한 경기력의 이유를 말했다.

결승 상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냈다. "플래시 울브즈가 올라오면 자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킹존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한국팀은 국제 대회에서 만나면 너무 무섭다"며 특히 다전제에서 만나면 어떤 상황이라도 장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화제를 돌려 한국 선수들도 인정하는 원거리 딜러 '우지'를 코치해본 소감을 물었다. 칭찬 일색이었다. "'우지'는 프로의식이 정말 대단한 선수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했어도 성공했을 선수"라며 실력이나 프로게이머가 지녀야 할 자질에는 손색이 없다고 답했다.

모든 부분에서 모범을 보인다며 극찬했고, 프로 생활을 하면서 프로 의식이 더 쌓인 것 같다는 설명도 했다. 중국 선수들이 비교적 지각이 잦은 편인데 '우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성실함을 특별하게 손꼽았다. 다만, 자주 아파서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새롭게 팀에 합류한 '카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선수라고 말했다. "여린 친구라 이번 시즌 제일 많이 울었다. RNG에서 첫 시즌이라 적응하기 힘들어 했고, 정규 시즌에 고생하고도 포스트 시즌부터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해 분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체제는 바라던 바였지만 마음은 쓰렸다고 감독으로서의 고충을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그러나 갑자기"'카사'가 약간 덕후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웃으며 비밀을 폭로하기도 했다.

코치 '하트' 이관형을 향한 신뢰와 칭찬도 빠트리지 않았다. "현재 선수단과 코치진의 신뢰 관계가 두텁다. 정말 하나의 팀 같다. 서로 밴픽에 관해서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또 코치가 지도해주면 선수들이 굉장히 잘 따른다. 그 부분에서는 1년 먼저 팀을 이끌어온 (이)관형이의 공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버스를 타고 있다고 겸손을 떨었다.

그러나 손 감독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 손 감독이 RNG에 오자마자 강조한 게 '팀 게임'이었다. "선수들에게 개인으로는 아무리 잘해봤자 롤드컵 8강이나 4강이 끝"이라고 귀에 딱지가 박히게 말했다고. RNG를 팀다운 팀으로 만드려고 노력했고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모습이다.

손 감독은 현재 LoL 감독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반에는 RNG가 운영하는 다른 종목 게임단의 훈련 시스템을 포함한 제반 시스템을 정비할 만큼 RNG 전체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