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선수가 억대 연봉을 받으면 대서특필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억 원 수준의 연봉은 기삿거리가 되기 어려울 정도다. 당시의 1억 원은 지금보다 훨씬 가치가 높았지만, 그럼에도 e스포츠 선수가 많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에는 분명한 온도 차이가 생겼다. 몇억 대는 우스운 수준이 됐다.

인식의 변화가 생긴 만큼 e스포츠 산업의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발간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는 업계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잘 조사된 보고서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4년 602억 원 규모에 머물렀던 국내 e스포츠 산업은 2017년 973억 원으로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또한, 한국에서 태동한 e스포츠는 어느덧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이 됐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는 7407억 원이다.


LCK 선수 평균 연봉 1억 7천만 원 시대

현재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e스포츠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2018년도 국내 게임단 예산만 살펴봐도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 모든 종목 중 68.2%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선수의 숫자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단연 많았다. 140명으로 e스포츠 전체의 30%를 웃돌았다.

물론 선수 숫자가 가장 많은 종목은 한 게임에 64명이 참가하는 배틀그라운드였다. 총 148명이었는데, 종목 특성에 기인한 수치로 보인다. 또 다른 인기 종목인 오버워치 선수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92명으로 다수였다.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되고, 또 많은 선수가 활약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 산업의 핵심이었다. e스포츠에서 뜨거운 조명을 받는 사람 역시 LoL 최상위 리그에서 활약하는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선수였다.

LCK 선수들은 굉장한 연봉을 받고 있었다. 2018년 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LCK 선수 평균 연봉은 1억 7,558만 원이었다. 평균이 이미 억 대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상위권 선수들의 연봉이 절대적으로 많았고, 1억 원 미만의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가 절반 이상이었다. 연 2천~5천만 원 미만이 37.2%, 연 5천~1억 원 미만이 25.6%였다.


두 구간을 합치면 1억 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LCK 선수의 비중은 62.8%였다. e스포츠 선수의 기대 선수 생명이 8년 수준으로, 일반 스포츠와 비교해서도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구조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은퇴 이후 진로에 대해, 산업 차원에서 고민을 해줘야 지속가능한 e스포츠 뼈대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연봉 이외 수입 만만치 않아

다행히 연봉 이외 수입이 적지 않은 편이었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연봉 외 수입이 없는 선수는 8.9% 뿐이었는데, 규모가 많은 경우에 연 2억 원 가량이었고, 작게는 몇 천만 원 단위였다. 2천만 원 이상을 버는 선수가 51.2%였고, 1억 원 이상의 수입이 있는 선수는 22.3%로 많은 수치였다.


연봉 외 수입의 비중은 대회 상금, 스트리밍 수입, 방송 및 행사 순이었다. 대회 상금 73.3%, 스트리밍 62.2%, 방송, 행사 출연이 46%였다. 개인 스폰서십은 8.9%로 아직은 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스포츠 선수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거대 의류 브랜드와 굉장한 스폰서십을 체결하지만, e스포츠 선수에게는 비슷한 기회가 없는 상황이었다.

2018년에 연봉 이외 수입은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위치tv,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스트리밍 시장이 계속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LCK 선수들이 2018년에 평균 2억 원 이상의 수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나이 20.8세, 젊음을 넘어 어린 LCK 선수들

LCK 선수들은 굉장히 어렸다. 2017년 LCK 선수 평균 나이가 20.8세에 불과했다. 아직 여드름 자국도 없어지지 않았을 만큼의 연령대였다. 22세 선수가 19.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론 20세가 17.6%였다. 일반적으로 대학교 신입생 나이대가 전성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23세부터는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23세는 9.8%로 19.6%였던 22세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e스포츠 선수는 20세 중반부터 황혼기에 접어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는 군필자인 91년생 샌드박스 게이밍의 '조커' 조재읍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20대 후반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2017년만 해도 20대 후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나이가 굉장히 어린 만큼 평균 경력 또한 2.8년으로 짧았다. 3년 미만 경력 비중이 53%였다. 4년~5년 미만이 3.9%에 불과했는데, 경력 5년을 넘어가면 또 비중이 높아졌다. 4~5년 차 정도가 e스포츠 선수 경력을 이어가는 데 고비인 것으로 볼 수 있었다.


e스포츠 팬, 연 평균 9.6회 직관 그러나...

2018년 e스포츠 관람객의 경기장 방문 횟수는 연평균 9.6회였다. 그러나 연 1회 방문한 관람객의 비율이 25.3%로 가장 높았다. 관람 빈도가 높은 일부 매니아의 영향으로 평균이 상승한 것이었다. 21회 이상 관람한 팬의 비율이 10.5%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관람객 수를 늘리기 위해선 재방문율 높이는 게 중요한 사항이었다.


경기장을 방문하는 이유는 '현장감이 있어서'가 68.1%로 제일 높았다. 다음으로는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 '특정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 순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항목은 '응원 문화가가 재미있어서'였다. 조사 항목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현장 응원 문화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관람 종목 순위는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가 66.7%로 가장 높았다.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가 그 뒤를 따랐다. 배틀그라운드를 관람한 팬들의 52.2%가 오버워치 경기도 찾았다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FPS에 근간을 둔 두 종목은 상관관계가 많은 편이었다. 두 종목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든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1회 평균 지출 비용은 2만 6천 원

e스포츠 관람객이 현장 방문시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지출액은 26,777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1~2만 원 사용하는 관람객의 비중이 32.3%로 가장 높았다. 5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관람객 또한 14%로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1만 원도 사용하지 않은 관람객 또한 9.6%였다. 이 관람객들은 딱 티켓만 구매한 것이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여성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31,252원, 남성은 22,852원을 평균적으로 사용했다. 연령으로 나눠보면 20대의 지출 규모가 가장 컸다. 29,129원을 지출했는데, 30대 보다 3천 원 가량을 더 썼다. 반면 10대는 지출액이 확실히 적었다. 18,233원에 머물렀다.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관련 상품의 매력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응답자의 39.7%만이 상품 구입 경험이 있었다. 전체 상품 중 유니폼이 69.2%로 유독 많았고, 다음이 에코백과 텀블러였다. 유니폼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상품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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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 2018 e스포츠 실태조사(한국 콘텐츠 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