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 이경민 교수

게임중독이 뇌 구조를 바꾼다는 보라매병원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대해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인 이경민 교수는 "객관적인 입장이 아닌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0일, KBS는 게임중독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과학적인 근거가 나왔다며 서울시 보라매병원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게임 중독이 뇌 구조를 바꾼다'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게임 중독이 뇌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치료 또한 어려우므로 조기에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라매병원 연구진이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연구는 게임 중독자의 뇌 영상을 정상인의 것과 비교한 뒤, 그 차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크기가 정상인의 것보다 14% 더 컸고, 판단력이나 기분 조절과 연관된 두정엽 일부의 용적은 17% 더 크게 나타났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는 "뇌 일부가 과하게 커져 있다는 건 게임중독 문제를 보이는 이들이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든지, 오히려 기억력이나 집중력을 담당하는 기능상에 어려움이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경민 교수는 이에 대해 "실험 결과 해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뇌의 부피가 커진 것이 나쁜 행동을 유발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해마의 부피는 대개 기억력과 양적인 상관관계가 있어서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 특히 공간기억력이 좋아진다. 반대로 치매에 걸리면 해마의 부피가 작아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된다.

또한, 두정엽의 부피가 크다는 것은 부위에 따라 다른 기능들과 연관되는데, 이것을 단순히 주의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해석들과 다르다. 이에 이경민 교수는 "보라매병원 연구진이 얻어진 뇌 영상 결과를 놓고 객관적인 입장보다는 미리 정해진 어떤 결론에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해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끝으로 이경민 교수는 "물론 이는 직접 진행한 연구가 아니기에 좀 더 자세히 결과를 들여다봐야 할 사항"이라며, 단편적인 연구의 결과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인지과학 연구자인 이경민 교수는 현재 게임이 뇌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바라볼 필요성이 있음을 알리고 '게임을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게임과학포럼 등 다양한 사회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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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를 통해 소개된 '게임중독과 뇌 변형' 관련 보도 (이미지출처: K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