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승훈 이사, 강경석 본부장, 김성회 크리에이터
임상혁 학회장, 전영순 팀장, 최승우 국장

국제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가 오늘(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법적 쟁점 등을 짚어보고자 김성원 국회의원 주최,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개최됐다.

주제 발표는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이 맡았다. 패널 토론은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김성회 크리에이터(G식백과),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이 참여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적용, 헌법 침해 요소 다분하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 임상혁 학회장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임상혁 학회장(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은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법적/정치적 쟁점을 짚었다. 먼저 임상혁 학회장은 "게임의 과몰입 현상을 두고서 그동안 많은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계속 이어졌으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규제의 시도는 수년 전부터 계속됐다"라 운을 뗐다. 이어 임상혁 학회장은 쟁점을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와의 조화 가능성 △개인의 행동 자유와 자기 결정권의 침해 가능성 △명확성 원칙 침해 가능성 △과임금지원칙 침해 가능성 △헌법상 경제적 자유(영업의 자유) 침해 가능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우선 임상혁 학회장은 "우리나라는 건국헌법 이래 문화국가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며 "개별성, 고유성, 다양성으로 표현되는 문화는 사회의 자율영역을 바탕으로 하고, 이들 기본권은 문화국가원리의 불가결한 조건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은 산업이기 이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국민이 즐기는 '놀이'이다"며 "이는 개인이 즐거움을 얻는 도구이면서 인격 형성에도 다양한 형태로 기여를 한다"고 전했다. 게임이 프로그래밍으로 이루어진 중독 유발 물질이 아닌, 예전부터 즐긴 놀이의 새로운 형태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생활양식과 이를 형성하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국가의 역할을 국민의 문화 활동을 보장하는 데 그쳐야 하며, 통제는 물론 특정한 문화를 적극 유포하거나 수용을 강제하는 걸 금한다. 임상혁 학회장은 "따라서 이번 WHO의 의결은 단순 통계나 건강 상태를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해야 하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질병으로 진단하거나 확정하기 위한 것으로의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혁 학회장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행동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도 지적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는 "WHO의 결정은 해석과 집행에 있어서 게임과 관련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게임을 사회생활과 어느 정도의 비율로 둘지, 기회비용의 포기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는 자기결정권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즉, 게임이용장애의 논리로 국민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 이념에 배치된다는 논리다.

우리 헌법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국민이 스스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률의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라는 의미다. 만일, 개인이 쉽게 판단하지 못할 만큼 불명확하다면 그 법률은 위헌이나 무효로 인정된다. 이번에 통과된 WHO의 의결은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게임이용장애를 '디지털 게임'과 '비디오 게임'에 한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게임과 비디오 게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하고 치료의 대상이 되는 기준 행위도 모호하다.

임상혁 학회장은 "WHO가 제시하는 통제력 손상은 단어 자체의 불명확성을 차지하더라도, 개인적인 기질과 관련 없이 집안의 불화 등으로 게임에 몰입하게 된 경우도 게임이용장애를 치료 대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며 "WHO가 12개월 이상 대인관계 등 중대한 손상을 입었다는 충분한 증거를 필요로하는 것은 불명확성의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과잉금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과잉금지원칙은 국가의 활동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리다. 임상혁 학회장은 "WHO 결정에 많은 비판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되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목적의 적절성을 의심했다. 또한, WHO가 제시하는 게임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아 VR/AR, 인공지능 분야에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위험성도 지적했다.

특히 게임과몰입과 관련해서는 기존에도 다양한 대책이 진행 중이었다. 임상혁 학회장은 "별다른 역효과가 불거져 나오지 않았고, 기존 규제 적용 및 확대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선 원칙을 충족하더라도, 새로운 규제로 얻을 법익이 잃어버릴 수 있는 법익보다 더 크다면 다시 고려하는 게 과잉금지원칙이다. 임상혁 학회장은 "게임이용장애가 가져올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면, 다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화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침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상혁 학회장은 "WHO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게 되면 게임 산업이 위축돼 향후 3년 동안 11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국내 도입과정에서 범위에 따라 산업종사자들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불안감에 따른 위축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임상혁 학회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결정은 다양한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도로 적용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모든 행동과 사생활에 사회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벗어나는 경우 치료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지나친 국가후견주의적 발상"이라며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 당사자의 많은 의견을 경청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전했다.


패널토론 "게임은 놀이, 질병화 낙인효과 경계해야"
강경석 "WHO에 계속해 이의제기하고 반대 논리 만들 것"
최승우 "WHO의 게임이용장애 코드화는 원인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방증"
전영순 "건전한 게임 이용, 아이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는가?"
김성회 "대형 게임사 스스로 자랑스러운 게임 만들어야 한다"

▲ 강경석 본부장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우리 한콘진과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봐야 할 건 아니라는 분명한 입장이다"라고 먼저 밝혔다. 그는 게임이 영화와 같은 일상 여가 문화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전하며, 오히려 문화를 질병 이슈로 해결하려는 관점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과몰입을 해결하는 첫 번째는 부모가, 두 번째는 학교가, 세 번째에 가서야 중독센터를 방문하는 것인데, 모두 이미 하는 것들"이라며 "필요가 없는데 게임이용장애를 질병화하는 것은 과잉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이용장애가 가져올 '낙인효과'를 경계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게임을 많이 했던 친구가 게임이용장애자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면, 대학에 진학할 때나 사회에서 취업할 때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서 강경석 본부장은 "만약 내 아이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진다면, 이전까지 게임이용장애를 찬성한 학부모도 반대하게 될 것"이라고 빗댔다.

한편, 강경석 본부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WHO에 계속해서 게임이용장애에 반대하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학계공동연구로 게임이용장애에 반대하는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는 게임과몰입 힐링 센터를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게임이용장애가 어떤 문제가 있고 앞으로 영향을 어떻게 끼칠지를 분석했다. 먼저 그는 최근 20년 동안 급격한 발전을 이룬 게임이 문화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국가 경쟁력을 상승시키고 신규 고용 창출을 하는 등 선순한 구조를 이루어냈다고 짚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덜 된 상태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된 것은 기성세대의 부족한 게임 이해 때문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의학계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되어야 근거를 찾고 연구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곧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이라는 것을 지금까지도 증명하지 못했다는 걸 방증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승우 정책국장은 보건복지부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찬성 의견을 낸 것은 '일방적인 발언'이라고 평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게임이용장애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라 발언한 것과 우리나라 대표가 차이를 보인다며, 충분한 협의 없이 게임산업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은 직접 맡은 임상을 경험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이가 게임에 중독됐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며, 현장에서 말하는 케이스는 굉장히 드물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가 게임에 의존하는 현상은 연구가 미흡한 가운데, 질병으로 등록되어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영순 팀장은 게임이용장애는 치료보다 관리가 더 필요한 분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이 봐온 아이들 대부분이 게임 그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대인관계나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며 "아이가 게임에 빠지는 사회/환경적 문제를 충분히 연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의 명확성이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의학계에 "아이에게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지 충분한 기회를 줬는가?"라고 반문했다. 게임이 문제여서 아이의 대인관계가 나빠졌다는 것과 대인관계가 나빴기 때문에 게임에 빠졌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 김성회 크리에이터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게이머이자 10년 차 개발자로서의 견해를 전했다. 그는 "10여년 전 임요환 선수에게 게임중독자냐 물었던 시대에서 최근 100분 토론까지 게임에 대한 인식이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특히 이번 100분 토론에서 김 모 정책국장의 발언은 절망적이기까지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수식어보다 그저 하나의 놀이로서 봐주길 바랐다.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상상이 소설이 되고, 소설이 영화가 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 재밌고 실감 나는 놀이를 원했으며, 그 과정에 게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현재 게임 이슈가 마치 백혈구와 같다고 비유했다. 어린이는 좋아하는데 기성세대는 게임이 무엇인지 이해를 잘 못 하니, 일단 백혈구처럼 새로운 것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TV가 바보상자라 불리고 2,500년 전에는 희곡으로 인해 청년이 광장에서 토론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비슷한 맥락이다.

아울러 그는 언론이 게임을 제대로 바라봐주길 당부했다. 최근 컴퓨터 여섯 대로 게임을 해 아이를 방치한 사건을 예로 들며 "이 사건의 경우 게임을 일로 한 것이고 일반적인 플레이가 아니어서 게임의 악영향이라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뉴질랜드 총기사건 역시 당사자가 "게임 때문에 일을 벌이는 게 아니야"라고 비꼬았음에도 일부 언론이 게임을 타겟으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낸 일을 김성회 크레에이터는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게임을 각종 이슈의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우리나라 대형 게임사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게이머로서 사회적 편견에 맞설 때마다 걸리는 게 우리나라 대형 게임사가 만든 사행성 게임"이라며 "밖에서 게임은 놀이라고 외칠 때마다 우리나라 사행성 게임이 반박 예시로 나오면, 할 말을 잃어버린다"고 전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우리가 이런 슬롯머신이나 만드려고 게임 개발을 공부했나"라는 말이 나온다고 들려줬다.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기업의 논리는 이해하나, 이제는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 학부모에게 자랑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