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였을까. '테디' 박진성과 '룰러' 박재혁, '데프트' 김혁규가 LCK 원거리딜러 3대장으로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굳건한 1티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올해는 이 세 선수의 자리를 위협하는 원딜계의 신성이 등장했다. 바로 kt 롤스터 '에이밍' 김하람이다.

아프리카 프릭스 소속으로 2018년 데뷔한 '에이밍'은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플레이스타일로 눈도장을 찍었다. 다만, 지나치게 과감한 포지셔닝이 독이 돼 허무하게 죽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곤 한다는 단점이 기복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데뷔 3년 차인 2020 시즌. kt 롤스터로 둥지를 옮긴 '에이밍'은 말그대로 만개했다. 장점인 딜링 능력을 더 늘었고, 단점인 안정감은 확실히 보완된 모습으로 '차세대 딜링 머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단숨에 LCK 최상위 티어 원딜로 떠올랐다. 전성기가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에이밍'은 아직 보여줄 것이 남았다. 인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100%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보완할 점도 남았기에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뜻깊은 스프링 시즌을 보낸 '에이밍'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한다.



Q. 안녕하세요, '에이밍' 선수!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t 롤스터 원거리딜러 '에이밍' 김하람입니다.


Q. 스프링 스플릿을 마치고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나요?

휴가는 일주일 정도였는데, 잠 많이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른 게임도 하면서 보냈었어요. 전략적 팀 전투(TFT)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핸드폰으로 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다이아몬드까지 찍었어요. 다른 때보다는 휴가가 좀 짧은데,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짧게 주셨던 것 같아요(웃음). 이제는 복귀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Q. '코로나19'가 e스포츠씬에도 정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죠. 스프링 스플릿 진행하는 동안 답답한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들이 외출 자체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 일상에서는 딱히 달라진 점이 없었어요. 대회장을 못가는 게 가장 컸죠. 빨리 진정돼서 팬분들도 경기장에 오셔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친정팀인 아프리카 프릭스를 떠나 kt 롤스터에 새롭게 합류했는데, 그 과정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아프리카 프릭스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팀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한국에 남거나 중국에 가는 쪽으로 생각했었어요. 여러 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주변에서 kt 롤스터가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후에 강동훈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번에 결정하게 됐어요.



Q. 중국 진출도 생각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그 이유도 살짝 들을 수 있을까요?

중국 리그(LPL)가 잘하기도 하고, 제 성향이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스타일이랑도 잘 맞출 자신은 있지만, 아무래도 싸우는 걸 좋아해요. 피지컬로 게임하는 것도 좋아하고. 피지컬만큼은 자신있거든요. 또, 중국에 한국 선수들이 많기도 하고요.


Q. 당시에 완성된 kt 롤스터의 로스터는 꽤 괜찮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신구 밸런스도 적절하고, 봇 듀오 '에이밍'-'투신'의 임팩트가 강했죠.

제가 들어갔을 때는 멤버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함께 했던 '쿠로' 이서행 형이나 '투신' 박종익 형이 올 줄도 몰랐고, 상체 선수들도 모르는 사이였어요. 다 모이고 나서는 '이 정도 로스터면 좋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말씀하신대로 봇 듀오 '투신' 선수와는 두 번째 만남이죠. 호흡을 맞춰봤던 사이라 한결 편했을 것 같아요.

확실히 같이 해봤으니까 좀 더 친하고, 편하고, 서로 어떻게 게임하는 지를 아니까 그런 점에서는 편했어요.


Q. 초창기 연습 과정은 어땠나요?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요. 스크림 성적이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처음 연습할 때는 진짜 스크림에서 다 졌어요. 그러다가 시즌 시작하기 한 1~2주 전부터 호흡이 잘 맞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는 잘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기세 좋게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근데, 정규 시즌을 5연패로 시작하게 됐어요.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였을 것 같은데, 당시에는 어떤 피드백이 오갔나요?

연패가 쌓이다보니 자신감도 부족했고, 이기는 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성적이 잘 나오고, 이기기 쉬운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해요.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솔직히 다 이긴 경기인데, 졌다고요. 한 번만 이겼더라면 나머지 경기도 다 이겼을 거라는 얘기를 했었어요.


Q. 그럼 아프리카 프릭스전 첫 승리가 kt 롤스터에게는 굉장히 큰 전환점이었겠네요.

1승을 하면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죠. 팀원 간의 신뢰도, 자신감도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그래서 8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장난도 많이 쳤어요. 서로 '지는 법이 뭘까' 이러면서요(웃음). 이겨보니까 이기는 법을 알게 된 거죠.


Q. 초반에 kt 롤스터가 부진할 때, 듀오인 '투신' 선수에 대한 혹평이 많이 나왔어요.

그때는 저희가 봇 라인전을 반드시 이겨서 경기를 편하게 풀어가자는 방향으로 게임을 했어요. 압박이 있었죠. 또, '투신' 형은 팀에서 이니시에이팅을 담당하는 시절이었고요. 이니시에이팅이라는 게 조금의 차이라도 벌어지면 안돼요. 그래서 팀원들이 빠르게 호응해주는 게 필요한데, 그 점에서 소통이 잘 안 됐어요. 그런 게 겹치면서 '투신' 형 개인의 문제처럼 보였던 거죠.


Q.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투신' 선수가 이니시에이팅이나 플레이메이킹보다는 '에이밍' 선수를 보호하는 쪽으로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저희도 꼭 봇 라인전을 이기고 시작하는 플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승리 공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메타에 좋다고 생각하는 걸 위주로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투신' 형의 스타일도 바뀌게 된 것 같아요.



Q. kt 롤스터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통신사 라이벌전이에요. '에이밍' 선수에게는 첫 경험이었을 텐데, 통신사전을 앞두면 진짜 팀 분위기가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예전에 통신사전 보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기는 한데, 선수들 보다는 사무국과 코칭스태프 분들이 더 많이 신경쓰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는... 2라운드 때도 통신사전을 승리했다는 기쁨보다는 강팀을 꺾었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Q. '에이밍' 선수 개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 정말 큰 주목을 받았어요. 날카로움과 공격성은 여전한데, 안정감이 늘면서 물이 올랐다는 평가예요. 본인이 생각할 때는 어떤 면이 가장 성장한 것 같나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사실 보통 스스로는 그렇게 달라진 걸 잘 못 느끼잖아요. 근데,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성장했구나 싶어요.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임을 보는 눈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아요. 또, 후반가도 괜찮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팀도 오브젝트를 통한 운영을 선호하는 편이라 스타일이 더 그런 방향으로 굳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오브젝트에서만 싸우는 느낌이 커서 안정적으로 하려고 해요.


Q. 공식전 첫 펜타킬도 하셨잖아요.

제가 펜타킬을 한 번도 못 해봤는데, 그 경기 전날에 젠지 '룰러' 박재혁 선수가 펜타킬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보노' 김기범 형한테 그랬죠. 펜타킬 언제 먹여줄 거냐고요. 그랬더니 '보노' 형이 원딜이 하는 건 없지만 먹여주겠다고 그랬어요. 근데, 진짜 그렇게 된 거에요. 신기했어요. 경기 끝나고 '보노' 형이 '내가 먹여준다고 했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Q. 전성기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이 100%가 아니라 아직 더 보여드릴 게 남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직은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회를 졌을 때 보면 아쉬움이 느껴지는 플레이도 아직 많아요. 그런 점을 보완하고, 집중력과 포지셔닝을 좀 더 신경쓰면 더 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LCK 어워즈 올 프로팀 부문에서는 아쉽게 원딜 2위에 올랐어요.

아쉽긴 하죠. 근데, 마지막 두 경기를 좀 더 잘했다면 퍼스트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사실 저는 영 플레이어랑 POG(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 1위가 탐나더라고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받아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꼭 잡아보고 싶어요.


Q. POG는 1위인 '비디디' 곽보성 선수와 200점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더 아쉬울 것 같아요. 혹시 팀에서 내 POG 포인트를 빼앗아간 선수가 있다면요?

기억나는 게 딱 한 경기있어요. '보노' 형이 POG 투표에서 제 표를 하나 가져간 적이 있어요. 그래도 대신 펜타킬을 먹여줬으니까...(웃음)


Q. 스프링 스플릿은 최종 5위로 마무리했는데, 섬머 스플릿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겠죠?

처음 목표는 원래 포스트 시즌이었어요. 그 목표는 이뤘으니 섬머에는 그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고 하니까 우승을 목표로 달려보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롤드컵에 진출하는 게 목표고요. 해외 팀들과 꼭 한 번 붙어보고 싶거든요.


Q. 그러고 보니 '에이밍' 선수가 아직 국제전 경험이 없잖아요.

국제 대회에서 해외 팀이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잘하는지 못하는지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승패를 떠나서 더 많은 팀이나 선수들과 상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 팀에 롤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있어요. 롤드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있나요?

'쿠로' 형이랑 한 번 했었어요. 엄청 다른 건 없는데, 환호성이 진짜 크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만 딱 했었어요.


Q. '에이밍' 선수만의 목표도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스트 시즌이나 선발전 같은 토너먼트에서 아래부터 시작해 쭉 뚫고 위까지 올라가보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이번 스프링 때 기회가 왔는데, 떨어져서 아쉽더라고요. 물론, 결승 직행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아래에서 올라가고 싶어요.


Q. 신기하네요. 보통은 순위를 올려서 한 경기라도 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럴 수도 있는데, 저는 연승에서 오는 기세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스토리를 완성해보는 게 제 목표에요. 멋있기도 하고요.


Q. 이제 마지막으로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한말씀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스프링 스플릿에서 아쉽게 5위에 머무른 만큼, 섬머에는 더 높은 목표를 잡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섬머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경기장에서 팬분들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