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우디르는 인게임에서 마주치는 일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태세 전환 우디르급'이라는 신조어로 마주치는 일이 더 많았다. 솔로 랭크에서도 예능 또는 트롤 픽으로 여겨지며 닷지를 유도했던 우디르가, 올봄엔 솔로 랭크를 넘어 전 세계 LoL 대회 무대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표식' 홍창현이 지난 20일 처음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우디르는 12개 리그에서 26회(탑 우디르 제외)나 등장했다. 비주류 픽을 넘어 거의 매장됐던 우디르가 빛을 보나 싶었는데, 실상 전적은 9승 17패로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우디르는 약인가, 독인가.

우디르는 단점이 너무나 명확하다. 벽을 넘거나 상대에게 순간적으로 돌진하는 이동기도, 한타 양상을 뒤집거나 각종 변수를 창출할 궁극기도 없다. 궁극기가 없는 동료들인 니달리, 제이스, 엘리스가 변신 폼을 활용해 3레벨부터 스킬을 6개씩 쏘아댈 동안 우디르는 정직하게 네 가지 태세로만 교전에 임한다. 더없이 단순한 스킬 구성으로 인해 신규 챔피언이나 리메이크 챔피언에 비해 활용도의 한계가 뚜렷한 챔피언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안정적이고 빠른 정글링 속도와 초반 교전 능력이다. 이외 곰 태세를 통해 상시 빠른 이동 속도를 유지하며 시야 확보나 상대의 스킬 사용 유도, 어그로 핑퐁, 이니시에이팅, 적 추격 등이 가능하다. 또한 준수한 스탯과 거북이 태세를 통해 한타에서 어느 정도 탱킹도 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장점으로 인한 이득보다 단점으로 인한 문제점이 훨씬 많았기에 우디르는 프로 씬에선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1 시즌 아이템의 대변화로 우디르의 활용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기존 핵심 아이템이었던 정당한 영광의 리메이크 아이템인 터보 화공 탱크가 우디르에게 찰떡궁합이다. 정당한 영광의 마나 스탯은 마법 저항력이 됐고, 불사르기 피해도 새롭게 생겼다. 이로써 우디르는 2800골드라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모든 스탯과 사용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두 번째 핵심 아이템인 망자의 갑옷까지 갖추게 되면 막강한 탱킹력과 빠른 이동 속도를 겸비한 괴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지만 우디르가 제대로 활약하려면 팀이 잘 풀려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최소한 반반이라도. 만약 한 번이라도 주도권을 잃는 상황이 온다면 우디르는 괴물은커녕 뚜벅뚜벅 걸어 다니면서 얻어맞기만 하는 '우붕이'로 전락한다. 한 번 말려버리면 다른 어떤 정글 챔피언보다 무능력해지는 거다.

따라서 우디르는 가장 강한 초~중반 타이밍에 최대한 이득을 챙기고 스노우볼을 굴리는 게 필수다. 갱킹이 됐든, 소규모 난전이 됐든, 시야 및 오브젝트 컨트롤이 됐든, 어떻게든 팀에 기여하며 스스로 활약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플레이 메이킹은 솔로 랭크에선 쉬울지 몰라도 대회 무대에선 해내기 매우 어려우며, 앞서 밝힌 것처럼 현재 우디르의 대회 전적이 9승 17패인 이유다.

전 세계에서 속속들이 등장 중이지만, 아직까지 우디르가 분명한 주력 챔피언은 아니다. 그리고 어지간히 강팀이 아니라면 우디르 연구 및 픽에 대해 재고해봐야 할 듯하다. 다른 1티어 정글러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가 크고 난이도가 높은 픽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