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29일), 라인게임즈가 개최하는 신작 라인업 발표회 'LPG 2021'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발표회에서는 라인게임즈가 최초로 공개하는 다섯 개의 신작과 함께 많은 올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또 하나의 신작,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하 창세기전)'의 시연 빌드가 공개됐습니다.

이날 라인게임즈는 발표회의 모든 순서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일반 유저들에게도 공개했지만, '창세기전'의 시연 빌드만큼은 행사장에 직접 방문한 기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른 오전 시간부터 생중계를 지켜본 대부분의 유저들의 기대도 '창세기전'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사명감을 품고 창세기전 시연 빌드가 준비된 시연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 시연은 칸막이로 나뉘어진 시연 공간에서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이루어졌습니다

▲ 현장에는 시연용 스위치가 20대 가량 마련되었습니다

▲ 부스 내에 마련된 조작법을 확인한 후, 시연 시작!

이날 창세기전 시연은 닌텐도 스위치로 진행됐으며, 약 20분 분량의 짧은 데모 빌드였습니다. 제국으로부터 팬드래건 성을 되찾은 이올린 왕녀와 실버 애로우가 그 기세를 몰아 썬더둠 요새 탈환에 나서는 내용으로, 해당 미션은 기본적인 턴 방식 전투와 자유 이동이 가능한 '모험 모드'의 기초적인 부분을 맛볼 수 있는 구성으로 꾸며졌습니다.

시연 버전의 파티는 이올린과 라시드, 듀란을 포함한 총 10명의 캐릭터로 구성됐으며, 각 캐릭터의 상세 정보와 초상화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창세기전4' 당시의 디자인을 토대로 조금씩만 변형한 형태였고, 성우 더빙은 주요 대사에만 부분적으로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 시연에서는 '썬더둠 요새 탈환전' 미션 하나만 제공됐습니다

▲ 미션에 진입하기 전, 월드맵에서 유닛 상세정보 열람이 가능했습니다.

시연 빌드 속 '썬더둠 요새 탈환전' 미션은 10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를 둘로 나눠 두 파티가 각각 다른 임무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파티 편성은 고정되어 있었고, 멤버 교체 기능은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전투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캐릭터들의 3D 모델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올린, 라시드 등의 주요 캐릭터들은 쿼터뷰 시점에서 내려보아도 누가 어떤 캐릭터인지 바로바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된 것이 특징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이외의 캐릭터는 초상화 속 모습이 그대로 구현되지는 않았으나, 각 유닛이 담당하는 역할군이 무엇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꾸며졌습니다.

창세기전의 전투는 원작 시리즈, 그리고 SRPG 장르 전통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적과 아군이 턴을 번갈아 가져가며, 각 유닛은 턴이 돌아올 때마다 '이동', '행동', 그리고 '바라보는 방향 지정'을 할 수 있습니다. 적의 후면이나 측면에서 공격했을 때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으며, 상대의 무장 종류, 혹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반격', '패링', '회피' 등의 추가 액션이 발동하기도 합니다. 아군 유닛이 같은 적을 둘러싸고 있다면 종종 '협공'을 통해 추가타를 넣어주기도 하죠.


▲ 스킬별로 소모 자원, 사용 범위 등이 표시됩니다

전투 파트는 크게 모난 것 없이 그야말로 'SRPG 답게' 진행됩니다. 전장은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적당한 크기로 제한됐고, 화면 밖의 행동력이 남아있는 유닛들을 특정하기 쉽도록 트리거 버튼을 통한 캐릭터 선택 기능도 제공합니다.

시연 버전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전투는 근접 공격, 스킬 공격, 원거리 공격, 아이템 사용 등 전투에서 제공되는 모든 기능들을 하나씩 활용해볼 수 있게 구성됐습니다. 턴이 돌아오면 이동으로 적의 배후를 잡고, '협공'이 발생하기 쉽게 아군 유닛을 배치하다보니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죠.

바로 이어서 창세기전 시리즈를 대표하는 메카닉인 '마장기'와의 전투도 이어집니다. 마장기를 직접 타거나 조작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크기와 압도적인 파괴력만큼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습니다.


▲ 적으로만 잠깐 등장하지만, 마장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올린이 포함된 파티로 튜토리얼 느낌의 전투를 2회 정도 진행한 후, 이번 시연 버전에서 가장 기대했던 '모험 모드'를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창세기전의 모험 모드는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로, 리더 캐릭터로 필드를 돌아다니며 '교전, 조사, 대화'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모험 모드가 시작되면 스위치의 각 버튼을 활용해 마치 액션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스위치의 각 버튼에 대시, 회피, 공격, 행동 기능이 할당됐고, 필드에 있는 상자를 부수거나 적에게 선제공격을 걸고, 맵에 마련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모험 모드에서 리더 캐릭터를 능숙하게 조작하면, 불필요한 전투를 모두 무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시연 빌드에서도 길을 가로막는 목책과 제국군 무리를 피해서 돌파할 수 있는 구간이 등장했고, 마지막 전투에 돌입하기까지 불필요한 전투를 크게 줄일 수 있었죠.

물론, 큰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아군 유닛 레벨을 올려 체력을 회복하고 싶다면, 능동적으로 나서서 전투를 발생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에는 선턴을 잡을 수 있으므로 전투도 유리하게 흘러가게 됩니다. 필수로 진행되는 4회가량의 스토리 전투를 포함한 모든 인카운터 전투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플레이한다면, 데모 버전의 볼륨은 한 시간 이상으로도 크게 늘어납니다.

이동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된 시연 빌드 특성상 모드의 이름처럼 '모험을 떠난다'는 느낌을 받기는 다소 어려웠으나, 단순히 턴제 전투가 계속 반복되는 미션 구조에서 탈피하려 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 모험 모드 전용 미니맵 UI에서는 대화 가능한 NPC, 목표 지역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모험 모드에서 적을 마주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전투용 필드가 전개됩니다

시연 빌드의 마지막은 제국 칠용사 중 하나인 '카슈타르'와의 전투로 꾸며졌습니다. 썬더둠 요새 내부의 잔존 병력이 계속해서 몰려오므로, 부하들을 상대하며 힘을 빼기보다 빠르게 주요 목표인 '카슈타르'를 제압하는 것이 관건인 전투입니다.

해당 전투는 특정 캐릭터만 사용할 수 있는 '초필살기'를 운용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는데요. 카슈타르의 마지막을 이올린의 초필살기인 '블리자드 스톰'으로 마무리해줄 생각에 설레고 있을 즈음, 시네마틱 컷씬이 출력되며 시연 버전이 마무리되어버렸습니다. 시연을 도와주는 관계자에게 문의해보니, 시연 버전에서는 카슈타르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수 없고, 체력을 일정 이상 깎으면 종료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초필살기를 보기 위해 20분 분량의 체험 버전을 다시 처음부터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시연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죠. 창세기전 시연 빌드 체험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 시연 빌드의 최종 보스인 '카슈타르'

▲ 분명 공략을 성공한 사람만 볼 수 있는 영광스런 화면인데, 왠지 아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데모는 정식 버전에 적용될 '전투' 콘텐츠의 모습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빌드였습니다. 창세기전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올드 팬들에게는 원작 속 캐릭터가 한층 개선된 3D 모델링으로 움직인다는 것부터가 감격스러운 부분일 수 있겠죠.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파티에 편성된 캐릭터들의 스킬 종류와 성능, 연출이 대부분 비슷하여 전투가 단조롭게 느껴졌고, 스킬 연출 스킵이나 적군 턴 빠르게 넘기기 등의 편의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전투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커졌죠.

이러다 보니 시연 버전의 모험 모드를 플레이할 때 '어떻게든 잘 굴러서 가능한 전투를 회피해 보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됐습니다. 창세기전 플레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가 기대되고 즐거운 것이 아닌, 느리고 단조롭게만 느껴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전투의 템포를 더욱 끌어올리고, 적군 턴처럼 늘어지는 부분은 바로 생략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은 추후 공개될 빌드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오는 2022년,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을 통해 정식 출시될 예정입니다. 데모 버전에서 드러난 몇 가지 불편점을 개선하고, '창세기전'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