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는 팀 프로젝트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KGC 2010 행사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었다. EA에서 피파온라인 2 프로젝트 개발팀을 맡고 있는 한승원 팀장이 “팀, 프로젝트, 스튜디오 그리고 관리”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한 것이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조직,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PT로 특별히 2시간으로 편성된 강연시간은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갔다. 워낙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었던 강연이라 모든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무리. 그 중 매니지먼트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강연을 요약한다.






모든 팀이 게임을 통해 성공을 원한다. 또는 시장에서는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대박을 내리라 기대하기 때문. 하지만 여전히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5년 동안 개발해도 시장에 못 나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개발팀이 사라지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30%정도만이 할당된 예산 안에서 목표한 기간 안에 출시를 하더라는 것. 하지만 게임은 출시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재미가 없으면 망하기 때문에 게임은 이보다 더 어렵다고 봐야 한다.


개발자들의 삶은 피곤하다. 무리한 일정과 개발 과정의 원치 않는 변화들이 야근과 과로를 부르고, 이로 인해 생긴 버그를 고치느라 다시 야근을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있고 오래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이 나올 수는 없다.


개발자들의 노하우가 사라지는 일도 많다.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길게는 4~5년이 걸리는데 이럴 때 개발자의 노하우는 개인에 귀속되어버린다는 것. 개발자들의 노하우가 회사로 이전되지 않으면, 팀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 회사의 개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곤 한다.


하나의 조직에 여러 팀들이 있을 경우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면 비효율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A팀이 만든 툴을 B팀이 또 만들거나, 서로 다른 프로세스를 가져 서로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방치되는 것은 게임의 성공 확률을 줄이는 것 이전에, 게임사를 마치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만든다는 것.


그럴 때 스타 개발자와 몇 명의 리더에 의존해 개발이 이뤄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프로젝트의 수준이 어느 정도 와 있는지, 3개월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거나 소수만 아는 현상이 벌어진다.



▲ 소프트웨어 개발이 계획대로 완료되는 것은 30%에 불과하다는 조사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올바른 매니지먼트의 도입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니지먼트를 소개하기 어렵다고. 관리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이다.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관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에게 관리를 받는 것은 무능력하다는 선입견도 있다.


물론 예전에는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 처럼 슈퍼히어로가 이뤄낸 성공 사례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되는 스타 개발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게임의 규모가 커지고 투입되는 역량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슈퍼히어로에게 의존해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니지먼트는 창의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이며, 신호등이 자동차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모두가 더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같이 일종의 교통법규와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매니지먼트는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매니지먼트는 팀과 회사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가능성의 도구라고 한승원 팀장은 강조했다.



그럼 매니지먼트가 없는 회사는 어떻게 프로젝트가 진행될까.


한승원 팀장은 매니지먼트의 단계를 주먹구구 – 프로젝트 관리 – 조직관리 – 문화 – 진화의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이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풀어나갔다.



▲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본 5가지 단계



주먹구구 단계의 특징은 ‘모른다’는 것. 우리 프로젝트는 언제 끝나지라는 질문의 답이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되었느냐는 질문에도 ‘70%정도?’ 하고 확신이 없다. 언젠가는 되겠지 한다는 것이다. 몇 몇 개발자가 야근을 하지만 왜 야근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각자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이런 팀은 늘 깜작 놀라는 일을 만나게 된다. 다음 달 상용화를 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거나, 한 달 뒤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거나. 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느라 하루 하루가 바쁘게 지나간다.


물론 주먹구구 팀도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 이것은 ‘암암리 프로젝트 관리’ 때문. 암암리에 실무자들끼리 자기만의 방법으로 소수의 업무관계자들끼리 알아서 업무 범위를 만들어 내긴 한다. 하지만 전체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한승원 팀장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전담할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며, 기존 조직의 팀장이나 프로듀서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겸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프로듀서는 굉장히 바쁘기 때문에 두 가지 업무 중 하나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주로 매니지먼트에 소홀하게 된다. 또 팀장급 팀원이 매니지먼트도 잘하느냐는 별개의 문제기도 하다. 프로그램 팀장은 프로그램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겠지만 프로젝트 관리에는 부적합할 수가 있다.


특히 겸임은 담당자 본인에게 과중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 쪽 저 쪽에서 모두 치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 그럴 경우 자주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위임’하게 되는데, 이 역시 겸임의 문제가 반복된다. 더불어 권한까지 완전히 위임되지 않을 때는 위임 받은 사람 또한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


한승원 팀장은 이어서 EA의 경우 하나의 프로젝트를 프로듀서와 개발 책임자(Development Director)가 책임지며, 프로듀서는 게임의 퀄리티만을, 개발 책임자는 게임의 출시 일정만을 나눠서 담당한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나눠서 관리하는 이유는 퀄리티와 일정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기 때문. 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둘 모두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일정을 중시하는 것은 매년 스포츠 게임 시리즈를 출시해야 하는 EA의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긴 하다고 한승원 팀장은 덧붙였다.


이어서 한승원 팀장은 프로젝트 관리의 스크럼 방법론을 소개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올바른 조직문화에 대한 소개를 이어나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ACT. 중요한 것은 지금 실천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 한승원 팀장이 추천한 스크럼 방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