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는 어른만 되면 모든 것이 재미있을 줄 알았다. 지루한 학교따위 안가도 되고 엄마에게 용돈 타내려고 머리쓰지 않아도 되고 매일매일 회사에서 재미있는 일들만 하고... 그런데 이제 정말 어른이 되고보니, 부모님에게 용돈 타서 하루하루 놀러다니던 시절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천국이었다.

어릴때는 꿈도 나름 컸다. 드림카를 손볼 수 있는 차고, 커피 한잔과 함께 홀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서재, 잡동사니와 만화책이 가득한 지붕 아래 골방, 고전 영화가 가득한 홈 시어터, 게임기와 게임들로 채워진 비밀의 방. 이 중에 하나쯤 갖는다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알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꿈은 꿈으로 남아야 삶이 피곤하지 않다는 차가운 현실. 뭔가 역사에 남을만한 포부를 가진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넘어야할 산이 많은지 마음 한켠이 씁쓸하지만, 소박한 꿈일지언정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때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할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른이 되어서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다.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라고 비웃기에는 그들의 열정이 너무나 뜨겁고 난관에 부딪혀 국내가 힘들어지자 해외를 먼저 노리는 과감한 추진력까지 갖춘 사람들.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바(Bar)에서 벌어지는 바텐더의 이야기. 현실적인 면을 잘 반영한 독특한 재미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바 오아시스'를 국내에 출시한 코너스 스튜디오. 스스로가 먼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뭉친 네 명의 친구들이 걸어온 길은, 게임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는 바(bar)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지금 회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게임과 밀접한 문화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만화 좋아하고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고... 어릴때부터 함께 게임 만들자고 말하긴 했었는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학교 졸업하고 취업도 하면서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2006년 12월에 한 친구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볍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후 사운드를 맡은 친구는 음악을 들고 참여했고 그렇게 함께 배워가자는 생각으로 네명이 모였죠.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네명 모두 어릴때부터 남자의 로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 친구들이라서 바로 뭉쳤죠."



'일단 뭐라도 해보자.' 꼬꼬마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소위 불X친구 네 명이 일단 뭉쳤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네 명이, 뭉치고 보니 마치 운명이기라도 한 것처럼 업무가 딱 맞아 떨어졌다. 기본적인 게임 개발 외에 고난을 겪기 마련인 그래픽, 사운드, 비즈니스 분야까지...


회사의 이름은 코너스(Corners) 스튜디오로 지었다. 네 명의 친구들이 한 방향씩 모서리와 면을 담당해 완성된 사각형을 이루자는 뜻이다. 사무실을 차리는 순간에도 이런 원칙은 변하지 않아서 첫 사무실의 인테리어 역시 각자의 취향에 따라 벽을 하나씩 담당해서 장식을 하기로 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는 직접 벽에 그림을 그린 뒤 다양한 예술 작품을 장식했고 다른 벽은 만화책과 피규어, 애니메이션으로 뒤덮였다. 송택승 대표이사의 선택은? 바(Bar)였다. 사무실의 한 켠을 테이블과 의자, 주류 장식장으로 채운 그는 여느 모던 바 못지않은 인테리어를 회사에 추가했다.




[ 코너스 스튜디오의 첫번째 보금자리가 되었던 강남 사무실 전경 ]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장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혼자만의 서재같은거요. 전 제 소유의 바 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인테리어를 고민해서 사무실에 바를 만들고 술집용 냉장고까지 사와서 가득 채워넣었죠. 그런데 사무실이 놀러오기 좋은 강남에 있다보니 일단 누구든 오면 술 한잔을 걸치고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되고 술먹고 일어나서 시계보니 9시, 저녁먹자고 나가보니 다음날 아침 9시고...(웃음)"


회사에 나가면 친구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바가 있다니! 그렇게 정말로 집보다 즐거운 회사를 만들었더니 모든 생활의 중심이 회사가 되었다. 한쪽의 대형 피규어 장식장이 친구들과 함께 마신 술병 뚜껑으로 가득 찼을 무렵, 네 명의 친구 중 게임의 기획을 담당했던 이길수씨가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보낸 시간을 게임으로 만들자."


때마침 오로라 게임즈라는 퍼블리셔에게 게임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던 시기, 전세계의 애주가들에게 호평받은 조주 기능사 교육용 앱 바텐더 게임, 바 오아시스는 그렇게 태어나게 되었다.




[ 이런 회사에서 제작된 게임, 평범할리 없겠죠? ]



"그런데 왜 하필 첫 게임이 바텐더일까?"


시작은 인테리어였지만 회사에 바가 들어서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송택승 대표이사는 2차 이라크 전쟁 당시 CNN의 동시 통역을 담당했을 정도로 실력있는 전문 통역가지만, 더불어 바텐더의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조주 기능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바 오아시스 1편이 처음 나왔을때 한국의 게이머들이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인 줄 알고 '해외 게임인데 한국어 번역이 참 잘 되었더라'고 평했던 것도 한국 버전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송택승 대표의 특출난 영어실력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 버전의 시나리오가 그만큼 탁월하다는 뜻도 되지만, 송택승 대표의 말에 의하면 바 오아시스의 영어 버전은 단순 번역이 아니라 순수 영어 문화권에서도 사용될법한 작문에 더 가깝다고 한다.




[ 코너스 스튜디오의 송택승 대표. 따로 자격증까지 얻을 정도로 노력파! ]




[ 사무실 한켠에 비치되어 있는 주당들의 필독 만화, 바텐더! ]



전문 바텐더 못지않은 수준으로 칵테일을 배우다보니 주류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술과 관련된 전문서적만 십여종이 넘을 정도로 애정도 깊다. 바 오아시스에 등장하는 술을 묻자 바로 1편의 '카오 일라'와 2편의 '일 드 레'에 대해 설명하며 직접 모델이 된 술병을 꺼내왔다.


"술에 대해서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바 오아시스에 등장하는 칵테일도 대부분 진짜 레시피인데, 알려진 것들 말고 우리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넣으려면 술을 만들어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회사에서 칵테일을 만들었죠. 만들어놓은 술이 아까우니 먹다보면 또 친구들 부릅니다. 바카디 151을 베이스로 연구할때는 진짜... 코딩도 술취한 상태에서 된게 많습니다. (웃음)"


그런데 한국에서 바텐더란 그리 익숙한 직업이 아니다. 게다가 술에 관대하면서도 엄격한 한국의 문화는 즐기는 술보다는 취하기 위한 술에 익숙하다. 덕분에 칵테일 자체와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는 클래식한 바텐더보다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한 플레어 바텐더만 남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칵테일과 바텐더는 한국에서 정말 생소한 문화 중의 하나인데, 바 오아시스 2편은 한국에 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 유료 매출 2위까지 단숨에 올랐다. 주류가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한국에 출시조차 하지 못했던 바 오아시스 1편을 떠올려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 바 오아시스 1편의 카오 일라와 2편의 일 드 레. 게임의 참고 자료로 쓰였다. ]



"한국은 일단 술을 너무 많이 먹어요. (웃음) 물론 소맥도 굉장히 훌륭한 칵테일이지만 다른 칵테일들을 그렇게 마시기는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면 정말 친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는데, 한국은 남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이야기하는 문화가 아닌 점도 바텐더 문화가 발달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한번 스토리로나마 다뤄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만들기에 앞서 직접 칵테일을 공부하고 바텐더의 경험도 있는 대표와 기획자가 힘을 합치니, 바 오아시스를 해보면 군데군데 경험에서 비롯된 섬세함이 살아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레시피는 바로 현장에서 써먹어도 될 법한 유명 칵테일들의 레시피로 채워져 있고 주류에 대한 설명들도 알차다. 특히나 게임속에서 손님이 오면 주문을 묻기 전에 코스터(잔 받침)를 먼저 내밀고 시작된다는 점도 진짜 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할 부분이다.


더불어 보너스로 하나 더, 바 오아시스의 1편과 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개발자들의 친구나 지인, 가족 등 술버릇을 알고 있거나 짐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반으로 성격과 태도가 정해져 있다. 바 오아시스를 하다보면 진짜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주사를 부리는 손님이 등장하거나 사건이 벌어지면서 게이머를 감탄하게 만드는데, 이런 현실감은 모두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 흔히 코스터라 부르는 잔받침. 유명한 술집들의 코스터를 모아 연구하기도 했다고.. ]




[ 독특한 술을 소개시켜달라고 하자 바로 꺼내온 페르네 브랑카.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도 잠깐 등장해 유명해진 술로 굉장히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다. ]




"세계 1위의 증류주 소비국, 그런데 술이 많아 출시가 거부되더군요."


바 오아시스 1편은 처음 출시되었을때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출시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어느정도 성과도 거뒀지만 당시 퍼블리싱을 맡았던 오로라 게임즈가 대형 회사다보니 사업적인 지향점도 달랐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도 유지되기 힘들었다.

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심의 역시 예상치못한 문제였다. 며칠 단위로 흥망이 오고가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준비과정까지 합하면 3~4개월이 넘게 걸릴수도 있는 게임 심의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바 오아시스' 1편이 한국 시장을 포기해야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앱솔루트 보드카 아시죠? 보드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진로 소주가 세계 증류주 판매 순위에서 보드카를 넘어 1위입니다. 2위가 스미노프(Smirnoff) 보드카, 3위는 한국의 롯데 소주에요. 그만큼 주류 소비가 많은 나라가 한국인데, 게임에 술이 많이 나온다고 아예 출시가 안된다니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연령을 어긴 것도 아니고...

심의로 인한 역차별 문제도 심각합니다. 글로벌이 기준이 된 시대에, 해외에서 개발한 게임은 한국에서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고 설사 심의를 어겨도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앱스토어 역시 얼마든지 해외에서 한국어로 서비스할 수 있죠. 그런데 한국 게임사는 무조건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국내 게임사의 경쟁력에 정말 큰 손해이고, 정부에서 1인 앱개발 지원한다고 하던데 이런 절차 개선이 더욱 시급합니다."



결국 1편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여건상 잠깐의 휴식 기간을 갖게 되었고 이후 절치부심하여 2편을 제작하면서 다시 뭉치게 되었다. 비록 1편을 제작할 당시의 애정어린 사무실을 떠나게 되었지만, 대신 이번에는 각자의 테마를 담은 작업실을 만들고 좀 더 게임스러운 재미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 물론 새로운 사무실에서도 그들의 덕질(?)은 계속된다. ]



끝나지 않은 도전! 바 오아시스, 그리고 코너스 스튜디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바 오아시스 2'는 출시되자마자 유료 매출 1위에 올랐고, 카테고리 오류로 인한 문제때문에 잠깐 순위 자체에서 사라졌었지만 문제가 해결된 후에 다시 등장해서 최근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준비중인 업데이트는 기존의 시나리오 모드에서 벗어나 좀 더 게임에 가까워진 'A Day At the Bar' 모드. 매일매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칵테일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일종의 칵테일 바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모드로 가까운 시일 내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만약 다음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면 숙취 해소제같은 한국 주류 문화의 특징이나 한국의 전통 술을 기반으로 한 칵테일을 꼭 넣고 싶다는 송택승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스스로 만족스러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있고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벌자는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일단 스스로 만족하는 게임을 만들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 오아시스도 저희가 재미있어서 만들기 시작했으니까요.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사실 저희 게임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게임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저희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그 재미를 알아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작게나마 시작을 할 기반을 만들었고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코너스 스튜디오의 기본 철학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코너스 스튜디오 4인방의 프로필 및 담당업무

남구민 - 사운드 담당, QA 및 테스트
송택승 - 서브기획, 영어 텍스트 (번역 NO!), 주류 관련 콘텐츠 및 회사운영
이길수 - 메인기획, 스토리, 캐릭터, 술관련 프로그래밍, 그래픽, 한국어 텍스트
피상준 - 메인프로그래머, 개발관리, 일본어 텍스트 외주 관리

공식 페이스북 - http://facebook.com/BarOasisKorea














◎ (이벤트 종료) 코너스 스튜디오의 선물, 바 오아시스 코스터를 드립니다!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추첨해 송택승 대표님이 선물로 주신 바 오아시스 전용 코스터를 보내드립니다.

바 오아시스의 발매를 기념하여 제작된 코스터는 최상급 재질로 제작되어 있어 장식용으로도 좋으며 현재 선물용으로 8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 코스터는 총 3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1개의 뒷면에는 코너스 스튜디오의 창립 멤버 네 분중 한명의 자필 사인과 응원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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