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돌고 돌면서도 단 하나의 꿈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가다보면 뜻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를 허다하게 만날 수도 있고, 보다 먼 곳을 내다보며 당장의 현실을 받아들여야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꿈'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잘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올엠의 창립 멤버들도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꿈 하나를 안고 출발선을 떠난 그들은 사업을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첫 게임을 내놓았다. 어느새 법인 설립 15년을 향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은 고집스럽게 '재미의 원리'에 대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게임 분야에서 올엠이 이룬 것은 아직 미미하지만, 그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확고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13년 올엠의 발자취와 1분기 중 오픈을 앞두고 있는 그들의 두 번째 액션 RPG '크리티카'.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돌고돌아 닿은 이름, 올엠(allm) 설립 이야기


■ 모토로라 탐방에서 얻은 깨달음, '멋진 기업'을 향한 스타트업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출발은 아주 단순하고 가벼운 경우가 많다. 그 미미한 시작을 창대하게 키워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확고한 꿈, 물불 안 가리는 용기와 배짱, 그리고 노력이 뒷받침됐는지 여부다.

올엠 역시 시작은 미미했다. 창립멤버들은 모두 제각각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게임', 그리고 '꿈'이라는 교집합으로 인해 모인 사람들이다.

"처음 시작이 대학교 3학년때니까, 음... 96년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이전부터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막연한 수준이었고, 이종명 대표는 회사를 차리고 싶어했지만 딱히 구상해둔 아이템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둘 다 경영학과였는데, 수업을 듣다가 '멋진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라면 이종명 대표의 외국 기업탐방 프로그램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모토로라의 회사 박물관을 둘러보게 됐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흥미로웠던 데다가 모토로라에 대한 그의 확고한 애사심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멋진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게임 만드는 회사'로 하자는데 합의해서 단칸 하숙방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올엠의 출발입니다."


막연한 꿈이긴 했지만, 배짱과 용기를 앞세워 뛰어든 두 사람. 어쩌면 시작부터 그들을 맞이한 어려움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경영학도 둘이서 게임을 만들겠다고 나서고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프로그래밍부터도 안 되니까요. 그나마 제가 프로그래밍을 좀 할 줄 알긴 했습니다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C언어 책을 사서 먼저 공부하는 등 완전히 기초부터 시작할 수밖에요.

권혁 이사가 합류한 것이 바로 이 즈음입니다. 저와는 중고등학교 동창이면서 그림에 꽤 소질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미술 쪽을 전공하고 싶어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섬유공학과에 진학했었죠.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에게 디자인 파트를 맡아달라고 꼬드겼습니다(웃음)."



■ 홈페이지 제작 사업부터 '끼리'까지

이종명 대표, 김영국 이사, 권혁 이사 세 사람은 이후 본격적인 기반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홈페이지 제작 사업이었다.

"일단 광고부터 올려뒀더니 곧바로 연락이 오더군요. 바로 그 날부터 HTML을 비롯해 기초부터 공부해 다음날 홈페이지를 만들어 납품했던 적이 있습니다(웃음).

게임을 만드는데는 자본이 더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한동안 홈페이지 제작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하숙방을 벗어나 오피스텔까지 얻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운도 있었던 것이, 당시 IMF 즈음이었고 인터넷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2000년, 현재의 '올엠'이라는 이름의 법인이 설립되기 전까지 세 사람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 거기에 한 술 보태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지금의 옥션과 유사한 개념의 개인간 상거래 사이트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처음에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기획되었지만 대중에는 개인 인터넷 방송국으로 선보였던 '끼리'도 그들의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해 커플 매칭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 '봉천동 오락실 패밀리', 그들만의 게임을 쌓아올리다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와중에도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여러 사업을 진행하다가 문득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게임사업에 제대로 손대보려는 마음가짐으로 함께할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가 당시 버추어파이터로 이름을 좀 날리던 시절이었습니다(웃음). 봉천동 오락실에서 버추어파이터를 함께 하던 후배들이 있었는데, 같이 게임을 하면서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할 줄 안다'라기에 '잘 하냐'고 물었더니 '잘 한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들에게 같이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합류한 것이 조경식 제작기획실장과 나승원 프로그래밍 총괄실장이다. 두 사람은 '오락실 스카웃'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올엠 초창기 멤버들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2001년에 '그리스 이야기'라는 앱게임으로 SK쪽 랭킹에 오른 적도 있지만 수익을 많이 내지는 못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2002년 '루니아 전기'입니다. 2003년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2005년 4월에 첫 CBT, 2006년 1월에 OBT를 진행했던 타이틀입니다.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만으로 시작한 게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게임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없었고, 말 그대로 저희가 느끼기에 재미있는 것을 우선시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보고 온 유저들은 조작이 예상 외로 어려워 포기해버리고, 어떤 유저들은 그래픽만 보고 아예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엔딩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인데 말이죠. 어느 정도 스토리를 진행하면 주인공이 죽음을 맞게 되고, 히로인 캐릭터가 그를 안고 펑펑 우는 엔딩이 나오는데, 유저들이 엔딩을 보면서 같이 펑펑 울고는 접더라고요(웃음)."


▲ 그래픽과 어울리지 않는 액션 조작을 요구했던 루니아 전기


■ 프로젝트 '크리티카', 큼직한 한 걸음을 꿈꾸다!

루니아 전기의 OBT 이후 기획을 맡았던 조경식 실장이 군대를 가게 됐고, 그가 제대한 이후 2008년 7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가 크리티카다.

개발을 시작한 시점으로 보자면 상당히 오래 걸린 셈. 김영국 이사의 설명에 의하면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를 구상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만도 1년 가량 투자했다고 한다.

"루니아 전기에서 한 번 했던 액션 MORPG 장르를 고집한 이유는,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려면 그 장르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장르는 이게 왜 재미있는지, 왜 재미없는지를 판별할 수 없을테니 결과물이 좋게 나올 수도 없는 법이거든요."

즉, 크리티카는 개발자 자신들이 잘 아는 장르의 근본적 재미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는 것. 그렇게 '초액션'이라는 컨셉을 초석으로 쌓아올린 크리티카는 2010년 드디어 공식적인 첫 선을 보였다.

"루니아 전기 때와 달리 크리티카는 어느 정도 '경험'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재미의 원리가 무엇인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경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배운 뒤였으니까요.

'재미론'에서는 재미의 근본 요소가 '학습'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인데, 어떤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며 그것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것이 일종의 학습인 셈입니다.

크리티카를 개발하면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분명한 '재미 원리'를 찾는 것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온라인으로 무엇을 하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올엠의 두 번째 도전, 크리티카 이야기


■ 캐릭터의 개성 표현, '무기'에 집중하다

첫 도전에서 적지 않은 경험을 얻은 뒤 시작했다는 크리티카. 언뜻 보면 액션의 극대화를 위해 많은 것을 배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 속 요소 하나하나에는 올엠 기획팀의 안배가 녹아있다. 2번의 CBT를 플레이하며 내부 콘텐츠에 대해 기자가 느꼈던 궁금증을 묻자 조경식 제작기획실장이 답해주었다.

먼저 궁금했던 것은 제한된 커스터마이징. 크리티카에는 무기 외에는 코스츔 체인지가 적용되지 않는다. 캐릭터의 개성을 추구하는 것은 많은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 중 하나인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개발 초기에는 스테이지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했었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는 것이 흥미의 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이 애착을 느끼는 부분은 대개 캐릭터(아바타)라는 결론을 얻은 이후 방향을 바꾸게 됐습니다.

캐릭터 외형 변화를 무기에만 적용한 것은, '무기를 바꾼다'는 것이 내 캐릭터가 '더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면서도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고려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커스터마이징'은 크리티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찌보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배경에는 루니아 전기에서의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MMORPG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한 커스터마이징이 우리 게임에 굳이 필요한가 싶었습니다. 아이템마다 외관이 바뀌는 것은 루니아 전기에서 시도했었던 시스템인데요.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아이템 하나를 추가하려고 해도 매번 디자인을 고려해야하다보니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개발이 힘들다는 것은 곧 새로운 콘텐츠의 추가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도, 캐쉬로 제공되는 의상을 입으면 세팅한 외형을 모두 덮어버리기 때문에 애써 디자인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더군요."


그런 이유로 크리티카에서는 방어구의 외형 구분을 과감히 없애고, 대신 무기에 더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했다. 전사가 사용하는 검이 '대도', '기사검', '발도검' 등으로 나눠지는 것처럼, 직업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종류가 몇 가지로 나눠진 것도 본래는 무기 다양화의 한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무기마다 다른 액션을 적용하려고 했었습니다. 클래스에 따라 고정화된 무기, 한결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싫었거든요. 여러 정황상 문제로 현재 준비 중인 오픈베타 클라이언트에는 적용되지 않은 상태인데, 추후 도입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무기의 외형뿐 아니라 무기에 따른 액션까지 유저 개인의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으면 합니다."


▲ 무기 변경은 외관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방어구는 적용되지 않는다


무기의 종류 뿐만아니라 붙어있는 옵션도 다양화시켰다. 김영국 이사에 의하면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치 옵션을 다양화한 것 외에도 게임 자체와 무관하게 단순히 재미를 추구한 옵션도 여럿 도입될 예정이라고.

"예를 들자면, '네임드 몬스터를 잡으면 캐릭터의 기분이 좋아서 빵 터집니다'와 같이 피식 웃게 만드는 옵션도 있습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재미있겠다' 싶은 옵션을 도입하고 싶었습니다."


■ 제작, 단순하면서도 재미있게

MMORPG나 MORPG에서 제작 시스템은 빠지지 않는 콘텐츠 중 하나다. 실제로 재료 수집과 제작이 메인급 콘텐츠라 할 정도로 활성화된 게임도 더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작 시스템은 언제나 수집과 제작으로 인한 성취감과 제작 과정의 복잡함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다. 이 두가지는 흥미로운 제작 시스템에 적절히 배어있어야할 필수 요소이고, 그만큼 밸런스를 맞추는 일도 어렵기 때문.

예를 들어, 적은 재료로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게 하면, 만들기는 편해지지만 그 아이템의 희소성이나 제작의 성취감은 떨어진다. 반대로 디테일하고 다양한 재료를 도입하면 제작 성취감은 올라가겠지만 제작에 대한 의욕 자체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크리티카의 제작 시스템은 간단함 쪽으로 과감하게 무게를 둠으로써 분명한 서브 콘텐츠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획득한 아이템 중 쓸모없는 것은 모조리 분쇄해서 제작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재료 아이템의 종류 역시 그리 많은 편이 아니며 복잡하게 구성되어있지도 않다.

"많은 양이 필요한 기본 재료들은 대부분 아이템 분쇄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수만 요구되는 핵심 재료들은 모두 해당 레벨의 스테이지에서 일정 확률로 획득할 수 있게 되어있고요. 드랍율 자체가 그리 낮은 편도 아니고, 거래소를 이용해 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 인벤토리에 가득한 아이템 중 쓸모없는 것들은 망설임없이 갈아버리면 된다


■ 거래 시스템, 기초부터 생각하다

유저들 간의 거래는 온라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중요한 시스템인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왔지만, 김영국 이사는 최근 몇몇 사례에서 거래 시스템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 경우도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편의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

"RPG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특정 레벨이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새로운 아이템을 구하러 가거나 재료를 모아 제작하는 것도 분명 재미있는 콘텐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거래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있으면 이 과정 자체가 존재 이유를 잃게 됩니다.

레벨이 오르면 경매장으로 달려가 자신의 레벨에 맞는 아이템으로 풀세팅부터 하고 시작하는 거죠. 장비를 하나씩 맞춰가며 '내 캐릭터가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뚜렷한 재미 요소인데, 이것을 뭉텅이로 떼어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성장 과정에서의 거래는 가급적 비중을 줄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RPG의 기초 중 하나, 즉 레벨업이 단순히 후반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과정이 아닌 분명한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를 바란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크리티카의 성장 과정에서는 거래소(경매장)는 어떤 식으로 이용하게 될까.

"만레벨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거래소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퀘스트 아이템 등에 대해서는 손쉽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고, 장비 아이템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규제 방책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거래소 수수료를 비싸게 한다거나 거래소를 통해 구입할 경우 랜덤 옵션의 아이템을 얻게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유저들이 성장 과정에서 거래소를 이용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원하는 아이템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조경식 실장은 가장 원초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드랍율 자체를 높여서 한두 번만 스테이지를 돌아도 다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했습니다. 다양한 옵션이 붙은 아이템들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착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하거나 분쇄해서 더 고급의 아이템을 위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그래픽, 끊이지 않는 구설수

크리티카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그래픽은 빠지지 않는 논란거리 중의 하나다. 실사형 그래픽으로 무장한 타이틀이 곳곳에 포진한 가운데 카툰 렌더링을 기반으로 한 크리티카는 유저들의 눈에 낯설게 보이는 것이 사실. 하지만 김영국 이사는 그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처음 빌드업을 시작할 때는 물론 상용 엔진을 구입하는 것도 고려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카툰 렌더링 그래픽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라는 결론을 내렸죠.

한편으로는 '초액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게임인만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이 어떤 모습일지도 오랜시간 생각해봤습니다. 극한의 액션성을 위해 다소 과장된 모습도 표현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방식이 제일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양 문제도 또다른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PC방을 가야한다'는 것은 크리티카에서는 배제하고 싶었습니다. 뭐, 친구들과 함께 즐기려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문제니까요. 더욱이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려면 사양은 가급적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카툰 기반의 그래픽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 많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리얼 그래픽에 비해 변화의 폭도 적고, 개발자들의 의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카툰 렌더링은 그들이 생각하는 액션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올엠은 무엇을 꿈꾸는, 그들의 미래 이야기


■ 차기작, 또는 개발자로서의 향후 목표

그저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멀고먼 길을 돌아온 그들이다. 개발자로서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차기작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만큼, 일단은 크리티카에 집중하는 편이 맞다고 보거든요. 향후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급적이면 크리티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고자 합니다. 그 외에 해보고 싶은 것들은 좀 더 뒤로 미뤄둬야할 것 같네요(웃음)."

"제가 말한 이르다는 말은 김영국 이사님과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요. 다음에도 액션을 하게 된다면 좀 더 디테일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타격과 관련된 판정을 좀 더 세밀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기술적으로도 더 진보해야겠지만 액션의 타격감은 분명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물론 크리티카 안에서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시도해봐야겠죠."


차기작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컴퓨터의 보급률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고, 인터넷이라는 개념도 다소 생소하던 그 시절, 그들을 게임업계로 이끌게 한 계기는 분명 있을 테니까. 김영국 이사는 옛 시절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타이틀로 '울티마 온라인'을 꼽았다.

"저와 비슷한 시절의 게이머들은 아무래도 울티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꼭 MMORPG로 구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꿈꾸는 환상적인 세상이 무엇인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분명 적절한 방법을 찾을 거라고 믿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크리티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회사 차원에서의 변화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액션 '덕후'들이 많이 입사했다는 겁니다. 그들 때문이라도 앞으로도 액션에 힘을 실은 프로젝트를 많이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니까요(웃음).

꿈이라고 말한다면, 액션 RPG 장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잘 만드는 회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재미의 원리'가 '액션'이라는 대표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