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초창기 시절부터 관심이 많으셨던 소환사 분들이시라면 'MiG'라는 아마추어 팀을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그 팀을 모르신다 하더라도, 2012년을 휩쓸었던 '아주부 프로스트-블레이즈'팀이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시겠죠?

그보다 더 최근에 입문하신 소환사 여러분이라면, IEM7 월드챔피언십을 내전으로 만들고 돌아온 'CJ엔투스 프로스트-블레이즈'라는 이름은 어떻습니까?

현재 CJ엔투스 리그오브레전드 팀의 수장을 맡고 있는 강현종 감독님은 아마추어 시절 때부터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팀을 이끌어 오셨는데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며 강력함을 자랑하는 프로스트-블레이즈 팀, 대체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인벤에서는 새로운 이름으로 팬 여러분들을 찾아온 CJ엔투스 프로스트-블레이즈 팀의 강현종 감독님을 만나 그간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까요!



MiG에서부터 CJ엔투스까지… 강현종 감독과의 특별한 만남



안녕하세요, 감독님! 인터뷰로 뵙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팬 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CJ엔투스 리그오브레전드 팀 강현종 감독입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팬 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풀어볼테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웃음).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사실 프로스트-블레이즈 팀을 이야기 하자면 MiG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밖에 없겠는데요. 그 때부터 선수들과 함께 해오셨으니 말이죠.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천국이죠(웃음). MiG때 단칸방 생활을 했으니까요. 방 하나 안에 컴퓨터 책상이 좌우로 꽉 붙여서, 딱 6대 들어갔어요. 다들 잘 곳이 없어서 잘 때는 컴퓨터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쪽잠을 잤어요.

또 컴퓨터가 6대 밖에 없어서 한 팀 씩만 연습해야 했어요. 블레이즈 팀이 대회가 있을 때는 프로스트 선수들이 휴가를 갔고, 프로스트 팀이 대회 출전할 때는 또 반대로 했고요. 아니면 다른 한 팀은 PC방에서 연습을 했죠. 아주부에서 스폰서쉽을 받기 까지는 계속 이런 생활을 했어요. 선수들이 정말 고생했죠.

지금도 가끔 그 때 지원을 해주셨던 PC방에 선수들을 데리고 가서 게임을 하게 시키기도 해요.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요. 선수들이 종종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을 때 데려가서 앉혀놓죠. 게이밍 기어도 없고 사람들도 많은 그런 상황을 다시 보여주면서, '너희가 이렇게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그러면 흔들렸던 마음도 다시 다잡히곤 하죠.


감독님의 랭크 점수도 선수들만큼 굉장히 높으셨잖아요. 제가 기억하기론 1900점에 육박하셨던 것 같은데, 요새도 계속 게임을 하시는지?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옛날 팀 숙소 시절, 컴퓨터가 6대 밖에 없었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때 '래퍼드' 복한규 선수가 연습하러 저희 팀 숙소에 들어왔었어요. 그 때 제 컴퓨터를 한규한테 넘겨주면서, 이후론 게임을 거의 못 했네요. 아, 절대 핑계 아닙니다(웃음). 그 이후로 직접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보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도 우리 팀원들에게 참 고마워요. 제가 어디서 보고 와서 소위 '입롤'을 막 던지면, 그걸 무시하지 않고 한 번씩 다 해봐요. 제가 비교를 해주면서 '이게 요새 대세인 것 같더라'고 말하면 그 챔피언을 직접 연습해보고 나서 평가를 얘기해주곤 해요.

예를 들어 박상면(샤이) 선수의 '신지드'도 그렇게 탄생했죠. 제가 '잘 크면 탱도 되고, 안 죽고 딜도 나오고, 이니시에이팅도 잘 되는데 이게 왜 싫어?'라고 그랬더니 다들 '라인전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초반에 꼬이면 성장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래도 팀 선수들이 신지드를 백업해주는 전략을 택해서 다 같이 연습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고요.


[ ▲ MiG 시절 강현종 감독님의 무시무시한 레이팅! ]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감독님께서 직접 픽해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나요?

저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들도 전부 트렌드와 뉴메타를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대회장에만 가면 노트에 잔뜩 적어오고 그랬어요. 제가 직접 픽밴을 하는 경우는 선수들이 연패에 빠져있을 때에요. 선수들이 연습량이 많으니까, 때론 선수들 스스로가 '내가 뭘 하고 있지?'할 정도로 기계적으로 게임을 해요. 그렇게 멍하게 빠져있으니 연패를 계속 하게 되죠.

그렇게 하다 오늘은 연습을 그만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면 '내가 픽밴 대신 해 줄테니까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설득하고, 직접 해주곤 했어요. '로코도코' 최윤섭 선수 있을 때부터 그렇게 했는데, 이제는 애들이 연습하다 힘들 때 제가 픽밴을 해주는 습관이 생겼어요.

직접 픽밴을 해주고 나서, 이번 픽밴의 컨셉은 이거고 이걸 조심하고 이걸 밀어주는 플레이를 해 보자고 설명해주면 애들이 그렇게 해요. 이기면 하나의 조합이 또 되는거고, 지면 그 조합에 또 다른 챔피언을 넣어서 새로 연습해 보는 식이에요. 그러다보면 굳었던 머리가 다시 풀리고, 또 연습에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저는 물꼬를 터주는 역할이랄까요(웃음)? 실제 대회 픽밴은 모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의 합작이에요.


그러면 요새 감독님이 보시는 '핫'한 챔피언이나, 뉴메타가 될 만하다 싶은 조합이 있나요?

지금은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뭘 뽑아도' 돼요. 못 쓰는 챔피언이 없어요. 못 쓸 것 같은 챔피언은 알아서 상향시켜 주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신 짜오', 정말 아무도 이 챔피언 픽 안했어요. 옛날에 손대영 코치랑 북미 시절 초창기에 WCG 해설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대회에서 신 짜오를 쓰는 걸 처음 봤어요. 그 이후론 한 번도 안 나오더라고요.

요새 신 짜오 나오는 것도 한국 서버에 리그오브레전드가 오픈된 후 거의 처음으로 쓰이는 거에요. 이전에 신 짜오를 쓰던 사람들은 사실 장인 정신으로 썼지(웃음) 그걸 팀에 흐름을 풀어주거나 팀 색깔에 맞춰서 쓰는 사람은 없었다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요새는 다들 쓰잖아요. 나서스도 그래요.

'클라우드템플러(이하 클템)' 이현우 선수가 저번에 스카너를 썼던 것도,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쓴 거에요. 요즘 메타처럼 아무무 같은 챔피언이 맛이 간 상황에서는 신 짜오가 판을 치는데, 스카너가 한 타 역전을 할 수 있는 빌미가 있는 챔프라 팀 색깔에 맞춰서 사용했던 거에요. '인생 게임'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요(웃음).


[ ▲ IEM7 월드챔피언십을 말 그대로 '정복'한 CJ엔투스 프로스트-블레이즈 팀 ]


최근 IEM 출사표로 '갬빗게이밍을 잡으러 간다'고 하셨었는데, 목표를 이룬 소감은 어떠세요?

목표를 이룰 수 있었기에 정말 기쁘죠. 사실 이번에 가서 알렉스 이치 선수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갬빗게이밍은 세계 최고 인기 팀이잖아요. 좋은 게임 하자고 이야기하고 들어가서, 양 팀 모두 만족스럽게 경기한 것 같아 좋아요. 많은 교류를 했던 것 같네요. 스카이프로 스크림도 같이 하자고 이야기 나왔어요.

좀 다른 얘기지만, 이 선수가 우리나라의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보더라고요. 진짜 잘 할 수 밖에 없는 친구라고 느꼈어요. 대화를 하다 한국형 챔피언인 '아리'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류' 류상욱 선수가 정말 잘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그런데 한국 선수들 중 아리 넘버 원은 '매니리즌'인 것 같다. 클럽마스터즈에서 너희 팀을 이기지 않았냐'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벤트 경기까지 다 챙겨볼 줄은 몰랐거든요.

알렉스 이치 선수가 갬빗게이밍의 오더를 내리거든요. 리더십같은 게 뛰어나다고 하더라고요.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이나 이런 것들이 정말 참신해요. 이외에 게이밍하우스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더군요. 외국 선수들이 저희를 만나면 항상 게이밍하우스에서 몇 시간 일하고, 코치는 무슨 일을 하는 지까지 다 물어봐요. 벤치마킹을 하려고 그런다더라고요. 갬빗게이밍은 게이밍하우스가 없어서 각자 집에서 연습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CJ의 스폰도 받고, 부족한 점 없이 게임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



'새로운 도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스폰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CJ로 이적하신다는 소식이 좀 갑작스러웠잖아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좀 여쭤보고 싶네요.

글쎄요, 뭐 딱히 한 가지를 짚어서 말씀드리긴 좀 어려운데(웃음), 그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다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코칭스태프도 한 분 더 생긴 거잖아요. 이재훈 코치가 정말 도움을 많이 줘요. 특히 이재훈 코치는 선수 생활을 했던 코치이기에 선수들에게 멘탈적인 부분과 자세같은 경우를 정말 많이 지도해줘요. 또 CJ 리그오브레전드 팀의 안주인이었기에, 갓 들어온 저희에 대해 CJ에 관한 것을 많이 알려주죠.

저와 손대영 코치랑은 외국 대회 스케줄이나 정보같은 점을 많이 공유하고요. 서로 알아가는 단계지만 시너지 효과가 정말 잘 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CJ엔투스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팀 색채를 확실히 입히고 있는 단계랄까요? 선수들도 다들 만족스러워 하고 있고요.

코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항간에 보니 손대영 코치를 친분으로 받은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절대 아니에요. 제가 북미 초창기에 '그라가스'가 출시됐을 때부터 게임을 시작했는데, 하루에 13~14시간 씩 열중했거든요. 그러던 중 손대영 코치가 제대해서 할 게임 없냐고 묻길래, 그 때 리그오브레전드를 알려줬죠. 지금은 저보다 잘 하지만(웃음), 코치로써의 역량이 정말 뛰어난 친구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기존 CJ엔투스 리그오브레전드 팀 선수들에 대한 권한도 이임받으시면서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침묵이 길어지다 보니 유저들 역시 정말 많이 궁금해했었는데요, 그 당시 어땠는지 이젠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 상황에서는 결정된 게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하니 답답했죠. 어차피 뭘 해도 욕먹는 상황이었어요. 모든 친구들을 팀원으로 받아들이고자 여러 차례 상담했는데, 이미 친구들이 개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게임을 접거나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상황이더라고요.

특히 '스페이스' 선호산 선수는 세 번이나 붙잡았을 정도로 정말 데려가고 싶은 친구였어요. 하지만 본인들이 힘들어하고, 마음이 이미 없는데 억지로 붙잡아놓는 것도 도리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팀에 들인 후 실제로 기용마저 안 한다면 정말로 유저들이 말하는 것처럼 되는 거니까, 솔직히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저희 팀은 익히 말씀드린대로, 전략적으로 식스맨 체제를 구축하는 중이거든요. 계속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알기에, 선수들의 의사를 가장 중요시하고 면담을 진행했어요. 과정 중 '인섹' 최인석 선수나 '다데' 배어진 선수는 무사히 이적을 완료했죠.

사실 이 과정에서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결정된 게 없어서 말씀을 못 드렸던 건데, 너무 말이 많이 나와서…. 그 때 모두 같이 상처받아서 좀 힘들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억측도 너무 많고…. 그래도 다 감내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 팀에 남는 결정을 해준 '낀시' 김범석 선수와 '스페이스' 선호산 선수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 ▲ 새롭게 프로스트에 합류한 '헤르메스' 김강환 선수 ]


'낀시' 김범석 선수와 '스페이스' 선호산 선수의 잔류로 식스맨 체제가 구체적으로 갖춰지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진척이 된 상태인가요?

음, 예전 CJ 소속 선수들 전원에게 다 똑같이 물어봤어요. 함께 하지 않겠냐고요.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친구도 있었고, 학업 문제가 걸려 있는 친구도 있었고요. 바깥에서 보는 시선처럼 '너희들끼리만 출전하지 않겠느냐'라는 걱정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기회를 주겠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주전 자리에 설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해보겠다고 말한게 '낀시' 김범석 선수에요. '스페이스' 선호산 선수나 다른 선수들은 다른 팀 테스트를 본다고 했던 상황이라, 그 곳도 보고 우리 팀 테스트도 본 후 마음에 드는 팀에 가라고 말해줬어요. 저야 남아주면 고맙지만, 다른 팀 메인 자리에 갈 수도 있다면 그게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고요. 하지만 팀에 남아준다면 우리도 주전 못지 않게끔 너를 많이 기용하겠다고 약속했었고요.

그게 저희 팀의 식스맨 체제예요. 말이 식스맨이지, 상대 팀으로 하여금 1.5팀을 상대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거요. 엔트리에 대한 건 1주일 전 온게임넷에 통보하면 되거든요. 프로스트-블레이즈 기존 멤버에 새로운 선수를 조합해 출전시킨다면 또 새로운 세 번째 팀의 느낌이 날 게 분명하거든요. 팀원이 한 명만 바뀌어도 색깔이 새로워지기 마련이니까요.

현재는 타 팀 코치들이나 선수들에게 추천을 받은 친구들 등을 테스트 중이에요. 이번에 '웅' 장건웅 선수의 빈 자리를 맡게 된 '헤르메스' 김강환 선수나, 원 CJ 멤버였던 '낀시' 김범석 선수, '스페이스' 선호산 선수도 다 테스트를 거쳤고요.


말 그대로 '전략적인 선택'이네요. 사실 식스맨이라는 말을 듣고 많은 팬 분들이 '벤치 멤버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시기도 했거든요.

커뮤니티 반응이나 그런 것들이 좀 사실 의아했어요. 사회 생활 하신 분도, 안 하신 분들도 계실 테지만 회사와 개인 간의 계약은 방출이 아닌 이상 하루 아침에 '저 이만 나갈게요'하고 처리되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팀으로 갈 마음이 있다고 말한 선수들은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원하는 팀에 갈 수 있게끔 처리하려고 했어요.

그 예로 '인섹' 최인석 선수는 원했던 KT에 갈 수 있었잖아요. 선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회사의 입장만 했다면, 이적료 등을 생각해서 선수를 팔거나 했겠죠. 프론트에서도 최대한 선수에게 좋은 조건이 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어요. 특히 저는 예전부터 선수들의 권리 보호 등은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해왔거든요.

기존 CJ 멤버들도 제가 맡게 됐으니 원래 팀원들과 똑같이 생각했고, 같은 대우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노력했는데…. 솔직히 커뮤니티 반응이 좀 서운했죠.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했는데…. 그렇지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간에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이 되고, 알고 싶은 부분만 듣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는 말을 더 아끼게 되더라고요. 이제라도 오해를 풀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 KT롤스터 B팀으로 이적한 구 CJ엔투스 '인섹' 최인석 선수 ]


사실 그런데 식스맨에서 몇 명만 더 있다면 3팀이 성립되는 거잖아요. 3팀까지도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일단 챔피언스리그 규정 상 3팀 체제가 허용이 안 되잖아요(웃음).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한 팀 로스터에 예비 멤버 최대 2명을 포함해 7명을 등록할 수가 있어요. 나진의 '울프' 이재완 선수, '라오칭' 김기범 선수가 그 예였죠. 저희 팀의 경우는 두 팀 식스맨 등록을 마치면 4명이 탄생하는 건데, 여기에 한 명을 더하면 한 팀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연습도 수월하게 할 수 있고요.

즉 오픈된 세 번째 팀은 아닌 거죠. 내부의 새로운 팀이 한 팀 더 있다는 건 전략적으로 굉장히 강점이 될 거에요. 12강에서 열 경기를 치른다면 7:3에서 6:4 비율로 섞어서 내보낼 예정이니까, 제가 상대라면 누가 나올 지 모르니 정말 무서울 것 같아요(웃음). 더 자세한 건 직접 보시면 알 것 같네요.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전략을 세우고 있어요. 적어도 저는 지금까지 말한 것 중 안 지킨 것은 없었던 것 같으니 기대해주세요.


보통 프로 팀들 보면, 시즌 종료 후 인원 변화가 좀 잦은 편인데 프로스트-블레이즈 팀은 거의 변동 없이 함께 가고 계시잖아요. 그럴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돈독함'이죠. 가족과 같은 느낌이 저희 팀이 계속 함께 갈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해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챙기냐'고 할 정도로 세심한 부분까지 서로 챙겨요.

제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촬영 다니고 하느라 혼자 외지 생활을 많이 했거든요. 그 때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저를 걱정하고 마음아파 하시는 지 이미 다 겪어봤기 때문에, 지금 선수들을 맡을 때 다 부모님을 찾아 뵙고 나서 앞으로의 비전 등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친동생처럼 잘 데리고 있겠다'고 말씀드리고 데려왔어요. 가족이 알려주는 그런 것들도 잘 챙기겠다고 다짐하고요.

그래서 처음 저와 함께 했던 친구들은 저를 다 '감독 형'이라고 불러요. 처음 팀을 꾸릴 때 이렇게 말했어요. '너희들도 프로 생활이 처음이지만 나도 처음이니 서로 이해할 부분을 이해하면서 멋진 팀을 만들어가자'라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헤쳐왔으니 정말 가족보다 돈독하다고 보시면 돼요.

아, 참고로 전 초창기 멤버인 1세대 친구들까지만 '형'이라고 부르게 할 생각이에요. 이젠 다들 프로 구단 소속이니까요. 앞으로 바뀌는 선수들은 '감독님'으로 호칭을 변경해줘야겠죠(웃음).


팀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다면?

전 지금 함께 있는 친구들이 앞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든, 다른 어딜 가서든 '잘 배웠구나'라는 소리를 듣게 해주고 싶어요. 프로 의식이든, 뭐든 말이에요. 항상 우리 팀원들에게 '게임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을 해주거든요. 사람이 먼저 되어야 게임이 되는 거라는 말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겨둔다면, 앞으로 무수히 많이 남은 게이머 생활 도중 정말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게임 내적으로는 뒤쳐지지 않고자 해요. 앞으로의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도 '스타크래프트'처럼 내용이 발전하게 될 거에요. 팀마다 분석가가 생기게 될 거고요. 주먹구구식으로 게임하면 점점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저희가 앞서 나갔지만, KT나 MVP 등이 정말 빠르게 따라오고 있잖아요.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오더, 체크 등 모든 것들이 시간 단위, 분 단위 체크에서 초 단위 체크로 바뀌게 될 거라고 확신해요. 그러니 더욱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할 수 밖에 없죠.



'새로운 도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재정비를 위해 MLG 불참도 선언하셨었는데, 최근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팀 분위기 정말 좋아요. 재정비도 완료됐고요. 사실 클럽마스터즈 직후까진 좀 당황스러웠어요. 팀을 만든 이후 가장 많은 패배를 당했던 것 같아요. '강 건너 불구경'이란 말이 있잖아요, 좀 다른 의미로 바로 우리 집이 불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느낌이었달까(웃음)?

지금은 괜찮아요. IEM때 준비 많이 해서 간 후 결승전을 내전으로 올릴 수 있었기도 하고요. 윈터 결승은 사실…. 이런 말 해도 되려나? 나진이 3:0으로 우리 팀을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었어요(웃음). 흐름, 그리고 기세란 게 있거든요. 계속 그 친구들을 봐왔기에 열심히 한 것 알고 있었고, 분명히 성적을 낼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상대가 저희 팀이었단게 좀 아쉽긴했지만요(웃음). 여튼 이번 스프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경기에서 다양한 엔트리로 주목받고 계신데, 이를 통해 감독님이 노리시는 게 있다면요?

사실 최근 '배틀로얄'에서 저희 팀이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했었는데, 그 부분은 상대 팀 코치님께 미리 다 양해드렸던 부분이에요. 이렇게 나갈 거라고 경기 순서 별로 엔트리까지 다 보내드렸어요. 다행히도 흔쾌히 허락해주시더라고요. 그 쪽도 팀 운영하시는 분들이니 이해해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감사했고요.

저희 팀이 상대 팀으로 하여금 상대할 때 스타일이 굳어지는 팀은 아니었으면 해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죠. '이 팀은 이런 팀'이라고 파악이 됐을 때쯤 다른 스타일로 바뀌는 게 상대에겐 치명타가 될 거에요. 저희 팀은 외국 대회에도 정말 많이 나갔고, 이런 저런 경기들을 치르다보니 사실 그만큼 오픈이 너무 많이 됐잖아요. 전략이라는 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기 힘든 점이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할 생각입니다.


[ ▲ '배틀로얄'에서의 식스맨 예고! 경기마다 다양한 엔트리를 선보였던 CJ엔투스 ]


새로운 시도라고 하시니, 감독님께서 최초로 2팀 체제를 제시하셨을 때가 생각나네요. 새로운 시도를 위한 아이디어들은 대체 어디서 계속 솟아나는 건가요?

음, 제가 SK 김성근 전 감독님이 쓰신 '김성근이다'라는 책을 보고 깨달은 점이 굉장히 많았어요. 제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야구도 팀 게임이고 리그오브레전드도 팀 게임이잖아요. 예전에 엄재경 해설위원이 '나진은 고려대고 MiG는 연세대다'라며 농구에 대해 비교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 확실히 팀 게임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식스맨 체제도 야구와 비슷하게 가능한 거고요.

여튼 김 감독님의 책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김 감독님은 1년 치를 미리 다 계획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비정규시즌으로 나눌 수 있는데다 대회도 정기적으로 치러지잖아요. 그래서 저도 챔피언스리그 4번에 '롤드컵'까지 치면 1년에 다섯 개의 큰 리그를 두고 시스템을 구성해요. 이를 두고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요.

저희가 지금까지 먼저 시작한 만큼 앞서 나갈 수 있었잖아요? 사실 1등을 지켜나가는 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은 만큼 아이디어도 떠오르죠. 제가 만일 스타크래프트 쪽에 감독으로 입단했다면 아마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시도들도,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시장은 아직 새로운 것이 많다보니 이것 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팀의 발전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노력할 거에요.


번외 질문으로, 팀에서 제일 재미있는 '분위기메이커'와 '군기반장'은 어떤 선수인가요?

음…. 정글러 두 선수를 꼽고 싶네요. '클템' 이현우 선수랑 '헬리오스' 신동진 선수요. 특히 클템은 군필이라서 그런지 내무반 생활할 때 주말에 장난치는 선임이 생각나요(웃음).

그리고 손대영 코치가 제일 무서운 편이에요. 팀원 중에 군기 잡는 친구들은 딱히 없네요.


[ ▲ 2012년 최고의 정글러였던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선수, 팀 안에서는 최고의 '분위기메이커'! ]


그렇다면 양 팀에서 가장 엉뚱한 선수가 있다면?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랑 '플레임' 이호종 선수가 진짜 사오정 느낌이에요.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달까(웃음), 정말 못 알아듣는 건 아니고, 자기 생각에 대해 집중을 많이 하다 보니 종종 대화하다 딴소리를 하곤 해요. 플레임이 금메달리스트라면, 매라는 은메달리스트 정도에요(웃음).


양 팀에서 제일 착하거나 귀여운 선수는요?

음, 남자들은 이 '귀엽다'는 말에 항상 잘 감이 안 오더라고요(웃음). 질문을 좀 바꿔서 '여동생이 있으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남자'로 구체화해볼께요. 전 '샤이' 박상면 선수를 진짜 사위삼고 싶네요. 아, 사위는 좀 그렇고(웃음) 여동생한테도 소개시켜 줄 만한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 '여동생에게도 소개시켜 줄 수 있는' 일등 신랑감 '샤이' 박상면 선수 ]


감독님이 볼 때 가장 실력이 물이 오른 선수는 누구?

이번 스프링 시즌에 정말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 '샤이' 박상면 선수, '엠비션' 강찬용 선수, '플레임' 이호종 선수까지 이 네 명은 정말 기대하셔도 좋을 거에요. 물이 올랐습니다. 그만큼 연습도 너무 열심히 하고요. 기대해주세요!


이번 스프링 시즌,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우승입니다. 그리고 우승팀은… 블레이즈? 스프링이니까(웃음)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팀이 강해지는 시기가 있는데, 블레이즈 팀이 요새 물이 올랐어요. 프로스트 역시 우승을 목표로 달릴 거고요. 이번에 (장)건웅이가 빠지면서 새로 그 자리에 들어간 '헤르메스' 김강환 선수와의 조합도 프로스트에 새로운 색채를 더해줄 겁니다.


가장 경계하는 팀은 어딘가요?

나진과 KT에요. 이지훈 감독님은 감독 대 감독, 그리고 코치 대 코치로도 머리 싸움을 해보고 싶은 팀이에요. 클럽마스터즈 때 패배했던 기억도 나고(웃음), 슬슬 복수전 준비해야죠. 다음엔 제가 '짤방'을 준비하겠습니다(웃음).


[ ▲ KT선수들, CJ의 복수전을 조심하세요! ]


기대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지 못하셨던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현재의 리그오브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쌈장' 이기석 정도의 시기가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최연성이나 임요환이 나오지 않은 상황으로,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겁니다. 기계같은 선수들이 나올 거에요.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쪽에서 전향하는 선수들이 그런 훌륭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요.

팀게임이다 보니, 완성형의 팀은 아직 어느 곳도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금방 만들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굉장히 수준이 많이 올라갔잖아요.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아쉬운 점이 있긴 하죠. 고질적인 문제지만, 우리가 메타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점. 지금도 EU스타일을 저희가 배워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계속 지켜봐주신다면, 리그오브레전드로 펼쳐지는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 팀도 그에 뒤떨어지지 않게 열심히 할 거고요. 팬 여러분들의 응원이 저희에게 항상 힘이 된다는 점 잊지 말아주시고, 저희 팀 많이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CJ엔투스 프로스트-블레이즈 팀, 화이팅!


[ ▲ 강현종 감독님의 웃는 모습, 계속 볼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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