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의 타격감과 콤보 액션이 디아블로의 잘 짜여진 시스템과 만난다면 과연 어떤 게임이 나올까? 듣는 순간 머리가 갸우뚱해지면서도 잘 마무리만 한다면 뭔가 대박의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이 과감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남자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위치한 앤웨이(nWay)의 김태훈 대표는 토종 한국인으로 2008년 누리엔 소프트웨어를 공동 창업해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3 엔진을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적용한 게임, 엠스타를 출시한 바 있다.

누리엔 소프트웨어를 떠나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그들이 오래전에 즐겼었던 '정말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자 만든 회사가 바로 앤웨이다. 그냥 김 대표의 친구라고 부르기엔 크게 섭섭해할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니다.


[ = 앤웨이 김태훈 CEO ]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1과 디아블로2의 리드 디자이너를 역임한 게임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개발자, 스티그 헤드런드가 기획을 책임지고 레밍즈와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의 창시자 데이브 존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그 외에도 한국인 개발자를 포함해 심즈2, 데드 스페이스2, 피파온라인, 리니지2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게임들을 제작해온 탄탄한 개발진 30명이 훌쩍 넘는다.

"예전에 즐겼던 80, 90년대 아케이드 게임을 떠올리면서 지금 같이 다양한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왜 그런 정말 재밌는 게임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어요. 그 당시에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이전부터 리얼타임(Realtime)에서 알고 지냈던 데이브 존스고요. 이번이 정말 나에게 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의기투합 후 창업하게 됐습니다."


[ = 사내에서 별명이 미스터 디아블로인 스티그 헤드런드,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고. ]


수십 년을 살아온 고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국에서 살아가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지만 김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보다는 제대로 된 온라인 액션 RPG가 거의 없는 북미 시장을 공략해보고자 큰 결단을 내리게 됐다.

"북미는 아직 인터넷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은 거의 가망성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운로드 없이 바로 실행시킬 수 있는 기술을 찾아봤는데 요즘 인기 있는 유니티 엔진조차도 로딩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순순히 플래시 기반으로 다운로드 전혀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액션 RPG에 도전하기로 했고 결국 끈기와 기술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베타테스트는 이미 진행됐고요, 올해 4월쯤에는 페이스북에서 오픈베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북미 게임업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메인 플랫폼이었던 콘솔이 내림세를 겪고 있으며 캔디 크러쉬 사가 같은 일부 게임만 제외하면 1년 전만해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징가를 비롯한 소셜 게임 업체들도 마찬가지 운명에 처해 있다. 여기서 김 대표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드코어와 캐주얼 유저 모두를 사로 잡을 수 있는 미드코어 게임이 바로 그것.

[ ▲ 크로노 블레이드 트레일러 영상 ]




한국에서는 인벤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앤웨이의 처녀작 '크로노 블레이드'는 던파와 같은 키보드 콤보 액션을 표방하면서 디아블로의 랜덤 아이템과 아이템 업그레이드, 스킬 트리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어엿한 콘솔 게임과 같은 퀄리티를 보여주면서도 웹에서 다운로드 없이 바로 구동 가능하며 온라인상에서 4인이 함께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프레임 드랍이나 랙 현상도 드물다. 이는 베타랑 개발자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낸 앤웨이의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다. 김 대표는 크로노 블레이드를 PC 웹 기반뿐 아니라 iOS, 안드로이드 등 가능한 모든 기기에서 연동되도록 개발 중이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크로노 블레이드를 즐기다가 집에 도착하면 PC로 이전에 하던 게임을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는 이른바 '플레이 에브리웨어' (Play Everywhere)가 김대표의 목표.

앤웨이의 크로노 블레이드는 연내 PC 버전과 안드로이드, iOS 버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 샌프란시스코의 유망 스타트업 '앤웨이' 탐방기



[ = 샌프란시스코 도심부에 위치한 앤웨이 사무실 ]



[ = 건물 보안이 까다로워서 방문증을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




[ = 앤웨이 로고 ]



[ = 사무실이 19층에 있어 전망이 훌륭합니다. ]






[ = 직접 크로노 블레이드를 시연하는 김태훈 대표 ]





[ = 아이패드 미니로도 훌륭하게 구동이 됐습니다. ]



[ =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99불 짜리 안드로이드 게임콘솔 OUYA ]





[ = 아이폰, 저사양 PC, 안드로이드 폰으로 쌩쌩 돌아갑니다. ]




[ = 레밍즈, GTA의 창시자 데이브 존스, 그 옆에는 미스터 디아블로, 스티그 헤드런드가 보입니다. ]



[ = 앤플레이는 전 세계 N명의 플레이어에게 네트워크 환경에서 색다른 게임플레이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 = 김태훈 대표가 한국인인 만큼 한국인 개발자도 여러 명 있었습니다. ]







[ = 사무실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X-MEN 아케이드 게임기 ]












■ 크로노 블레이드 스크린샷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