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목요일,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GCCA)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3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 기획세미나'가 경기도 안양시 G스퀘어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본 행사는 콘텐츠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로, 최신 콘텐츠사업 정보 및 비즈니스 매칭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었다.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는 매번 최신 트렌드에 맞춘 업계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이런 행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바로 '2014년, 뉴 패러다임을 여는 스마트콘텐츠의 미래' 다. 73%의 스마트폰 보급률로 세계 2위를 기록한만큼, 국내 가장 '핫'한 콘텐츠사업역시 모바일 분야다. 그 중에서도 고수익을 내며 작년부터 블루오션이라 일컬어지던 모바일게임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영원한 블루오션은 존재하지 않는 법. 지난 2012년부터 뜨거웠던 모바일게임계는 어느덧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 하루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과 유저 성향, 그리고 과열된 경쟁 구도의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다. 이러한 시기에 '다함께 차차차' 와 '모두의 마블' 로 성공을 거머쥔 CJ E&M 넷마블의 이정호 퍼블리싱 사업본부장이 들려주는 성공 전략은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이정호 본부장이 들려주는 '모두의 마블 성공전략', 굵직한 모바일게임 타이틀을 연이어 출시할 수 있었던 넷마블의 경험과 그로 인해 축척된 노하우를 여기에 옮겨적는다.

▲ Cj E&M 넷마블 이정호 퍼블리싱 사업본부장



▶10년간의 경험 1 : Don't go "Too much", 시장에서 반 보 정도만 앞서라
이정호 본부장의 강연은 모바일게임 분야에 칭해진 '신생 사업' 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2004년 넷마블에 입사한 이정호 본부장이 처음 소속되었던 부서는 바로 '신사업부', 바로 모바일게임사업부였다. 그리고 2013년, 그의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성공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을 발굴하는 것이 바로 10년간 이정호 본부장이 죽 해왔던 임무였던 것이다.

위와 같이 말한 이 본부장은 현재 천만 다운로드 타이틀 '다함께 차차차' 와 '모두의 마블'의 성공은 약 10년이 걸린 셈이라며, 특정한 성공 전략을 말하기보다는 10년간의 경험을 되짚어주는 것이 좋을 거라며 준비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의 경험 첫 번째는 바로 게임전용 모바일기기로 대표되는 2004년의 'G-Pang' 사업이었다. 게임 전용 휴대폰 출시와 그 안에 들어갈 게임 콘텐츠로 성공을 거두고 시대를 앞서 나가겠다는 야심찬 취지의 사업이었다. 통신사, 기기 제조사, 그리고 넷마블이 기획한 이 사업에 약 100억 원의 마케팅 비용과 컨텐츠 확보를 위해 4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투자되었다. 그만큼 거는 기대도 높았다.


허나 결과는 처참했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시장 분석과 전략 설계를 수없이 했지만 최소 80만 대 보급으로 예상됐던 게임 전용 기기 보급 수는 고작 4만 대, 출시된 게임 40종으로 얻은 매출은 고작 1억 원에 불과했다. 이정호 본부장이 소속되어 있던 신사업부는 해체되고, 관련 책임자는 퇴사했다. 이 본부장은 하루 매출 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지금 시대에 비추어봤을 때, 해당 성적은 비참할 정도의 실패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누구도 실패를 예상하지 않던 사업이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한동안 계속 고민한 이정호 본부장이 내린 결론은 바로 '너무 빨랐다' 였다. 2004년도 당시에는 미니게임 모음집같은 간단한 캐주얼게임이 흥행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고용량 하드코어 게임사업은 시기상조였던 것이다. 또한 가볍고 얇은 핸드폰이 유행하던 시기에 게임을 위한 커다란 화면은 맞지 않았다.

"성공을 원한다면 시장을 너무 앞서가지 마세요. 딱 반 보만 가세요." 이정호 본부장이 강연 내내 거듭 강조한 해답이다. 딱 반 보 정도만 앞서 나가는 콘텐츠를 적절한 타이밍에 서비스하는 것이 바로 성공으로 향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본부장은 '절묘한 타이밍의 콘텐츠'는 퍼블리셔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개발사만의 과제라며 끊임없는 시장 고찰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0년간의 경험 2 : Always Think about "User Context", 유저가 현재 원하는 것은?


G-Pang사업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으나 또 다른 실패가 넷마블 앞에 도사리고 있었다. 때는 2005년, 웹보드게임 '맞고'를 서비스하던 넷마블은 굉장한 걸 기획해낸다. '언제 어디서나 넷마블 맞고를 즐길 수 있는 신기술' 이었다. 2005년 피처폰 시대의 네트워크 사정은 썩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넷마블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실시간 연동 기술을 구현해냈다.

이정호 본부장은 이는 G-Pang사업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라 생각하며 잔뜩 고무되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업계 어디에도 없는 획기적인 이 기술이 실패할 리 전혀 없다고, 온라인과 모바일간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엄청난 서비스가 될 거라 굉장히 기대했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잠깐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90년대 가전제품 제조사의 투탑, 대우와 삼성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신기술의 집합체였던 삼성과 고객이 원하는 기능에만 충실했던 대우간의 경쟁에서 승리한 업체는 바로 대우였다고 설명했다. 고장안나고 튼튼한 가전제품이 그 당시 사용자들의 필요에 들어 맞았다는 것이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 이정호 본부장은 2005년의 넷마블은 90년대 삼성이 했던 실패 노선을 밟고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신기술에만 매달리며 유저의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 맹점이었다.

핸드폰 게임 플레이는 대부분 '이동 중' 에 일어나기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유저들은 쉽게 플레이를 종료해버린다. 온라인으로 맞고를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게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게임을 종료한 모바일유저에게 승리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온라인 유저는 무려 3분의 포기 대기 시간을 감내해야 된다. 이에 질린 온라인 유저들은 대결을 신청한 모바일 유저들을 강제 퇴장시키며 어울리지 않으려 했고, 퇴장된 모바일 유저들은 더 이상 게임을 하려 하지 않았다.

이 일화를 통해 이정호 본부장이 청중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유저 상황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서비스라면 유저의 현 상황을 눈여겨보고 그들의 성향과 필요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임무라며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항상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충고했다.




▶ 10년동안의 경험이 빚어낸 성공 1 : '다함께 차차차'와 타이어 이야기


이제 모두가 기다려 마지않는 달콤한 성공 이야기 차례, 들어가기에 앞서 이정호 본부장은 퍼블리싱 사업을 출판업에 비교하며 알기 쉽게 설명을 풀어나갔다. 그는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작가를 다독이고 방향을 잡아주는 일이나 혹은 최근 트렌드에 맞는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출판업의 일은 게임 퍼블리싱 사업과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다함께 차차차' 의 경우,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의 흥행 시기에 색다른 컨텐츠의 필요성을 느낀 퍼블리싱측에서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한 경우다. '다함께 차차차' 는 일명 하트와 날개로 대표되던 친구와의 소셜자원을 타이어로 대체했다.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의 주요 흥행 요소는 바로 하트와 날개가 가진 '확산성' 으로, 이로 인해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정호 본부장은 하트와 날개처럼 단지 주고받는 기능만으로는 새로운 느낌을 주거나 확실한 성공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친구 초대 보상' 을 생각해냈다. 초대 메세지를 일정 횟수 발신할 때 마다 적절한 보상을 준다면 소셜자원의 확산성도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확실히 매출에 영향을 미쳤고, 출시 이후 2개월간 2조 건의 타이어 발송 횟수를 기록했다.

또한,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의 두 번째 흥행요소는 바로 간단함이라고 생각한 넷마블은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층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쉬운 조작성을 탑재해 난이도를 조정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플레이하는 게임이 복잡하면 안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었다.

이에 '다함께 차차차'는 17&15의 고무적인 성과를 기록해냈다. 1천만 다운로드 횟수 달성 최단기간인 17일, 최고 일매출 15억을 기록한 것이다.

이정호 본부장은 앞으로의 시장이 필요로 할 컨텐츠를 미리 준비하고 다가올 시장을 기다리는 것이 '다함께 차차차' 의 성공 노하우라고 말했다. "두렵더라도 다가올 시장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전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10년동안의 경험이 빚어낸 성공 2 : '모두의 마블' 의 온라인과 모바일 이야기


이정호 본부장이 '다함께 차차차'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유저들은 결코 모바일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다는 것이다. 짧게 간단하게 즐기는 게임을 선호하고,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종료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차기작으로 선정했던 '모두의마블' 은 사실 온라인으로 굉장히 인기를 얻은 타이틀로, 모바일에 적합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모바일기기로 어떻게 이식할 것인가를 논의하던 중, 이정호 본부장은 온라인버전을 그대로 모바일로 이식하자는 개발측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온라인버전의 판 당 평균 플레이시간은 30분 정도의 긴 시간으로, 모바일 플레이 패턴에 절대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정호 본부장은 모바일판 '모두의마블' 블럭을 8x8칸으로 조정해 플레이타임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또한 PC의 최대 동접자 수 3만 명의 최대 10배는 넘는 유저들이 동시에 접속할 것을 예상하고 10대의 서버 장비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PC에 비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 플레이 특성상 많은 수의 유저들이 몰릴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실패를 토대로 얻은 노하우가 접목되었다. 맞고게임이 안고 있던 문제였던 게임에서 나간 유저를 기다려야하는 상대편을 고려한 것이다. '모두의마블'은 실시간 네트워크게임인 만큼 게임을 급작스레 종료한 유저들을 대신해 인공지능 자동 플레이를 통해 상대편도 게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당초 예상했던 30만 동시접속 유저 수를 훌쩍 뛰어넘는, 50만을 기록한 것이다. 이정호 본부장은 '모두의마블'의 성공을 기존게임을 새로운 시장 내 대중에게 선보일 때 어떤 형태가 적합할지 고민한 끝에 거둔 결과라며, 유저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개발 및 서비스를 인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정호 본부장은 오늘날 넷마블의 성공은 이처럼 다양한 경험이 반영된 결과이며, 언제나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며 유저의 상황에 맞춘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열된 모바일 관련 사업에서 손쉽게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정리하며 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