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스타크래프트2 오픈베타가 한창 진행 중이던 7월쯤에 적으려고 한 글이었는데, 에이 설마 다 알고 있는 걸 괜히 재탕할 필요 없겠지 하고 안 썼던 글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정보나 글이 없어 뵈고 스2도 계속 신규 유저가 유입되기 때문에 어딜 가 봐도 ELL에 대한 질문은 항상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본격 스2 가평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스2를 하는데 상대가 나보다 점수가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우위라고 떴다, 이상하게 연승을 해도 리그 승진이 안 된다 등의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블리자드는 공식 홈페이지에 주기적으로 실제 실력의 랭커 200명을 소개한다]




1. ELL의 정의 - "다들 ELL 거리는데 이게 무슨 점수인가?"

ELL은 Expected Ladder Level의 약자로 한글로 치자면 "추측 래더 실력" 이라고 보면 됩니다.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3를 개발했을 때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과 붙게 하도록 만들은 시스템입니다. ELL이란 명칭은 잠시만 쓰였으며 후에는 공식적으로 MMR이라고 부릅니다. MMR =Match Making Rating(Value)으로 "대전 기준 값" 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고어(?)로 남은 ELL이라고 많이 부르지만 외국 포럼을 보면 대게 MMR이라고 부릅니다.

ELL은 베넷에 로그인하면 보이는 "업적 점수"가 아니며, "리그-조 랭킹"도 아니고 "래더 점수"도 아닙니다. 블리자드 외에는 자신의 ELL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래더 상대와 대전시 뜨는 '우위', '약간 우의'등의 기준은 ELL을 따릅니다.

워3를 하신 분들은 대부분 이 개념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거나, 아직도 헷갈리시겠지만 (물론 다른 겜하다 오신분들을 대부분 모르시고) 와우에서 투기장을 뛰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왜냐하면 가상 평점이라고 대전이 끝날 때마다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거든요.




[와우 투기장의 예. 팀 점수나 개인 점수와 달리 대전이 끝난 뒤에는 ELL을 보여준다]



2. ELL의 목적 - "점수만 있으면 되는거 아님? 이건 또 뭐지"

ELL의 주목적은 "해당 실력의 인물을 해당 위치까지 빨리 보낸다" 입니다. 즉, 자신의 실력과 알맞은 적을 빨리 상대하게 해주기 위하여 만들어진 수치입니다. 이는 노가다로 랭킹을 올릴 수가 없으며, 어뷰징이 힘들고, 고수들이 세컨을 만들시 양민 학살을 최소화 시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기면 얻고, 지면 잃는 일반 래더 점수만 존재한다면 고수들이 세컨을 만들었을 때의 양민학살이 굉장히 심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다이아 2000점대 실력의 고수가 있습니다. 그는 실력의 향상이 딱히 없고 보너스 경험치만 빨고 있기 때문에 실제 눈에 보이는 점수는 2000점부터 천천히 조금씩만 올라갑니다. 이 사람이 세컨을 만들게 됩니다. 그럼 실력은 2000대이지만 배치고사를 받은 이후 0 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고수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아마 다시 2000점까지 올라갈 때까지는 거의 모든 유저를 상대로 이길 것입니다. ELL이 없다면 이 고수는 한판에 약 20점씩 벌 것이며 (상대우위 평균 수치라고 가정하고) 그 말은 2000점으로 돌아갈 때까지 약 100전 100승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ELL의 상승치는 점수와 다르게 매우 빠릅니다. 저도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예를 들기 편하게 100점이라고 치겠습니다. 실제 계정 점수는 다이아에 진급한 이후 20점씩 벌며 상승하지만 ELL점수는 100점씩 오르기 때문에 100판을 무난하게 승만 올리며 오르는 점수와 달리 ELL때문에 약 20판 안에 자기가 평소에 붙던 레벨의 유저들과 래더 매치가 되게 됩니다. 세컨을 만든 사람들이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면서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이죠. 물론 그 외의 장점도 많습니다.

실력 향상이 없다고 가정할시 (혹은 모두 다 같이 실력 향상이 동일하다거나) 이 고수가 자기의 실력인 2000점에 다다르게 되면 승률이 50%의 점근선을 향하여 무한 승패의 반복을 겪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이 사람의 점수는 자기 ELL을 따라오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보너스 점수'죠. 현재 래더에 진입하게 되면 약 1000점 이상의 보너스 경험치를 갖고 시작하는데 이 보너스는 자신의 ELL과 점수가 빠르게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서포트 역활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숨겨진 ELL - "그럼 ELL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공개는 왜 안 하는 거지?"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ELL만 있으면 알아서 자기 실력과 가까워질 텐데 점수는 뭣 하러 따로 만들어놓았는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ELL은 실력에 따른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약간 잘 풀리는 날은 쑥쑥 오르지만 슬럼프일 때는 미칠 듯이 점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는 게이머가 받아들이는 감정에 있어서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지금만 해도 5연패 10연패를 하거나 점수가 100점 200점 떨어지면 아 게임을 접을까, 못해먹겠네, t#$!@!!!등 유저에게 상당한 악영향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유저를 보유해야하는 블리자드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한마디로 ELL은 빠른 속도로 변하지만 눈에 보이는 점수는 좀 더 꾸준한 '실력 완충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마우스 발그림 ㅈㅅ 실제 그래프로 그리고 싶었는데 엑셀 켜기 귀찮아서]



게다가 ELL만 존재하면 상위권에 '유령계정'들이 많아질 수가 있습니다. 스2는 워3나 스타와 달리 1인당 1계정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프로게이머들이나 고수들이라면 익명으로 연습하기 위한 2차 계정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ELL만 존재한다면 100판 이내에 상위 랭킹에 세컨을 올려놓기가 매우 쉽게 되죠. 이는 이 프로들에게도 그다지 반갑지는 않을 것이며, 일반 고수들에게도 상당한 사기저하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실제로 랭킹 200위급 유저라고 쳤을 시, 저보다 잘 하는 사람들이 세컨 계정을 상위 랭킹에 계속 올려다 놓으면 저는 실제로 한 350위정도에 위치할 수도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정도 레벨 유저에게 이는 상당히 민감한 주제입니다. 와우 투기장의 경우는 상위에 더 이상 하지도 멤버도 없지만 점수를 후딱 후딱 올려놓은 유령팀이 실제로 많습니다. 즉, ELL만 적용시키거나 ELL을 일반 유저들이 못 보게 하는 이유는 사기 저하 및 다양한 악영향의 방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4. 블리자드의 양민&캐쥬얼 배려 정책

최근 몇 년간 와우의 패치내용을 봐도 그렇고, 스2를 봐도 그렇고 블리자드의 현재 모토는 누구든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캐쥬얼 배려 컨텐츠의 제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2만해도 리그를 5개로 나누고, 리그별로도 조를 100명씩 묶어서 '눈에 보이는 가까운 수치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놨죠. 실제로 워3의 경우는 서버(지역)에서 1000위권이 아니면 랭킹은 보여주지도 않았죠. "넌 존나 하위권임"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없애주기 위하여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난 골드에서 1위인데 이러면 뭐해 플래랑 다이아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기선 내가 최고다"라던가 심리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나름 위안을 많이 해준다고 생각됩니다. 오죽하면 브레지던트란 말도 있겠습니까. (최하위 브론즈 리그에서 매우 높은 성적으로 진급하지 않고 1위를 유지하는 유저)


5. FAQ

다음은 제가 자주 본 질문들 몇몇개입니다.

Q1) 전 플래티넘이고 다이아랑 붙었는데 제가 상대우위라는데 래더 고장난거 아닌가요?
A1) 상대우위는 점수가 아니라 ELL을 따릅니다. 즉, 해당 상황은는 3가지 경우중 하나입니다. 나의 ELL이 어지간한 다이아 수준이고 현재 붙은 다이아보다는 높다. / 내 실력은 플래와 다이아 사이고 상대방도 잘 못해서 플래와 다이아 사이다. / 붙은 다이아가 최근 너무 못해서 내 플래티넘 수준까지 내려왔다. 만약 전자의 경우 - 내 실력이 다이아인 상황이 다라면 꾸준히 괜찮은 성적을 유지할시 곧 진급되실 겁니다.

Q2) 난 플래티넘 1위고 내 친구는 50위였는데 갑자기 다이아됨 왓더뻑???
A2) 점수와 랭킹은 진급에 있어서 아무 의미 없습니다. 플래티넘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은 계속 점수는 쌓지만 다이아 상대와 붙을시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합니다. 플래티넘을 상대로는 잘 이기는데, 다이아로 올라가기에는 부족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50위였던 친구 분은 짧은 게임수내에 다이아와 붙었고 또 다이아를 상대로도 괜찮은 성적을 유지했기 때문에 진급이 된 것입니다.

Q3) 나는 다이아랑 붙고 있는 플래티넘인데 진급 왜 안됨? 지금 10연승째임
A3) 아쉽게도 진급은 자신이 진급에 충분하다고 판단되어도 즉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단 베넷의 모든 리그는 20%씩 나누어져있습니다.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위 리그에 자리가 없으면 진급이 될 수가 없죠. 다이아에서 누군가 강등당하거나 베넷의 유저가 늘어나며 신설조가 생기지 않는 이상 진급까지는 좀 기다리셔야합니다. 충분히 자격이 되는데 자리가 생긴다면 2~3연패를 하고 있어도 진급이 됩니다.

Q4) 난 실버인데 지금 다이아랑 붙고 있다, 난 도대체 언제 진급되나?
A4) 특정 유저의 실력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에 베넷은 바로바로 승급시켜주지 않고 '지켜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나쁜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실버에서 바로 다이아로 진급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다이아 실력의 유저가 실버 계정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실버 상대로 승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 골드랑 붙여줍니다. 골드 상대로도 승률이 매우 높습니다. 플래티넘이랑 붙여줍니다. 플래티넘도 거의 다 이깁니다. 이제 다이아랑 붙습니다. 다이아 하위권도 다 잡습니다. 그러다가 다이아 중위권이나 상위권 유저들이랑 붙으며 승률이 50~70%정도 사이로 내려가다 보면 적은 승급 패널티로 (승급할시 줄어드는 래더 점수) 한 번에 다이아로 진급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싹다 이기면 진급이 안되는 우스운 광경이 자주 보고되는데요, 정확하진 않지만 제 추측 상으로는 최근 20경기정도의 승률이 60~70정도가 되는 시점에 많이 진급되더군요. 그래서 '나 5연패했는데 진급됨 ㅋ' 하는 분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원문출처 : http://katz.egloos.com/4487715
작성자 : Ka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