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원작 리니지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M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리니지에 입문했을 때 내가 처음으로 키운 캐릭터는 마법사였다. 당시 사촌 형이 플레이했던 법사가 멀리서 이럽션을 날리는 것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고, 그 모습에 반해 무작정 마법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당시 첫 캐릭터는 기사나 요정을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마법사는 장비 제한과 느린 MP 회복 속도 때문에 첫 캐릭터로 키우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게다가 변신 주문서가 없던 시절이라 변신하지 않은 상태로 사냥을 해야 해서 공격 속도까지 느렸다. 또한, 마법을 배우는 돈도 만만치 않아 다른 직업보다 돈이 더 많이 소비됐다.

어쨌든 마법사를 선택한 나는 말하는 섬 수련장에서 4레벨까지 찍은 후, 같이 리니지를 하던 사촌 형에게 돈을 받아 말하는 섬 남쪽에 있는 게렝에게 1서클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 옛날 게렝의 집은 이거보다 더 낡았다. 우리에게 가져간 돈으로 벽돌집을 지었다.


게렝 집에서 나온 나는 자신감에 가득 찼다. '마법사는 역시 마법으로 싸워야지!' 하면서 주변 오크와 고블린을 에너지 볼트로 때려잡았다. 근처로 접근하기도 전에 죽는 몬스터를 보면서 자신감에 가득 찼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몬스터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기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셀로브에게 에너지 볼트를 날리는 순간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오크나 고블린이었으면 2~3방에 죽었을 텐데, 셀로브 절반가량 남아있던 MP를 다 소모해 에너지 볼트를 날려도 죽질 않았다.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셀로브는 기다란 다리를 뻗으며 나를 공격했고 결국 나는 텔레포트도 사용하지 못하고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누일 수밖에 없었다.

같이 하던 사촌 형이 이걸 보더니 내게 글루디오 마을 위쪽에 있는 법사촌을 추천해줬다. 하지만 법사촌을 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당시 배를 탈 수 있었던 말하는 섬 선착장은 무법지대였다. 사람을 죽여도 카오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즐비해 있었고 이곳을 통과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 이런 경쟁을 뚫고 배를 타야 했다.


배를 타려고 하는 과정에 여러 번 죽자 요령이 생겼다. 고레벨들이 배를 타려고 진입하는 다른 사람들을 치는 타이밍에 몰래 숨어들어 겨우 배를 타는데 성공했다. 어렵게 배를 타고 도착한 해골 밭 법사촌에는 같은 마법사 캐릭터가 즐비했다. 나도 이곳에 끼어들어 /autospell 명령어를 사용한 후, 동전을 꼽고 레벨업을 하는 동안 옆에서 사촌 형이 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더 이상 법사촌에서는 레벨업을 하기 힘든 수준에 올라섰다. 다시 솔로잉 사냥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빈약한 장비로는 몬스터를 때려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흥미를 잃고 요정을 키우다가 한 달 계정이 끝나 잠시 리니지를 그만뒀다.

한동안 다른 게임을 하다가 다시 리니지에 접속하니 법사촌은 사라지고, 마나의 지팡이가 등장했다. 마나의 지팡이는 몬스터의 MP를 흡수할 수 있는 장비로 15레벨 퀘스트만 수행하면 마나의 지팡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마법사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무기였다.

마나의 지팡이를 얻은 후, 사냥터를 해골밭에서 본토던전 위에 있는 굴밭으로 옮겼다. 당시 굴밭에는 흑기사와 구울이 주로 출몰했는데 이곳에서 출몰하는 흑기사들은 떼지어 몰려 있어서 파이어 볼 같은 광역 마법으로 때려잡곤 했다.

구울은 이동속도가 느린 대신 공격 속도가 빠르고 독까지 걸었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마법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구울은 에너지 볼트나 힐로 피해를 주면서 잡기도 했지만, 다른 방법도 있었다. 바로 '턴 언데드'를 사용한 사냥이었다.

▲ 굴밭에는 흑기사와 구울이 주로 출몰했다.


'턴 언데드'는 언데드 계통의 몬스터를 일정 확률로 한방에 제거할 수 있는 3서클 마법이다. 성공하면 '팡!'하고 터지면서 몬스터도 한방에 죽었기 때문에 손맛도 상당했다. INT 수치가 높을수록 성공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같은 3서클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요정보다 마법사에게 더욱 어울리는 마법이었다. 굴밭 뿐만 아니라 용의 계곡에서도 해골 돌격병 같은 언데드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턴 언데드 사냥은 인기를 끌었다.

▲ 턴 언데드 발동 모션. 모여있던 입자가 팡하고 터진다.

▲ 턴 언데드의 시초는 D&D의 성기사

특히 '턴 언데드'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2002년 오렌 마을이 등장하고 나서였다. 오렌 마을 남서쪽에서는 언데드 몬스터가 출몰했는데, 이곳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엘모어 언데드가 등장했다. 이 엘모어 몬스터는 이동속도가 빠르고 '엘모어 마법사'가 시전하는 콘 오브 콜드는 무척 아파 다른 직업은 사냥하기 힘든 곳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마법사는 몬스터가 근처에 오기 전에 턴 언데드로 한방에 때려잡을 수 있어 빠른 사냥이 가능했다.

▲ 엘모어 법사의 콘 오브 콜드는 상당히 아프다.


마법사는 이동 속도가 빠른 몬스터로 변신한 후, 턴 언데드를 시전해 사냥을 하고 다음 몬스터를 찾으러 빠르게 이동하고는 했다. 무기는 보통 MP 틱을 올려주는 수정 지팡이를 장착하다가 MP가 부족해지면 마나의 지팡이로 교체한 후, 몬스터를 때려서 MP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진행했다.

이 사냥 방식은 오만의 탑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오만의 탑은 당시 HP와 공격력이 한층 더 강력해진 몬스터들이 등장했는데, 다른 직업은 사투를 벌여가면서 싸울 동안 마법사는 30층과 50층대에서 언데드를 상대로 '턴 언데드'만 사용하면 경험치가 쭉쭉 올라갔다. 턴 언데드의 성공률은 높지 않았지만, 몬스터를 한방에 제거하는 매력은 낮은 성공률을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 마법사의 레벨업 성지였던 오만의탑 30층대 몬스터들


아마 턴 언데드가 없었다면, 법사가 혼자서 사냥할 수 있던 패턴은 몰이사냥이 끝이었을 것이다. 몰이사냥은 '턴 언데드' 사냥과 비교해 MP 효율 면에서는 더 좋았지만, 당시 좋은 사냥터에는 몬스터보다 사람이 더 많았던 시절이라 몰이를 할 수 있을 만한 수만큼의 몬스터를 확보하기 힘들었고 이로 인해 몬스터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았다.

반면, 턴 언데드 사냥은 같은 마법사들만이 경쟁자였고, 이것도 먼저 턴 언데드를 성공하는 사람이 대부분의 경험치를 가져가다 보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었다.

요즘도 '턴 언데드'를 활용한 빠른 사냥이 가능하긴 하지만 아인하사드의 축복 버프가 다 떨어지면 생기는 '그랑카인의 분노' 디버프 때문에 예전처럼 오랫동안 '턴 언데드'를 활용한 사냥은 불가능한 상태다.

마법사는 누구나 에너지 볼트로 시작해 최고의 마법인 '디스인티그레이트'를 시전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옛날 마법사의 레벨업에 가장 큰 공헌도를 차지했던 것은 에너지 볼트도 디스인티그레이트도 아닌 '턴 언데드'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 이미지 출처 :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play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