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사는 것은 아니죠.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또 누군가는 배운 것이 밥줄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출근과 퇴근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꿈을 꿉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건 누구나 원하는 일이지만, 현실의 벽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한 걸음 더 용기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선택에 대해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겠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겠죠.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신생 프로 코스프레 팀 '크러쉬하트'의 사람들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스프레만을 하기 위해 그동안 배워온 것과 준비하고 있었던 모든 일들을 놓고,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 팀 '크러쉬하트'는 국내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프로로서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그저 취미로 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그래도 이들의 표정은 항상 밝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 용기있는 이들이기 때문이죠. 심장을 '쿵' 내려앉게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크러쉬하트'. 그러나 '쿵'에서 멈추지 않고 아예 깨부술 기세로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크러쉬하트'의 두 코스어 '루나'와 '린애', 그리고 크러쉬하트의 사진작가이자 대표인 '경휘'를 만나 보았습니다.

▲ 인터뷰를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는 '루나'(좌)와 '린애'(우)

Q. 코스프레 팀 크러쉬하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휘(크러쉬하트 대표) : 저희 팀 크러쉬하트는 단어 그대로 보는 분들을 심쿵시켜드리자! 라는 목표로 만들어졌어요. 크러쉬라는 강한 어감과 하트라는 부드러운 어감을 합쳐서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을 심쿵시켜 드리기 위해서! 저희가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루나 : 안녕하세요, 크러쉬하트에 새로 함께하게 된 루나라고 합니다.

린애 : 크러쉬하트에서 섹시함과 (웃음) 특이한 캐릭터를 맡고 있는 린애입니다.


Q. 코스프레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루나 : 원래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사이퍼즈라는 게임을 정말 오래 했었는데요, 홈페이지 메인의 인기 게시물란에서 코스프레를 자주 접하다 보니 진짜 멋있다,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어요.

린애 : 만화와 게임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했었는데, 코스프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저를 부산코믹월드에 데려갔을 때였어요. 정말 신세계를 영접하는 기분이더라고요. 보통은 처음에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저는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고, 왠지 모르게 아 이게 내 길이다!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친구한테 나도 해보겠다고 졸라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가장 처음 했던 코스프레는 무슨 캐릭터였나요? 처음이었던 만큼 기억에 남으실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루나 : 사이퍼즈의 '레나' 라는 캐릭터였어요. 첫 코스프레라 소품에 공을 들이고 싶었는데, 촬영 이틀 전인데도 소품 제작이 늦어져서 오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빨리 만들어달라고 부탁 드리곤 부산에서 서울까지 직접 올라가 소품을 겨우겨우 받아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린애 : 아까 절 부산코믹월드로 데려갔던 친구가 저에게 의상을 대여해줘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엄청 인기 있었던 보컬로이드의 '렌'이라는 캐릭터였어요. 처음 치곤 사진이 많이 찍혀서, 그때부터 사진 찍히는 맛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웃음) 그 친구도 코스프레보다는 서포트를 좋아했던 친구라서, 즐겁게 같이 했던 기억이 나요. 기억나는 일이라면 그 때 행사가 끝나고 정리를 하는데, 화장실에 의상을 깜빡하고 두고 나온 거에요. 근데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누가 금세 의상을 가져갔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학생 신분으로 십만원이라는 큰 빚을 친구에게 지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돈은 다행히 오랜 기간에 걸쳐 다 갚았어요. 이자는 없이!


Q. 코스프레 팀에 들어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루나 : 코스프레를 처음 시작했을 때 '코사모' 라는 코스프레 카페에 화장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거든요. 그 때 저에게 화장하는 법을 알려주시겠다고 카톡을 보내주셨던 분이 지금 옆에 계신 린애님이었어요.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그때부터 린애님을 정말 좋아하게 됐고 크러쉬하트의 팬이 되었죠. 그 계기로 대표님과 만나서 촬영까지 하게 됐고, 캐스팅도 해주셔서 팀에 들어오게 됐어요.

린애 : 저는 처음 코스프레를 시작했을때부터 단순한 취미보다는 이게 제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었어요. 고등학교 때 무용을 전공했었는데, 무용도 뒤로 할 만큼 정말 코스프레에 대한 열정이 컸어요. 대학교를 들어오고 진지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면 직업적으로 코스프레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많은 프로코스팀들이 생겨나는걸 보게 되었죠. 저는 욕심이 큰 편이라서 (웃음) 다른 팀에 들어가기 보다는 제 이름을 걸고 팀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대표님을 알게 되었고, 코스프레에 대해 생각하는 마인드가 너무 잘 맞았던 덕에 대표님과 2인 체제로 팀의 첫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


Q. 어떤 마인드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경휘 : 솔직히 코스프레라는게 알려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게 아니에요. 프로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선례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요. 근데 코스프레를 하면 할수록 이게 정말 직업적으로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또 게임 산업과 코스프레는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라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코스프레를 취미로 할 때와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루나 : 취미일 땐 놀러 가는 기분이었죠. 팀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연구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취미로 할 때도 물론 결과물에 신경을 썼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촬영할지, 어떤 반응들을 받을지 그런 생각들을 더 많이 하게 돼요.

린애 : 취미일 땐 편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프로 정신을 가지고 단기간에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을 해요. 밤을 새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조사하고.. 물론 취미일 때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처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는 힘들었죠. 그런 부분이 달라진 것 같아요.



Q. 힘을 얻거나 보람을 느끼셨던 댓글이나 반응이 궁금합니다.

루나 : 게임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캐릭터랑 완전 똑같다 이런 말을 들으면 제일 기쁘죠. 정말 그걸 위한 코스프레니까요. 저는 그래요!

린애 : 저는 프로 팀에서 퀄리티도 물론 중요하지만, 팬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저희를 지켜봐 주시는 팬들이 없으면 이어갈 수 없으니까요. 제일 처음 사진을 투고했던 게 인벤이었고 지금도 꾸준히 투고를 하고 있는데, 처음 투고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다. 새로 생긴 팀인 것 같은데 잘했으면 좋겠다, 응원한다 이런 댓글을 보고 정말 뭉클했었어요. 잘 어울린다, 예쁘다는 칭찬도 좋지만 정말 우리를 처음부터 지켜봐 주시고 계시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게 느껴져서 앞으로의 코스프레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오프라인 행사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린애 : 팀 프로젝트를 할 때 황당했던 일들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급하게 준비하게 된 마영전 코스프레였는데, 갑주나 화려한 소품들을 이틀 안에 준비해야 했었어요. 그래서 이틀간 다같이 밤새가며 소품을 제작해 촬영을 무사히 마치곤 차량으로 이동하려는데, 소품들을 차 위에 올려두고 깜빡한 채로 출발해버린 거에요. 다시 돌아가봤는데 찾을 순 없었죠. 이틀 동안 열심히 만든 무기가.. 너무 황당하게 잃어버리니까 다들 허허허 하고 웃어넘겼어요. 엄청 열심히 하고 훌훌 떠나 보낸 느낌?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와서 만족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루나 : 아직 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프로젝트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직 말할 만한 게 없고, 제가 사이퍼즈 레나로 처음 행사에 나갔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레나라는 캐릭터의 휠업 모션이 독특한 편인데, 가슴을 쓸어 내리는 듯한 모션이에요. 레나라는 캐릭터를 코스프레하시는 분이 잘 없다 보니까 제가 레나를 했을 때 구경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근데 그때 이동하려는데 남자분들이 단체로 가슴을 쓸면서 저를 막.. 쫓아오는 거에요! (웃음) 그래서 엄청 도망갔었어요. 부끄러워서..

▲ 루나님의 사이퍼즈 '레나' 코스프레!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


Q. 캐릭터의 표정이나 포즈는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린애 : 코스프레 할 캐릭터가 정해지면 스토리, 성격, 배경 같은 모든 걸 다 정리해요. 보통 촬영 전에는 이렇게 찍자고 말로 정하고 촬영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놓치거나 아쉬웠던 부분들이 생기는 거에요. 그런 점들을 만들기 싫고, 한번 했을 때 정말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포즈부터 시작해서 사진 분위기를 어떻게 할건지, 어떤 구도로 촬영할건지 다 적어서 서로 주고받으면서 계획을 세워요.

경휘 : 전날 무조건 만나서 포즈랑 표정을 확인해봐요. 그리고 모든 포즈를 다 그려서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요. 소품의 위치선정도 다 계획하고 진행합니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코스프레가 있으신가요?

루나 : 저는 던파로 게임 폐인의 길을 처음 걷게 되었는데요, (웃음) 거기서도 배틀메이지라는 캐릭터를 몇 년 간 키웠었어요. 그 캐릭터가 나중에 각성하고 변신하는데, 그 모드를 해보고 싶어요.

린애 : 마영전에 네반이라는 여성보스가 추가됐는데, 너무 취향에 맞는 거에요. 보자마자 심쿵.! 코스프레를 해보면 저도 만족할 것 같고, 유저분들도 좋아해주실 것 같아서 굉장히 해보고 싶습니다.

▲ 마비노기 영웅전의 보스, '네반'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경휘 : 앞으로 많은 행사들을 준비 중에 있는데, 지금은 성남 게임월드 코스튬 런웨이를 준비중입니다. 옆에 계신 린애님께서 요즘 핫하고 뜨고 있으면서도 섹시한 캐릭터를 맡으셨는데.. 미리 알려드리면 재미 없으니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팀을 올해 만들어서, 지역이 부산인데도 지스타를 공식적으로 참석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혹시 모델을 아직 구하지 못한 팀이 있다면, 저희를 불러주시면..

린애 :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웃음)

루나 : 더 몰입하는, 연기적인 부분을 더 잘 하고 싶어요.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촬영하면 멍한 표정이 나올 때가 많더라고요. 게임 캐릭터를 맡는다면 게임도 무조건 해보고, 스토리도 전부 읽어보고 많이 공부해서 유저와 기업 모두 만족시키는 그런 코스프레를 하고 싶습니다.

린애 :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일단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루나 : 아니 어디가요!

린애 : 같은 팀이신 루나님이 정말 몸매가 좋으시고 키도 크셔서.. 제가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또 연기력을 보충하고도 싶고, 의상이나 소품 제작하는 것도 더 배워서 발전하고 싶어요.

▲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


Q. 특별히 자신 있거나 자신 없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경휘 : 린애님은 자신 없는 캐릭터가 정말 없어요. 코스프레 프로팀이라는 게 사실 쉬운 길은 아닌데, 린애님을 보면 정말 다 하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떤 캐릭터를 하셔도 모든 열정을 쏟아서 다 하시기 때문에, 못하겠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으세요. 제일 잘하는 건 아무래도 섹시한 캐릭터? 마영전의 벨라! 본캐도 벨라에요.

린애 : 벨라가 사실 마영전에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약간 마이너한 느낌이에요. 이국적이고 섹시한 스타일인데, 벨라를 좋아하는 팬 분들이 보셨을 때 정말 똑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벨라의 특징이 오른쪽 눈을 윙크하는 건데, 제가 왼쪽 눈만 윙크할 수 있었어요. 근데 정말 캐릭터랑 조금도 다르게 하고 싶지 않아서, 거울을 한 번 볼 때마다 오른쪽 윙크를 하면서 연습했어요. 그 덕에 지금은 양쪽 다 자연스럽게 윙크할 수 있습니다.

경휘 : 벨라 캐릭터 춤도 엄청 잘 춰요.

린애 : 춤도 녹화해서 거울모드로 해 놓고 계속 보고 따라했어요.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고, 팬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Q.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루나 : 인벤 유저 여러분! (웃음) 긴 인터뷰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저희 팀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기대하고 응원해주세요. 루나였습니다!

린애 : 저희가 이제 프로팀으로써 첫 발을 내딛게 되었는데요, 무조건 비판적인 시선보다는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다다음주에 참가하는 성남 페스티벌도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인터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휘 : 저희를 애정해주시기 때문에 비판적인 댓글도 달아주시는 거라 생각해서, 어떤 댓글도 다 수용하고 받아들일 마음이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를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

▲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

▲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

▲ (사진 제공 : 크러쉬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