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각종 e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걸고 승패를 맞출 경우 배당금을 받아 가는 일명 ‘토토’ 형식의 도박 사이트들이다. 기존에는 공식 e스포츠 대회의 경기 결과를 두고 도박을 벌였으나, 최근 성행하고 있는 불법 e스포츠토토 사이트들은 유명 프로게이머나 인기 BJ의 개인 방송에서 치러지는 게임 결과까지 도박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게이머들까지 도박에 이용되어 논란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의 개인 방송 경기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도박 종목이라고 한 중국 관계자는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박에 참여하기 때문에 큰 금액을 걸더라도 배당률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불법 e스포츠토토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접속을 시도해 봤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중국의 한 불법 e스포츠토토 사이트는 한국 IP로는 접속이 불가능했다. 다른 사이트들 역시 한국 IP로는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 한국 IP로는 접속이 불가능한 중국의 불법 e스포츠토토 사이트

그래서 중국 e스포츠 업계 관계자를 통해 문제가 된 불법 e스포츠토토 사이트를 들여다봤다. e스포츠 경기와 개인 방송이라는 큰 분류 아래,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 2,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다양한 종목으로 베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 방송 카테고리를 클릭하자 최근 은퇴를 선언한 중국의 e스포츠 선수 ‘우지’와 중국 인기 게임단 탑e스포츠의 봇 라이너 ‘잭키러브’의 개인 방송을 이용해 도박이 진행되고 있었다. 승리 시 배당률, 패배 시 배당률, 경기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앱을 통해 해당 선수의 경기도 직접 시청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한국과 중국의 많은 프로게이머 선수들의 이름도 보여 국적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많은 선수들의 개인 방송이 도박에 활용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중국 관계자 도움을 받아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e스포츠토토가 단순 도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박에 돈을 건 이들은 배당금을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승부조작을 유도하거나 직접 승부조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공식 대회의 경우 승부조작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회에 직접 뛰는 선수로 한정되지만, 개인 방송을 통해 치러지는 게임은 실력이 비슷한 수준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승부조작도 그만큼 쉽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한국 서버에는 프로 선수를 포함한 많은 중국인 유저들이 한국 계정을 구해 접속하고 있다.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중국에서 성행하는 만큼, 승부조작을 목적으로 한국 서버에 접속하는 이들도 있을 거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승부조작을 할 의도가 없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접속한 유저라도 해당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면 국적과 상관없이 언제든 승부조작 제의를 받을 수 있다.

라이엇 차이나도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대부분이 여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자국 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고 있어 처벌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처리하기 힘든 문제이다.


라이엇 코리아는 해당 문제에 대해 “중국의 불법 베팅 사이트와 연계돼 일부 해외 유저들이 LCK 선수들의 솔로 랭크 승패에 고의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해당 이슈에 대해 인지하자마자 LPL 측에 불법 베팅 사이트 폐쇄 가능 여부와 중국 내 플랫폼에서 불법 베팅 사이트가 홍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빠른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도 빠르게 확인 중에 있다. 당장은 LCK 선수들이 불법 베팅과 관련된 패배 유도 행위를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리그 차원의 핫라인을 임시 개설해 의심 가는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단기적인 방법은 물론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도 논의 중에 있다. 방금 말씀드린 조치 외에 추가적인 조치 사항들도 현재 검토 중에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안내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신고’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돈을 벌기 위해 필연적으로 사람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가 될 경우에는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거나 광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최대한 양지에 드러나지 않게 노력하고 음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한 사람의 ‘신고’는 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다. 상대방 실체를 알게 된다면, 게임사의 차원에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 볼 수 있다. 프로 선수나 인기 BJ가 승부조작에 고통받고 연루되지 않도록,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 혹은 게임사에 신고되어야 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뿌리를 뽑을 순 없을지라도, 계속 자라나지는 못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