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맞으면 죽되, 내가 때리면 상대가 먼저 쓰러지는 그 쾌감.

어떤 RPG를 하든 마법사의 매력은 하나였습니다. 몸은 종잇장이지만 마법 한 발의 무게가 달랐습니다. 맞으면 터지지만, 건드리기 전에 상대가 먼저 주저해야 하는 존재. 그래서 체력과 방어를 포기하는 것이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받는 화력이 그 리스크를 정당화해 줬으니까요.

아이온2의 마도성을 고른 것도 같은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시즌2를 관통하며 깨달았습니다. 이 게임의 마도성은 리스크만 완벽하게 구현된 채, 보상이 증발해 있다는 것을.

1. 리스크는 전 직업 최고, 리턴은 중하위

마도성의 위험 부담은 교과서적입니다.

체력은 궁성과 동급인 3만 초반, 막기 시스템 자체가 없고, 이동기나 돌진기도 전무합니다. 행동력은 전 직업 최저 수준이라 패턴 한 번 피하면 딜 포지션 잡을 여력이 남지 않습니다.

여기까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법사니까요.

문제는 이 대가로 받아야 할 화력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입니다.

3월 25일 패치 이후 드라마타 DPS 미터기 기준으로 궁성을 110이라 놓으면 살성이 100, 마도성은 90 수준입니다. 패치 전에는 살성과 엎치락뒤치락이었고 궁성보다 앞섰는데, 오히려 후퇴했습니다.

전투력 23만에 공격력 7,800을 찍은 마도가, 전투력 17만 공 6,800짜리 검성에게 딜이 밀리는 상황을 직접 겪었을 때 오는 허탈함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10개가 넘는 스킬의 쿨타임을 머릿속에서 계산하면서 한 타이밍도 놓치지 않고 돌려야 겨우 나오는 딜이, 옆에서 핵심키 서너 개만 번갈아 누르는 직업의 딜에 미치지 못합니다.

PVP는 더 잔인합니다. 어비스에서 마도성을 발견한 상대의 반응은 "저거 먼저 잡자"가 아니라 "아 마도네, 그냥 가도 되겠다"입니다. 선제로 핵심기를 전부 쏟아도 상대 체력바에 겨우 흠집이 나는 수준이니, 사정거리라는 마법사 고유의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 방이 아프지 않은 마법사는 그냥 느리고 물렁한 과녁일 뿐입니다.

2. 시즌3의 방향 — 생존성을 올린다고 마법사가 되는 게 아닙니다

시즌3 클래스 케어에서 마도성 개선이 예고되었고, 회생의 계약이 최대 체력 비례 회복으로 바뀌고 피격 시 상태이상 저항이 중첩되는 등 "덜 죽게 해주겠다"는 방향이 보입니다. 시즌2 동안에도 강철 보호막은 세 차례 상향됐고, 냉기의 로브에 방어력과 치명타 저항이 붙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서 질문하고 싶습니다.

마도성 유저들이 진짜 바란 것이 "좀 더 오래 버티는 마법사"였을까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한 건 "맞으면 죽더라도 내 마법이 날아갔을 때 상대가 공포를 느끼는 마법사"였습니다.

마법사에게 방어력을 쌓아주는 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처방입니다. 한 방에 죽던 것이 한 방 반에 죽는 것으로 바뀌어 봤자, 그 추가로 번 0.5초 동안 상대를 위협할 화력이 없으면 결국 0.5초 더 맞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방어력 10%를 올려주는 것보다 딜 계수 20%를 올려주는 것이 마도성의 실질 생존율을 더 높입니다. "저거 먼저 안 잡으면 우리가 녹는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사정거리 자체가 방어막이 되기 때문입니다.

진짜 마법사의 생존 수단은 보호막 수치가 아닙니다. 상대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한 방, 그 자체가 생존기입니다.

3.마도성의 딜 구조 자체가 마법사의 설계와 모순됩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마도성의 딜 구조가 과연 "마법사"의 것인가?

마법사라는 직업의 전통적 딜 방식은 명확합니다. 긴 캐스팅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 대가로 한 발에 강력한 피해를 박아 넣는 것. 시전 시간이 곧 위험이고, 그 위험의 보상이 폭딜입니다. 마법사가 유리몸인 것이 정당화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래 버틸 필요가 없으니까요. 짧은 시간 안에 결정타를 내리는 것이 마법사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마도성의 현실을 보십시오.

핵심 딜은 불의 장벽 13초 지속, 냉기 폭풍 설치, 혹한의 바람 틱 데미지, 겨울의 속박 다단히트. 전부 시간을 깔고 여러 발을 누적시켜야 딜이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한 방이 묵직한 누커형이 아니라, 바닥에 장판을 깔고 그 위에 보스가 서 있어 주기를 기도하면서 10개 넘는 스킬을 쉬지 않고 돌려야 겨우 평균 DPS가 나오는 지속딜 구조입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소환수를 깔고 DOT를 관리하면서 지속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플레이를 하고 싶었으면 정령성을 골랐습니다. 마도성을 고른 건 "마법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캐스팅 끝에 날아가는 한 방에 상대가 증발하는 그 맛. 실제로 하고 있는 건 장판 깔아놓고 틱 데미지 관리하면서 보스가 안 움직여주길 바라는 DOT 딜러입니다.

이건 마법사가 아니라 로브를 입은 정령성입니다.

이 딜 구조가 성립하려면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판이 13초 동안 틱을 다 넣어야 의미가 있고, 다단히트가 끝까지 맞아야 딜이 완성되니까, 그 시간 동안 죽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즉, 현재 마도성의 딜 메커니즘은 설계상 높은 생존력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마도성의 생존력은 전 직업 최하입니다.

여기서 모순이 터집니다. 딜 구조는 "오래 버티면서 누적 데미지를 쌓아라"인데, 몸은 "한 대 맞으면 터진다"입니다.

개발팀이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딜 구조를 유리몸에 맞추거나, 몸을 딜 구조에 맞추거나.

시즌3에서 개발팀이 선택한 방향은 후자로 보입니다. 생존성을 올려서 장판 지속딜을 끝까지 넣게 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가면 마도성은 마법사가 아니라 "맞아가면서 버티면서 장판 위에서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직업"이 됩니다.

그게 마법사입니까? 그걸 하려고 마도성을 고른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정령성을 갔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반대 방향입니다.

다단히트 틱 데미지에 의존하는 지속형 구조 대신, 한 발 한 발이 묵직한 폭딜형 구조로 바꿔서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유리몸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살아있는 3초 안에 상대의 체력을 반 넘게 깎을 수 있다면, 그 3초가 마법사의 생존 시간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이 마법사의 설계이고, 그래야 유리몸이라는 리스크가 정당화됩니다.

버티면서 싸우는 마법사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마법사는 버티기 전에 끝내는 직업입니다.

4. 5개월간의 패치, 진짜 "상향"이었나

11월부터 3월까지 마도성은 거의 매주 패치를 받았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또 마도 상향이냐"라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그러나 패치 내역을 한 줄씩 뜯어보면 실체가 드러납니다.

불꽃폭발의 지연 특성이 두 번에 한 번만 발동하던 것을 고친 것. 냉기폭풍 소환체가 사라지면 추가피해가 안 들어가던 것을 고친 것. 빙결 효과 판정이 비정상이던 것을 고친 것. 불의 장벽이 간헐적으로 취소되던 것을 고친 것.

이것들은 원래 작동했어야 할 것이 안 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수정입니다. 상향이 아니라 정상화입니다.

나머지는 아무도 채용하지 않는 스킬에 계수를 조금 올려주거나(빙결 폭발에 넉백, 지옥의 화염 단일→범위 등), 툴팁 오자를 고치거나, 특화 설명문을 바로잡는 수준이었습니다.

정작 유저들이 수개월간 반복 요청한 핵심 — 딜 계수의 근본적 재조정, 장판 구조 개편, 스킬 모션의 실질적 단축, 치명타 피해 패시브 부여 — 은 단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5. 시즌3의 다른 변화들도 마도성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PVE/PVP 계수 분리 자체는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계수를 분리한 뒤 PVP 쪽 마도성 계수를 올려주지 않으면, 그냥 분리만 해놓고 둘 다 낮은 상태가 됩니다.

시즌3에서 "완벽 방패 막기"와 "완벽 무기 막기"가 추가되고, PVP 막기 관통 스탯이 새로 생깁니다. 그런데 마도성에게는 막기라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직업의 방어 수단이 한 층 두꺼워지면, 마도성의 이미 낮은 딜이 더 많이 흡수될 뿐 마도성이 얻는 이익은 없습니다.

공격력/방어력 증가 최대치가 100%에서 120%로 올라가는 것 역시, 기본 방어 수치가 높은 근딜 계열에게 더 큰 이득입니다. 마도성의 기반 방어가 타 직업의 80%인 상태에서 같은 비율의 캡이 올라가면, 절대 수치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6. 해결 방향

물렁한 몸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마법사가 단단해지면 그건 마법사가 아니라 전사입니다.

그 대신, 마법이 날아갔을 때 상대가 진지하게 위협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① PVP 딜 계수를 별도로 대폭 올려 주십시오. PVE/PVP가 분리된 이상 PVP에서만 스킬 계수를 끌어올려도 PVE 밸런스와 충돌하지 않습니다. 어비스에서 마도성의 선빵에 체력이 반 이상 깎여야, "마도 사정거리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그 순간 사거리가 방어막으로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② 딜 구조를 폭딜형으로 전환해 주십시오. 장판 틱에 분산된 딜 비중을 줄이고, 주력 스킬의 단발 피해를 대폭 올려서 짧은 교전 안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구조로. 유리몸이 유리몸답게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끝내는 것"입니다.

③ 지옥의 화염을 마법사의 한 방답게 재설계해 주십시오. 차징 삭제, 즉발, 높은 단일 피해. 궁극기 한 방이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기를 쓰면 DPS가 떨어지는 설계는, 궁극기가 존재할 이유 자체를 지우는 것입니다.

④ 치명타 피해 증가 패시브를 부여해 주십시오. 다른 딜러가 기본으로 갖고 있는 걸 마도성만 못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명중 캡이 이미 찬 현재 환경에서 명중 패시브는 빈 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을 치피증으로 전환하면, 장비가 올라갈수록 투자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정상적인 성장 곡선이 만들어집니다.

끝으로

시즌1에서 개발팀은 근딜에게 불리한 패턴이 많다는 이유로 체력을 두 배 줬습니다. 그 판단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시즌2~3에서 보스는 쉴 새 없이 이동하고 범위 공격을 뿌리며 원거리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환경인데, 원거리에 대한 보상은 보호막 수치 소폭 상향이 전부입니다.

한쪽에만 적용된 논리는 형평성이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지금 마도성의 모순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겁니다.

딜 구조는 "오래 살아서 틱을 누적해라"라고 말하고, 스탯은 "너는 한 대면 죽는다"라고 말하고, 개발팀은 "그러면 좀 덜 죽게 해줄게"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마법사에 대한 진짜 답은 따로 있습니다. "오래 살 필요 없이, 살아있는 동안 쏘는 한 발이 무겁게 만들어라."

그것이 마법사이고, 그래야 유리몸이 정당화됩니다.

대신 그 유리 안에 불꽃이나 얼음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누구도 이 유리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자판기죠.

시즌3, 진짜 바뀌길 바라면서 씁니다.

반박시 여러분 말씀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