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부터 결론.

철갑못 같은 방어도증가 패시브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현재 스펙상의 방어도를 a, 모저를 r이라고 하자.

계산기를 꺼내서 다음을 계산해 본다.

 

0.04ra + 600r - 60a

 

이게 양수가 나오면 면책, 음수가 나오면 살벌이 효율이 좋다.

 

2. 여기서부터는 시스템 이야기. 관심없으신 분은 스킵.

 

1) 방어도

디아의 방어도 디자인은, 간단히 말하면 '방어도 = 단위 HP가 받아낼 수 있는 대미지를 선형증가시켜주는 파라메터'입니다. 아마 이런 문제 관련된 글은 관심있게 찾아보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면책vs살벌 문제는 위에서 결론 내렸고, 이건 그 결론을 수치적으로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일종의 잡설이니 그냥 써봅니다.

 

'선형'이네 뭐네 하는 얘기는 공대생들이 아니면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 조홀라 간단한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게임이 있다고 칩시다.

이 게임에서 방어도가 0인 캐릭은, HP 1로 받아낼 수 있는 적의 대미지가 1입니다.

이 캐릭이 방어도를 1 올렸더니, HP 1로 적의 대미지를 2 받아낼 수 있게 됐다고 합시다.

그럼 이 캐릭이 방어도를 또 1을 더 올려서 2가 됐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식적으로, "HP 1이 받아낼 수 있는 적의 대미지가 3"이 되는 게 맞겠죠.

 

디아의 방어도 시스템이 정확히 이런 식으로 동작합니다. 다만, 세부적 수치가 다릅니다.

디아에서는, HP 1점의 가치가 1만큼 상승하는 데 필요한 방어도가 3000입니다. 즉, 방어도 1점은, 내 HP의 가치를 1/3000만큼 증가시켜줍니다. 캐릭창을 관심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방어도가 3000일 때 캐릭 세부정보창을 열어보시면 피해 감소량이 정확히 50.00%로 표시되는 걸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럼 똑같은 논리로, 방어도 3000이었던 캐릭이 더더욱 노력해서 방어도가 6000이 됐다면?

당연히 HP 1점의 가치가 1만큼 더 상승해서 3이 됩니다. 9000이 되면 4가 되겠죠.

 

다만... 캐릭 세부정보창에 표시되는 수치는 이런 개념이 아닌, '피해감소율'이라는 모습으로 표시됩니다. 때문에 혹자들은, '피감율은 방어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수치가 졸라 변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올라갈수록 구린 것 같다'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느낌일 뿐, 사실은 제가 위에 설명한 대로 동작하고 있습니다.

 

아머 0이면 HP1 = 대미지1 입니다. 따라서 피해감소율은 0%입니다.

아머 3000이면, HP1 = 대미지2 입니다. 즉 대미지1에 대해서 감소하는 HP는 0.5이고, 따라서 피해감소율은 50%입니다.

아머 6000이면, HP1 = 대미지3 입니다. 즉 대미지1에 대해서 감소하는 HP는 0.333...이고, 피해감소율은 66.66....% 입니다. 표시되기는 66.67%로 표시되죠.

아머 9000이면, HP1 = 대미지4입니다. 거두절미하고 피해감소율은 정확히 75%입니다.

 

단위 아머당 증가하는 HP의 가치는 계속 동일한데(3000마다 1씩), 그걸 피해감소율로 환산해보면 괜히 느낌상 손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왜 블쟈놈들이 이딴 식으로 표시를 해놔서 사람 헷갈리게 하느냐'라고 따지고 싶으실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세부정보창에 "단위 HP당 대미지 흡수량" 식으로 표시해놨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뭐 이리 복잡스럽게 써놨냐'라고 따지고 싶으신 분이 생기겠죠. 아무튼, 손해보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2) 모저

모저 역시 마찬가지로, 방어도와 개념 자체는 완전히 동일하게 동작합니다. HP의 가치를 선형증가시킵니다. 다만... 저항의 경우는 모저 외에 단저 옵이 존재하기 때문에, 방어도처럼 간단하게 '피해감소율'이라는 하나의 파라메터로 표현할 수가 없죠. 몬스터의 공격이 어떤 속성이냐에 따라서 죄다 다른 저항이 적용되니까요. 그래서 방어도 이상으로 감이 잘 안 오지만, 어쨌든 이녀석도 방어도와 정확히 동일한 컨셉으로 동작합니다.

 

다만, 방어도는 그 계수가 1/3000이었다면, 모저는 1/300입니다. 즉, 모저는 300점이 올라갈 때마다 HP의 가치가 1점씩 증가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모저1 = 방어도10 이라는 계산은 (비록 현재 셋팅에 따라서 그 가치는 달라지지만) 얼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방어도 & 모저

이 두 녀석이 감소시켜주는 피해는 서로 독립적으로, 즉 곱연산으로 계산됩니다.

어지간한 좀비셋팅을 하지 않는 한 잘 되지는 않겠지만, 아머 9000에 모저 900을 만들었다고 치면, 이 사람은 방어도에 의해서 얻는 피해감소량이 75%, 또한 모저에 의해 얻는 피해감소량이 75%라서, 실제로 입는 피해는 0.25*0.25 = 0.0625, 즉 실제 몬스터의 공격에 책정된 대미지의 6.25%만을 입습니다.

 

피감으로 보지 않고 아까 위에서 했던 것처럼 HP의 가치 측면에서 보면, 이 사람의 HP 1점은, 방어도 9000에 의해서 4배로 뻥튀기됐고, 모저 900에 의해서 다시 한 번 4배 뻥튀기되어, 실제 HP1 = 대미지16의 가치를 갖습니다. 1/16 = 6.25%, 당연하지만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내 HP 1점이 받아낼 수 있는 적의 대미지, 즉 내 HP 1점의 가치는,

 

(1 + 방어도/3000) * (1 + 모저/300)

 

입니다. 따라서 나의 실제 HP는, 화면의 빨간 공에 마우스오버를 했을 때 나오는 HP에 위의 값을 곱한 만큼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닙니다. 바저씨의 HP 5만과 악사의 HP 5만은 차원이 다르죠. 게다가 바저씨는 아머나 모저와 무관하게 클래스특성으로 추가피감 30%가 또 곱해지니까요.

 

4) 면책 vs 살벌

이제 저 공식을 가지고, 면책과 살벌을 비교해 봅시다.

귀찮으니 위에서 했듯이 방어도는 아머니까 a, 모저는 레지니까 r로 쓰겠습니다.

 

우선 면책을 사용한 경우, 방어도와 모저가 공히 20%씩 상승합니다. 즉 내 HP 1점의 가치는

(1 + 1.2a/3000)(1 + 1.2r/300)

이 됩니다.

 

살벌을 사용한 경우, 방어도만 40% 상승합니다. 따라서 HP 1점의 가치는

(1 + 1.4a/3000)(1 + r/300)

이 됩니다.

 

누가 더 좋은지 알려면 어떻게 해 보면 될까요? 네... 둘이 비교해서 큰 쪽이 이기는 겁니다. 면책 공식에서 살벌 공식을 빼보면... 꼬기작꼬기작거린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0.2r/300 - 0.2a/3000 + 0.04ar/(300*3000)

--> (600r - 60a + 0.04ar) / (300*3000)

 

분모 부분은 저넘이 양수냐 음수냐와는 관계가 없으니 무시하면, 아까 맨 위에 썼던 결론이 나옵니다. 분자 부분이 0보다 크냐 작으냐에 따라서, 면책이 좋으냐 살벌이 좋으냐가 결정됩니다.

 

5) 약간의 직관...

결국 저 식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일한 음수 부분인 '-60a'입니다. 이놈이 이빠이 커져서 다른 두 양수 부분을 능가해버리면 살벌이 이기는 건데, 아마 보통의 플레이어분들은 '하나를 몰빵하는 것보다는 둘을 밸런스해서 올리는 편이 이득'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듯이, 가능하면 방어도가 모저의 10배가 되게 만들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런데 방어도가 모저의 10배, 즉 a = 10r인 이상적인 경우, 위 식에서 600r - 60a = 0 이 되어버리고, 결국 0.04ar 부분만 남게 되어 무조건 양수, 즉 무조건 면책 > 살벌 이 됩니다. 그리고 a < 10r인 경우는 더더욱 볼 것도 없이 무조건 양수입니다.

 

물론 야만형님들은 힘이 주스탯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방어도가 모저의 10배를 넘게 되죠. 한 12배 정도 생각해 볼까요? a = 12r로 생각해서 위 식을 1변수식으로 바꾸면 r(0.48r-120)이 되고, 따라서 모저가 250 이상이면 면책 > 살벌, 그렇지 않으면 면책 < 살벌입니다.

 

좀더 오바해서 15배, a = 15r로 생각해보면 r(0.6r-300)이 되고, 따라서 모저가 500 이상이면 면책의 승, 그렇지 않으면 살벌의 승입니다. 중난이도 이상을 돌려면 모저 500 정도는 거의 기본스펙 수준이니, 사실상 살벌이 면책보다 고효율을 내는 건, 방어도가 모저에 비해서 기형적으로 높은 셋팅을 하지 않는 한은 거의 힘들다고 봐야겠네요.

 

3. 다시금 결론

어떤 능력치가 여러 가지 파라메터의 곱연산으로 계산되어 나오는 경우, 그것들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같다면 여러 개를 골고루 올리는 편이 최종 결과가 가장 높게 나옵니다. 면책과 살벌은 그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죠. 단순히 수치상으로는 둘다 40%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하나에 몰빵하느냐 반씩 나눠서 두 개의 독립적인 파라메터에 분배하느냐...

 

아마 굳이 이렇게 수식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야만님들은 면책과 살벌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면책을 쓰시는 분들이 많으셨을 테지만, 수식으로 정리해버리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으니 깔끔해서 좋죠. 그래서 굳이 써 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별로 없으실 거 같지만,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