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 5.55 세이브 더 퀸 마지막 이야기와 홍련 후반부 월하의 달의 강스포가 있습니다. 아직 스토리 안보셨다면 지금이 나갈 마지막 기회
*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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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보즈야=도마라고 생각해요 스토리적인 면에서
미시야=요츠유고
바이샤엔=히엔/고우세츠가 되는 거죠
왜냐하면 포지션상으로

보즈야: 제국에게서 해방되길 원하여 해방전선에서 싸우고 있음 -도마도 동일함
미시야: 고국에서의 차별으로 인해 상처받은 삶을 살았음, 제국의 사상에 감화되어 고국을 멸망시키고 싶어함 - 요츠유도 동일함
바이샤엔: 그저 고국을 해방시키고자 애쓰는 해방군들의 수장 - 히엔도 그러함
한편으로 미시야(요츠유)를 아끼고 안타까워함 - 고우세츠가 그러함

이런식으로 구도가 비슷하기 때문이죠
다만 홍련의 마지막 스토리에 비해 자트노르에서 섬세하게 다룬 것은 '죄'의 행방과 개혁에 대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도마는 누가 보아도 개선점이 필요한 나라입니다.
어린 여자애를 돈 많은 노인네한테 시집 보내고 남편이 죽자 그녀를 데려와서 유곽에 또 팔아버리는 양부모님이라든가, 그녀를 지속적으로 학대하던 남편이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죠. 심지어는 요츠유가 학대당하는 동안 도와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여러 모로 좋은 나라는 아니죠 ^^;
요츠유는 이런 과거를 굳이 숨겨두진 않습니다. 대놓고 도마에 대한 증오를 보여주면서 본인을 '나에우리의 내놓은 자식, 사시하이의 과부' 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뭣보다도 우리 빛의 전사는 초월하는 힘으로 요츠유의 과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녀가 왜 고국을 저버렸는지, 또 도마에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즉, 제2의 요츠유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도마라는 나라가 내부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요.

고우세츠가 죄는 어디있냐고 묻지만 사실 이건 카이엔과 도마를 다스리던 통치자들의 죄입니다. 조혼을 금하는 명도 없고, 요츠유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는 국가 기관도 없고.... 그녀가 단순히 이익을 위해 제국에 붙은 게 아니라 본인의 나라를 진심으로 증오하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이건 통치 체제가 견고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츠유가 죽은 뒤 도마의 실질적 통치자인 히엔은 도마를 개혁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징집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보며 기뻐하고, 고우세츠가 떠난다는 말에 '나는 항상 백성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얘기하지만 그걸 대체 어떻게 실현시킬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고우세츠가 요츠유에게 유독 다정했던 이유라든가 츠유의 죽음에 대한 조의를 표현하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서사에 한해서 공감해주고 있는 거예요. 이 애도가 '나는 도마를 개혁해보이겠네, 두번 다시는 이슬(츠유)이 힘없이 지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같은 다짐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애들이 꺄르르 웃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은 마치 반장선거에서 내가 반장 되면 햄버거 사주겠다고 하는 얘기랑 비슷한 겁니다. 허울뿐인 얘기예요


이제 보즈야를 봅시다. 미시야 역시 같은 보즈야인들에 의해 차별당하고 괴롭게 살아남아서 보즈야를 증오하게 된 경우입니다. 요츠유가 츠쿠요미를 강림시키듯 미시야는 투신 세이브더퀸을 강림시켜서 썩어빠진 나라를 흔들고자 하죠
여기에서 바이샤엔이 히엔과 가장 다르게 대처한 부분은, 보즈야가 부분적으로 나쁜 나라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도마를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하고 있기에 그 상태로 돌아가고자 했던 히엔과는 달리 바이샤엔은 보즈야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나라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해방이 된다면 그런 썩은 부분들을 전부 제거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시야는 썩은 나라의 증명이고, 바이샤엔은 그것을 괄시하거나 얼버무릴 생각이 없습니다. 단호하게 개혁해내겠다고 이야기 하죠.

바이샤엔은 플레이어와 내내 전투를 함께합니다. 돌발에서 직접 메디카라 뿌려주기도 하고, 카스트룸이나 공략전에서도 함께 싸웁니다. 때문에 미시야가 마지막으로 투신을 강림시켰을 때도 그는 플레이어의 곁에 있습니다. 미시야가 자기를 죽여달라고 부탁했을 때 바이샤엔은 칼을 들어올린 플레이어를 저지하고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미시야를 처단합니다. 이건 바이샤엔이 수장이기 때문에 지는 책임입니다ㅡ 우리한테 츠쿠요미 토벌해달라고 부탁하고 도마인 포로들을 구하러 간 히엔과는 또다시 차별점이 보이는 대목입니다(사실 이것도 히엔의 '도마인'에 대한 개념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사건입니다. 히엔에게 도마를 고통으로 밀어넣었던 요츠유는 더이상 '같은 도마인'이 아닐겁니다. 때문에 그녀의 마지막을 보겠다는 생각 대신 나의 백성인 도마인들을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겠죠)
사실 바이샤엔은 미시야를 꽤나 아꼈습니다.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인데 미시야에게 어머니 에테르계에서 다시 만나자고 얘기하는 걸 보면 그녀를 죽이면서도 심적으로 괴로운 상태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괴로웠겠죠... 플레이어들이 츠쿠요미를 끝장낼 때 괴로웠던 것과 동일하니까요. 자트노르에서는 찝찝한 뒷맛을 플레이어에게 떠넘기는 대신 npc에게 짊어지게 합니다. 저는 이 편이 더 좋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고요.
공략전을 완료하고 강고스로 나가면 바이샤엔은 해방을 기뻐하는 동시에 어떻게 보즈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는 해방의 기쁨에 취해서 미시야를 잊어버리지는 않았어요. 나아가 제국의 좋은 법을 취하겠다는 깜짝선언을 합니다(!) 현명한... 똑똑한 선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파판팀이 정치 못쓰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 이해합시다. 요는, 바이샤엔이 개혁을 위한 방법까지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웃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건지 모를 도마와는 달리 바이샤엔의 보즈야는 능력 위주의 동등한 채용을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한 나라로 나아갈 겁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히엔이 바이샤엔의 반절밖에 안 살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냥 히엔에게 세월과 노련함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두 사람의 태생입니다.
히엔은 뼛속까지 통치자입니다. 카이엔의 정통 장자이니 왕자님인 셈이죠. 도마의 나쁜 점을 보고 자라지 못했을 겁니다. 누가 자라나는 왕자님한테 유곽이나 사창가, 곪은 나라의 법같은 것들을 보여주었겠습니까? 그가 그런 것을 신경쓸 만큼 자랐을 때는 제국이라는 공공의 적이 생겼으니 내부의 문제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었을 테고요
한편 바이샤엔은 평민입니다. 전과기록에 따르면 의학을 공부하고 군의관으로 징집되어서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는데, 보즈야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뒤 복수심에 저항군이 되었답니다. 군의관이라면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봤을 겁니다. 바이샤엔 본인도 나라 덕을 보고 자란 고위 계층은 아니었고요. 미시야처럼 보즈야의 차별을 증오했던 사람도 어쩌면 만나보았겠습니다. 그러므로 본인의 나라를 마냥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하긴 어려웠겠죠. 자연히 내부 개혁에 대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아니면 어른의 사정으로 시나리오팀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개연성을 찾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긴 글이 마무리되네요. 히엔을 내내 안좋은 시선으로 그리긴 했지만 저는 그가 발전할 수 있는 군주라고 생각합니다. 유우기리나 다른 주변 인물들의 말을 많이 듣고 견문을 더 넓혀야 하긴 하겠지만...ㅋㅋㅋ 궁금하시면 전과기록을 봐주세요. 나름 영웅을 많이 아끼고 본인의 손을 더럽힐 준비가 되어있는 의리남입니다. 어쩌다 보니 일본 특유의 나이브한 감성에 특화된 스크립트 라이터의 손에 희생되었을 뿐...

어쨌든 자트노르는 여러모로 고심한 면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재미있어요 고원... 재미없어요 훈장작...


+) 오타 수정했어요 식겁했네.... 제국을 잃은 뒤> 가족을 잃은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