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서버의 칠흑의 반역자 내 신규 잡 중 'Dancer'의 명칭이 한국 서버에서 '무도가'로 내정되었다는 것을 최정해 PD님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짚고 넘어갈 것이 많아 보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저는 '무도가' 명칭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무도가'라는 단어를 먼저 파헤쳐보겠습니다. 
무도가는 일단 사전에 정식으로 실려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다만 '무도'라는 명사와 '-가'라는 접미사가 합쳐진 말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습니다. 
'무도'라 함은 '무예 및 무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가' '그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또는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입니다. 
 즉 '무예 및 무술을 전문적으로 혹은 직업으로써 구사하는 사람' 이 될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무도가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무도가가 '무술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술을 전문적으로 구사하는 직업은 이미 파이널판타지14 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실 '몽크'가 그것입니다. 
 '무도가'의 명칭을 그대로 한국 서버에 적용할 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몽크의 특징과 역할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 의미로 인해 혼선 및 불편사항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무도'라는 단어에는 다른 의미도 있지 않은가?

 앞서 제가 반대한 '무예 및 무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무도'라는 단어의 1번 의미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무도의 3번 의미로 등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춤을 춤'이라고 되어있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도가라는 명칭에 찬성하시는 분들은 아마 이것을 근거 삼고 계신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언어의 사회성'에 대해서 짚고 넘어 가야겠습니다.
언어의 사회성은 "언어에서, 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약속된 후에는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특성"을 말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여기에서 사례 하나를 좀 가져와야겠네요.
 RPG 게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Fire Ball' 이라는 마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fire ball은 그 자체로는 정식 등재된 단어가 아니지만 '불, 화염'을 뜻하는 fire'공, 구체'를 뜻하는 ball이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이 fire ball이라는 단어가 게임 내에서 바람직하게 현지화가 된 대표적인 사례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 일 것입니다. 불이라는 뜻과 구체라는 뜻을 합쳐 '화염구'라는 명칭으로 번역되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호평을 듣고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불, 화염'의 의미로 통용되는 이 fire는 '난로, 난방' 이라는 의미 또한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얄팍한 생활 영어에서도 fire는 난로 난방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fire ball을 '난로공', '난방구', '온열구체' 따위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파이어 볼의 Fire는 난로가 아니라 화염'이라고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 간의 암묵적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 언어의 사회성이 지닌만큼의 강제력을 띄지는 않지만 암묵적인 동의 하에 보편적으로 쓰이는게 사실입니다.
 분명히 '무도'라는 단어의 의미 중엔 '춤을 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무도가'라는 단어를 쓸 때는 '무술을 구사하는 사람'의 의미를 담아서 쓴다고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무도회' 등의 단어와는 엄연히 결을 달리하는 단어입니다. 이걸 부정한다면 그건 그냥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로컬라이즈에 관하여

(로컬라이즈라는 표현도 사실 로컬라이제이션이 올바른 표현이고 원래의 로컬라이제이션의 의미를 로컬라이즈라는 다른 단어에 결합하여 쓰는 일본식 영어이지만 그 부분은 차치하고)
 이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다른 유저가 최정해 PD님과의 전화 통화 후 작성한 후기를 통해 무도가라는 명칭이 확정된 배경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고 해당 글 작성자 본인께서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장담을 하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수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해당 글의 내용에 따르면 무도가라는 뜻이 일본에서는 춤을 추는 무술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반려되었고 한국 서버는 그것에 따라야만 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애초에 현지화가 무엇입니까. 현지화 작업을 진행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이 무엇인지는 저보다 잘 아실 분들이 그런 답변을 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일을 실제 진행하거나 작업하는 곳의 특성에 맞춤'. 
 당연히 실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회사 간의 이해관계가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들이밀어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의미를 되짚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서버는 한국의 정서와 언어에 맞춰 현지화 작업을 하는 것이고, '무도가'가 한국에서 어떻게 통용되는지는 위에서 말했고요. 당사 간의 이해관계... 고유명사는 스퀘어 에닉스 검수...다른거 제안했으나 반려..블라블라블라....웅앵웅ㅇㅁㄴ으ㅣㅂㅈㄷㅇㅊ
 한국에 현지화하는 결과물을 한국인이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있는데 그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유저 입장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말 본사 측에서 반려한 것이라면, 보다 확실한 근거를 준비하여, 정식으로, 앞으로도 더,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본사에 건의하여 쟁취해내주셨으면 하는게 유저들의 바람 아닐까요? 어떻게보면 비이성적인, 그러나 논리적인, 그러면서도 순수한, 이러한 막연한 기대감 혹은 바람을 가져보는게 한국 서버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당연한 마음이기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까

 한 명의 유저가 이런걸 섣불리 먼저 제안하기 망설여집니다만..
'무희''춤을 잘 추거나 춤추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 라고 합니다. 단어의 의미가 성별을 한정지어 버리니 이건 무리라고 생각을 하고 '극단이나 무용단 따위에서 춤을 추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이라는 의미를 가진 '무용수' 혹은 나이트나 몽크와 맥락을 함께하는 '댄서' 등의 명칭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왜 이런 것에 목숨을 걸고 있을까?

한국 서버를 오픈부터 지금까지 플레이하고 있으며 각종 운영 이슈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외국어 능력과 그동안 게임에서 쌓아온 것을 놓지 못해 여전히 한국 서버를 플레이하고 있는 소위 '흑우'이기 때문입니다...ㅋ
애정충이고 선비충이고 진지충이라서 이대로 무도가로 나올 것을 생각하니 답답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게임 속에서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유저들의 얼굴이자 손발이고 유저들이 게임 속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입니다. 그리고 직업은 바로 그런 캐릭터의 또 다른 정체성이자 명함이기도 하구요. 누군가의 주직업, 누군가의 애정하는 직업이 될 신직업의 명칭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만전을 기해서 현지화 작업을 해야하는 부분이구요. 그렇기에 한 명의 고인물 흑우 유저로써 그냥 넘어갈 수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