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서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졸업할 때만해도 문과쪽 졸업생들의 처우가 썩 괜찮은 편이었다, 뜻밖에도 한 중소 게임개발업체의 동북아시아 지부장 자리를 제안받고 이를 수락하게 된다.

"라이엇게임즈..?"

당시 모 다국적 기업의 AOS 게임이 세계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었는데, 이에 후발주자인 우리 회사는 여러 요소에서 차별화를 꾀해 점유율을 높힌다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몇 년에 걸친 노력에도 성과는 지지부진했고, 구성원들의 사기는 저하되어가고 있었다. 다국적 기업의 선점 효과는 그만큼 막강했던 것이다. 



2018년 11월 27일

라이엇게임즈 본사, 8층 대회의실

전략기획본부장의 보고로 이사회가 시작되었다.

"우선.. 레벨링 시스템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리그오브레전드는 희오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각 영웅별로 경험치를 따로 계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만...... 커뮤니티에선 이를 자본주의적 방식이라며 맹 비난하고 있습니다."

덩치 큰 백인 CEO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맵이 아직까지 하나 뿐인 것도 희오스에 밀리는 요인입니다... 희오스의 다양한 맵에서 일어나는 전략들에 비하면... 우리 리그오브레전드는 초라한 것이 사실입니다.."

"맵이 많아봐야 쓸데없이 복잡하고 유저들이 금방 지치기만 할 거라면서??"

"그것이.... 좀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닌지........"



재무담당이사가 CEO에게 발언권을 요청했다. 하버드 출신의 깐깐한 인도 여자.

"CEO. 최근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년도 롤드컵 개최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쭉..."

"뭐... 뭐라고??"

"개발진도 감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요. 당일에 기습적으로 발표해서 반발을 최소화 하겠습니다."

"롤드컵은 게임의 미래야! 롤드컵 없이는 이 게임의 미래도 없어!!"

덩치 큰 백인 CEO가 울부짖었다.

"이 쓸모도 없는 이사들..... 너희들은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해.. 당장 나가!!"




텅 빈 대회의실에서 덩치 큰 백인 CEO는 한없이 절망했다.

블리자드의 힘은 무서운 것이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도저히 희오스를 이길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조용히 CEO에게 다가갔다.

"후후... 이런 내가 한심해 보이겠지?"

나는 익숙한 손길로 그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CEO가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넌.... 정말 날 잘 이해한단 말이야........ 요 깜찍한..... 옐로우 몽키 같으니라구......."


그래요.... 잭.. 난 당신을 이해해요..... 강한 CEO로서의 모습만이 아닌... 나약한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도.... 내가 모두 사랑해야 하는 모습인걸요..........

다국적 기업의 횡포도 그 둘의 사랑을 막을 순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