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5년전 히오스 알파 시절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라이트하게 즐기고 있는 유저입니다. 요즘은 와우 경험치 + 100% 이벤트 때문에 와우 부캐질하느라 정신없어서 자주는 안하지만 그래도 히오스 고인물 축에 속하는 유저라고 할순 있겠네요. 처음 시작했을 때가 첸 추가된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며칠전 지인과 히오스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히오스 영웅들 과거사를 적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알파때부터 지금까지 영웅들이 바뀌어 오는 모습을 많이 봐오긴 했는데 모르시는 뉴비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정리하여 한번 적어봤습니다. 따지고 보면 영웅들 가운데 스타일이 한번도 바뀌지 않은 영웅은 거의 없는데 그중에서도 특히나 기억에 남는, 사기였거나 최약체 시절을 걸어오던 영웅들에 한해 몇명 추려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출처는 제 기억에만 의존하여 적는 것이라 일부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사 직업군

디아블로
전사 최약체 4인방 '누첸디소'의 일원이던 디아블로는 당시에 자기 치유 기술이 없어서 한번 맞기 시작하면 그 덩치로 딸피 될때까지 그냥 맞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버티기도 합니다만 당시엔 맞기 시작하면 탈출기도 없고 매맞다가 죽는게 일이라...지금은 어느 정도 흡혈이 가능한 탱커가 되었죠.

무라딘
무라딘은 드워프 도약(E)이 저지불가 기술이었습니다. 점프해서 공중에 있는 동안에 저지불가라 끊기는 일이 없었죠. 그리고 궁극기 화신을 사용했을 때 체력을 그냥 얻는게 아니라 일반 공격이 '때릴 때마다 기절'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정신 집중이고 뭐고 그냥 한대 때리면 기절...이후 그냥 체력을 얻는 기술이 됐습니다.

아눕아락
아눕아락의 잠복 돌진(E)은 처음엔 저지불가 기술도 아니고 그냥 무적이었습니다. 덕분에 큰 데미지가 들어오는 기술(캘타스의 불덩이 작렬, 노바의 삼연발 사격)은 잠복 돌진을 시전하면 그냥 씹혔습니다. 

아르타니스
아르타니스는 지금처럼 납치하는 캐릭이 아니라, 일리단처럼 지속딜에 특화된 전사 버전 지속딜러였습니다. 당시엔 '기동성 대신 맷집을 얻은 일리단'이라는 평가가 주류였습니다. 이후 삼연격 너프와 보호막이 감소되면서 지금같은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첸은 등장 당시엔 혼자 탱딜힐 다해먹는 캐릭이었습니다. 지금은 시간차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생존하지만 당시엔 16레벨의 '독주'(술마실때 얻는 보호막 + 60%)특성을 고르면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았고, 첸의 정신 집중을 끊을 수단이 없는 딜러라면 혼자선 백날 때려도 죽지 않았습니다.게다가 딸피로 만들어도 세 명으로 나누어지는 궁극기가 '즉시시전'이라, 술먹다가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셋이 되면서 유유히 도망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궁이 사기였던 이유는, 당시는 첸과 정령들이 생명력을 공유하지 않아서 정령들 다 죽여도 첸이 죽지 않고 그대로 나타났었습니다.

암살자 직업군

스랄
스랄은 7레벨에 공용 특성인 '전투 탄력'을 고를 수 있었는데 스랄의 경우에는 다른 영웅들과는 차원이 다른 효용성을 보였습니다. 일반 공격시 모든 기술의 쿨타임의 0.5초 줄이는 특성이었는데 이게 16레벨의 '광풍' 특성과 같이 고르면 쿨타임이 말도 안되게 줄어들었습니다. 질풍-1초후 질풍-또 1초후 질풍-또 1초후...하면서 혼자서 전사고 암살자고 죄다 갈아버리는 공포의 개사기 대족장으로 군림했습니다.덕분에 무려 빠른 대전 승률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전투 탄력이 삭제됨과 동시에 스랄은 고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레이메인
그레이메인은 지금과 크게 달라진건 없지만 궁극기인 저주받은 탄환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한방 쏘면 맞은 적 머리통 위에 징표가 생기고, 징표가 유지되는 동안에 한번 더 사용하면 그 적에게 늑대인간으로 변해서 달려드는 기술이었는데 이게 웃긴게 거리 제한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당시에 직접 사용했을 때는 폴스타트 궁극기인 동부 내륙지의 분노 사거리의 2배쯤 되는거 같더라구요. 덕분에 적팀은 징표가 찍힌 상황에서 안심하고 기지 안으로 대피해 귀환하다가 그레이메인이 벽 넘어 쑥 날아오면서 순식간에 찢어발기는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노바
캐릭 스타일이 변경되었다기보다는 시스템이 변경되면서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바뀐 영웅으로, 시스템 변경의 최고 피해자 중 하나입니다. 최초 영웅 23명 시기에는 제라툴과 더불어 단 둘밖에 없는 은폐 캐릭이었습니다. 은신 하나로 먹고 살았는데 당시엔 노바 알아보기가 힘들어서 눈썰미 좋은 사람들만 지금처럼 노바를 먼저 급습할 수 있었습니다.

레이너
돌격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던 캐릭입니다. 심지어 고유 능력은 시야가 좀더 넓고 일반공격 사거리가 길다는 능력이었는데 노바는 이거랑 똑같으면서도 상위호환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레이너의 고유 능력 + 은신 = 노바의 고유 능력 이었습니다(...) 개구린 능력치로 인해 딜도 안돼 생존도 안돼 라인관리도 안돼...아래 서술할 제이나와 더불어 약캐릭터의 오묘한 삼위일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캐릭이었습니다.

리밍
등장과 동시에 사기라는 소리를 들은 영웅이죠. 특히 7레벨인가 4레벨에 선택 가능했던 요한의 정수라는 특성이 개사기였는데 이건 보주에 맞은 적을 보주 가운데로 끌어당길 수 있는 CC기 능력이었습니다. 덕분에 마력탄 3방 + 보주 + 파열 콤보로 한 방에 적 영웅을 저승으로 배달할 수 있었고 체력이 좀 되는 영웅도 딸피로 만들기 쉬웠습니다. 그렇다고 피해다니면 원거리에서 마력탄으로 건물 모조리 다 때려부수고 있었고(요즘도 이짓 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물면 순간이동으로 도망가고...이후 트레이서나 겐지 등등 더 뛰어난 기동성의 영웅이 많이 등장하면서 빛이 좀 바래긴 했지만 여전히 빠대에서 많이 쓰이는 영웅입니다.

제이나
제이나는 등장 당시에 최약의 영웅이었습니다. 영웅 소개 영상에는 뭐 아서스고 무라딘이고 다 얼려버리는 사기스러운 모습으로 나왔습니다만 실제 등장시엔 레이너와 더불어 자랑스러운 약캐릭터로 군림했었죠.당시엔 눈보라도 3연타가 아니라 2연타였고 냉기 추가 데미지도 거지같아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었습니다. 출시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출시 직후에는 완벽한 약캐릭터였죠.

캘타스
바로 위의 제이나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본격 메이지딜러 씹사기의 시대를 연 장본인입니다. 16레벨에 찍을 수 있던 작열이라는 특성이 사기였는데 이는 불기둥에 맞은 모든 영웅에게 살아있는 폭탄을 붙이던 특성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캘타스를 상대할때 산개의 중요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불붙은 애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같이 놀다가 동시에 연속으로 폭사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금은 성능이 조정되어 작열시 1명에게만 살폭을 붙이게 되었지만...한번에 5명을 싸그리 구워버릴 수 있던 당시에 비하면 눈물이..

타이커스
타이커스의 궁극기인 오딘은 체력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딸피 상태의 타이커스라도 오딘을 소환하면 만피 상태의 오딘이 등장했기 때문에 2라운드 시작이었고, 오딘을 때려 부수면 다시 타이커스가 튀어나와서 딜을 했기 때문에 사기에 가까웠죠. 후술하겠지만 아바투르와 궁합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타이커스는 원래는 안티 탱커가 아니었습니다. 체력 데미지를 주는게 아니라 고정 데미지로 되어 있어서 지금같은 미니건 평딜 타이커스는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나왔습니다.

트레이서
트레이서는 크게 바뀐 점은 없지만 등장시 유일하게 무빙샷이 되는 영웅이었기 때문에 사기 소리를 들었습니다. 시간 역행의 쿨타임도 짧았고 7레벨에 시간 역행을 쓰면 점멸이 2회나 충전되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치고 빠지기가 지금보다 더 쉬운 캐릭이었습니다. 지금은 리워크 되긴 했지만 등장 당시에는 리밍, 캘타스와 더불어 개사기 원딜러의 족보를 이어가던 인물이죠.

도살자
출시 직후 도살자의 고기 매커니즘은 지금과 완전 달랐습니다. 그때는 돌격병 1개, 영웅 5개씩 고기를 떨어트렸는데 최대치가 25였고, 특성을 찍으면 35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시작과 동시에 라인에서 좀 놀다가 헐크가 되어 돌아오는 도살자 유저가 많았습니다. 근데 고기를 35개까지 다 모아도 죽으면 고기를 전부 잃게 되는 패널티가 있었죠.(특성중에 고기를 전부 잃는 대신 절반만 잃게 만들어주는 특성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고기를 모으기 쉬운 대신 잃기도 쉬웠고, 지금은 고기를 모으기 어려워진 대신 200까지 한번만 모으면 잃지 않는 캐릭터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고기는 당시 35개까지 모았다고 해도 화력은 지금 200개 모은 것과 비슷했습니다.

일리단
초기 일리단은 습격(원거리에서 날아가 머리를 넘어가는 기술)에 저지 불가가 붙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날아가서 머리 위로 넘어가는 순간에 저지 불가가 있었는데 이걸 이용해서 우두머리의 내려찍기, 용기사의 발차기 등을 피하는 괴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타에 붙어 있는 흡혈 능력이 개 쓰레기에 가까워서 교전시 도움이 별로 안됐는데 그때는 일리단에게 공용 특성인 응급치료(6초에 걸쳐 체력의 40%를 치유)가 있었습니다. 차후에 흡혈이 버프되면서 응급치료는 사라졌습니다.

제라툴
제라툴의 궁극기인 공허의 감옥은 남 캠프 뺏어먹는 걸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남 우두 먹을때 옆에서 가만히 구경만 하다가 공허의 감옥 날리고 뺏어먹어 버리는 플레이였는데 이걸 당한 플레이어들의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에 결국 공허의 감옥시 캠프는 못 먹게 패치됐습니다. 성능이 사기였던게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이 더러워서 패치당한(...) 케이스입니다.


지원가 직업군

태사다르
얘는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영웅인데 이전에는 그냥 보호막 + 시야 셔틀이었습니다. 직업군은 지원가였는데 지원가 주제에 치유도 안되고 딜량도 낮으며, 계시 써서 시야랑 은폐 영웅 찾는게 주 업무였습니다.

모랄레스 중위
모랄레스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초기엔 기력이 아니라 마나를 사용하던 영웅이었습니다. 고유 능력도 달랐는데 무라딘과 거의 동일하게 '피해를 받지 않고 있으면 자기 체력을 회복함'이었습니다. 20레벨에 카두세우스 용광로 2.0이었나 하는 특성을 찍으면 체력과 동시에 마나까지 회복하는, 집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지원가였습니다.

빛나래
누더기, 나지보와 더불어 히오스 알파시절 최강 캐릭터로 불리던 3인조 중 한명입니다만 당시는 힐량은 너무 낮고 변이만 날려대는 변이 셔틀이었습니다. 현재 변이는 보조기술이고 치유와 운영, 적 방해에 올인하고 있네요.

티란데
티란데는 지금은 지원가로 힐딜을 하지만 당시에는 초장거리에서 부엉이를 던져서 저격질하는, 이른바 핵부엉이-씨부엉이-부엉이녀 등의 오명을 쓴 지원가였습니다. 포지션은 지원가이지만 당시에는 부엉이가 '날아가는 거리에 따라 강해지는' 특성들이 많아서 부엉이 특성 올인하고 저격하는 유저들이 많았습니다. 부엉이는 건물도 무시하는데다가 관통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멀리서 부엉이만 날려대도 암살자들이 울고 갈 정도의 딜이 나왔었습니다.

전문가(건물 철거 전문) 직업군

나지보
나지보는 초창기와 거미 단지가 좀 달라졌는데,이때는 단지가 적에 맞지 않아도 바닥에 떨어지면 거미가 무조건 튀어나왔습니다. 덕분에 상당한 사거리에서 바닥에 대충 단지를 던져서 적을 견제하는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20레벨에 '무지막지' 특성을 찍으면 덩치를 지속시간 제한 없이 계속 데리고 다닐 수 있어서 디아블로의 조폭부두를 연상시켰었죠.

실바나스
실바나스는 이 게임 최악의 궁극기를 가졌었던 영웅인데 괜히 원작 구현한답시고 '빙의'를 궁극기로 가졌던 영웅입니다. 이 궁은 돌격병 1마리를 아군으로 만듭니다. 끝입니다.(...) 운영한다면서 이 궁을 고르는 실바나스 유저는 팀원들에게 흉칙한 욕설을 들을 수 있었죠. 이후 정신 지배 궁극기로 대체됐습니다.

아즈모단
아즈모단은 검은 우물이라는 궁극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건 아즈모단의 모든 기술 데미지를 상승시켜줬는데 특히 Q모단이라고, 초장거리에서 던지는 구슬이 알아보기도 어렵고 속도도 빠른데다가 엿 같이 강한 데미지를 광역으로 끼얹어댄 공포의 기술이었습니다. 이거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해머 상사
해머 상사는 초기엔 공성 영웅(전문가) 가운데 자가라와 더불어 상당한 철거 속도를 자랑했는데, 20레벨에 '무한궤도' 특성를 찍으면 미사일이 계속 맵을 돌면서 건물을 때려 부수었습니다. 지금은 건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패치되었지만 당시에는 건물도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미사일의 궤도에 요새를 겹쳐서 쏘면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몇십만 단위로 건물을 철거했습니다.

아바투르
논리적 결정임...아바투르는 최초 23명 영웅중에서 유일하게 궁극기가 복제물 하나뿐인 영웅이었는데 이 복제물이 개사기 기술이었습니다. 문제가 뭐냐면 복제된 영웅의 '궁극기까지도 사용이 가능했다는 점'인데 이걸 노려서 타이커스를 복제해 더블 오딘으로 흉칙한 악명을 떨쳤습니다. 더블 오딘과 함께 복제물 개사기 소리를 나오게 만들었던 더블 제이나가 기억나네요(...)

다중(전사 or 암살자) 직업군

바리안
바리안의 특성 중에 '전쟁인도자'는 돌진의 쿨타임을 줄여주는 동시에 느려지는 대신 적을 기절시켰습니다. 현재까지도 바리안의 역사상 모든 특성을 통틀어 최고 사기였던 특성으로, 기절-4초후 기절-또 4초후 기절-또 4초후 기절...하면서 상대방이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워낙 패치당한 역사가 유구한지라 다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정도만 일단 적어봤습니다. 고인물 유저의 '라떼는 말이야' 정도로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저에게 영감을 주어 이 글을 작성하게 만든 지인 Y모씨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수정 - 중요한 내용에는 밑줄 그었습니다. 그리고 타이커스 내용을 살짝 추가했습니다.